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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77화 (77/182)

77화

“이번엔 진짜 해치…….”

“쉿. 그만해 이제. 또 살아날라.”

마지막 폭발을 끝으로 거대 쥐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죽은 것일까.

알림음이 들려오지 않으니,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저기 보이는 한국의 거대한 기계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말은 죽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이런 위험한 놈을 놓고 변신을 풀지는 않을 테니까.

“전부 무사하지?”

“다들 타박상 정도야.”

그들이 점검을 하고 있을 때, 다시 지진 같은 진동이 울려 퍼졌다.

드드드드.

“아직 안 끝났어!?”

당황하는 기색도 잠시.

지형이 바뀌며 사방에 있던 문이 사라지고, 못 보던 출구 하나가 드러났다.

그곳은 바로 태정이 처음 들어왔던 굴의 입구였다.

“저기가 출구인가? 다들 마정석 꺼내 봐. 얼마나 먹었어?”

이쿠죠의 말에 헌터들이 하나둘 인벤토리를 오픈해 자신이 먹은 마정석을 꺼냈다.

그렇게 작은 함에 모인 푸른 돌은 39개였다.

인원 대비 초라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완전 적자군. 이거 가지고 배 삯이나 내면 다행이겠어.”

“그래도 목숨은 건졌잖아. 그걸로 위안 삼자고. 그보다 고맙단 인사 정돈 해야겠지?”

“고맙단 인사? 우리가 왜? 우리도 한몫 보탰는데. 그리고 기폭 장치 왠지 저 인간이 건든 거 같단 생각 안 드냐?”

“그러고 보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야.”

“잠깐 다들 모여 봐,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그들은 잠깐 숙덕거리나 싶더니, 이내 이쿠죠만 태정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땡큐. 어… 코리안 프렌즈. 굿.”

있는 영어 없는 영어까지 다 동원해 인사를 건네는 그를 향해 태정이 화답했다.

“너희도 고생했다. 막판 어그로 그거 썩 괜찮았어, 오사카 맨.”

태정이 엄지를 치켜들며 그리 말하자 이쿠죠가 머쓱하다는 듯 손을 뒤통수에 가져다 댔다.

바로 그때.

후방에 있던 헌터들이 사라지며 눈 깜짝할 사이에 태정을 포위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스킬을 장전하고 있는 사람들.

여차하면 공격을 퍼붓겠단 기세였다.

‘뭐야, 이 자식들. 이제 와서 왜…….’

사냥도 끝이 났고 출구도 열렸다.

더군다나 생사를 함께하며 싸우지 않았던가.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봐, 한국인. 잡아 준 것까진 고마운데, 계산은 하고 가야지.”

놈의 말에 태정이 제라드를 향해 속삭였다.

“이거 통역되냐?”

-가능합니다.

“뭐라는 거야?”

-계산을 하고 가랍니다.

“계산? 뭔 계산?”

-아직 뒷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시 통역을 해 드릴까요?

“그래.”

제라드에게 통역을 맡긴 태정은 놈이 무슨 말을 하나 지켜봤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군. 이거 보이나? 한국인.”

이쿠죠가 작은 함을 비스듬히 들어 보였다.

그러자 어렴풋이 보이는 마정석.

그제야 대충 감이 오는 태정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오면서 쓴 돈이 수백억이다. 그런데 먹은 게 이거밖에 안 돼. 원래 엘리사는 우리가 독점을 하고 있는 몬스터인데. 네가 잡아 버렸으니, 먹은 건 응당 내놓고 가야 하지 않겠나.”

-라고 하는군요.

통역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상자를 내밀 때부터 원하는 게 뭔지 알았으니까.

하지만 말을 듣고 보니 기가 차는 태정이었다.

이곳은 엄연히 한국의 땅인데, 타국의 헌터가 독점 운운거리며 먹은 걸 내놓으라니.

뻔뻔함을 넘어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자. 얼른 내놔. 여기 이거 이렇게 생긴 거 먹었지? 내놔.”

제라드를 통해 놈이 하는 말을 전부 알아듣고 있었지만, 태정은 모른 척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바로 그 순간.

헌터들이 기겁을 하며 한 발 더 거리를 좁혀 왔다.

“허튼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아, 바로 목이 떨어질 테니까.”

‘새끼들 겁은 많아 가지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황은 태정에게 불리했다.

기체를 너무 일찍 넣은 것이 문제였다.

손에 든 무기도 없는 상태.

그가 믿을 건 외골격 다리 하나인데.

이렇게 둘러싸여 있는 곳에선 딱히 의미가 없는 장비였다.

‘블라스터를 미리 소환해 놓는 건데. 난감하게 됐네.’

조그만 움직임에도 발작을 하는 것을 보니, 스킬의 사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뭔가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바로 벌집을 만들어 버리겠다는 기세.

어떻게 난관을 헤쳐 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다시 이쿠죠가 태정을 겁박했다.

“이거, 이거 내놓으라고. 너 알아듣는데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거지? 그러다 죽는 수가 있어. 참고로 이 몸은 본국에서도 매우 잔인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야. 우는 아이들도 내 이름 한 번이면 울음을 뚝 그치지. 그러니까 괜히 버티지 말고 산 채로 껍데기 벗겨 버리기 전에 내놔, 어서.”

“……”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인데. 좋아. 오늘 잔인함의 이쿠죠가 이곳 제주도에서 현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새파랗게 피어오르는 빛의 아지랑이.

강철도 베어 버린다는 오러였다.

그 모습에 마사지마가 그를 향해 급히 다가갔다.

“야. 진짜 죽이려고?”

“별수 없잖아. 저리 꽁꽁 숨겨 놓고 안 내놓는데.”

“너 사람 죽여 본 적 없잖아.”

“그, 그게 별거냐. 그냥 뭐 대충… 눈 한번 딱 감으면 되는 거지. 나 이쿠죠야, 이쿠죠. 한다면 하는 놈이라고.”

“미친놈, 그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할라고? 나 아는 형님은 사람 한번 잘못 죽였다가 10년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던데. x될 수도 있다니까, 진짜?”

“그럼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자고?”

“그게 아니라 저 한국인도 나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 아냐. 힘은 힘대로 다 썼는데.”

“그래서?”

“그냥 딱 반만 달라고 하자. 그게 서로 페어플레이인 거 같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우리는 삼십 명이고 저놈은 혼자인데. 반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

“그럼 한 칠 대 삼? 근데 저 사람 입장에선 칠도 주기 아까울 것 같은데.”

“육 대 사. 더 이상은 양보 못 해.”

“좋다. 육 대 사. 이걸로 합의 끝.”

마사지마와 의논을 한 이쿠죠는 태정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 여기 봐라. 10개가 있지. 여기서 4개는 네 거. 그리고 6개는 우리 거. 이해되냐? 네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우리한테 6을 주면 되는 거야. 넌 4만 먹어도 우리보단 많이 가지는 거니까. 손해는 아니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 명동 남산 좋아해. 그러니까 빨리 계산하고 헤어지자, 한국인.”

그들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역받고 있던 태정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하나 빠진 놈들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들 바보들인가?’

강도짓을 할 거면 강도답게 굴어야지, 칠 대 삼은 뭐고 육 대 사는 또 뭐란 말인가.

상대방의 형편을 봐주는 것도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강도는 강도.

슬그머니 스킬 하나를 활성화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도 않고, 매우 은밀했으며 그의 손 안에 딱 들어오는 스킬이었다.

“이봐, 바보들. 너희 운 좋은 거 같다.”

태정의 말에 이쿠죠가 짜증을 내며 버럭했다.

“자꾸 알아듣지도 못할 말 하지 말고 내놓으라고, 이 자식아. 육 대 사. 아니, 그래 좋다. 5라도 내놔. 5만 놓고 가라. 더 이상 나도 지쳐서 못 해 먹겠다.”

이쿠죠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치며 그리 말하자, 태정 역시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그의 손에 감춰져 있던 생화학 확산탄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피어오른 연기가 삽시간에 굴 내부를 가득 채웠고, 뒤늦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안 이쿠죠가 헌터들을 향해 지시했다.

“야. 이 새끼 잡아!”

발 빠른 대처였지만 그의 명령에 움직인 헌터들은 없었다.

이미 중독이 되어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이게 왜 이러지?”

“몸이 움직이질 않아.”

“왜 이렇게 졸리…….”

나가떨어진 헌터들이 반, 석상처럼 굳은 헌터들이 반이었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떨지 마. 인간들에겐 단순히 마비 증세만 불러올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너희는 운이 참 좋은 거 같다.”

“뭐라는 거야, 이놈?”

“사실 내 계획은 클로킹을 한 다음에 너희 전부를 죽여 버리는 거였는데. 하는 짓이 귀여워서 살려는 줄게. 대신, 이건 내가 가져간다.”

태정은 그렇게 말하며 이쿠죠가 들고 있던 함을 낚아챘다.

그러자 그가 발작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야! 그건 안 돼! 우리 파산이라고!”

“알 바냐.”

유유히 그들을 지나쳐 출구로 향하는 태정과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

막 출구에 들어서려는 그가 뭔가 잊고 있는 게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어이 바보들.”

“……?”

“제주도는 한국 땅이다.”

동굴을 빠져나와 다시 백록담 정상에 선 태정은 저공비행을 하며 빠르게 산을 벗어났다.

그런 그를 향해 제라드가 말을 물어왔다.

-그냥 가시는 겁니까.

“뭐가?”

-인간들 말입니다.

“바보들 손대 봐야 뭐 하겠냐.”

하는 짓은 괘씸했지만 마정석 39개면 충분히 값을 치른 셈이었다.

물론 이건 해피엔딩으로 끝났기에 하는 얘기다.

놈이 진짜로 죽이려 들었다면 그 역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했을 테니까.

빠르게 비행을 해 도착한 곳은 처음 그가 도착했던 제주항이었다.

“참. 무기 하나 새로 들어왔지.”

지상으로 내려가려던 그가 멈칫하며 스킬 창을 오픈했다.

[H타입 천무] [집속 유도탄]

봉인된 속도 [530km/h]

로켓탄: 다연발 집속 유도탄

사정거리: [200m]

범위: 150m

파괴력 - 자탄 10,000

1회 최대 발사 수 8발.

쿨타임 1시간.

소비 마나 모탄 15,000

“이야. 이거 봐라? 확실히 퀘스트용 스킬이 좋아. 제라드, 이거 블라스터랑 호환되나?”

-호환 가능한 스킬입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볼까.”

제라드에게 확답을 받은 태정은 즉시 스킬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그의 블라스터가 크게 확장이 되며, 좌우로 여덟 개의 구멍이 생성됐다.

“오. 날개가 좀 커졌어. 여기 구멍은 발사관인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거 쓰다가 내 팔이 작살나겠는데? 너무 가깝잖아.”

-천무는 확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공격 시 포신이 최대 2미터까지 늘어납니다.

“여기 모탄하고 자탄은 뭐야? 이건 처음 보는 건데.”

-모탄은 주체가 되는 탄이고, 자탄은 그 주체 속에 있는 금속으로 된 작은 탄을 말합니다. 보통 모탄이 터지며 그 폭발력을 바탕으로 자탄이 산개하는 형식인데, 이는 집속탄 중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충 큰 탄 안에 작은 탄이 여러 개 들어 있다는 말이네. 그래서 이 자탄은 몇 개가 들어가 있냐.”

-모탄 하나당 200발이 들어가 있습니다.

“뭐, 뭐라고?”

기껏해야 몇 발이겠거니 생각하던 태정은 200발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창에 나온 자탄의 파괴력은 1만.

200발이면 무려 200만 딜이 한 번에 쏟아진다는 말이었다.

물론 최대 딜이 아닌 범위 딜로 실제 파괴력은 1만에 그치겠지만, 거의 축구장 너비 정도 되는 공간에 고정 딜을 때려 박을 수 있다는 건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영지전 같은 데서 쓰면 끝장나겠네. 천룡은 이제 명함도 못 내밀겠어.”

설명을 들으니 더더욱 사용을 해 보고 싶은 태정이었다.

마침 그의 시야에 적당한 타깃이 들어왔다.

항구에 정박이 되어 있는 거대한 배.

일본인들이 타고 온 여객선이었다.

“저게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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