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81화 (81/182)

81화

금사자 길드 본청. 귀빈실.

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두 단체의 수장이 은밀한 회동을 하고 있었다.

금사자의 최철호와 무적의 조영민.

오랜 친구사이기도 한 그들은 이번 제닉스 건에 대한 일로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었다.

“그놈들 지금쯤 한바탕 난리가 났을 테지.”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연신 웃음을 띠고 있던 최철호의 말이었다.

그 말에 조영민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차를 들이켰다.

“그럴 수밖에. 다른 곳도 아니고 톱 텐에 든 2개의 길드인데. 머리가 많이 아플 거야.”

“그러게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웠어야지, 건방진 놈들.”

조영민과 최철호는 이번 영진에서 있었던 사태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른바 통곡의 강 점령 사건.

그 일로 인해 전쟁까지 치를 뻔한 두 길드는 겨우 오해를 풀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놈들 이번에 스페셜리스트에 올랐던데. 의외였어, 제닉스가 그렇게까지 치고 올라온 건. 분명 80위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그래 봐야 말단이지. 그건 그렇고 어디까지 할 생각이야? 한두 개는 그렇다 쳐도, 계속 무력시위를 한다면 한산도에서 중재가 들어올 텐데. 더군다나 놈들은 서진 그놈과도 연관이 있어.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놈들이 끼어들기라도 하면 골치 꽤나 썩을 거야.”

무적 길드의 마스터 조영민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개인 분쟁은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산도의 원칙이지만, 제닉스에서 요청을 한다면 사안에 따라 중재가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한쪽의 세가 압도적이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았다.

던전 한두 개야 핑계를 만들면 되지만,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들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게다가 제닉스는 초인클럽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다.

길드 창립식이 있던 날, 그가 참가를 했다는 것은 대형 길드치고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니까.

물론 그것만으로 같은 편이라 단정을 지을 순 없지만, 사상 유례가 없던 일임은 분명했다.

이런 조영민의 우려를 최철호 역시도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야지. 던전 2개면 우리 같은 길드야 별지장이 없다지만, 제닉스 같은 곳은 이것만으로도 큰 피해니까.”

“그럼 겨우 이거 하고 말자는 건가.”

“아니지. 내 말은 무력시위는 이쯤하자는 거야. 네 말대로 한산도가 끼면 골치 아프니까. 대신.”

말을 줄인 그가 엄지와 검지를 비벼 보였다.

“요거, 요거. 요걸로 뺏자 이거지.”

“돈으로? 사업체를 뺏잔 소린가.”

“그래. 돈은 힘과는 다르게 매우 정직하거든. 제제를 받을 일도 없고.”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한데. 사업체 작업을 하려면 하청부터 자르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막대한 손해지 않나? 잘라 낸다 해도 줄은 계속 붙을 텐데.”

“그렇겠지. 이미 있는 거야 한산도 보증이니, 작업을 해도 계속 새로운 업체가 들러붙을 거야. 그 많은 걸 전부 조지기엔 당연히 손실이 클 테고. 그래서 내가 이걸 뽑아 왔지.”

최철호가 파일 하나를 테이블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을 집어 든 조영민이 첫 장을 넘기며 물었다.

“이게 뭐지?”

“현재 제닉스가 추진 중인 새로운 사업들이야. 그중 몇 개는 입찰이 끝나고 승인만 남아 있는 상태지.”

“호오. 그러니까. 이미 입찰이 끝난 사업을 돈으로 뺏자?”

“국가 1급 경매나 입찰이 아니면, 한 시간 전에도 바뀔 수 있는 게 이 바닥의 생리야. 관계자들에게 돈 좀 먹이고 입찰가에 50% 더 얹어 주면, 자기들이 안 내놓고 배기겠어?”

“역시, 너는 지독한 놈이야. 난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 다음부턴 까불지 않지. 지리한 얘기는 이쯤 하고, 오랜만에 왔는데 우리 길드의 스타나 보고 가지.”

“스타? 아. 최다솜을 말하는 건가.”

“요즘 한창 물이 올랐어.”

최철호는 그렇게 말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어, 그래. 들어오라 그래.”

전화기를 내려놓은 최철호가 조영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미리 대기시켜 놨으니, 금방 올 거야.”

“바쁘진 않나? 그 정도 레벨이면 한창 성장을 해야 할 때인 거 같은데. 히든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수 계열의 헌터가 아닌가.”

“이미 클 만큼 컸어. 그리고 너무 키워 주면 간땡이가 부어올라서 안 돼.”

똑똑.

“왔나 보군. 들어와.”

최철호의 말에 문이 열리며 늘씬하게 잘빠진 여인 하나가 들어왔다.

최다솜.

국내 특수 계열의 헌터인 3룡 7기의 일원 중 한 명이자, 금사자 길드 내 서열 100위권에 들어가는 실력자.

여신이라 불릴 정도로 빼어난 외모는 덤이었다.

“부르셨어요.”

“어. 여기 인사해. 무적의 조영민 길드장이야.”

“안녕하세요. 공대2부 부대장 최다솜이라고 합니다.”

“그래. 반가워. 햐. 근데 진짜 미인은 미인이군. 실물이 훨씬 나아.”

“내 반려가 될 사람이지.”

“뭐라고? 자네는 이미 결혼을 했지 않았나.”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한 명으로 되겠나.”

“글쎄. 자네 마누라가 알면 경을 칠 텐데.”

“몰래 할 거야, 몰래.”

“그럼 제수씨라 불러야 하나?”

조영민의 너스레에 최다솜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뭔가 마땅치 않다는 눈빛.

그 낌새를 알아챈 최철호가 이만 나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렇게 그녀가 나간 뒤.

조영민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약점을 잡은 모양이군.”

“약점이라기보단 키워 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지. 나 아니었으면 자기가 이 자리까지 올라나 왔겠나.”

“그래? 내 알기로 최다솜이 이곳에 가져다준 이득만 해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것 또한 길드의 은덕이지. 조만간 비밀리에 식을 올릴 생각인데, 시간 나면 와서 축하해 줘. 그래도 우린 이 각박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아닌가.”

“뭐 생각은 해 보지.”

* * *

제닉스 길드.

금사자와 무적 길드에서 행패를 부린 지 만 사흘이 지났을 무렵.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추진을 했던 사업들이 하나둘 취소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정이 맡고 있는 지역대도 그 마수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이번에 최종 승인을 남겨 놓고 있던 구로 헌터 마켓 부지가 무적 길드에 넘어갔습니다.”

“분당 수호 경비대의 임무를 더 이상 저희에게 맡기지 않겠단 일방적 통보 입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민간에서 지어 준 기숙사에서 모두 방을 빼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경비대는 금사자 길드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용인 신갈 쪽에 있는 경호 타운도 승인이 취소되었습니다. 하청들은 지금 난리가 난 상황이구요. 미리 대량 구매 했던 자재들도 처치 곤란 상태입니다.”

시간이 멀다 하고 올라오는 보고에 태정은 머리가 아파 왔다.

“이놈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뭔가…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그것도 이렇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을 벌일 수가 있는 것일까.

처음엔 이제 막 스페셜리스트가 된 것에 대한 텃세라고도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고작 말단에 오른 제닉스가 그들의 타깃이 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원한.

무언가 크게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조금 전 다녀온 오전 미팅에서도 이렇다 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박세아입니다.”

“어.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가 손에 있는 보고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인천 부두에서 배를 가져가라고 조금 전에 통보가 들어왔어요. 2주 안에 빼지 않으면 압수하겠다고요.”

“또? 이것들 진짜 깡패야 뭐야? 이제 별걸 다 손대네. 일단 알았어, 나가 봐. 아, 잠깐.”

“네?”

“그놈들한테 연락하기로 한 건 어떻게 됐어?”

“계속 거부 중이에요. 저희와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다른 부처에도 물어봤는데,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대화도 하지 않으시겠다… 내가 직접 가 봐야 하나.”

태정의 중얼거림에 그녀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길드장님의 특별 지시 사항이 있었잖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보스는 절대 가시면 안 돼요.”

“나도 알아. 그냥 좀 답답해서 해 본 소리야. 뭐가 소통이 돼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길드장님께서 직접 한산도에 중재를 요청해 본다 하셨으니, 그럼 조만간 자리가 잡히지 않겠어요?”

“그렇게 해서 풀릴 일이면 좋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들어왔는데, 그거 모르고 일을 벌였을까. 그놈들 우리가 중재를 요청할 것까지 생각하고 이 짓을 벌인 거야. 더군다나 최종 승인에서 불발 난 사업은 겨우 3, 4개. 나머진 전부 경쟁에서 밀린 거잖아. 한산도라고 해서 딱히 우리 손을 들어 줄 것 같지가 않아.”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흐르고.

태정의 예상대로 한산도는 제닉스의 요청을 거절했다.

개인 분쟁과 경쟁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는 제닉스는 그저 당하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뭔가 새로운 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띠리리-! 띠리!

퇴근을 하려 준비를 하던 태정의 전화벨이 울렸다.

[김석호]

“그러고 보니…….”

무언가 말을 내뱉던 그가 전화를 받았다.

“어. 석호, 오랜만이다.”

-야. 너는 진짜 내가 전화를 안 하면 절대 안 하는구나. 항상 내가 먼저 하고. 우리 불알친구 맞냐?”

“미안. 요즘 너무 바빴다.”

-너 이사도 간 것 같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디야, 지금?”

김석호의 말에 태정은 순간 사실대로 말을 할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나? 나 일하는 곳 숙소지. 방은 그냥 뺐어. 숙식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근데 갑자기 어쩐 일이야? 안부 전화?”

-궁금하기도 하고, 너무 연락이 없으니까. 참. 야. 너 다솜이 한번 만나지 그러냐. 나한테 자꾸 연락 오잖아. 더 이상은 나도 미안해 가지고 어제 네 번호 알려 줬는데. 연락 안 갔냐?”

“없었는데? 그때 내가 전하란 말 안 전했어?”

-고대로 전해 줬지. 그래도 할 말이 있다는데 어쩌겠냐. 만나기 싫으면 전화라도 받아 줘라. 얘 요즘 힘든 거 같더라. 목소리에서 삶의 찌듦이 느껴지더라고. 아, 물론 다솜이 정도면 우리와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떵떵거리며 살겠지만. 그래도 노블레스는 노블레스만의 힘듦이 또 있지 않겠냐.”

“일단 알았다. 너 직장은 잘 다니고 있지?”

-말도 마라. 연봉만 아니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니까. 처음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지옥이야, 지옥. 괜히 연봉이 높은 게 아니더라니까? 그러지 말고 시간 되면 한번 만나자. 오랜만에 술도 한잔하고 대화도 좀 나누고 인마. 아씨, 또 부른다. 나 이제 들어가 봐야 돼. 오늘 야근이거든.”

“그래. 시간 한번 내볼게. 전화 줘서 고맙다.”

-오야.”

전화를 끊은 태정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최다솜. 지금 와서 뭘…….”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박세아가 문을 열며 들어왔다.

“퇴근 안 하세요?”

“해야지. 참. 혹시 길드에 들어와 있는 민간업체 중에 가족이 헌터가 아닌데도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있나?”

“Q라인 밖에 있는 공사 업체나 납품 업체들이요.”

“안쪽엔 없어?”

“글쎄요. 보안 때문에… 알아봐 드릴까요?”

“괜찮은 자리 있으면 하나 알아봐 줘. 가족같이 자란 친구가 하나 있거든.”

“네.”

“오늘 당장 할 필욘 없고 천천히 한번 알아봐. 그럼… 이만 퇴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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