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메카닉 플레이어-86화 (86/182)

86화

약 10초간의 짧은 광기는 빛이 꺼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바로 들려오는 제라드의 경고음.

-과열로 인해 앞으로 4시간 동안 레이저 건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음? 4시간씩이나?”

-총을 한번 자세히 보십시오.

제라드의 말에 태정이 오른손에 장착 된 레이저 건을 바라봤다.

시뻘겋게 달아올라 처음 볼 때와 다르게 그 형태가 많이 주저앉은 모습.

“이거 설마 녹은 건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4시간 후면 재소환이 가능합니다.

“4시간 제한이라. 이러면 보스 전용이 되는 건가? 뭐, 이것만 해도 어디냐.”

최대 10초란 제약이 있었지만 맞기만 한다면 원 킬용 스킬이 분명했다.

바위를 깨끗이 잘라 버릴 정도면 어지간한 놈들은 스치기만 해도 걸레가 될 테니까.

“그럼 이제 뭐가 남았나. 미로 탐색은 볼 필요가 없고… 이거 남은 건가.”

[B6-1] [무인 폭격기]

최대 속도(봉인) [900km]

최대 고도(봉인) [1km]

탄두: 무유도 압축 범용 폭탄

기본 파괴력 77,000-102,000

100% 파괴 범위 직경 10m

최대 파편 도달 범위 1km

소비 마나 1만

고정 100발

*재사용 시간 7일.

“음. 이건 쉽게 쓰기가 좀 어렵겠는데. 재사용 시간이 7일이나 돼. 소환만 해 보는 건 상관없겠지?”

일단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보기로 한 그는 즉각 스킬을 활성화시켜 봤다.

그러자 아무런 변화 없이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현 위치 100미터 상공에 B6-1 무인 폭격기가 소환되었습니다.]

동시에 그의 고개가 직각으로 꺾였다.

그리고 보이는 정체불명의 시커먼 물체.

그 모습이 마치 납작한 부메랑을 보는 것 같았다.

“저게 B6-1? 이 거리에서 저 정도 크기면 꽤 덩치가 있는데? 제원이 어떻게 돼?”

-B6-1 무인 폭격기는 20세기 전익기의 제왕 B2의 축소 버전입니다. 제원상 크기는 풀 무장 상태의 기체보다 거대합니다.

“그럼 상당히 큰 건데. 저건 어떻게 사용하지?”

-지정된 좌표를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폭격기가 해당 위치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후 낙하 범위 설정 후 폭격 명령을 내리게 되면 투하를 시작합니다.

“전자동 시스템이라. 항속거리는? 항속거리가 안 나와 있어.”

-기상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100km 이상입니다.

“100km!? 뭐야, 그럼 우리 길드에서 서울 일부까지도 닿는다는 소리잖아?”

-그렇습니다.

“뭐냐, 이 말도 안 되는 스킬은…….”

태정은 이거야말로 스킬의 끝판왕이라 생각했다.

항속거리가 100km.

이 말은 서울 중심에서 띄울 경우 수도권 전역이 공격 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폭장량이 100발에 데미지는 천룡의 5배.

어지간한 건 걸리기만 하면 초토화가 될 것이다.

“이건 진짜 잘만 사용하면 대박이겠는데.”

* * *

제닉스 길드.

태정이 오후 사냥을 나가고 얼마 뒤, 제닉스엔 한 가지 정보가 들어왔다.

금사자와 무적이 이렇게까지 깽판을 치는 이유.

드디어 그 연유가 밝혀진 것이다.

급히 간부 소집을 지시한 양태식은 회의장에 모인 간부들을 향해 해당 안건을 띄우며 의견을 물었다.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다들 좋은 생각들 있으면 말들 해 보게.”

가장 먼저 반응을 한 것은 길드 무력 서열 3위의 총대장이었다.

“볼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신사업은 다 취소가 된 상태고,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길드는 잘 돌아갈 것입니다. 괜히 저놈들 계략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고작 그런 이유로 이 짓을 벌였다면 얼마나 좀스런 놈들입니까. 괜히 그를 데려갔다가 무슨 짓을 당할지 모릅니다.”

양태식이 바라고 있던 대답이었다.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 그가 다른 간부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인사참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다르다?”

“총대장의 의견에 일부 동의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현상 유지가 되었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고. 만약에 여기서 더 손을 뻗어 들어온다면 그땐 길드 운영이 버거워질 수 있습니다. 더럽고 치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협상을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로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인사참모의 말을 꺾은 것은 기획사업 본부장이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랭킹에 전혀 영향이 없었던 중형 성 2개를 건드렸다고 이 짓을 벌인 놈들입니다. 그런데 그 소굴에 지역대장을 데리고 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그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짓을 계속 당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그냥 저희끼리 가서 담판을 지으시죠.”

“누군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게 가능하면 백 번이고 그러고 싶네. 그런데 그쪽에서 나온 조건이 지역대장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협상이 불가하다고 그러지 않나.”

그들이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작전참모가 길드장을 향해 물었다.

“그쪽에서 지역대장의 신원은 확인이 된 것입니까. 그의 능력이라면 중형 성 정도는 눈 한번 깜짝할 새에 날려 버렸을 텐데. 혹 그게 아니라면, 적당한 이를 뽑아 대역으로…….”

“확인을 한다고 했으니, 얕은 수는 통하지 않을 거야.”

“음.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한산도에 신변 안전을 요청 하는 겁니다.”

“그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네. 자네 말대로 신변에 대한 안전 요청을 하면 건드릴 수야 없겠지. 문제는 지역대장의 자존심이야. 그는 이번 영지전에서 우리 길드를 스페셜리스트로 올려놓았어. 제일 큰 공을 세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그런데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그를 협상 테이블에 세워야겠나. 놈들은 분명 사과를 원할 텐데.”

“그렇긴 하지만 지역대장의 성정으로 봐선…….”

“간다고 하겠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럼 우리가 너무하지 않나. 공은 차치하더라도 그는 히든이야. 일반적인 협상 테이블도 아니고, 머리를 숙이러 가는 자리에 어느 길드가 히든을 내보단 말인가. 그에겐 굴욕적인 일이 될 걸세.”

“난감하군요.”

“우선 내가 그쪽에 다시 한번 말을 해 봄세. 그리고 다들 입단속 잘하게. 그가 알아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 * *

콰콰쾅! 콰쾅!

[실라리온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 1,500만을 획득합니다.]

[아티팩트 망각의 메모라이즈를 획득합니다.]

“오케이. 아이템까지 깔끔하다.”

블루 12급의 보스인 실라리온을 해치운 태정은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이템을 바라봤다.

주먹만 한 크기의 푸른빛이 도는 돌.

실라리온이 100% 확률로 드랍하는 최하급 아티팩트인 망각의 메모라이즈란 아이템이었다.

이미 제라드에게 들어 사용법은 알고 있었다.

“실라리온의 이름으로 명한다. 메모라이징. 카산드라의 천공탑, 시리우스, 흑룡, 피의 축제, 20번째 절기. 메모라이징 완료. 된 거야?”

-메모라이징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의식이 100% 깨어 있지 않은 이상 해당 내용들은 절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좋아. 이걸로 걱정 하나 덜었어.”

흑룡 아라곤의 조언대로 그는 망각의 메모라이즈를 가장 먼저 찾았다.

누군가에게 발설을 할 리는 없겠지만, 항상 인간의 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잠꼬대를 하면서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술에 취해 누설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 한 번의 실수로 모든 능력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그에게 필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 시간도 늦었고. 슬슬. 돌아가 볼까.”

밖은 이미 캄캄한 어둠이 내린 저녁이었다.

블라스터를 이용해 숙소 건물 옥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사뿐히 착지 후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와 있었네?”

“조금 전에요.”

“별일 없었지?”

“네. 씻으실 거죠?”

“응. 근데 뭐야, 냄새 좋네.”

“꽃게예요. 마트에 들어와 있기에 한번 사 와 봤는데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철이 아니라서.”

“그 무슨 겸손의 말을. 네가 하면 다 맛있지.”

“씻고 오세요. 차려 놓을게요.”

즐거운 마음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정은 박세아가 만든 게탕을 아주 맛있게 해치웠다.

“커피 드실거죠?”

“아니, 커피는 됐고.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

“아, 그거. 잠시만요.”

태정의 말에 박세아가 자신의 서류가방을 열어 파일 하나를 들고 왔다.

“이거야?”

“네. 워낙 오래전 주소라.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더라구요.”

“그랬을 거야. 음… 어?”

파일을 넘겨보던 태정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뭔가 못볼 것이라도 본 것일까.

미간을 좁히며 앞장과 뒷장을 반복해서 보던 그가 이내 박세아를 향해 물었다.

“그 주소가 여기 맞아?”

“네. 대입해 보니 딱 하나 나오더라구요.”

“으음. 이건 좀 의외인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박세아가 가지고 온 파일엔 금사자 길드의 본청이 나와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금사자, 그것도 본부라니.

이렇게 되면 퀘스트를 진행하는데 애로 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긴 왜 알아보라고 하신 거예요? 혹시 분쟁 건 때문에…….”

“아니, 그냥 좀. 너 쉬어야지. 쉬어. 난 들어가서 일 좀 해야겠어.”

방으로 들어온 태정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왜 하필 그놈들의 본부인 것일까.

이건 그냥 하지 말라는 것과도 다름없는 일이었다.

서로 사이가 좋아도 해 볼까 말까인데, 거의 적이나 다름없는 지금의 시점에서 호의적으로 나올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였다.

침투해서 몰래 가지고 나오는 것.

하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선 가장 큰 이유가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 넓디넓은 본청을 모두 뒤져 큐브 형태의 마정석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이건 뭐 조금 거짓을 보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경비였다.

클로킹을 사용해 침투를 한다 해도 들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이는 비슷한 능력을 가진 어쌔신들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이게 만일 무적의 투명 스킬이라면 대형 길드의 정보는 진즉에 털려 온갖 커뮤니티에 도배가 되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두 번째와도 연결이 되는데, 그 정도 길드의 구조적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 없었다.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확률이 희박한 일을, 노 베이스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던전이 아니라서 뭔가 할 만한가 싶었더니, 사냥보다 훨씬 빡센 퀘스트였네. 제라드.”

-예. 주인님.

“클로킹이 암살 계열의 하이드나 인비저블과 비슷한 능력이라고 했지? 그럼 알람이나 탐지 마법에 걸리는 것도 똑같은 건가?”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탐지 레벨 3이상의 마법엔 100%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탐지 레벨 3이상이라. 그게 어느 정돈지 알아봐야겠지만… 명색이 톱 티어에 들어가는 길드인데, 설마 그 정도도 안 깔아 놨겠어? 구조물만 알아도 어떻게 해 보겠는데. 아. 맞아.”

말을 중얼거리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제라드, 혹시 b6-1의 시야를 내가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체의 보조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수신 거리가 5km 내외입니다.

“5km 내외라. 범위가 너무 좁아. 밖에서 놈들의 본청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 30km는 돼야 돼. 무슨 다른 좋은 수가 없겠어?”

-애초에 용도가 공격용이기에 이것도 편법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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