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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06화 (106/182)

106화

‘어떡하지?’

당장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왔던 곳으론 절대 도망을 가면 안 된다는 것.

만에 하나라도 이놈 중 하나라도 격실에 닿게 된다면, 부상을 당해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이들이 막아 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였다.

즉 놈들을 죽이거나 어떻게든 이곳에서 끌고 나가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인가. 둘 정도라면.’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든 서주아가 오러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새하얀 오러가 검으로부터 한 자 이상 피어올랐다.

원정을 떠나 상당한 성장을 이룬 그녀는 현재 2단계 오러를 마스터한 상황이었다.

어지간한 것은 힘도 들이지 않고 베어 버린다는 중급의 오러.

게다가 그녀의 검은 서진이 구해 준 무기였다.

검 자체만으로도 오러의 힘을 발휘한다는 S등급의 무기.

이런 이유로 놈들과의 전투는 처음이지만, 그녀의 눈빛엔 묘한 자신감까지 어려 있었다.

이윽고.

놈들이 발을 쿵쿵거리며 그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동 스킬을 전개한 서주아가 힘껏 땅을 박찼고, 그렇게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 든 둘 사이에 병장기가 맞부딪혔다.

깡!

청아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그녀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생각보다 강한 충격.

그녀의 눈이 순간 크게 떠졌다 작아졌다.

‘보통 무기가 아니야. 오러에도 날이 전혀 상하지 않았어.’

겉보기엔 평범한 무기였다.

보통 중급 오러면 저런 장비 정도야 단 번에 베어 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정을 떠나 고레벨들과 사냥을 하면서 수없이 검증을 받아 왔던 그녀였다.

아직 스킬의 레벨이 낮아 짧은 지속시간이 문제긴 했지만, 일단 발동된 상태에선 어지간한 놈들은 죄다 한 방 컷이 나왔다.

그것은 레벨이 월등히 높은 놈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 마리만 놓고 싸운다면 그녀는 자신보다 100레벨 이상의 격차가 나는 몬스터도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니까.

문제는 눈앞의 몬스터가 월등함을 넘어 그녀에겐 초월적 레벨이라는 것이다.

에노타우르스의 레벨은 700.

그녀보다 무려 250레벨을 앞서 있는 대괴수 중 대괴수였다.

적정 레벨로 따진다면 최소한 300레벨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아무래도 정면 승부로는…….’

그녀가 다시 검을 힘껏 잡았다.

순간 다시 들어온 에노타우스르의 핼버드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잠시 멈칫 하는 그녀의 신형.

기다리는 것이었다.

닿기 직전까지.

부웅!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핼버드가 그녀의 머리에 떨어졌다.

바로 그때.

숨을 참으며 기다리던 그녀가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냈다.

‘지금.’

핼버드가 땅에 처박히고 무방비 상태가 된 에노타우루스가 그녀의 검에 난자되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슉! 스윽! 서걱-!

예상대로였다.

공격이 먹히고 있었다.

온몸에 피를 뿌리며 크고 작은 상처를 내고 있는 그녀의 오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노타우스르는 제대로 된 방어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멍청한 건지 땅에 처박힌 핼버드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기가 회수되었을 땐, 이미 놈의 동체는 반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막, 막타를 치려는데.

후방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놈이 괴성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계속 주시를 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가뿐히 피하며 땅에 박힌 핼버드를 타고 올라가 머리에 일격을 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척.

“어?”

무언가 그녀의 다리를 붙잡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미 걸레가 되어 뻗어 버린 첫 번째 에노타우르스의 손이었다.

확인을 하자마자 놈의 팔이 허공을 향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들려 천장에 처박히는 그녀의 신형.

쾅!

“쿨럭!”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떨어진 그녀의 신형이 한차례 들썩였다.

본능적으로 실드를 발현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대로 사망을 했을 위급한 상황.

물론 그 충격을 모두 상쇄시킬 순 없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현재 속이 뒤집어진 상태였다.

‘움직여야 해.’

속이 끊어지는 통증에 그녀가 일어나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그 위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에노타우루스의 핼버드.

겨우 몸을 굴려 피해 보지만, 어느새 좀비처럼 기어 온 걸레가 된 에노타우르스가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그러더니 자신이 있는 쪽으로 힘껏 당기기 시작했다.

“악! 놔! 놓으라구!”

소리를 지르며 딸려 들어가는 서주아의 신형.

겁에 질린 그녀의 눈에 자신이 떨어뜨린 검이 들어왔다.

팔을 있는 힘껏 뻗어 겨우 검을 손에 잡은 그녀가 놈의 머리통에 검을 쑤셔 박았다.

한쪽 눈알이 그대로 들어가며 광대를 타고 삐져나온 서주아의 검.

고통에 놈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쾅! 쾅!

마치 종이 인형처럼 나부끼며 사방으로 처박히던 그녀의 신형이 십수 미터를 날아갔다.

동시에 얼굴이 기괴하게 뚫린 에노타우르스가 몸을 부르르 떨며 절명했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놈 하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그 앞에서 그녀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아. 아…….”

온몸에서 전해드는 끔찍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바로 몇 미터 앞에 있는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떠오르는 몇몇의 얼굴.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알려야 해, 이곳에 사람들이 있다고.’

이미 온몸의 뼈가 부러져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그나마 멀쩡한 팔로 어떻게든 앞으로 기어 나갔다.

생애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말 못 할 통증이 그녀의 의지를 꺾어 보려 들지만, 눈물을 쏟아 가며 조금씩 전진을 하고 있는 나약한 그녀의 몸.

그 노력이 통했을까.

그렇게 멀게도 느껴지던 코너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 왔어. 한 팔만 더.’

경련이 일어 제대로 들지도 하는 팔을 그녀가 막 뻗으려 할 때였다.

머리 위로 불길한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소 대가리라는 것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아아. 안 돼…….”

그녀의 입에서 절망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림자 사이로 보이는 기다란 핼버드의 모습.

끝이었다.

“안 돼.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듯 그녀가 마지막 힘을 힘껏 짜냈다.

하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녀의 몸.

이미 그녀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이윽고 에노타우르스의 핼버드가 하늘 높이 고개를 쳐들었다.

‘미안. 다들…….’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달은 그녀가 눈을 감으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바로 그때였다.

감긴 눈앞으로 바람과 함께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고막을 때리는 파공음이 들려왔고, 후방으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함을 감지한 서주아가 다시 눈을 뜨자, 약 한 자가량 떠 있는 강철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건…….’

익숙한 모습에 뭐라 말을 꺼내려 하기도 잠시.

더할 나위 없이 신뢰를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아 씨?”

“다행…….”

작은 미소와 함께 그녀가 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내려놨다.

동시에 태정의 다급한 말이 내부에 울려 퍼졌다.

“주아 씨? 주아 씨!?”

* * *

메인 룸에서 장시간 사투를 벌이던 태정은 결국 놈들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코어로 통하는 지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내부가 너무 망가져 격실 번호를 식별할 수가 없었다.

메인 룸에 존재하는 입구만 해도 무려 50여 개.

대충 눈대중으로 몇 개를 찍어 들어가려던 그때.

어디선가 작은 굉음이 들려왔다.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어 무시를 했지만, 몇 번의 소음이 더 있었고 그것이 전투 중 일어나는 소리 나는 것을 알아챈 그는 즉각 해당 통로로 발을 옮겼다.

그리해서 도착한 곳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서주아.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

“주아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너무도 처참하게 당해 그의 목소리에 전혀 반응이 없는 그녀.

재빨리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대니 미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이거 어쩌냐. 이러다 죽겠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고 길드로 이끌어 준 사람이.

암담한 상황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겨우 만났는데 그리고 이제 나갈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이라니.

조금 더 일찍 왔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죽어 가는 그녀를 보며 망연자실해 있던 태정은 순간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금사자 길드 창고에서 쓸어 왔던 아이템들.

그중에 분명 회복 포션이 있었다.

곧장 인벤토리를 열어 해당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몇 번 칸이더라. 여긴 아니고… 여기도 아니야. 어디 있는 거야, 대체.”

미리 정리를 해 두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며 이리저리 손을 넣어 보던 그때.

태정의 눈에 마개가 달린 초록색 물병이 하나 들어왔다.

아이시스의 상급 회복 포션.

재생 능력이 탁월한 아이시스의 눈물로 빚은 성수였다.

효과는 탁월하지만 섭취하는 순간 모든 마나가 일시에 고갈되기 때문에 특정 상황이 아니고선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 아이템.

가격이 비싼 것도 한몫했다.

태정은 두 번 생각도 않고 그녀의 목을 받쳐 입을 벌렸다.

그리곤 마개를 따 조심스레 매우 조금씩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제발. 돈값 좀 해라, 제발.”

반이나 먹였음에도 그녀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

점점 더 초조해지는 그의 마음.

그렇게 거의 한 병을 다 비워 갈 때 즈음.

식어 가던 그녀의 몸에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혈색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살아난 건가?”

싶기도 잠시.

영원히 감겨 있을 것 같던 그녀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주아 씨? 정신이 들어요? 나 누군지 알겠어요?”

“…태정 씨?”

“그래요. 유태정입니다. 몸은 좀 어때요?”

“움직이지가… 않아요.”

“부상이 너무 심해서 그런 걸 거예요. 약을 썼으니 곧 괜찮아질 겁니다. 아무 생각 말고 일단 쉬어요.”

“안쪽에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들요? 얼마나요?”

“열한 명… 다들 부상을 당했어요.”

“그럼 일단… 그쪽으로 이동하죠. 어디가 다쳤는지 알 수가 없어서 좀 들까 하는데, 괜찮겠어요?”

태정의 물음에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심스레 그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

“아프면 바로 말해요.”

“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어요.”

“회복 중이라 그럴 거예요. 독한 약이라… 사실 써 보진 않았는데 너무 급해서 따질 겨를이 없었어요.”

“살았잖아요. 고마워요.”

“움직일게요.”

그녀를 안아 든 태정이 막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드드드드.

갑자기 소음이 일며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어디선가 굉음이 일더니, 지진이라도 난 듯 내부가 진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 불안한 현상에 태정의 시선이 복도 안쪽을 향했다.

“좀 꽉 잡을게요.”

“네.”

그녀의 몸을 꽉 안아 고정시킨 태정이 바로 부스터를 소환했다.

“그럼 갑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최대출력으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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