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계획은 간단했다.
놈들을 싹 쓸어버리는 것.
그 무기로 태정은 b6-1을 생각하고 있었다.
[B6-1] [무인 폭격기]
최대 속도(봉인) [900km]
최대 고도(봉인) [1km]
탄두 : 무유도 압축 범용폭탄
기본 파괴력 22,000-34,000
100% 파괴 범위 직경 10m
최대 파편 도달 범위 1km
소비 마나 1만
고정 100발
*재사용 시간 7일.
그간 쓸데가 없어 얻어 놓고도 테스트조차 해 보지 못한 스킬.
지금이 개시를 해야 할, 딱 그때였다.
“고정 좌표 설정 가능하지?”
-무유도 폭격이라 완벽한 설정은 불가능합니다.
“정확도는?”
-90% 이상 오차 범위 10% 내외로 맞출 수 있습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그보다 최대 파편 도달 범위가 1km나 되는데,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한계 도달 범위인 경우 물리 공격력 1-200 정도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1-200이라. 거의 없다는 말인데. 파괴력 2만 정도면 어디까지 영향이 미칠까.”
-아마 30m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넉넉잡아 첫 발을 100미터 앞에 두고 나머지를 20미터 간격으로 잡으면 되려나?”
범위성 폭발로 에노타우르스를 잡으려면 적어도 2만 이상의 파괴력이 필요했다.
총 100발이 장전되어 있으니, 20미터 간격으로 겹쳐 터뜨리면 최소 방위 하나에 반경 1km는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이 정도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생긴다고 볼 수 있었다.
“참모장님, 저 유태정입니다.”
“말하게.”
“3공대장님이 지휘하고 계신 남쪽 방향으로 큰 거 몇 방을 터뜨릴 생각입니다. 넉넉잡아 계산을 하긴 했지만 혹시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니, 전방위 베리어를 부탁드립니다.”
“전방위 베리어를?”
“예. 최대 규모로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큰 게 오려고… 뭐 일단 알겠네. 시키는 대로 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총대장님.”
“듣고 있네.”
“폭발이 있고 제가 신호를 드리면 배가 있는 해안까지 인솔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야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거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네만. 정말 가능하겠나? 그 정도 큰 기술이 있는 거야?”
“예.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말을 끝으로 태정이 제라드를 향해 물었다.
“좌표 설정은?”
-가장 선두에 있는 이들로부터 첫 발은 백 미터. 후속타 20미터 간격으로 남동 방향 전역 설정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시작하자. 투하.”
베리어가 쳐지는 것을 확인한 태정은 바로 투하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1천 미터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B6-1이 포문을 열며 타원형의 폭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베리어를 깨기 위해 달려드는 몬스터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사방을 살피는 헌터들.
그때, 가장 처음 투하된 폭탄이 대지에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쾅!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에 모두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동시에 전방으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 광경에 넋을 잃기도 잠시.
고막을 찢는 굉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콰르르! 콰쾅!
“미, 미친.”
“이게 뭐야.”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냐!?”
지축이 흔들리고 폭음이 몸을 때려 골이 띵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력이었다.
단 한 발만 해도 정신이 혼미할 정도인데, 수십 발이 연달아 터져 버리니 아무리 훈련이 잘된 특전대라 할지라도 절로 두려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폭발 이후 생긴 기괴한 흑구름은 일대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미, 믿을 수가 없군.”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자네 봤나?”
“모르겠습니다. 지역대장은 가만히 있었던 것 같아 보였는데 말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군. 저 시커먼 구름 좀 보게. 이건 마치…….”
“그보다 알림 들으셨습니까?”
“물론이지. 셀 수가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폭발은 보이는 것만이 대단한 게 아니었다.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알림음들이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말도 알아듣질 못할 정도.
그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잠깐 넋이 나가 있던 태정이 정신을 번뜩 차리며 중얼거렸다.
“제라드, 상황 어때?”
-폭운에 가려 시야에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다 죽었을 거야. 저기서 살아 있으면 그게 몬스터겠냐. 신이지.”
태정이라고 다른 이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화력의 수치가 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폭발의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 그 자체였다.
자신을 포함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의 시야에서 도시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 광경을 경이로운 표정으로 관망하고 있던 태정이 이내 통신을 날렸다.
“지금입니다.”
태정의 신호에 이한역이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전력을 다해 빠져나간다. 부상자 챙기고 법사들 엄호해라.”
“예! 대장님.”
이한역의 지시에 베리어 밖으로 나온 헌터들이 일제히 검은 구름 속으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태정 역시 부스터를 전개하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당연하게도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단 한 놈도 없었다.
예상보다 폭발의 범위가 넓어 앞쪽에 있는 베리어가 찌그러질 정도였으니, 전방을 기준으로 최소 1km는 뻥 뚫린 고속도로와 같은 상황이었다.
문제는 뒤에서 쫓아오는 수천의 소 대가리와 하늘에서 깔짝대는 가고일 떼들.
그나마 소 떼는 이속에서 앞서니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속도로 따라오며 공중에서 공격을 해 대고 있는 가고일들은 여간 까다로운 놈들이 아니었다.
“이익. 이놈들이! 진짜.”
“야. 신경 쓰지 말고 달려. 지체하면 끝이야.”
“뒤에 조심해!”
가고일들의 끈질긴 공격에 조금씩 대열이 흩어지고 있었다.
최대한 무시를 하며 이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여기저기서 작은 전투가 벌어지며 이동이 지체되기 시작했다.
그 틈에 거리를 좁힌 에노타우르스들이 다시 헌터들을 에워싸려 들고 있었고,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태정이 다시 한번 통신을 전했다.
“대장님,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다시 갇히면 끝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가고일들의 공격이 만만치 않아. 그냥 돌파하기엔 수가 너무 많아.”
“제가 최대한 커버를 해 보겠습니다.”
말을 끝으로 태정은 후방으로 빠지며 슈퍼 발칸포를 풀로 난사했다.
그러자 헌터들을 쫓던 가고일들이 일제히 어그로가 끌려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무더기로 날아드는 가고일을 향해 그의 요격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쏘아졌다.
쾅! 쾅!
굉음과 함께 백여 마리에 달하는 가고일들이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다.
순간 하늘에 구멍이 생긴 듯 공간이 확보되자 태정은 즉시 기체를 접고 블라스터를 이용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동시에 바로 턱 끝까지 쫓아온 소 대가리들을 향해 천무 집속탄을 날려 보냈다.
콰콰콰쾅!
축구장 2개 규모의 면적이 순식간에 초토화되며 물경 천에 달하는 에노타우루스들이 피떡이 되어 나가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가 얼마나 많은지 금세 복구가 되어 우르르 밀고 들어왔고, 다시 지상으로 복귀한 그가 기체로 갈아타 헌터들의 뒤를 쫓았다.
그때부터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추격전이 이어졌다.
이마저도 태정이 가진 요격미사일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한참.
드디어 그들의 시야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저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어.”
“힘내라!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
고지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일단 바다로 뛰어들기만 하면 지상 몬스터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부턴 마법 부대를 다시 운용해 가고일들을 때려잡으면 된다.
이것이 모두가 하나 된 같은 생각이었다.
이윽고. 해안에 도달한 헌터들이 하나둘 바다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미 부력 버프와 이동기로 무장한 그들이었기에 속도는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 배와의 거리는 약 500미터.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추격전의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플라이 마법을 전개하며 저공비행을 하던 헌터들의 눈에 기이한 광경이 포착됐다.
“저, 저게 뭐야!?”
해안가에 도달한 에노타우루스들이 멈추지 않고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문제는 가라앉아 뒈져야 할 놈들이 둥둥 떠서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것.
그 속도도 무시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참모장님, 놈들이 계속 쫓아옵니다.”
사내의 보고에 그가 이한역을 향해 통신을 보냈다.
“문제가 생긴 것 같네. 놈들이 수영을 할 줄 아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일단 빨리 배에 오르는 게 좋겠어.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물론이고 배도 무사치 못할 거야.”
시야가 확보된 참모장이 하는 말이었다.
우선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한 이한역이 헌터들을 독려했다.
그렇게 마지막에 있던 태정까지 배에 오르고, 그들이 본 해안의 전경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저렇게 많았다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군.”
개미 떼처럼 시커멓게 해안을 가득 채운 몬스터들.
그 시커먼 것들이 시야가 닿는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다 위로도 시커먼 대가리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둥둥 떠서 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출발은 언제 해?”
“지금 막 전달했습니다.”
“빨리,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돼.”
콰쾅!
그러는 와중에도 태정의 요격미사일은 접근을 하는 가고일들을 향해 계속해서 쏘아졌다.
뒤이어 워 메이지들이 마법을 장전했고, 그렇게 다시 가고일 사냥이 시작됐다.
그사이 꽤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을 한 에노타우르스들.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놈들의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었다.
“놈들이 올라타면 끝장이야.”
“빨리 마법을 날려야…….”
“불가합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범위 마법을 날리면 배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럼 개별 공격이라도 해야지.”
“하고는 있지만 수가 너무 많아서…….”
놈들의 물량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태정 역시도 슈퍼 발칸포를 난사해 보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선 연사력도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가고일은 대부분 정리가 되어 공중 압박은 던 상태.
“배가 가고 있는 거야, 마는 거야?”
“이러다 잡히겠어.”
“뛰어내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배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다 부서집니다.”
“지금 뛰어내렸다간 시체도 못 남겨.”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탄을 난사하던 태정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참모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참모장님.”
“말하게.”
“혹시. 배 전체에 베리어를 칠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하지. 하지만 그 정도 규모는 오래 못 버텨. 많이 잡아 봐야 3분.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나.”
참모장의 말에 태정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싶더니, 이내 말을 내뱉었다.
“저에게 마지막 수단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이겁니다.”
말을 끝으로 태정의 앞으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소환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