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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25화 (125/182)

125화

“이래서 스피어 블레이드라고 하는구나. 이도류에 창이라… 좋은데?”

허공에 빙빙 돌려 보던 태정이 만족스러운 미소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순식간에 늘어난다면 길이를 통한 전투의 이점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이거 돌아가면 무기술이라도 좀 배워야겠는데.”

사실 광선검이 생긴 이후 태정은 검술을 배워 보려고 했었다.

길드엔 실력 좋은 사범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고, 체계적으로 익힐 수도 있으니 배워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근접 무기는 달랑 하나였고 스텝이 없는 부스터 활용 방식의 사냥이었기 때문에, 크게 비중을 두진 않았었다.

말 그대로 정말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이도류에 창까지 생긴 마당에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 4미터가량의 이 특수한 무기는 배워만 놓는다면 분명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좋아. 이거 돌아가면 할 일이 굉장히 많겠는데? 빨리 클리어 하고 돌아가자.”

갑자기 배움의 욕구가 무럭무럭 자라난 태정은 바로 슈퍼 차저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그의 블라스터 상단에 2개의 네모난 커버가 생기며 그간 접혀 있던 날개 중앙의 가장 큰 원형 머플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출력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위이이잉-!

출력을 높이자 그의 신형이 부르르 떨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힘.

-출발하겠습니다.

파파팟!

제라드의 음성과 동시에 그의 신형이 용수철 튀듯 순식간에 앞을 튀어 나갔다.

비행운을 그리며 빠르게 뻗어 나가는 그의 신형.

그 모습이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태정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오. 달라. 달라. 엄청 빨라. 속도 1.5배 맞아? 체감은 거의 500인데?”

바람의 가를 때의 느낌부터가 달랐다.

이전엔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까딱 잘못하면 튕겨져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가벼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스릴과 긴장은 덤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파츠를 장착하고 집중해서 비행을 하던 태정의 귀로 반가운 제라드의 음성이 들려왔다.

-곧 극점에 도달합니다.

그 말이 있고 얼마 뒤 태정은 드디어 남극점에 도달했다.

장장 3일간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지상으로 내려온 그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지?”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여기 어딘가에 그 비밀 기지로 통하는 게이트가 있다는 건데. 딱히 보이는 게 없는 걸 보면 제주도에서처럼 비밀 통로 같은 게 있을 거야.”

사방이 평평한 평지였다.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눈과 얼음.

이런 곳에 게이트가 존재한다면 그 장소는 하나밖에 없었다.

“땅속이야. 크레바스라고 그랬나.”

크레바스.

지대와 중력에 의해 잘려 나가 틈이 벌어진 구멍을 뜻한다.

이 구멍은 최소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까지 이르는데, 박세아의 말에 따르면 해안가가 인접한 저지대에 많이 있다고 했다.

태정 역시 이곳에 오면서 수백 개에 달하는 크레바스들을 목도했다.

문제는 그런 드러난 곳이 아닌 숨겨진 곳이었다.

쌓인 눈이 입구를 가려 육안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 크레바스.

이는 히말라야 고봉에도 여럿 존재하는데, 따로 발견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여긴 저지대도 아니니 흔치 않을 거야. 산도 너무 떨어져 있고.”

태정은 통로가 될 숨어 있는 크레바스를 어떻게 찾을지 고민에 빠졌다.

퀘스트에는 남극점이라 분명히 명시가 되어 있었으니, 이곳 어딘가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이럴 땐 천무가 제격인데.”

어디인지도 모를 이 넓은 곳을 걸어 다니며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라산 백록담의 경우 그 경계가 명확했지만, 이곳은 그냥 끝없이 펼쳐진 눈의 대지.

더군다나 눈이 많이 쌓이게 되면 그게 곧 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무너뜨릴 만한 것이 필요했다.

잠깐 생각을 하던 태정은 제라드를 향해 물었다.

“지금 시야 어디까지 확인돼?”

-지대에 약한 눈보라가 휘몰아쳐 반경 5km 내외입니다.

“아무것도 없고 그렇지?”

-예. 생명체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좋아. 그럼 시간 끌 것 없이 천무로 간다.”

태정은 천무로 극점의 주변을 초토화시킬 생각이었다.

눈이 굳어 버렸다면 사실상 밟고 다닌다거나 총기류는 의미가 없는 수준.

폭발형 무기 중 비교적 덜 요란스러우면서 효과는 확실한 천무가 제격이었다.

결정을 내린 그의 신형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극점을 기준으로 공평하게 원으로 여덟 발. 가능하겠어?”

-범위는 어떻게 설정하실 생각입니까.

“한 발에 150이니까. 최대 범위로 퍼뜨려.”

-좌표 계산 완료했습니다.

“좋아. 그럼 가 볼까. 슛.”

태정의 명령에 독수리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던 천무에서 탄이 하나씩 출격하기 시작했다.

슈우욱!

탄은 제라드가 설정한 좌표로 정확히 떨어졌다.

쾅!

콰콰콰쾃-!

폭발을 일으키며 튀어나온 자탄이 반경 500미터 공간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확실히 범위 공격에 있어선 천룡보다 한 수 위의 폭발력이었다.

“역시 천무하면 폭발력이지. 몇 미터가 날아간 거냐.”

감탄을 하며 중얼거리기도 잠시.

곧이어 폭운이 걷히며 지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크레이터였다.

눈밭이라 그런지 크레이터의 규모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작은 운석이 떨어졌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그가 원하던 크레바스는 그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때렸는데 없다고? 눈이 대체 얼마나 쌓여 있다는 거야?”

이 정도 폭발이면 오차 범위까지 싹 다 날려 버린 수준이었다.

바로 그때.

두두둥!

한차례 굉음과 함께 태정이 있는 우측 600여 미터 앞, 땅이 무너지며 거대한 크레바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본 태정은 자신이 때린 곳과 크레바스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때린 건 여긴데, 저쪽이 무너지냐.”

어찌 됐든 발견을 했으면 된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커먼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여기야. 깊어서 뭐가 보이진 않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사태를 대비해 클로킹을 시전한 태정은 크레바스 아래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대략 150미터 정도.

그렇게 바닥에 닿은 태정의 눈앞에 게이트가 포착됐다.

자색으로 불타고 있는 처음 보는 색의 포털.

“저게 게이트야?”

기존의 것들과 형태가 조금 달라 혹시나 해서 물은 말이었다.

-메카닉 전용 게이트입니다. 세상에 오직 주인님께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 근데 막상 들어가려니 좀 긴장 되네.”

-나중에 다시 오셔도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냥 해 본 말이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들어가 보자.”

성큼성큼 걸어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 태정은 하나의 커다란 기둥을 발견했다.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공간에 솟아 있는 엄청난 규모의 구조물.

아래로도 한참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게이트는 사라져 있었다.

“이거 또 출구 찾는데 한참이겠네.”

태정은 이어진 길로 나와 이내 거대한 구조물 앞에 섰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강철의 기둥.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기둥에 손을 대고 있던 태정은 결국 제라드를 호출했다.

“제라드.”

-예. 주인님.

“앞에 이 기둥은 대체 뭘까. 무슨 용도야? 그리고 여기 길이 왜 이렇게 좁냐. 떨어지면 골로 가겠는데.”

-주인님 앞에 놓인 구조물은 엘리베이터입니다.

“엘리베이터? 무슨 엘리베이터가 아파트 보다 크냐. 이거 잠실에 있는 롯지타워보다 더 큰 거 같은데.”

-규모만 따지면 비슷할 겁니다.

“하. 국내에서 제일 큰 건물만 한 엘리베이터라. 이번 퀘스트는 스케일부터 장난 아닌데? 그래서 난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이거 탈 수는 있는 거야?”

-오른쪽 난간을 보시면 초록색 버튼이 하나 보이실 겁니다.

“이거?”

태정이 버튼을 누르자 기둥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좀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굴이 외벽 곳곳에서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가 대충 봐도 물경 수백에 이르렀다.

“와. 여기 무슨 개미굴이냐. 뚫어 놓은 것 좀 봐. 천 개도 넘을 것 같은데?”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아래위는 물론이고 건너편, 아니 사방의 벽이 다 뚫려 있었다.

굴은 빈약해 보이기 그지없는 다리 하나에 기둥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그 다리의 숫자만 해도 어지러워 셀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가 혀를 내두르며 주변을 관찰하고 있는데, 전자음과 함께 기둥 앞으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문이 열리며 그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이렇게 생겼구나. 근데 좀 아담하네?”

-구역이 나눠져 있어서 그렇습니다. 지금 주인님께서 계신 구역은 주로 근로자들의 숙소가 있는 곳으로 평시에는 소형 엘리베이터만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래? 근데 여기 있는 것들 말이야. 다 진짜야?”

-메카닉 클래스 한정으로 본다면 그렇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 하시면 사라질 것들입니다.

“그럼 일단 연구소 때처럼 3차원의 어쩌고저쩌고 하는 유령은 아니란 말이지. 좋네. 옛날에 있던 것들도 이용을 해 보고.”

사라진 문명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다.

물론 그 일부이긴 하나 세상 어느 인간이 이런 특권을 누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태정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태정은 양옆으로 보이는 수많은 버튼에 시선을 뺐겼다.

신기하게도 숫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영어 외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버튼들.

확실히 현재의 엘리베이터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거 층은 어떻게 가냐. 숫자가 없어. 문자 옆에 붙은 거 빼곤…….”

-우측 아래 작은 모니터가 보이십니까.

“어. 이거 눌러?”

-손을 가져다 대 보십시오.

제라드의 말에 태정이 우측 하단 작은 디스플레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허공으로 선명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오. 신기하다, 신기해. 꼭 상태창 같잖아.”

-음성 명령을 하셔도 되고 가운데 숫자를 적으시면 해당 층으로 이동을 하실 겁니다.

“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과거의 기술인가. 아니, 나한테는 미래지? 지금 이게 대충 몇 년도쯤야?”

-2640년입니다.

“거의 600년… 아. 이게 문제가 아니지.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해?”

-그건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알아서 찾아라? 좋아. 어차피 여긴 내 구역이니까. 시간도 널널하겠다 하나하나 천천히 돌아보자.”

솔직히 블라스터를 이용해 돌아다녀도 되지만, 그냥 한번 이용해 보고 싶은 태정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으랴.

“그럼 어디 발전된 문명의 맛 좀 한번 봐 볼까.”

중얼거리던 그가 좌측 상단 첫 번째 있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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