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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28화 (128/182)

128화

에이든에게 정보를 얻어 SB-1층에 도달한 태정은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공기부터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산뜻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이곳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는 달콤한 향도 느껴졌다.

그것의 정체는 눈앞에 있었다.

밖이 내다보이는 투명한 터널 형태의 널찍한 다리.

좌우로는 정원처럼 꽃과 식물들이 널려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종합 쇼핑몰 옥상의 스카이 가든에 온 느낌이었다.

“확실히 다르네. 대체 돈을 얼마나 바른 거냐.”

규모도 규모였지만 유지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신기한 태정이었다.

기대를 가지고 다리를 건넌 그는 이전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버튼을 조작했다.

스르륵-!

뭔가 대단한 보안이 걸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외벽에 설치 된 문은 너무 손쉽게 오픈됐다.

그리해서 보게 된 내부는 그야말로 호화 그 자체였다.

일단, 규모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곳보다 컸다.

앞뒤 좌우의 거리감이 상당했으며, 굳이 비교를 하자면 예전 명도 호텔의 로비보다도 큰 느낌이었다.

놀라운 것은 내부의 시설물들이었다.

뭔가 고급스러운 가구들과 장식들이 즐비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곳은, 한마디로 정의해 원시림이었다.

2층 높이의 거대한 나무부터 시작해 사방의 벽을 타고 있는 정체 모를 줄기와 수많은 식물.

전면엔 작은 폭포까지 있었으며 참새(?)로 보이는 것들이 연신 지저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구현해 놓은 것일까.

이곳은 남극에서도 상당히 깊은 곳에 있는 로봇 기지였다.

관리는 물론이고 자제나 묘목을 옮기는 데만 해도 엄청난 돈이 쓰였을 것이다.

고작 몇 명이 쓰는 객실에 이런 사치스러움이라니.

뭔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입이 벌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멋지긴 멋지다. 이런 곳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인물들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진짜 핵심 인사들이 기거하고 있지 않을까.

태정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전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객실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여긴가.”

폭포수 옆으로 식물 줄기가 주렁주렁한 작은 입구.

내부로 들어서자 새하얀 배경과 함께 고급스러운 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비가 따로 있었네.”

상당한 규모에 혀를 내두르기도 잠시.

그는 곧 가운데 놓인 객실 통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통로는 이전의 다른 장소와 다르게 앞으로 튀어나온 유리 형태의 무언가로 막혀 있었다.

어딜 봐도 열 수 있는 장치들은 보이지 않는 상황.

“여기도 무슨 권한이 필요한 것 같은데.”

태정은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을 도와줄 안내 로봇을 찾았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로봇은 구경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넓은 공간에, 이 정도 클래스의 인사들이 사용을 하는데 그 흔한 안내 로봇 하나가 없냐. 이거 뭐 프라이버시 때문인가.”

그럴듯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이 통로의 유리벽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을 하던 태정은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즈왕-!

그의 검에 들린 광선 검에서 플라즈마가 치솟았다.

동시에 있는 힘껏 유리벽을 베자, 마치 가죽이 찢기듯 벌어지며 틈이 생겨났다.

“유리가 아니네? 신기하게 벌어지냐.”

깨지진 않았지만 베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태정은 테두리를 따라 막을 잘라 냈다.

그렇게 떨어져 나온 막이 바닥을 뒹굴고 내부로 들어선 그는 바로 전면 정중앙에 문 하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예상과 다르게 이곳의 방은 하나였다.

그 말은 곧 핵심 인사 중에서도 핵심 인사일 확률이 높다는 뜻.

따로 조작하는 장치가 없음을 확인한 태정은 망설임 없이 플라즈마를 소환해 문을 가격했다.

위위윙-!

공명을 하며 들어가지 않는 플라즈마.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상황이었다.

“설마 이거, 아까 그건가?”

무기 관리실의 차단벽을 말하는 것이었다.

불안함이 엄습해 오는 가운데.

오른손의 광선 검이 사라지고, 양손에 스피어 블레이드가 소환됐다.

더 굵직하고 무시무시한 플라즈마가 그의 양손에서 뿜어졌다.

위이이잉-!

역시나 무형의 벽에 막힌 듯 들어가지 않는 플라즈마.

어두워진 표정의 그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같은 재질인가 보네. 이러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잖아.”

기대를 가지고 왔기에 실망도 큰 법이었다.

이렇게 되면 퀘스트의 단서가 될 중요한 곳을 살펴볼 수가 없었다.

“프리지아 있냐.”

혹시나 해서 불러 본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프리지아 님은 현재 스스로 의식을 봉인하신 상태입니다.

“아직도 잔다고? 꼭 이럴 때… 너도 방법 없지?”

-퀘스트 진행 건과 관련된 건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충분히 예상을 한 대답이기에, 이제는 별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좋아. 스스로 해결한다. 보자. 음, 일단 이 문으로는 절대 못 들어가. 플라즈마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다른 무기를 써 봐야 의미가 없다는 거니까. 그럼 다른 곳… 음? 잠깐.”

다른 층을 돌아보려고 말을 중얼거리던 그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천장을 바라봤다.

“아무리 최첨단이라도 환기구는 있을 거 아니야. 수도관이나 배관도 있을 거고. 하다못해 물은 써야 하니까.”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던 그가 사방을 매의 눈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 통로에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천장부터 외벽까지 모두 통짜로 된 벽.

하지만 밖은 사정이 달랐다.

나오자마자 보이는 정체불명의 구멍들.

현대에서 보던 환기구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블라스터를 이용해 허공으로 떠오른 그가 환기구를 손으로 뜯어냈다.

의외로 쉽게 딸려 나오는 커버.

문제는 너무 좁아서 내부를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머리조차 들어가지 않는 좁은 통로.

겨우 주먹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였다.

“아. 이게 꺾어지는 것만 확인하면 좋을 것 같은데.”

복도로 향하는지만 알면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에겐 플렉시온이란 희대의 사기 스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사용 시간이 7일이나 되기 때문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들어갔는데 막혀 있다면 스킬만 날리는 꼴.

장갑을 벗어 손도 넣어 보고 얼굴을 최대한 밀착해 곁눈질도 해 보던 태정은 결국 광선 검을 이용해 구멍을 넓히기로 했다.

하지만.

위이잉-!

“어떻게 건물 전체가 단단하냐.”

씨알도 먹히지 않는 공격.

결국 그는 한동안 공중에 떠 외부에서 대충 구조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여기서 환기가 안 되면 방 안에서 다른 곳으로 빠진다는 건데. 그럼 땅을 파야 하는 거잖아. 여기까지 깊이가 얼만데. 반대편에 다른 기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가 맞아.”

결정을 내린 태정이 제라드를 향해 물었다.

“이거 슈트 입은 채로도 가능하냐.”

-가능합니다.

“좋아. 이거 좀 긴장되는데… 1.87센치라.”

심호흡을 한번 내뱉은 태정은 바로 초전자 플렉시온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주변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그의 시야가 거대한 외벽으로 가득 찼다.

“이거… 된 거야?”

실감이 나지 않는지 그가 블라스터를 이용해 한참이나 뒤로 멀어졌다.

그리고 보이는 엄청난 높이의 환기구.

몸이 작아진 것이 확실했다.

“와… 저기 올라갈 수 있나?”

환기구가 자리한 곳의 실제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은, 2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몸이 작아진 만큼 현재 그에게는 50층 이상의 고층 건물 이상이었다.

블라스터의 최대 고도가 150미터 남짓이니, 성능이 같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1.5미터 정도.

하지만 이 또한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운이 좋게도 그에겐 이곳에 와서 얻은 슈퍼 차저가 있었기 때문이다.

블라스터에 슈퍼 차저를 얹은 태정은 고도를 최대로 끌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상승해 환기구까지 도달했다.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코너가 보였다.

뭔가 공간이 있다는 뜻이었다.

입가에 미소가 지기도 잠시.

코너를 돌아서자 끝없이 펼쳐진 통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객실 복도로 향하는 길이었다.

“역시.”

그의 신형이 빠르게 앞으로 전진했다.

* * *

정체를 알 수 없는 동굴 속.

수십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하나의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한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장비도 없이 전면에 서서 탱킹을 하고 있는 남녀들.

그 바깥에선 딜러로 보이는 이들이 마치 감시를 하듯 지켜보고 있었고, 딜은 후방에 있는 법사들이 넣고 있었다.

더 기이한 것은 법사들의 마법이 아군을 가리지 않는단 것이었다.

“빨리 움직여! 죽고 싶어!?”

“나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그 무슨 나약한 소리야. 돌아가야지.”

“어이! 뒤에 또 온다.”

누군가의 경고에 탱킹을 하던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화염 덩어리.

그것은 순식간에 범위를 확장하며 몬스터를 휘어 감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헌터 둘이 그대로 불타 생을 마감했다.

“저 개새x들! 죽여 버릴 거야.”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마나 남으면 실드나 좀 쳐. 이쪽 다 죽게 생겼다.”

“마나는 진즉에 고갈됐지. 장비가 있어도 잡을까 말까 한 놈을…….”

사내 둘이 몬스터를 주시하며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좌측으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고개를 돌리니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 헌터가 몬스터의 발에 짓이겨지고 있었다.

그걸 구하려고 달려드는 몇몇의 헌터.

하지만 장비도, 마나도 없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같이 죽어 주는 일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여섯 명의 헌터가 또다시 생을 마감했다.

그런 그들에게로 달려가려는 사내를 또 다른 사내가 저지했다.

“안 놔!?”

“정신 차려. 지금 남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무조건 살아남는 데 집중해.”

“저걸 보고 어떻게…….”

사내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애써 시선을 외면하는데, 한쪽에서 유럽인으로 보이는 헌터의 양손으로 심상치 않은 마나의 폭풍이 감지됐다.

“뭐야? 저쪽은 아직도 저 정도 마나가 남아 있었던 거야? 잠깐. 그런데 방향이…….”

마법이 날아가는 방향이 이상했다.

몬스터는 이쪽에 있는데, 왜 마법은 입구를 향해 날아가는 것일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콰콰쾅!

폭발이 일며 입구에 있던 딜러들과 법사들이 화마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건너편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외침이 울려 퍼졌다.

“다들 도망가!”

그 소리에 튀어나가려던 사내와 그를 붙잡는 사내.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가자.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

일심동체가 된 사람들이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동굴 밖으로 벗어나는 헌터들.

하지만 그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지진 않았다.

“끄악!”

“아아악! 제, 제발!”

“살려…….”

후방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 나가며 빠르게 움직였던 몇몇 헌터가 탈출에 성공했다.

그 모습에 그들을 관리하고 있던 간부 하나가 또 다른 간부를 향해 다가와 물었다.

“쫓을까요?”

“그냥 둬. 어차피 굶어 죽든, 추위에 얼어 죽든 배가 없는 이상 이곳을 빠져나가진 못할 테니까. 그보다 실드가 다 걷혔으니, 이제 잡아도 될 것 같은데.”

“예. 전원 투입하겠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사냥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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