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쾅! 콰콰쾅!
콰쾅! 콰콰쾃! 쾅!
세상에 종말을 고하듯 엄청난 굉음이 잇따라 울려 퍼졌다.
“크아악!”
“으악!”
“이 뭔… 악!”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들.
한 번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수십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땅이 꺼지고 건물이 일순간 날아가 버릴 정도의 강력한 대폭발.
그 현상은 기지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자, 잘 모르…….”
쾅!
전후 사정을 듣던 간부 하나와 수하들이 하늘로 튀며 사지가 분쇄됐다.
툭.
떨어져 나온 팔이 어딘가로 떨어지자 그것을 보고 있던 헌터들이 사색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이 재앙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섬광이 번쩍이며 자취를 감춘 헌터들.
이미 육신이 갈가리 찢겨 공중분해된 이후였다.
지옥.
한 마디로 말해 이곳은 지옥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 나가는 수많은 헌터들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 대는 사람들.
간부 병사 할 것 없이 모두가 패닉인 상태였다.
그것은 사령관이 있는 막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수하와 바둑을 두고 있던 왕무영이 테이블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곧장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사내.
하지만 그는 문을 채 나서지도 못했다.
강력한 폭발과 함께 막사의 절반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건물과 함께 사라진 수하를 보던 왕무영은 곧장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보이는 믿을 수 없는 참상.
시커멓게 검죽이 된 시체들이 사방팔방으로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보이는 시커멓고 거대한 폭운들.
규모를 보아 보통의 마법이 아니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쾅!
말을 중얼거리던 그의 신형이 폭발과 함께 탁구공처럼 튀며 바닥을 쓸고 지나갔다.
미리 방어기를 전개하지 않았다면 가루가 됐을지도 모를 상황.
그만큼 강력한 충격이었다.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에 화가 난 왕무영이 일어나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개새끼들이!”
독기가 가득 들어찬 왕무영은 주변을 살피며 빠르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 정도 규모의 공격이면 대규모 마법 전단이 떴을 확률이 높았다.
최소한 2-3개의 전단은 운용이 됐을 터.
멀지 않은 곳에 흉수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높은 담 벽으로 막힌 기지 내부.
확인을 하려면 공중으로 솟거나 밖을 나서야 했다.
마침 그의 눈에 플라이 마법을 전개하는 수십 명의 헌터들이 보였다.
봉신방의 2급 마법 부대.
그중 하나를 부르려던 왕무영은 이내 그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허공으로 떠오른 헌터들이 무언가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폭사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처끌고 온 거야!?”
이미 제공권을 장악당했다 생각한 왕무영은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방어기를 전개하고 있다지만, 이런 공격을 여러 번 맞으면 자신 역시 무사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막 움직이려 하는데, 서쪽 구역을 맡고 있던 비영대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사령관님,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놈들의 위치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썩을. 근데 왜 병력이 이것뿐이야?”
“당했습니다. 그리고 오면서 봤는데 호위대가…….”
“당했단 말이냐?”
“전멸한 것 같습니다.”
“하, 봉신방의 정예부대 중 하나는 궤멸에, 다른 하나는 그에 준하는 피해라. 추살대는? 추살대는 어찌 됐나?”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피하시죠.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비영대장의 호위를 받으며 입구로 향하고 있는 왕무영은 수백에 달하는 인파가 그곳으로 몰리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 직급,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가 한마음 같은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막 입구에 들어섰을 때 발생했다.
“저게 뭐야?”
“어?”
“저런 차도 있었어?”
“공사 장비 아냐?”
생전 처음 보는 기계 장비가 입구를 떡 하니 가로막고 서 있었다.
이곳에 와서, 아니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종류의 기계.
그 기계의 오른팔에서 무언가가 솟아났다.
“스킬?”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기계의 오른팔로부터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탕!
“으아아악!”
“으악!”
“뭐, 뭐… 악!”
초당 수십 발에 달하는 빛이 헌터들을 뒤덮었다.
그것을 정면에서 그대로 다 뒤집어쓴 이들이 벌집이 되어 쓰러졌고, 앞의 상황을 모르는 헌터들이 쓰러진 이들의 자리를 채우며 역시 걸레가 되어 널브러졌다.
“미, 밀지 마!”
“앞에 괴물이 있다고!”
“빽! 빽!”
앞에서 떼로 죽어 나가는 헌터들을 본 또 다른 헌터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 댔다.
그렇게 꾸역꾸역 다시 기지 내로 후퇴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기다란 철제 원통이었다.
쾅! 콰쾅!
“흐, 흩어져라!”
“가, 갈 데가 없어.”
헌터들은 몸을 쉽게 움직이지도 못했다.
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폭발에 유일한 입구인 정면은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이 수백 수천 발씩 쏘아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
이곳은 지옥, 그 이상의 공간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지하 감옥에서는.
우르르. 콰쾅!
“뭐야!? 이게 무슨 소리지?”
“지진 아냐?”
“땅이…….”
쥐 죽은 듯 누워 있던 헌터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실제로 요동치는 땅의 울림.
난데없는 소란에 깨어난 헌터들이 자연스레 한데 모였다.
이곳에 와 처음 있는 일.
F구역에 있는 위너스 길드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이 진동이랑 소리 뭘까? 이놈들,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가장 먼저 일어난 사내가 그리 말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진 같은데. 이건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울림이 아니야.”
“갑자기 왜 지진이…….”
“그도 아님 산사태거나. 우리 지금 북벽 안에 있잖아.”
“그게 이렇게 요란하다고?”
“사람들이 그러던데. 산사태 제대로 나면 천둥소리보다 크다고. 뭐, 지진은 말할 것도 없겠지.”
“근데 잘 들어 봐. 소리의 간격이 너무 들쭉날쭉해.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이건 마치 영지전에서의…….”
사내가 무의식적으로 말을 중얼거리자, 건너편에 있던 이가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쳤다.
“공성!? 전쟁? 밖에 전쟁 난 거 아냐?”
“이곳에서 무슨 그런 대규모의 전쟁이… 잠깐. 설마? 구조대가 온 건가.”
순간 사내들의 얼굴에 희망이 떠올랐다.
연쇄적인 폭음과 불규칙적인 땅의 울림.
그것은 자연적 현상이라기보단 대규모 공성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던 사내들이 거의 동시에 창살을 붙잡았다.
“이봐! 간수! 이봐! 거기 아무도 없어!?”
“어이! 아무도 없냐고!”
그렇게 한참을 부르고서야 어둠 속에서 간수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
“지금 이 소리 뭐야? 밖에 뭔 일 있지?”
“이, 일은 무슨. 아무 일도 없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색의 간수.
몇 달간 봐 온 그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뭔가 있다. 이 새끼, 처음으로 말을 더듬었어.’
* * *
“좌표.”
-192.02 설정 완료됐습니다.
“쏴.”
쉬이익-! 쾅!
“좌표.”
-183.07 설정 완료됐습니다.
“쏴.”
쉬이이! 콰쾅!
b6-1을 통해 기지 내부를 초토화한 태정은 즉시 날아가 입구를 점거했다.
피할 곳이 없다 판단이 되면 필연적으로 이곳을 찾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구에 있던 경비를 해치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들이 떼 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슈퍼 발칸포를 통해 놈들을 쓸어버린 태정은 돌아 나가는 무리를 천룡으로 섬멸했다.
아직도 많은 놈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지형적 이점 때문에 그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받지 않고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기지 내의 헌터들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상황을 알고 해안가로부터 모여들고 있는 엄청난 수의 병력들.
후방까지 챙기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에겐 나름 대비책이 있었다.
쾅! 콰콰쾅! 쾅!
“으아악!”
“함정……!”
“뭐야!? 으악!”
태정을 발견하고 득달같이 달려들던 수백의 헌터들이 일정 거리 이상 들어오자, 대폭발과 함께 하늘 높이 승천했다.
미리 깔아 놓은 수백 발의 지뢰가 동시에 터지며 범위 안에 들어온 병력을 모조리 날려 버린 것이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것이라 살아남은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누가 감히 자신의 발아래 그런 것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 한 번의 폭발로 인해 후방의 헌터들은 더 이상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 보고.”
-후방에 이백 남짓이 대기 중이며, 기지 내부엔 연기 때문에 파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충 얼마나 치운 거 같아?”
-전후방 적어도 삼천은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거라 판단됩니다.
“삼천이라. 최소한 절반은 날린 건가.”
짧은 시간을 투자한 것치곤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b6-1은 써 버렸고 놈들이 방어기를 전개하기 시작해 슈퍼 발칸포는 이제 고물이 된 상황.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는 천룡 역시 대공 방어막이 형성돼, 위력이 크게 반감되고 있었다.
“일단 뒤에 놈들부터 정리하고 모아서 천무로 조져야겠다.”
생각을 마친 태정은 남아 있는 로켓을 모두 쏘아 올린 후, 태극 1호로 갈아타 후방 병력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거대 기계가 소형화되어 날아오자, 기다렸다는 듯 헌터들이 각자의 스킬을 전개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그런 기세는 태정이 스피어 블레이드를 소환하자마자 바로 꺾여 버렸다.
강철도 두부 베듯 베어 버린다는 막강한 오러가 플라즈마에 의해 두부 썰리듯 썰리고 있었다.
그런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그들이었기에, 그 한 번의 광경으로 전의를 상실한 헌터들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그보다 빠른 이동기를 가진 헌터가 없다는 것.
모조리 쫓아가 베어 버린 태정이 입구로 기어 나오고 있는 헌터들을 바라봤다.
대충 봐도 수백.
“딱 맞춰 나왔네.”
허공으로 솟아오른 그를 향해 수없이 많은 마법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채 2미터를 오르지 못했고, 하늘에서 쏟아진 수만 개의 자탄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밑에 있던 수많은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폭운을 뚫고 상당한 레벨로 보이는 헌터들이 여럿 등장했다.
모두 가슴에 적삼각형의 표식을 달고 있는 이들.
봉신방의 정예 헌터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태정이 다시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어디, 그럼 본격적으로 한번 놀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