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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45화 (145/182)

145화

“너희 진짜 정체가 뭐지?”

“…….”

“이곳에 온 목적은?”

“…….”

“사람들은 왜 납치한 거냐.”

“…….”

“입을 열지 않으시겠다.”

단체로 입을 꿰맨 것인지 그 어떠한 대답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주 작정을 한 모양.

보다 못한 그가 광선검을 꺼내 들었다.

즈왕-!

“어차피 네놈들은 살아남지 못해, 아니 이미 죽은 몸이지. 하지만 대답 여하에 따라 살려 줄 용의도 있다. 그러니 아는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해라.”

태정의 제안에 그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거짓말이 아니야. 단, 영양가가 있는 내용이어야겠지.”

“맹세할 수 있나.”

“대답이나 해. 이곳에 온 목적이 뭐냐.”

“우린…….”

사내가 막 입을 떼려 하자 옆에 있던 사내가 소리쳤다.

“멍청한 놈! 저놈이 우릴 살려 줄 것 같으냐!”

서걱-!

“으아악! 내 팔!”

“네가 불 거 아니면 방해하지 마.”

간단히 정리한 태정이 다시 물었다.

“계속 말해라.”

“우린 특명을 받고 이곳에 왔다.”

“특명?”

“이곳에 있는 특수한 마정석을 본토로 조달하란 명령이었지.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납치됐다. 할당량은 정해져 있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놈들 이익이나 보자고 사람들을 납치해, 벌레 취급하면서 고기 방패로 내세웠다? 그 말인가.”

“…….”

“뭐, 좋아. 네놈들이 쓰레기인 건 이미 확인한 사실이니. 그럼 그 특수한 마정석은 대체 뭐지?”

“정확히는 우리도 모른다. 상부에서 지정해 준 몬스터를 잡으면 낮은 확률로 나오는데, 부대장급이 직접 회수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말단 간부는 구경을 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래? 그럼 화산은 왜 공격한 거지?”

“그건 우리도 나중에 안 사실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니, 화산이 우리 봉신방의 손에 떨어졌다고 하더군.”

사내의 대답에 태정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국가 하나가 네놈들이 속한 단체에 의해 무너졌는데. 그걸 후에 알았다고?”

“정말이다. 우린 몰랐던 사실, 아니 수뇌부 빼고는 대부분이 그 사실을 한참 뒤에서나 알게 됐다.”

“그래? 그럼 한국인들은 왜 끌고 왔냐. 그들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아닌데.”

“상부에서 지정해 준 몬스터는 우리 능력 밖의 놈들이 많았다. 아무리 이곳의 헌터들을 납치해 탱커로 세운다 해도 며칠이면 금방 사라질 인력들이지.”

“그래서 외부에 있는 사람들까지 납치해 세웠단 말이군. 만약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게 되면 그땐 어쩔 작정이었지?”

“요구를 했겠지.”

“무슨 요구?”

“사람들을 더 보내 달라고.”

“미친놈들이군.”

“우린 잘못이 없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너도 위에서 누군가 시키면…….”

“그 입 다물어 새끼야. 억지로 눌러 참고 있는 화가 당장이라도 폭발을 하기 일보 직전이니까.”

“…….”

“근데 내가 진짜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하나 있어서 말이지. 이곳 사람들에게 들으니 짧으면 육 개월, 길면 1년에 한 번씩 교대를 한다고 하더군. 어떤 식으로든 이곳에서의 일이 외부에 알려지게 될 텐데. 이건 전쟁을 치르고도 남을 일이야. 한데, 네놈들이 그 모든 나라를 상대할 정도로 강한가? 아무리 화산을 무너뜨렸다지만, 그런 단체가 한 곳도 아니고 수십 곳인데?”

“그건 잘 모르지만, 사령관이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봉신방의 뒤를 봐주는 존재들이 있다더군. 그들이 있는 한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거라 했다.”

“그들이 누구지?”

“모른다. 정말이다. 나도 우연히 엿듣게 된 것이다.”

“음.”

침음을 뱉던 태정이 다시 한번 광선 검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사내가 억울하다는 듯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정말 모른다. 네 질문엔 다 말해 주지 않았나? 그런데 내가 굳이 이거 하나를 숨겨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정말이다. 내가 아는 건 이게 다다.”

“좋아. 믿어 주지.”

태정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사내가 엉덩이를 살짝 떼며 간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럼 우린 이제 살려 주는 건가?”

“물론. 하지만 모르겠군.”

“뭘… 말인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자, 잠깐. 그건 말이 다르지 않나.”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이곳의 책임자가 아니야. 그저 제삼자 중 하나일 뿐이지. 지금 이 사안은 고작 한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를 대변할 수 없어. 적어도 십여 개의 나라가 엮여 있고, 그들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 그중의 한 명인 나는 살려 주겠다는 거야. 뭐 의견 같은 거지.”

“그런…….”

“능력이 된다면 한번 잘 설득해 보라구. 아마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라 많이 힘들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태정이 창고 밖을 나섰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각 나라의 대표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뭔가 좀 알아내신 게 있으십니까?”

“딱히 내용은 없었습니다. 한번 들어가서 취조해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취조는 꽤 오랜 시간 진행됐다.

사실 취조라기보단 반고문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정이 얻은 정보 그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사령관 그놈을 살려 두는 건데, 생각이 짧았어.”

태정의 중얼거림에 프리지아가 대답했다.

=놈을 살려 뒀다 해도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을 거야.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몸이었으니까.

“어떻게 확신하지?”

=느낌이야.

“느낌이라. 그런데 대체 뭘까. 놈들이 믿고 있는 그게… 대체 뭐기에 여러 국가를 상대로도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

태정이 생각에 빠져 있는데, 위너스 길드 서정민이 기관실로 들어왔다.

“저, 제라드 님, 잠깐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를 따라 나선 곳은 갑판 위였다.

그곳엔 상당한 양의 상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장비들과 아이템들이 쌓여 있었다.

“이게 다 뭡니까.”

훑어보던 태정이 미리 나와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저쪽 배와 이쪽 배 그리고 기지에 있는 것 중 쓸 만한 걸 싹 모아 온 것인데, 아무래도 제라드 님이 가지고 가시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전부 장비인가요?”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서정민의 대답에 태정이 한 상자로 가서 내용물을 슬쩍 뒤져 봤다.

그러자 장비마다 각 나라의 표식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거 다 주인이 있는 것 같은데요?”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서정민의 대답에 태정은 잠시간 말없이 장비들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을 내뱉었다.

“이건 제가 가질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예?”

“그래도 어떻게 보면 유품 같은 건데, 각자 회수해서 고국으로 가지고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많은 걸 다요?”

“사람은 죽어 없지만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뭐 장비에 영혼 같은 게 있을 리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한 물건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아… 그럼 여기 있는 이건 어떻게 할까요?”

서정민이 가장 마지막에 있는 작은 상자를 들어 그 앞에 열어 보였다.

그러자 어두운 빛을 띠는 파란색 수정 수백 개가 절반가량 쌓여 있었다.

“마정석인가요?”

“모아 놓은 걸 보면 그런 것 같긴 한데, 마력 측정을 해 보니 제로로 뜹니다.”

“그 말은…….”

“그냥 단순 수정일 확률이 높다는 거겠죠. 그런데 이걸 왜 모아 놓았는지 그게 참…….”

“그럼 그건…….”

태정이 무언가 말을 건네려 할 때였다.

=그건 네가 가져간다 해라.

“……?”

[네가 가져야 한다.]

프리지아에 이어 카이저까지?

무슨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일단 장비 회수가 끝나면 다들 모여서 돌아갈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한번 해 보십시오. 배가 두 척밖에 없으니, 상의가 필요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기관실로 내려온 태정은 보석을 놓고 프리지아를 향해 물었다.

“이거 좋은 거야?”

=좋은 거다.

“마력도 없다던데 어디에 쓰는 거지?”

=인간들이 쓰는 게 아니다.

“혹시 그럼 이게 아까 그놈이 말했던 그 특수한 마정석인가?”

=맞다. 바로 나와 같은 영체의 몸을 가진…….

카이저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빠져라, 망령. 이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니까.]

=뭐? 이게 또 똥오줌 못 가리지? 고작 시리우스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고물 주제에 영체들의 주식인 영석까지 해 처먹겠다?

[잘 들어라, 인간. 이건 저년에게 주면 안 되는 물건이다. 이걸 주게 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그들만이 아는 얘기에 짜증이 난 태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물었다.

“너희 지금 뭔 소리 하는 거냐? 그러니까 이게 정확히 뭔데?”

그의 물음에 둘의 음성이 동시에 겹쳤다.

=그건 알려 줄 수 없다.

[그건 알려 줄 수 없다.]

“이런 병신들이.”

놀리는 것도 정도라는 게 있지.

이 정도면 거의 농락을 하는 수준이 아닌가.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그가 제라드를 불렀다.

“이봐, 제라드.”

-예, 주인님.

“둘 중에 누구 말이 맞냐.”

-원래라면 프리지아 님의 말이 맞지만, 주인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땐 천신병의 말이 더 정답에 가깝습니다.

=뭐야? 이 고물이 지금 무슨 말을! 넌 알고 있는 놈이 그따위 말을 한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모든 건 주인님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하. 이것들 완전 개 도둑놈들이구만.

-죄송합니다.

=됐다. 앞으로 내 도움은 바라지도 말 거라.

이후 프리지아는 의식을 봉인했는지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저거 삐진 건가?”

[그러든 말든 잘 보관을 해 놔야 한다. 나를 위해 쓰일 때가 분명히 올 테니까.]

카이저의 말에 태정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멈칫하며 물었다.

“잠깐, 그렇다는 건 네가 나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왜지?]

“이게 너한테 필요한 거면 내가 그 키를 쥐고 있으니까.”

[후후. 잔머리 굴리지 마라, 인간. 어차피 그 영석은 내가 아닌 널 위해 쓰게 될 테니까.]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된 태정이었다.

이 돌이 프리지아와 천신병에게 쓰인 다는 것.

그렇다는 건 봉신방에도 그들과 같은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영석이란 걸 괜히 모았을 리 없으니까.

그가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대니얼 일행이 기지에 도착했다.

“정말 성공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이건 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전무후무한 구출 작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오는데 별일은 없으셨습니까.”

“예. 주신 포션이랑 놈들의 장비가 워낙 좋아 예상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자, 그럼 이제 전부 모였으니, 슬슬 돌아가 보도록 하죠. 우리들의 그리운…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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