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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72화 (172/182)

172화

“와… 와! 부단장님이시다! 부단장님이 오셨다!”

누군가 소리치자 대번에 번져 함성이 되어 울려 퍼졌다.

사내의 정체는 서열 2위 부단장 김용진이었다.

하이 레벨이면서 히든 클래스를 지닌 금사자 최강의 전투력.

그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길드장님, 괜찮으십니까.”

“와, 와 줬군.”

“모시라 하겠습니다.”

김용진이 떡이 된 최철호를 아군 병력에게 넘겼다.

그러자 차기 길드장 자리를 노리던 참모장의 얼굴이 무참히 구겨졌다.

그 즈음 또 한 명의 사내가 함성을 받고 등장했다.

“일, 일 공대장님이시다!”

자연스레 떠오른 그가 부단장에게 가서 인사했다.

“늦었습니다.”

“나도 방금 왔어.”

“저놈입니까?”

“아는 자인가.”

“전에 저희가 영입하려 했던 그 새로운 히든인 듯싶습니다.”

“아. 여제 한설아가 난동을 부렸다던?”

“예.”

“그렇군. 그렇지 않아도 언제 한번 보고 싶긴 했는데, 잘됐어.”

회담이 있을 당시 김용진은 길드에 없었다.

그는 성장에 미쳐 있어 사냥만 주야장천 다녔기 때문이다.

길드의 존망이 달려 있는 일이 아니라면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가입 조건.

해서 그 당시에도 또 이후에도 그는 그 일을 남 일 보듯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당시엔 그저 깽판에 그쳤지만, 이번엔 길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길드장이 당해 버렸다.

다음 서열인 부단장으로서 나서지 않으려 해도 나설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이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태정의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상진이 처박혀 버린 자리.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당해 버린 그의 모습에, 태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도 살펴봐야 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두 사내 때문에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있는 그때.

한상진을 일격에 날려 버린 사내가 한발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거기, 듣자 하니 일전에 제닉스 회담 때 왔던 자라고 하던데. 이름이 뭐지?”

위엄이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기서 밀릴 수는 없는 일.

태연하게 받아넘긴 태정이 말을 되물었다.

“이름? 상대의 이름을 알고 싶으면 먼저 밝혀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후후. 듣고 보니 그렇군. 금사자 길드 부단장 김용진이다. 이만하면 됐나?”

“유태정이다.”

“유태정이라, 히든이라지? 그것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 상황에도 그런 게 궁금한 모양이군.”

태정의 물음에 김용진이 주변을 한번 싹 훑으며 말을 내뱉었다.

“길드장이 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쯤이야 내겐 아무런 감흥도 없어. 건물이야 다시 세우면 되는 거고, 오면서 들으니 죽은 이들도 거의 없는 것 같더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클럽은 뭘 하고 있지?”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비호를 받고 있는 게 아니었나? 일전에 여제가 내려와서 널 구해 갔다던데.”

“아아. 복수를 하겠다? 미안하지만 넌 그녀의 상대가 안 돼.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고.”

“복수가 아니야. 옛날에 그들이 날 한번 구해 준 적이 있었지. 그때 고맙단 말을 못 했는데, 그 말을 전하고 싶어서 물어본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나 보군.”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의 일이지. 어찌 됐든 너흰 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마스터를 욕보였다. 이건 길드의 부단장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야.”

“응당 그러셔야지.”

“기회를 주겠다.”

“미안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금사자로 이적은 안 해.”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군. 난 널 길드로 데리고 올 생각이 없다. 내 조건은 하나. 날 꺾으면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무마시키고 너와 함께 있는 부대장 또한 데려가는 데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겠다.”

“이후에도 말인가?”

“물론이지.”

“그걸 길드장도 아닌 네가 정할 수 있나?”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단, 네가 나를 꺾지 못했을 땐 그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용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게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가 얼마나 강하냐는 것인데.

한상진이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을 보면 상상도 못 할 고수가 분명했다.

그런 그를 향해 최다솜이 입을 열었다.

“부단장은 하이 레벨의 히든이야. 클래스는 소드 마스터. 검도 잘 쓰지만 체술도 상당해. 일대일로는 국내에서 20위 안에 드는 실력자야. 맞붙으면… 필패야.”

“국내 20위라… 한상진이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도 무리가 아니네.”

“어떻게 할 거야? 정말 싸울 거야?”

“방법이 없잖아.”

“내가 한번 말해 볼게.”

“그 선은 이미 넘은 것 같아. 어이, 부단장.”

태정이 그를 불렀다.

“왜 그러지? 준비가 덜 됐나?”

“사내 대 사내로 정말 약속을 지킬 건가?”

“난 태어난 이후로 허튼소리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럼 결과가 날 때까지 부대장의 안위를 보장해 줄 수 있나?”

“데리고 싸우긴 부담이 된다는 소리군. 다들 들으라! 지금부터 2공대 부대장에게 10미터 이상 접근하는 자들은 모두 극형에 처하겠다. 간부들이라 해도 예외는 없으니, 다들 그렇게 알아라.”

“고맙다.”

김용진의 편의에 태정이 한쪽 구석에 최다솜을 내려놨다.

“잠깐만, 잠깐만 여기 있어.”

“태정아, 제발.”

“걱정 마, 꼭 이겨서 데려갈 테니까.”

붙잡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뿌리친 그가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미 그의 한손엔 스피어 블레이드가 쥐어져 있었다.

“자색 오러를 가진 창이라. 재밌군. 선수를 양보해 주지.”

김용진이 자세를 풀며 그리 말하자 태정의 블라스터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슈아악!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들어가고 있는 태정은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단숨에 결판을 짓고 나가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간 태정의 신형이 김용진의 코앞에서 사라졌다.

‘치사하긴 해도 어쩔 수 없다.’

상대가 강한 만큼 정공법은 사치였다.

바로 클로킹을 전개해 김용진의 뒤를 점한 태정.

허공으로 튀어나온 플라즈마가 그의 등을 시원하게 갈랐다.

슈악!

‘됐…….’

타앙-!

허점을 파고 완벽히 들어간 그의 검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김용진의 검에 막혔다.

그것도 정확하게 궤적을 파악한 듯 검이 사선으로 쥐어져 있었다.

‘이걸 보지도 않고 막아?’

단 한 번의 공격이 막힌 것뿐이었지만, 태정은 바로 레벨 차이를 느낄 수가 있었다.

자세도 바꾸지 않고 팔만을 이용해 후방의 공격을 차단했다.

게다가 클로킹을 전개해 어디로 공격이 들어올지 모습도 보이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막아 냈다.

마치 뒤에도 눈이 있는 것처럼.

여전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김용진이 후방에 있는 태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인비저블인가. 회심의 공격이었던 것 같은데, 막혀서 아쉽겠군.”

“어떻게 본 거지?”

“본 게 아니야. 느낀 거지. 초감각이란 패시브 스킬이다. 감각이 극도로 발달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느낄 수가 있는 거지. 한데, 설마 그게 네가 가진 전부는 아니겠…….”

타앙-!

좌측 중단을 깊게 들어간 검이 또다시 김용진의 검에 저지됐다.

일부러 얘기 도중을 노린 것인데, 이리 허무하게 막힐 줄이야.

정말이지 귀신같은 사내였다.

그때부터 태정은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

탕! 타앙! 탕!

여기저기 불꽃이 튀며 오러와 플라즈마가 연이어 충돌을 일으켰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고 있는 자들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문제는 그 엄청난 공방 속에서도 김용진은 허공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워커팩의 가동률이 100%에 근접해 있는 상황.

혹시 몰라 뿌려 본 화학탄만 해도 열 개가 훌쩍 넘었다.

‘이게… 진짜 강자인가.’

공격을 퍼붓고 있는 태정은 황당하면서도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로 절박한 공격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지금까지 대충 상대해도 픽픽 쓰러지는 놈들이 태반이었다.

SS급에 근접한 이도 손쉽게 발라 버린 것이 바로 자신 아니었던가.

물론, 톱 텐이 보유한 히든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설아를 통해 간접 체험을 했기 때문에, 히든이 강하다는 것은 당연히 인지를 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이 정도까지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곤 생각을 하지 못한 태정이었다.

어떻게 전력을 다한 공격을 보지도 않고 한 팔만을 이용해 다 차단을 해 버린단 말인가.

이건 한 수 아래나 밀리는 수준이 아니었다.

어른이 어린아이를 가지고 노는 수준.

아니, 그 이상이었다.

“역시, 부단장님은 최강이야. 저런 엄청난 공격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 막아 내다니.”

“당연하지. 레벨 천부터는 장난이 아니니까. 게다가 소드 마스터야. 일반 히든과의 차이도 상당하지.”

“이거 너무 쉽게 끝나겠는데?”

금사자 헌터들은 부단장의 압승을 예상했다.

방어만 하는데도 그 레벨 차이가 넘사벽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격을 하고 있는 태정이 더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안 돼. 지금 내 수준으론 이놈의 옷깃도 스칠 수 없어. 클래스 차이가 이렇게 난단 말인가.’

무의식중에 중얼거린 그의 말에 프리지아가 대답했다.

=바보. 클래스 차이가 아니야. 레벨 차이지. 넌 지금 거의 네 레벨의 두 배 정도 되는 상대와 검을 섞고 있는 거야. 아무리 대단해도 그 정도 레벨 차이면 당연히 털릴 수밖에 없지.

‘그걸 누가 몰…….’

무언가 말을 내뱉던 태정이 급히 후방으로 신형을 뺐다.

가만히 서서 방어만 하던 그가 자세를 고쳐 잡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클래스라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네 전부인 것 같군. 이제 내가 공격을 좀 해볼까 하는데, 괜찮겠나?”

김용진의 물음에 태정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 정도 차이라면 기체를 소환해 봐야 의미도 없어. 오히려 둔해서 금세 잡히겠지. 결국 그 방법밖에 없나? 웬만하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거 세상천지에 다 광고하게 생겼군.’

무언가 결심을 한 그가 막 출수를 하려던 김용진을 향해 외쳤다.

“잠깐!”

“……?”

“여기까지 온 걸 칭찬해 주지.”

“뭐?”

“날 이 정도까지 몰아붙인 상대는 네가 처음이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실력이야.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존재들보다 강해.”

“유언치고는 심심하군.”

“그래서 특별히 보여 주려 한다. 진정한 절망이 무엇인지를.”

분위기를 한껏 잡은 태정이 봉인하고 있던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깨어나라! 바실리스크의 천신병이여!”

그의 우렁찬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특별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왜 안 나와?’

[포기가 너무 일러.]

‘뭐? 약속했잖아, 아까.’

태정이 이를 갈며 중얼거리자 카이저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댔다.

[매번 이런 식이면 너는 조금만 힘들어도 항상 나에게 도움을 구할 것이다.]

‘그게 왜? 너도 엄연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인데.’

[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좀 더 괜찮은 대책을 세워 왔겠지.’

[바로 그거다. 대책을 세웠어야지. 좀 더 해 봐라. 생사를 다투는 경험은 성장에 좋은 영양분이 될 테니.]

‘아니…….’

그들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지금 영화 찍나? 그런 건… 저승에 가서나 해랏!”

김용진의 신형이 빛살같이 쏘아졌다.

그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뜬 태정이 다시 플라즈마를 소환했다.

타앙-!

주르르르-!

한 방에 자세가 무너져 수십 미터를 날아가는 그의 신형.

하지만 정신이 없을 시간도 없었다.

제2타가 바로 코앞까지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타앙-!

다시 태정의 신형이 빙그르르 돌며 무지막지하게 쏘아졌다.

그 원심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워커팩이 소용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김용진이 황금빛 광채가 서린 검을 높이 쳐들었다.

“내가 너무 기대를 한 것 같군. 이만… 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그가 멈칫하며 슬쩍 고개를 들었다.

눈이 시릴 듯 이글거리고 있는 푸른 청광.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곳엔 검 하나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잡고 있는 한 사내.

그의 입에서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청룡검법 제삼식, 구룡.”

아홉 마리의 푸른 용이 금빛 광채를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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