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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메카닉 플레이어-179화 (179/182)

179화

사제들의 마법과 각종 음식을 제공받아 기력을 회복한 태정은 길드장과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산도에서 사람이 왔었네.”

“한산도에서요?”

“별일은 아니고 자네와 차 한잔 나누고 싶다는 걸 회복 중이라고 돌려보냈어. 제법 고가의 선물도 주고 가더군. 아마 잠실에서 있었던 그 소동 때문인 것 같은데, 일단 분위기를 보니 관여를 안 할 모양이더라고. 우리로선 다행인 일이지.”

“그렇군요.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살아 돌아와 준 것만 해도 우린 충분하네. 게다가 내 얘기를 들어 보니, 최철호 그놈 아주 나쁜 놈이더구만. 남의 여자를 가로채 8년이나 옆에 둔 걸로도 모자라 강제 혼인까지. 나 같아도 갔을 거네, 나쁜 놈의 새끼. 아, 이런. 자네 얼른 그 친구를 봐야지. 내가 눈치 없이 계속 붙잡고 있었어.”

병원에 마련된 접객실을 빠져나와 그가 향한 곳은 외부 손님을 들일 때 사용하는 별관이었다.

“다솜아.”

“앗. 태정아.”

함께 온 사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녀가 그를 발견하곤 일어섰다.

“몸은 괜찮아? 언제 깨어난 거야? 걱정했어.”

“너는? 넌 어때?”

“난 아무렇지도 않아. 다친 곳도 없었는데 뭐.”

“다행이다. 아줌마 아저씨는? 만나 봤어?”

“응. 어제. 너희 길드장님이 배려해 주셔서.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너도, 제닉스도 피해를 보는 건 아닌가 걱정돼 죽겠어.”

“놈이 약속을 했잖아. 뭐 그게 지켜질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별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 마.”

“무모했어. 네가 죽을 뻔했다구. 내가 뭐라고 그런…….”

“바보야,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 그런 생각하지 마.”

사실 제닉스는 최다솜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날 그녀가 태정을 보내 주지 않았다면, 그는 바로 수감이 됐을 확률이 높았다.

아마 잘해 봐야 한산도로 넘겨져 재판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 사할린에 파견된 300의 제닉스 정예는 볼 것도 없이 전멸이었다.

태정이 있고도 겨우 살아 돌아왔으니까.

그러니 그뿐만이 아니라 제닉스에서도 그녀는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보다 부모님도 모셔 왔고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도 없는데, 우리 길드로 들어와. 대우와 조건은 충분히 맞춰 줄게.”

“그건…….”

“왜? 너 설마 그렇게 당하고도 금사자에 미련이 있는 거야?”

“그건 아냐.”

“그럼 왜?”

“너도 알잖아. 길드 탈퇴를 하려면 다시 가야 한다는 거. 게다가 난 탈퇴 권한도 없어서, 저쪽에서 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해.”

“일단 몸만 있어 봐. 간부님들이랑 상의해서 어떻게든 되게 해 볼 테니까.”

“그러다 또 일이 생기면…….”

“걱정 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일단 한산도에선 손을 뗐나 봐. 그럼 일대일인데. 그 김용진이라는 사람. 생각해 보면 끝까지 병력을 운용 안 했어. 약속을 지킬 확률이 아주 없지는 않아. 그게 아니더라도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러니까,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이제 물릴 수도 없어.”

“태정아…….”

그들이 해후를 나누고 있을 때, 얼떨결에 함께 오게 된 금사자 헌터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저…….”

“예?”

“죄송한데 저희도 좀 옮길 수 없을까요? 저희는 가 봐야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나 줄줄 불 텐데, 가능하면 저희도 부대장님과 함께…….”

“가능할 겁니다, 누굴 살리신 분들인데.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됐어. 우리도 잘하면 빠져나올 수 있게 됐어.”

“그럼 다들 쉬고 계세요. 길드 절차가 있으니까 당분간은 좀 따라 줘.”

“응.”

별관을 나온 태정은 한상진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한 여자를 볼 수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그녀.

박세아였다.

“보스.”

“어. 왔… 엇.”

인사를 하려 손을 올리던 그는 막무가내로 달려와 안기는 박세아의 행동에 뇌정지가 왔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

본능적으로 손이 등을 토닥였다.

“왜 이래? 초상난 것도 아니고.”

“잘못되신 줄 알았단 말이에요. 흑. 깨어나시지도 않고. 제가 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듣지도 않으시고, 흐으윽.”

“돌아왔으면 된 거지. 울지 마. 이깟 게 뭐라고.”

“몸은 괜찮아요?”

“내가 그 말만 오늘 수십 번 들은 것 같다. 멀쩡해, 힘이 좀 없는 것만 빼면.”

“얼른 가요. 보스는 지금 안정을 취해야 돼요.”

“어련히 알아서 할까.”

“가요, 얼른.”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태정은 그녀가 끓여 준 건강 죽을 한 사발 들이켜곤 방으로 들어갔다.

“후우. 사흘이라. 참 오래도 누워 있었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무려 삼 일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만큼 심력을 많이 소비했단 뜻.

쉬려고 침대에 몸을 뉘인 그였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현재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다.

‘김용진… 김용진이라.’

태정은 금사자에서 있었던 김용진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길드 부단장이자 하이 레벨의 히든 클래스인 사나이.

지금까지 만난 그 누구보다도 강한 사내였다.

아니, 그보다 더한 이가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나 할까.

“내 힘을 너무 과신했어. 기껏해야 한 수 아래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가지고 노는 수준으로, 아니 거의도 아니야, 그냥 가지고 논 거지. 상대도 되지 않았어. 전혀…….”

그간 패배와 역경을 모르고 성장해 온 태정이었기에, 이번 사건은 꽤 커다란 충격이었다.

한설아 앞에서 벌벌 기던 그들이 이 정도로 대단한 놈들이었을 줄이야.

비단 그것은 김용진에 한한 것만이 아니었다.

총대장이었던 이기영조차도 편법을 이용해 겨우겨우 이겼다.

만일 다시 붙는다면 천신병의 도움 없이 근접으로 이길 확률이 몇이나 될까?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맞아. 그동안 일반이랑만 비교를 해서 감을 잡지 못한 거야. 확실히 같은 히든끼리는 등급상 우위에 있다고 해도 레벨 차이를 무시 못 해.”

태정의 중얼거림에 카이저가 비웃듯 대답했다.

[그걸 이제 알았나. 전에도 말했지만 넌 성장 밸런스가 맞지 않아. 퀘스트에 급급해서 사냥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지.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이것이다.]

“퀘스트 보상이 레벨 업으로 들어오는 스킬보단 훨씬 좋으니까, 일단 얻고 보자는 생각이었지. 너도 알잖아. 아직도 퀘스트로 얻은 핵미사일이나 너보다 강한 무기는 나오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게 문제란 거다. 욕심. 레벨이 낮으니 당연히 들어오는 스킬 또한 좋지 않을 수밖에. 넌 이제 고작 600을 넘어선 이곳 인간들의 등급을 기준으로 하면 B급 헌터다. 그 레벨대에서 좋은 스킬을 바란다는 게 우스운 일이지. 잘 생각을 해 보면 넌 아직도 나는 물론이고, 핵미사일도 얻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그 퀘스트들이 너의 능력으로 얻은 것인지 한번 잘 생각을 해 봐라. 내가 볼 땐 운이 99%였다.]

“운은 아니… 뭐 맞는 말이라 딱히 반박할 게 없네.”

반박을 하려던 태정은 이내 수긍했다.

카이저의 말은 대부분이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금사자에서 협상이 없었다면, 우연히 최다솜에게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또 그녀가 눈을 감아 주지 않았다면 순항 핵미사일은 얻지 못했을 확률이 컸다.

애초에 무슨 수로 그걸 알아낸단 말인가.

아마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였어야 할 것이다.

천신병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봇 기지를 탈출한 것은 그의 능력이었지만, 단서가 될 카드 키는 태정의 능력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날 태평양에서 프리지아가 해왕을 유인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플렉시온을 얻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도 그곳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을 확률이 컸다.

카드 키가 있던 방의 문을 부술 수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어. 난 아직 많이 멀었어, 많이. 그보다 내가 들어갔던 거긴 대체 뭐였지?”

[그건 제라드에게 들어라.]

카이저의 말에 제라드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자세히 설명을 해 드릴 순 없지만, 거긴 주인님의 미래가 담긴 곳입니다.

“미래? 그럼 내가 시간을 초월했단 말이야?”

-초월한 것이 아니라 미리 경험을 한 것입니다.

“어째서?”

-정확한 원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직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마도 무의식의 개방 때 사용한 편법에 대한 부작용이라 생각됩니다.

“편법에 대한 부작용이라…….”

태정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죽음 직전 스쳐 지나가던 수많은 장면.

그 마지막엔 박세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박세아가 문제인가, 걔를 보고 빨려 들어간 것 같은데. 잠깐, 그럼 영상으로 보던 내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거잖아. 제라드.”

-예. 주인님.

“분명 스크린상 나는 김용진을 압도했던 것 같은데. 맞아?”

-맞습니다.

“그렇군. 그게 전부…….”

당시 태정은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카이저의 방을 찾을 때와 다르게 의식이 방 안에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해서 그는 이제 실제인지 꿈인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스크린 속 자신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또 실제로 그렇게 보이고 있었다.

마치 티비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건 모두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 있던 장비들은 하나같이 다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단 몇 개만으로도 그 괴물 같던 김용진을 걸레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던가.

“혹시, 내가 다시 또 들어갈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미 시리우스의 자동 방어 시스템이 가동돼 리셋이 됨은 물론, 시스템 코드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같은 방법으론 진입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한번 내성이 생긴 스킬은 두 번 다시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 몸으로 들어간다 한들, 주인님은 그곳을 빠져나오실 수가 없을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일로 인해 가드에 한번 걸렸다는 겁니다. 주인님의 심력이 그리 깊지 않아 유지 시간이 짧아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주인님은 어떻게 되셨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엔 어떤 면으로 보나 정말 위험했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뭐…….”

[방금도 말했거늘,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정석을 따르란 말이다, 정석을.]

“미안하다, 미안해. 말도 못 물어보냐.”

[내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내 잘못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니.]

“뭐?”

[너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내 잘못 또한 있다는 것이다.]

자존심 강한 카이저가 이 정도까지 말했다는 건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잘못을 인정하다니? 프리지아도 울고 갈 정도로 뻔뻔스러운 놈이?

하지만 뭐가 어찌 됐건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다.

애초에 그 약속을 철썩같이 믿은 것 자체가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어디 그게 네 잘못이겠냐. 내가 모자라고 약한 탓이지. 근데 이제부턴 좀 달라져 볼라고.”

[어떻게 말이냐.]

“강해질 거야. 누구한테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설령 내가 좀 모자라서 아닌 판단을 내린다 해도, 그걸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으로 강해질 거야. 다시는 누구도 위험에 처하지 않게. 그리고…….”

‘그런 무력감 따위 느끼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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