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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천재의 힐링생활백서-121화 (119/159)

121. 소년기(103) - #자전거!

나는 가장 먼저 몸체 부분인 프레임에 바퀴를 끼우고 나사로 고정했다.

뒤이어 핸들을 끼우고 거기에 브레이크를 연결했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끔 제작된 안장을 끼우고 자전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체인과 발판도 조립했다.

사실 지구에서 흔히 보던 자전거에는 서스펜션이니, 기어니, 변속기니.

온갖 복잡한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굳이 그런 기능까지 모두 넣을 필요는 없으니까.”

애당초 내가 원했던 건 편리한 이동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거니와, 내가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던 이유는 중 하나가 부품의 부재였다.

그중에서도 내 골머리를 앓게 했던 것은 바로 바퀴였다.

난이도로만 따지면 체인을 만드는 게 제일 어렵긴 했는데, 그거야 어떻게든 만들 수 있었으니까 패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바퀴의 타이어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없었다.

이는 앞으로 내가 꼭 제작하고 싶은 이동수단인 자동차에도 통용되는 사항이었다.

“마그테리움이라면 가능하니까.”

백색 마나라면 고무 타이어의 특성을 그대로 재연하는 게 가능했다.

하물며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오되 내구도는 월등하게 좋았고, 자동 수복기능까지 추가하는 게 가능하다. 만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타이어에 소모되는 백색 마나의 양도 적었고,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들 수 있는지라 이참에 크기 별로 만들어뒀다.

혹자가 본다면 기껏 받은 백색 마나로 자전거 바퀴나 만들고 앉아있느냐고 비웃을 것 같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내가 뭐 데모스처럼 세계 정복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내게 있어서 백색 마나 또한 DIY에 활용하기 좋은 도구일 뿐이었다.

이게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백색 마나를 늘리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전거 바퀴를 만든다고 백색 마나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마음 혹은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무언가를 함으로써 인해 상대방의 마음에 변화가 일면 그것이 곧 백색 마나로 변한다.

단 긍정적인 감정에 한해다.

“그래도 뭐, 다행이지.”

나야 원래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걸 좋아한다.

즉 굳이 백색 마나를 늘리겠답시고 뭘 한다기보다는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살면 알아서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래 봐야 아직은 백색 마나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지만.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보며 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부지런히 놀렸고, 마침내 자전거의 조립이 끝났다.

“끝!”

이제 직접 타고 놀 일만 남았나.

“흐음, 완성이 된 건가?”

“네. 이제 타기만 하면 돼요.”

나는 헤파이토 씨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뒤로하고 자전거에 올랐다.

푹신한 안장에 엉덩이를 붙이고, 발로 지상을 차며 천천히 전진했다.

이내 지상에서 발을 뗀 나는 자연스럽게 페달을 밟았다.

“우후!”

조금씩 빠르게 페달을 밟았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내 뺨에 닿는 바람도 거세졌다.

아, 시원하다.

공터를 빙글빙글 돌며 브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핸들은 부드럽게 돌아가는지, 나사는 견고하게 고정이 됐는지 등등.

꼼꼼하게 검수를 마쳤다.

“이 정도면 됐네요.”

왼발로 땅을 디딘 채 멈추자 헤파이토 씨가 냉큼 다가왔다.

“커험, 꽤 즐거워 보이는군!”

헤파이토 씨가 자전거를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보아하니 자전거를 타보고 싶은 것 같았다.

“타보실래요?”

“괘, 괜찮겠나? 내가 탔다가 부서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군.”

“에이, 별걸 다 걱정하시네요.”

이래 봬도 엄청 튼튼하게 만들어서 두 사람이 타도 거뜬하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렸다.

“여기요, 타 보세요!”

“그럴까? 음.”

헤파이토씨가 반색하며 자전거를 잡았다.

내가 타는 장면을 본 덕분인지 어설프게나마 자전거에 올랐다.

“안장은 그대로 둬도 되겠네요.”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듀로프는 대체적으로 다리가 짧았다.

당장 헤파이토 씨만 하더라도 나보다 훨씬 큰데, 다리 길이는 비슷했으니 말 다 했지.

“일단 이것부터 착용하세요.”

나는 헤파이토 씨에게 보호장구를 건넸다.

“이건 뭔가?”

“이건 헬멧이고, 이건 패드인데. 넘어졌을 때 다치지 않게끔 보호해주는 장비요.”

“으음, 그걸 꼭 차야 하는 겐가?”

“나중에 자전거가 능숙해지면, 그때는 벗으셔도 돼요.”

“알겠네.”

“아, 맞다. 보조 바퀴 달아드릴까요?”

“보조 바퀴?”

“네. 처음 타는 사람들은 중심 잡기가 어렵거든요.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보조 바퀴를 다는 것도 괜찮아요.”

내 말에 헤파이토 씨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보조 바퀴라니, 그런 건 없어도 괜찮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릴 땐 보조 바퀴를 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이건 헤파이토 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윽고 헤파이토 씨가 출발 준비를 마쳤다.

“거기서 발로 살살 출발하다가 적당한 때에 발을 떼고, 발판을 번갈아 밀면 돼요. 그리고 이건 브레이크라고 해서, 속도가 너무 빨라진다 싶으면 여기를 이렇게 잡으면 바퀴가 멈출 거예요.”

“알겠네!”

내 설명을 들은 헤파이토 씨가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대답과는 달리, 헤파이토 씨는 얼마 가지 못해 휘청거렸다.

“헛!”

당황한 헤파이토 씨의 발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어이쿠!”

졸지에 자전거에 깔린 헤파이토 씨가 버둥거렸다. 나는 서둘러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커험. 나는 괜찮네. 자네 말대로 헬멧은 꼭 써야겠구만.”

“그렇죠? 이게 처음 타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서 자주 넘어지거든요.”

“그렇군.”

“자, 다시 앉아보세요. 이번에는 제가 도와드릴게요.”

“음, 부탁하네.”

다시금 헤파이토 씨가 자전거에 올랐다.

나는 안장 뒤에 있는 짐칸을 꽉 잡았다.

“자, 제가 잡고 있으니까 아까처럼 넘어질 일은 없을 거예요. 천천히 출발하세요.”

“알겠네.”

그렇게 내 도움을 받아 자전거 타기에 연습하기를 30분여.

안타깝게도 헤파이토 씨는 자전거에 소질이 없었는지, 내가 손만 놓을라치면 넘어지기 일쑤였다.

오뚝이처럼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던 헤파이토 씨가 얼굴 곳곳에 묻은 흙과 풀을 털어내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이거 꽤 어렵구만.”

“어렵죠?”

나야 원래부터 자전거를 타 봤으니까 능숙할 뿐이지. 처음으로 자전거를 접했을 땐 지금의 헤파이토 씨처럼 넘어지고 까지기를 반복했으니까.

“크흠, 저 뭐냐. 보조 바퀴 말일세.”

결국 헤파이토 씨도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까지고 자전거를 탈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지, 조심스레 보조 바퀴를 언급했다.

“달아드릴까요?”

“음, 부탁하네. 계속 자네의 시간을 뺏기도 미안하니까.”

“뭘요.”

나는 웃으며 자전거에 보조 바퀴를 달았다.

“자, 이제 됐어요.”

“고맙네.”

역시나 보조 바퀴를 달자 헤파이토 씨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자전거를 몰았다.

“하핫, 이거 재미있구만!”

헤파이토 씨는 자전거가 퍽 마음에 들었는지, 호탕하게 웃었다.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이참에 이 주변이라도 빙 돌아보는 게 어때요?”

“그럴까?”

보조 바퀴로 말미암아 자신감이 붙은 헤파이토 씨는 내 제안을 듣자마자 그러겠노라고 말하며 공방을 벗어났다.

열심히 수염을 휘날리며 공방을 벗어나는 헤파이토 씨를 뒤로하고 남은 자전거의 조립을 시작했다.

이윽고 5번째 자전거가 완성될 무렵이었다.

저 멀리서 우다다다다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부산스러운 게 소리만 들어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장! 대장! 대자아아아앙!”

저 멀리서 록시가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제 몸집보다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보기에 몹시도 위태로웠다.

그 옆에는 루나도 함께였는데, 그녀 또한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우아앗!”

돌부리에 발이 걸린 록시가 그대로 나동그라지며, 공터를 데굴데굴 굴렀다.

아이고야.

나는 서둘러 록시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아?”

“우우우!”

거나하게 구른 탓에 록시는 흙과 먼지로 엉망이었다.

나는 록시를 일으켜 세우고는 몸에 묻은 흙을 털어줬다.

“조심해야지. 어디 보자,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내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금세 헤헤, 웃으며 활기를 되찾은 록시가 옷깃을 잡아당겼다.

“대장! 대장!”

“응?”

“나도, 나도! 타고 그거! 갖고 싶다!”

얘가 또 어디서 뭘 보고 온 건가?

“그게 뭔데?”

내 반문에 루나가 대신 대답했다.

“아까 헤파이토 아저씨를 봤어.”

헤파이토 씨?

자전거를 조립하느라고 깜빡 잊고 있었는데,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헤파이토 씨는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혹시 자전거 말하는 거야?”

“으응? 자전거?”

“자전거?”

나는 록시와 루나에게 자전거에 대해 설명했다.

“응! 그거다! 맞다!”

“응, 그거 맞아.”

“하여간, 그걸 타고 그대로 마을까지 가신 건가.”

못 말린다니까.

뭐, 상관없으려나.

애당초 마을 사람들에게 편리한 이동수단을 주고 싶어서 만든 게 자전거였거니와, 두 비스테르의 것이라면 이미 만들어뒀으니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록시는 타이밍을 참 잘 맞춘단 말이지.

“자, 이쪽으로 와.”

나는 록시와 루나에게 자전거를 보여줬다.

“우와아아!”

록시는 줄지어 선 자전거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자,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봐.”

“마음에 드는 거! 이거!”

록시는 주저하지 않고 가장 왼쪽에 있는 주황색 자전거를 골랐다.

루나는 짙은 남색 자전거를 선택했다.

“일단, 이것부터 차자.”

나는 록시와 루나에게 보호장구를 입혔다.

둘 모두 보호장구가 어색했는지 팔,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그사이에 나는 두 비스테르에게 맞게끔 손잡이와 안장의 높이를 조절하고, 보조 바퀴도 달았다.

“자, 먼저 록시랑 루나, 여기 앉아 봐.”

“응!”

“응.”

이내 두 비스테르가 안장에 엉덩이를 붙였다.

“좋아, 여기에 손잡이가 있지? 이걸 잡고······.”

내가 한창 설명을 하고 있자니, 마을로 떠났던 헤파이토 씨가 돌아왔다.

역시 실전보다 좋은 연습은 없다고 했던가. 짧은 시간이지만 헤파이토 씨는 능숙하게 운전하며, 내 옆에 멈춰섰다.

“으하하! 이거 재미있군! 음? 록시랑 루나 아닌가! 호오, 두 사람한테도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겐가?”

“네, 아까 헤파이토 씨를 보고 온 것 같더라고요.”

“호오, 그렇군.”

“자, 이제 여기를 밟으면 돼.”

이윽고 내 설명을 들은 두 비스테르가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이에 헤파이토 씨가 씨익, 웃더니 냉큼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딱 봐도 자신의 자전거 실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돌연 루나가 엄청난 속도로 페달을 밟으며, 헤파이토 씨를 제친 것이다.

심지어 자세도 호흡도 무척이나 안정적인 게 원래부터 자전거를 탔던 사람처럼 능숙했다.

이제 막 설명을 들었는데도 저런 여유라니······. 역시 루나는 운동신경이 끝내주는구나.

“나도! 나도!”

하물며 록시 또한 루나에게 지고 싶지 않았는지, 빠르게 페달을 밟더니 순식간에 헤파이토 씨를 따돌렸다.

“재미있다! 우하아아!”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본다는 게 저런 걸까.

“자, 나도 같이 가볼까? 자, 저 먼저 갈게요! 아, 그리고 그 자전거는 헤파이토 씨 드릴게요! 내일 봐요!”

“허어!”

나는 헤파이토 씨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록시와 루나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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