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40화 (140/212)

30. 1위 쟁탈전 (6)

BJ천마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콰드득!

백건의 손이 BJ천마의 공격을 받아냈다. 검을 받아낸 백건의 손에서 가늘게 피가 터져나왔다.

처음 몇 번은 가볍게 흘려냈던 것과는 달리 중검의 묘리를 살린 검의 충격을 완전히 흘려낼 수는 없었다.

박도는 중검重劍에 적합한 검이다. 육중한 무게와 무게를 싣기에 적합한 생김새. 그러나 단천은 지금까지는 구태여 박도의 묘리를 살리려 검을 움직이지는 않았다.

하수를 상대로 하는 데에는 무기에 구애받는 것보다는 화려하고 빠른 공격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으니까.

반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은 고수다. 무기가 주는 이점을 극한까지 활용해야만 했다.

‘그보다 슬슬 패를 까 보일 때가 됐는데.’

백건도 단천도, 가지고 있는 무공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검식과 자세만으로 이루어진 초식만을 서로 사용했을 뿐.

먼저 자신의 무공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게 그만큼 많은 정보를 준다는 의미이기에. 둘은 자신의 진신절기를 사용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이런 대치가 영원할 수는 없다.

방금의 일격으로 기본기는 단천이 우세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

“쯧. 먼저 가지고 있는 수를 보이는 것은 오랜만인데.”

[용 자세]

백건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피어올랐다. 동시에 용 형상의 기운이 백건의 몸에서 터져올랐다.

백건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궁극기. ‘용 자세’의 모션이었다.

“제대로 가 보지.”

쾅! 오를 대로 오른 능력치로 닫는 도움닫기에 바닥이 굉음을 내며 부서내렸다.

파바바바박! 수십 번의 권격이 BJ천마의 몸을 향해 쏟아져내렸다. 한 순간이라도 놓치는 순간 그대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하나하나의 권격.

단천은 박도를 들어 권격을 막아냈다. 첫 공세는 막았다. 하지만 한 번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다음 공격이, 그 다음 공격이, 그 다음 공격이 이어졌다.

무엇이건 막아내던 단천의 철벽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퍼억!

주먹 한 방이 BJ천마의 가슴팍에 꽂혀들었다. 이 세계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클린 히트(clean hit).

다행인 것은 맞은 주먹의 충격을 이용해 단천이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는 점.

【훌륭하다. 무공의 이름은?】

【무애연환격이라 한다.】

【무애연환격이라. 들어본 기억이 나는군.】

백건을 천하제일인에 올린 무공이 바로 무애연환격이다. 얼마나 막아내던지 아무런 지체 없이 바로 다음 공격이 이어지는 무한의 연속 공격.

이 공격의 연환은 당대 천마였던 고독악패를 찢어죽인 무공이기도 했다.

백건 이후로 완전히 실전되어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렇게 경함할 수 있다니.

【무애연환격이 상대를 죽이지도 못하고 끝난 것은 처음이로군. 이곳이 중원이었다면 가슴팍을 맞혔을 때 격살했을 텐데.】

【이곳이 중원이었다면 가슴팍을 후려갈기기도 전에 네놈의 팔이 도려졌을 거다.】

백건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눈 앞의 천마는 단 한 마디도 지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놈의 말이 죄다 사실이라는 점이었다.

백건의 팔 아래가 BJ천마의 공격으로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니까.

이곳이 중원이었다면 방금의 일격으로 팔이 잘렸을 것은 백건이 분명했다.

‘천공’의 시스템상 팔다리가 찢어지는 등의 과격한 모션이 나오지 않는 덕분에 백건이 이득을 봤을 뿐.

무애연환격을 받아내고 새파랗게 질렸던 고독악패는 도망칠 궁리만 했었는데. 놈은 반격을 넘어서서 파훼 직전까지도 도달했다.

심지어 놈은 자신의 독문절기를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순수한 감탄이 백건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내가 상대했던 놈보다는 네가 천마에 더 가까운 것 같군.】

【천마는 본좌뿐이다. 다른 놈들은 죄다 가짜에 불과하고.】

【···초대 천마는?】

【그 자식보다도 내가 더 강하다. 그러니 본좌만이 진짜다.】

심지어 초대 천마조차 자신의 아래라고 당당히 말한다. 본인이 더 강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초대 천마는 천마라고 인정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

개파조사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개뿔도 없는 미친 개망나니 자식이 분명하다.

【네놈을 보좌했던 마교 놈들이 무슨 고생을 했을지 눈에 선하군.】

【실력은 있는데 사람 보는 눈은 없나보군. 나를 싫어했던 수하는 신교에 단 한 명도 없었다.】

【네놈을 싫어한다고 하면 그날로 개패듯이 두들겨 팼지?】

【······.】

【맞나보군. 그러니 싫다는 말이 안 나오지.】

【···좋은 지존을 둔 덕에 본좌의 천마신교는 천하통일도 했다.】

【진나라의 시황제도 천하통일을 하기는 했지.】

저런 인간이 천하제일인이라니. 저놈이 살던 시대의 중원이 무슨 꼴이 났는지는 안 봐도 훤하다.

백건은 단천을 보좌했을 마교의 졸개 놈들에게 진심을 담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단천은 자신의 명경지수를 흐트러트리려는 비겁한 음해공작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백건은 백도중의 백도라 불리던 정도의 정파인이었다. 자고로 정파에 몸 담은 놈들 치고 음해공작 펼치지 않는 인간이 없는 법.

결국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이다. 단천은 박도를 들어올렸다.

백건의 능력에 대한 탐색은 끝났다. 무애연환격의 묘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러니 비록 일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승기는 단천 쪽에 있었다.

[용 자세의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궁극기인 용 자세의 지속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으니까. 용 자세는 전반적인 능력치를 폭증시키고 공격의 데미지를 추가해 준다.

그런 궁극기가 끝나고 나면 백건이 누리고 있던 이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상황.

‘이 호흡에 끝을 낸다!’

백건의 몸이 다시 한 번 단천을 향해 뻗쳐들었다. 백건의 손에 맺힌 용의 기운이 땅에서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실로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

‘가지고 있는 최고의 초식이로군.’

어설프게 힘을 아끼다가는 그대로 패퇴한다. 단천은 호흡을 끌어모았다.

저 정도 초식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초식은 몇 가지 없다.

게다가. 이것이 마지막 맞부딪힘일 수 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도리.

단천의 검이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단 한 합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을 한 합에 쏟아붓는 역천의 무공.

천마신공의 일 초식. 창천향.

우드득! 드득!

초식이 중간에 도달했을 뿐인데도 박정의 근육 여기저기가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져질 대로 다져진 박정의 몸조차 천마신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VR게임의 한계치에 가까운 통증이 단천의 몸에 흘러내렸지만 단천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견딘다. 그리고 보여준다.’

그것이 최고의 초식을 마지막으로 보여준 백건에 대한 상찬일 테니까.

BJ천마의 검이, 백건이 만들어낸 용에 맞닿았다.

초식과 초식, 힘과 힘, 패도覇道대 패도가 맞닿은 곳에서 거대한 폭풍우가 피어올랐다.

온 세상을 뒤틀 듯이 피어오르던 폭풍우가 그쳤다.

> 누가 이긴 거임?

> 몰라 ㅅㅂ

> 이번에 이 게임으로 나올 매드무비 블루레이로 안 파냐?

> 바로 사러간다 ㄹㅇ

말라붙은 백건의 입이 달싹였다. 말은 새어나오지 않았지만 단천은 여태까지처럼 그 입을 읽어낼 수 있었다.

【훌륭하다.】

백건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걸려 있었다.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음에도 만족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별호를 묻지 않았군.】

별호. 천마는 제각각 천마라는 이름 앞에 따로 붙는 별호를 붙여넣는다.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서다.

단천 또한 천마라는 이름 앞에 붙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알려줄 만한 가치가 없는 상대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았고.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상대는 자신의 별호를 들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단천은 입을 열어 자신의 별호를 말했다.

【···그대에게 너무나도 어울리는 별호로군.】

그 말을 마친 백건의 몸이 바닥으로 서서히 쓰러져내렸다.

[BJ천마가 백건을 처치했습니다.]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

[시즌 1 랭크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랭크 게임 순위가 결정되었습니다!]

[1위 : BJ천마]

[2위 : 백건]

“당연한 결과로군.”

단천은 굳어진 랭크게임 순위를 보며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1이라는 글자와 저렇게도 알맞는 단어가 또 있을까.

> BJ천마! BJ천마! BJ천마! BJ천마! BJ천마! BJ천마!

> 엄마 난 커서 BJ천마가 될래요!!엄마 난 커서 BJ천마가 될래요!!엄마 난 커서 BJ천마가 될래요!!

> 자소서에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 있길래 ‘BJ천마’라고 적었다

> 나는 아버지 이름에 우리 아빠랑 BJ천마 같이 적어놨음

> 아버지가 둘이라 좋으시겠어요···

채팅창에 몰려든 20만명의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도배를 하는 탓에 렉이 걸릴 정도였다.

물론 채팅창만 미친 듯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미션맨 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BJ천마는 자면서도 펜타킬을 한 적이 있다.]

[존야의모래알 님이 4,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여기가 탑의 신께서 하시는 방송 맞나요???]

[병신돌파탑렌라간 님이 111,11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1,2위가 탑솔러··· 이로서 탑이 가장 위대한 라인이 증명되었다···.]

···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후원 메시지들.

‘이게 도대체 얼마야.’

돈에 초탈한 단천조차도 금액이 궁금해질 정도의 속도로 올라가는 후원창.

이렇게 많은 후원이라면 그만한 리액션이 있어야 했다.

단천의 고개가 서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까아-딱.

지금까지의 까딱임중에 가장 커다란 까딱임이었다.

> 와 후원 리액션 뭐냐

> 천마님의 역대급 리액션 ㄷㄷㄷㄷㄷ

> 눈에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고개를 까딱이시다니 ㄷㄷㄷㄷㄷ

> 이 정도면 4000K화질에서도 보일 정도로 까딱인 거 아니냐??

> 현미경으로 안 봐도 되는 까딱임을 보여주시다니··· 혜자 그 자체···!!!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BJ천마의 어마어마한 리액션에 채팅창이 충격에 빠졌다.

그렇게 충격과 공포의 리액션을 보여준 단천은 로비 창을 떠나 만신전으로 향했다.

랭크 1위를 찍었으니 보상을 받아야 했다. 랭크 1위를 달성하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두 개다.

그 중 하나는 단천이 받을 보상이다.

‘내가 받을 보상은 추후에 이야기를 하면 될 테고.’

단천이 받으려는 보상은 스킨 보상이다.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은 하나의 보상은 지금도 받을 수 있는 것.

만신전에 도착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야수도 박정이 보였다.

“해냈군.”

“본좌가 해 낸 거지. 네가 한 것은 1푼 정도쯤이고.”

> 1푼의 기여도까지 아끼지 않고 인정해 주시는 대인배 그 자체;;

> 찬양하라! BJ천마!

> 그만해 동상까지 세우겠다

> BJ천마 동상 크라우딩 펀딩합니다 (1000원/1억)

> 9천만원 펀딩 완료했습니다 ^^7

“받을 소원은 생각해 놨나?”

“···물론이지.”

“함께 봐도 되겠나?”

“무혼이여. 그대가 아니라면 누구와 함께 보겠나?”

“그야 그렇군.”

[「야수도 박정」이 첫 번째로 승천합니다.]

[「야수도 박정」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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