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79화 (179/212)

41. 운석 충돌 (2)

[그래서 다음 방송까지 얼마나 남았는데???]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으니까 그만 보채]

[방좀 빼라. 여기가 스트리머 게시판이냐 BJ천마 게시판이냐?]

[?? 8시간 전부터 BJ천마 게시판이었는데 방은 너희가 빼야지;]

[??? : 너희가 나가라 원주민 새끼들아]

[이주민들인 줄 알았는데 콜롬버스였네;;]

스트리머 게시판은 거의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올라오는 인기 게시글들의 거의 전부가 BJ천마의 다음 방송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비단 한국의 게시판만 이런 상태는 아니었다.

[서유나 : 아시아권, 영미권, 중동권의 게시판 전부다 BJ천마님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어요.]

이것까지는 충분히 누구나가 다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도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이니까.

하지만 지금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파급력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원래라면 인터넷 방송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제도권 방송국의 기자들조차 BJ천마에 대한 언급을 시작한 것이다.

그야 당연했다. 평범한 ‘방송’이라면 공영방송에 집어넣기가 상당히 애매해진다.

하지만 지금 BJ천마의 방송은 엄연히 ‘기부’를 하는 자선행위다. 세계적인 방송에서 한국의 스트리머가 수억 단위의 기부금이 걸린 게임을 한다는 것은, 평소에 스트리머에 관심이 없을 사람들까지도 끌어당길 수 있는 소잿거리인 것이다.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저 뉴스처럼.

[···BJ천마의 방송으로 모인 현재 기부금액은 20억원을 넘긴 상태입니다.]

“언제 그만큼 모였대.”

단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인 기부액수에 짧게 감탄했다.

자잘하게 모이는 액수들과 종말 포인트로 모인 것들을 크게 체크하지 않았는데, 꽤 많이 포인트가 모인 모양이다.

물론 대부분은 종말 포인트. 즉 ‘인화’ 쪽에서 내야 할 돈일 터다.

“지금쯤 발작하고 있겠군.”

단천은 리 창퐁의 일그러질 얼굴을 떠올리며 짧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기부로 십수억을, 그것도 자신들의 게임이 아닌 게임을 광고하는 데 태우고 있다면 제정신일 리가 없다.

채널을 돌리자 한국의 공영뉴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방송국에서도 단천의 플레이 영상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BJ천마. 그는 종말을 막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이다.]

[성공적인 기부가 진행중입니다.]

[한국의 방송인, 천마의 기부액수가 최대 액수가 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생각보다도 더 효과가 좋군. 기껏해야 한국 내에서만 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단천은 홍삼캔디를 입에 물고 홍삼진액을 빨아먹으며 중얼거렸다.

기부를 한다는데 나쁜 사람이라고 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뉴스들은 사실상 무료로 진행되는 전세계적인 ‘광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런 광고는 물론 단기적으로는 기부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장기적으로는 BJ천마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로 이어진다.

“이십만은 확실히 넘을 테고. 삼십만쯤 되려나.”

“우리 동생. 방송 이야기야? 삼십만?”

어느새 튀어나온 단지은이 눈을 빛내며 단천의 말에 호응했다.

“어. 삼십만.”

“오오. 수입이 30만원이라니. 대견한데? 우리 천이 좀 더 지나면 대기업 스트리머 되는 거 아냐?”

수입이 삼십만이 아니라 시청자가 삼십만. 이라고 단천은 구태여 정정하지는 않았다. 대기업 스트리머가 된지는 좀 됐고 세계적인 스트리머가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말도 구태여 하진 않았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언젠간 알아서 알게 되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몰라도 별 상관 없다. 안다고 해서 단지은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 귀찮은 일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을 시간에 입 안에 홍삼 진액을 집어넣는 것이 이롭다.

쪼옵. 쪼옵.

“천아. 나도 그 홍삼액 좀 주면 안 되냐?”

“안 돼.”

“진짜 치사하게. 암만 그래도 금고형 냉장고를 사는 건 심했잖아!”

“전혀 안 심해. 영약 도둑이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출몰하는 곳이라.”

단천은 얼마 전에 구매한 지문으로 작동하는 금고형 냉장고를 만족스럽게 쓰다듬었다. 금고형 냉장고가 생긴 후부터는 안심하고 수련을 하러 뒷산을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그래. 너 좋은 거 많이 먹고 백년 살아라!”

“백 년?”

백 년을 살라는 말에 단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예가 하늘에 이른 무림인에게 백 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악담을 하다니.

천마신교에서는 천세千世라는 말도 짧아서 못 쓰도록 금지했었는데. 고작 백 년이라니.

말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누나. 그보다 출근 안 해?”

“아. 맞다! 니가 홍삼 안 줘서 까먹은 거잖아!”

“기억력에 좋은 혈도 있는데.”

“그 더럽게 아프기만 한 혈도? 안 해!”

단지은이 허둥지둥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단천은 쫍쫍거리며 남은 홍삼을 입 안에 모조리 털어넣었다.

“슬슬. 나도 방송 준비를 해야겠군.”

***

[스트리머가 방송 시작을 준비중입니다!]

> 드디어 왔다ㅏㅏㅏㅏㅏ

> 진짜 길었다···

>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ㅠㅠㅠㅠㅠ

> 기다리다 죽어서 묘지에 묻힌 채로 방송 보는 중이다

[8시간=영원 님이 $ 50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천마님이 안 계시는 동안 공룡이 8번 멸종했습니다.]

“8시간 기다려놓고 엄살은.”

하지만 엄살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기다림이 간절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 방송이 끝나면 방송을 봐 주는 시청자들이게 뭔가를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 뭐냐, 코인이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코인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유행하고 있으니. 당장 자신도 코인으로 한 몫 벌지 않았던가.

그러니 천마코인이라는 것을 발급해서 시청자들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코인을 만들 주조회사는 자신의 검을 만들어준 공방에 의뢰하면 될 터다.

금 시세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금 시세야 나중에 알아보면 되는 일이겠지.’

단천은 코인에 대한 생각을 접은 다음 시청자수를 확인했다.

[현재 시청자 수 : 557,081명]

‘······.’

시청자수를 확인한 단천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50만이라는 수치. 그것도 방금 방송을 켰는데 50만이다.

> 50만? 이거 맞음??

> 뷰봇 아니냐?

> 뭔 뷰봇이야 나라 안 가리고 커뮤니티에서 난리났더만

>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50만이건 100만이건 본좌의 방송은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중원에서도 수없이 많은 천마교도들을 통솔했던 것이 단천 아니던가.

50만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럼. 이제 「종말 생존자」를 가 보도록 하지.”

[게임을 동기화합니다.]

[신체 컨디션을 점검합니다.]

[신체 컨디션 : 최상]

[반응 속도 : 최상]

[게임을 시작합니다.]

시점이 전환되자마자 보이는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낯선 천장이군.”

사실 완전히 낯선 천장은 아니다. 한때 자주 봐 왔던 익숙한 병원의 천장이었으니까.

자신이 왜 병원에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약물 앰플을 사용하고 쓰러졌으니, 당연히 병원으로 데려온 것이겠지.

단천은 몸을 일으켰다. 옆에는 청연과 이중한, 김용태, 거기에 웅담이까지 줄줄이 자고 있었다.

> 다른 건 다 몰라도 곰돌이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병원에 무슨 곰이 들어와 있어 털 날리게 ㅋㅋㅋㅋ

단천은 몸을 일으킨 다음 몸 상태를 점검했다. 우선 가볍게 정권.

쉬이이잇!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단천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신체능력이 꽤 많이 올라갔군.”

> ? 뭐가 좋아진 거임?

> 바람 가르는 소리로 어케 신체능력 오른 걸 아냐

“확실히. 이것만으로는 모를 수도 있겠군.”

몸을 움직이는 속도와 힘은 또한 별개다.

그러니 실제로 이 몸의 퍼포먼스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가늠할 필요도 있기도 하다.

단천은 벽에 손을 가져다댔다. 벽과 손바닥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 원래라면 손바닥이 완벽히 밀착된 상황이니만큼 힘을 벽에 전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법칙에 불과하다.

‘역시. 몸 안에 내공 비스무리한 뭔가가 있다.’

다키스트 에이지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힘을 내공처럼 쓸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천은 내공을 벽에 짚은 손으로 밀어넣었다.

우드드득! 콰아앙!

콘크리트로 된 벽이 종잇장처럼 조각나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뭐, 뭐야?!”

“으아악!”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뀨에에에!

자고 있다가 소음 테러를 당한 세 명과 한 마리가 일어났지만. 단천의 관심은 온통 벽에 가 있었다.

“생각보다는 약하군.”

> ···콘크리트 벽이 산산조각났는데요?

“그거야 맨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잖느냐.”

> 대체 어느 맨몸이 콘크리트 벽을 산산조각내는데요??

내공이 충분했다면 힘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벽을 고운 모래처럼 조각낼 수 있었을 텐데.

“뭐, 뭐에요! 감독님 언제 일어났어요!”

“방금.”

“일어나자마자 뭐 하는 짓이에요!”

“몸 테스트. 생각보다는 몸이 약하군.”

“······일어나자마자 하는 게 몸 테스트에요?”

“그러면.”

“아니. 됐어요. 갑자기 쓰러져서 죽은 줄 알았다고요.”

잘 보니 일행의 눈시울이 죄다 부어 있다.

> 걱정 많이 한 모양이네

> 이러니저러니해도 은인이니까

“꼴보기 싫게 짠 모양이군.”

> 천마님 동료들이 걱정했다는데 그게 할 말입니까?

“걱정을 그렇게 했는데 할 말이에요?”

“꼴보기 싫게 찔찔 짠 모양이군.”

“······.”

애초에 협객이란 놈들이 다 그렇다. 자신의 고통보다 타인의 고통을 더 느끼는 놈들이다.

걸핏하면 상처가 났느니, 자신이 대신해서 나선다느니, 쓰잘데기없는 탓에 상대하는 게 심각하게 귀찮은 것이 이런 종류의 인간들인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본좌의 몸은 82근 언월도처럼 가볍기 그지없으니까.”

“···82근 언월도면 엄청 무거운 거 아니에요?”

“아니. 가볍기 그지없는 무게다.”

“···그렇다고 칠게요. 벽을 무너트릴 정도면 확실히 건강해지긴 한 모양이네요. 그 앰플 덕분인가요?”

“그렇다.”

단천은 몸에 흐르는 내공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게임에서 적용되는 ‘내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데 걸었는데. 실제로 종말 생존자에서도 이 ‘내공’이 재현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지금 단천의 몸에 존재하는 내공은 대략 1갑자 정도.

‘터럭만큼도 되지 않는 수준의 내공량이군.’

1갑자의 내공이라도 얻고 싶어하는 무림인이라면 게거품을 물며 달려들 생각이었겠지만. 신화경의 경지에 입문했던 단천에게 1갑자는 실제로 터럭만도 못한 수준의 내공이었다.

이 정도 내공으로는 운석을 상대하는 게 좀 힘들다. 운석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한 이 열 배 정도는 내공이 있어야 해 봄직하다.

대략 10갑자의 내공을 일시적으로 얻어낼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 : 3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단천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극의의 무재를 가진 단천이라고 해도 1갑자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운석을 갈라내는 것은 다소 무리인 일이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다면 다른 내공 수급처를 찾을 텐데.

> 아니 뭔데 시간 3일밖에 안 남음?

> 실제 게임 시간으로 며칠동안 쓰러져 있었으니까;

> 3일이나 남겨준거면 엄청 많이 남겨준거지 ㄹㅇ

“아무튼. 그 약 엄청 위험한 거니까, 남은 약들은 신중하게, 용량을 최대한 조절해서 필요한 사람들이 써야 해요.”

약 앰플. 이라는 소리를 들은 단천의 눈이 빛났다.

“···약 앰플.”

그러고 보니 약 앰플을 모두 사용하지 않았었다.

“네. 천마 감독님이 쓰신 그거요.”

“그 앰플. 얼마나 남았지?”

“···감독님이 쓰신 양 기준으로 하면 대충 10병 정도요.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사하면 1000명 정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에요.”

“10병이 남았나. 딱 좋은 분량이로군.”

“뭐가요.”

“딱 좋은 분량이야.”

‘그러니까 뭐가.’

청연의 눈이 불안하게 떨리거나 말거나. 단천의 계획은 이미 머릿속에서 완성되어 있었다.

아마 단천의 계획을 듣는다면 생존자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런 비동의를 무시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지.”

> 언제는 남의 비동의를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주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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