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180화 (180/212)

41. 운석 충돌 (3)

“···그래서. 운석을 막아야 하니 앰플을 달라는 건가?”

“그렇다.”

한창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을 돕던 이원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곧 떨어질 운석과, 그로부터 생겨날 해일을 막아내야 하는 상황.

모든 사람들이 눈코 뜰 새도 없이 사람들의 이주를 돕고 있는 상황에 저런 헛소리를 하니 눈살이 찌푸려질만도 했다.

“···당신들이 온 덕분에 좀비들이 치료되어 간다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토당토않은 일에 소중한 앰플을 낭비할 수는 없네.”

“얼토당토않은 일?”

“인간이 운석을 막아내겠다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지.”

“글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단천은 말을 마친 다음 뒤에 있는 일행들을 바라봤다. 물론 일행들의 표정은 이원혁과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 말도 안 되지

> 운석 크기가 작으면 괜찮은 거 아님?

> 아니 운석이 작고 자시고의 문제냐?

> 되겠냐고 ㅋㅋㅋㅋ

> 어떻게 천마님 편이 아무도 없냐

> ㄹㅇ ㅋㅋㅋㅋㅋ

“애초에. 인간의 몸으로 운석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네.”

“그거야, 당신네들의 상식이고.”

“애초에 그 앰플이 인간을 넘어서는 힘을 준다고 했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지 않나.”

“그럼. 보여주면 되겠군.”

단천의 눈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복되어 있는 탱크를 바라봤다.

“저 탱크는?”

“운행 중에 전복된 탱크일세. 눈과 흙이 엉겨붙어 있는 곳을 지나다가 그만.”

“그럼 어차피 쓸모없는 물건이라는 거군.”

말을 마친 단천은 뚜벅뚜벅 탱크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짧은 발경發勁.

콰아아앙!

탱크의 몸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탱크가 손바닥 뒤집히듯 뒤집혔다.

“······.”

눈 앞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원혁의 눈.

“이 정도면 됐나?”

“···초능력이라는 거. 상상 이상의 힘을 인간에게 주는 모양이군.”

> 모든 능력자가 다 저렇진 않아요

> 능력자가 다 저 모양이면 그게 ㄹㅇ 종말이지

> 저 모양이라는 게 인성 말하는 거냐 능력 말하는 거냐

>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하지만 탱크 한 대 뒤집는 것과 운석을 격추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네.”

“그건 너의 생각이고.”

“잊고 있나 본데. 앰플은 내가 가지고 있네만. 나를 설득해야만 앰플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그거야 너의 생각이고.”

남의 손에 들어가있거나 말거나 단천 입장에서는 자신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하늘 아래의 모든 것들은 천마의 것이니까.

“애초에 설득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설득? 통보를 한 것 뿐인데.”

이원혁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무튼지간에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가능성은 정말로 있나? 자네가 가지고 있는 ‘미래시’로 보기에 말일세.”

“미래시?”

그러고 보니. 지금 단천은 사람들에게 미래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이원혁은 단천이 미래시로 보기에 운석을 부술 수 있을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단천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지?”

“백 퍼센트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묻는 걸세.”

“백 퍼센트다.”

당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에 이원혁은 길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눈 앞의 남자가 오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좀비들과 싸우고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곧 운석이 충돌할 것이라는 점도 알지 못했을 것이고, 꼼짝없이 종말을 맞이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운석을 막아낼 수 있다면. 뒤이어 오게 될 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지만.

“···부관.”

“네.”

“지금 확보해 놓은 탄도미사일이 얼마나 남았지?”

“재고는 꽤 넉넉합니다. 추위로 인한 손망실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미사일을 사용할 일이 있을까?”

세계는 종말을 맞이했다. 어쩌면 총과 무기들이 필요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수가 극도로 줄어버린 상태다. 과거와 같은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고.

미사일은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이 필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모든 국가가 붕괴한 데다가 위성으로 연락이 되는 인간도 없으니까요.”

“그러면 미사일을 죄다 사용해도 도박에 거는 판돈으로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단천의 표정이 잠시 찡그려졌다. 앰플만 달라고 했는데, 웬 뜬금없는 미사일 이야기라는 말인가.

“좋네. 앰플을 자네에게 주지. 거기에 날아오는 운석을 향해 미사일을 쏟아붓는다면···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파괴할 가능성이 충분히 올라가겠지.”

‘뭔 미사일 지원이야.’

> 미사일 지원 있으면 가능할듯?

> 최소한 운석을 조각내면 충격은 줄어들지 않냐?

> 근데 날아오는 운석을 미사일로 맞출 수는 있냐?

> 그래도 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거 아님?

> ㅇㅈ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미사일을 지원을 받으면 운석을 충분히 격추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걸 왜 니들이 결정하는데.’

단천의 표정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룰루랄라 10갑자 내공으로 운석을 터트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왜 인간들이 모여서 숟가락을 얹으려 한단 말인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미사일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하면 어떡할 거지?”

“자네가 싫다고 해도 지원할 걸세. 운석을 격추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좋은 생각 같으니 말이야.”

“실패한다고 해도 상관없죠. 생각해 보니 어차피 미사일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만한 자원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철덩어리가 될 테니. 그냥 한 번 화끈하게 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인류를 위한 성대한 폭죽놀이가 되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껄껄거리는 웃음이 주변에서 터져나오거나 말거나. 단천의 표정이 한층 더 구겨졌다.

‘죽일까 그냥.’

내가 입찰한 운석에 상회입찰하지 마라.

***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 : 5시간]

단천이 타고 있는 배가 바다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사흘동안 꽤 많은 준비가 이뤄졌다. 날아오는 운석의 궤도를 계산하고,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남은 것은 실전뿐.

“그만 삐져 있으세요.”

“삐진 적 없다.”

“운석 파괴하는 거 도와주겠다고 군부대에서도 나섰는데 대체 어디서 화가 난 거에요?”

> 그러게

> (공포) (기괴) 난이도가 쉬워진다고 화를 내는 인간이 있다??

[아. 아. 천마신교. 수신 양호한지.]

“양호하다고 알림.”

[운석 충돌 예측되는 좌표에 곧 도착할 예정.]

“곧 운석 떨어질 자리에 도착한대요.”

“그런가.”

단천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시간이 꽤 남아 있는 탓이다.

“진짜 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왜 본좌를 따라 여기까지 온 거지?”

“거야. 혼자 죽게 둘 순 없으니까요.”

“남 도우면서 살면 오래 못 산다.”

몇 번 한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청연은 들은 체 만 체 하는 표정이다.

“오래 못사는 건 천마 감독님이 더 오래 못살지 않을까요?”

“왜.”

“오지랖 넓게 다른 사람들 도와주잖아요. 당장 지금만 해도 운석 떨어지는 거 막겠다고 나왔고.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해 보고 싶으니까 나온 거지, 남을 위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

“아무튼 감독님이 오래 살진 못할 거라는 게 요지에요.”

오늘 아침에는 단지은이 자신보고 100살까지밖에 못 살 거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청연까지 자신에게 오래 못 살 거라고 이야기한다.

단천의 표정이 찡그려지거나 말거나 청연은 말을 이어나갔다.

“왜 사람들을 돕는 거에요?”

“딱히 돕는 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더 많이 살아남는게 좋으니까.”

“왜요?”

“인간이 더 많이 살아남아야 본좌의 이름을 더 오래 전할 테니까.”

자신의 이름을 오래 남긴다.

피를 피로 씻는 중원에서 단천이 무림을 제패하며 최대한 살생을 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굳이 따지자면 무의 끝을 보는 것보다는 후순위였지만.

“이름이 오래 남으면 좋은 게 있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세상에 무언가를 남긴다. 자식이건, 가족이건, 창작물이건.”

“그렇죠.”

단천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며 언제나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살아왔다.

중원에서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삶이 힘들수록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

“그러니 본좌의 이름을, 무력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싶은 거다.”

중원에서 단천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오랫동안 기억되기 위해서는 중원이 유지되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단천은 피를 피로 씻는 중원을 강제로 평화롭게 만들었다. 단천으로 말미암아 죽어가던 중원은 새로운 꽃을 피웠으며, 무림의 크기도 단천이 처음 중원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더 커졌다.

중원의 평화와 번영에 천마신교, 아니, 단천이 기여한 바는 누구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크흑···! 단천! 그 빌어먹을 악적을 반드시 처단해야만 한다!

─ 그 빌어쳐먹을 천마 새끼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 죽어라 수련해라! 강해져라! 놈을 죽일 수 있도록!

─ 놈의 패악질을 처단해야만 한다! 천마신교는 몰라도 그 빌어쳐먹을 망나니 천마 새끼는 반드시 처단해야만 한다아아악!

왜인지 그런 태평성대를 만들었음에도 천마신교를 혐오하는 무림방파의 수가 꽤 많았지만, 아무튼지간에 중요한 것은 중원이 때 없는 평화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를 잘 기억하고 있으려나.’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 단천이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BJ천마로 방송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물론 21세기에서 죽음으로 내몰릴 일은 없겠지만. 유년기와 중원에서의 평생 죽음의 곁에서 살아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관성적으로 이전처럼 살게 된다.

단천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상태창을 바라봤다.

[운석 충돌까지 남은 시간 : 15분]

쿠구구구구!

하늘 저 멀리에서 거대한 천체가 떨어져내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운석 온드아ㅏㅏㅏㅏㅏ

> 운석 박살엔딩 가즈아ㅏㅏㅏㅏ

> BJ천마!BJ천마!BJ천마!BJ천마!BJ천마!

자신을 응원하는 수없이 많은 채팅들. 저 사람들의 기억에 BJ천마라는 이름이 기억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터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의 이름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군.”

단천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내리는 운석을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중원에서 운석을 일도양단했을 때는 증거가 없었던 탓에 허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음해를 당했지만.

“방송이란 게 있어서 다행이군.”

방송은 영상이라는 증거가 남는다.

그러니 자신이 운석을 박살내면, 이번에는 그 누구도 그것이 허풍이라고 말하지 못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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