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606화 (606/1,303)

606화 환자가 머리가 아프대요 (3)

‘그 외 호흡은 정상. 숨이 차 보이진 않아.’

[네, 그렇습니다. 배도 많이 튀어나와 있다거나 하지는 않군요.]

‘관절 부위 멍도 없고.’

[키가 체중은 오히려 또래에서 꽤 큰 편입니다.]

‘좋아. 이쯤 해 둘까.’

수혁은 불과 1분가량 되는 시간 만에 스캔을 끝냈다.

얻어 낸 정보는 수술이 헤어라인 따라 들어간 절개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 수술 후 딱히 이렇다 할 신경학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눈이 많이 나쁘다는 것 그리고 구호흡이 있다는 것 정도였다.

동정맥 기형 수술이 그리 쉬운 수술은 아니었을 텐데.

확실히 최낙필이 언행이 부주의하고, 환자에게도 불친절함을 넘어 가끔은 무성의할 때까지 있음에도 태화에 남을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수술 실력 하나는 국내 톱 중 하나였다.

“그래, 김나나 님.”

하여간 수혁은 문제 목록까지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보호자에게가 아니라 환자에게였다.

이건 이기자 교수에게 들은 팁이었다.

‘부모는 자신들이 아이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 마련이지만, 어떻게 아이 본인보다 잘 알 수 있겠어? 질문을 한다면 우선 아이에게 해야 해. 그리고 그렇게 해야 이 의사가 나를 무시하지 않는구나 한다고. 특히 열 살 넘었잖아, 반드시 그렇게 하는 게 좋아.’

수혁의 말에 부모도 환자도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일단 교수가 이름 불러 주는 게 처음이어서도 그랬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어서도 그랬다.

하여간 나나는 13살이나 먹은 아이답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머리가 아프다고 했죠?”

“네……. 머리가 아파요.”

“얼마나 됐죠?”

수혁은 이미 아이에 대한 기록을 한번 슥 훑어본 바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이지 훑어보기만 한 수준이었으나, 수혁에게는 바루다가 있지 않나.

기본적인 정보는 다 갖고 있다고 보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혁은 마치 환자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질문을 이어 나갔다.

“어……. 거의 1년?”

“그게 점점 심해졌어요?”

“네. 심해졌어요.”

“그렇군요. 3개월 전에 수술받았죠?”

“네.”

“그러고 나서는 어때요?”

나나는 이번 질문을 받자마자 양옆을 바라보았다.

부모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아픈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병이라는 게 딱히 뭘 잘못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괜찮아요. 지금 저랑 얘기하는 거니까. 아니면, 부모님 잠깐 나가 계시라고 할까요?”

눈치 보느라 자신의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파다했다.

그럴 경우, 아예 분리시키는 것도 방법이라 했다.

하지만 나나는 고개를 젓고는 곧 입을 열었다.

“사실……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어요. 계속 아파요. 수술하고 나서 바로는 좋은 거 같았는데…….”

“수술 후 약을 먹었죠?”

“네.”

“2주간 먹었을 텐데, 그때는 덜 아팠어요?”

“네.”

“그리고 약이 끊기니까 다시 아파졌군요?”

“네.”

“흠.”

수혁은 아이가 수술 후 먹은 약을 슥 하고 훑었다.

수술 부위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진통제가 섞여 있었다.

목적이야 수술 부위 통증 조절이었겠지만, 사실 진통제라는 게 부위를 가리던가?

부위가 어디건 간에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은 가라앉기 마련이었다.

이런 경우 마스킹이 될 수 있단 얘기였다.

다시 말해 수술 후 먹은 진통제 때문에 원래의 통증이 사그라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 말은 곧…….’

[헛다리를 짚었다는 거겠죠. 하지만…….]

‘동정맥 기형이 공교롭게 머리에 있었어. 이게 흔한 기형은 아니잖아?’

[네. 그리고 기형이라는 워딩도 조금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응?’

[환자는 분명 1년 전부터 두통이 발생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만약 증상과 동정맥 기형이 얼마간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문제였다기보다는 진행을 했거나 새롭게 생긴 문제였을 수 있습니다.]

‘그런 질환이 있어?’

[글쎄요. 이쪽은 워낙 희귀 질환이 많은 데다가…… 내과 분야는 아니라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수혁은 침음을 흘리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꾹꾹 눌러 대고 있었다.

아이답지 않게 꽤 능숙해 보였는데 아이가 얼마나 오래 앓아 왔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입을 숨을 쉬고 있었다.

그로 인한 얼굴 변형이 조금이나마 있을 지경이니, 이것도 아이를 꽤 힘들게 하는 요인일 터였다.

“질문을 바꿔 볼까요.”

“네.”

“혹시 숨쉬기 어려운 적이 있어요?”

“네? 음……. 그건…….”

두통보다는 조금 모호한 증상이기는 했다.

아이는 뭐가 되었건 입으로라도 숨을 쉬고 있었으니.

하지만 아이들은 코만 막아도 숨을 잘 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어른들에 비해 본능에 더 충실한 부분이 있어서였다.

“약간요? 근데 입으로 쉬면 되니까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그거까지는 잘…….”

“아주 오래됐나요?”

“음……. 옛날엔 안 그랬던 거 같아요.”

“그렇군요. 코안을 좀 볼까요?”

“아, 네.”

본래 같으면 순환기내과 진료실, 그중에서도 심장 질환을 보는 진료실에 코 보는 기구가 들어 있을 리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3번 진료실에 한해서는 이런저런 기구들이 들어와 있었다.

수혁과 이현종이 빌려다 쓰고 있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시경 기기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헤드라이트로 코 앞부분을 비춰 볼 수 있는 비경 정도나 있을 뿐이었다.

그걸로 뭔 정보를 얻을 수 있겠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숙달된 의사라면 어느 정도 감별 가능한 병도 있었다.

“음……. 비염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코가 막혀요?”

“네. 코로는…….”

“어디 숨 한번 코로 내쉬어 볼래요?”

“네?”

“괜찮아요. 장갑 끼고 있으니까. 코 나오면 닦으면 되죠.”

“어…….”

안을 들여다보니 적어도 앞에는 막힌 곳이 없어 보였다.

비경이라는 기구의 한계로 그 안쪽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하여간 앞의 점막은 괜찮았다.

비염이라는 게 국소적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안쪽도 괜찮다고 봐도 될 거 같았다.

그렇다고 비중격이 과하게 휘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수혁은 이상하다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코로 숨을 내쉬어 보라는 뜻이었다.

“음.”

물론 환자가 바로 코로 흥 하는 일은 없었다.

13살이라도 다 인격이 있지 않나.

오늘 처음 보는 사람 손에 코를 풀어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수혁이 계속 나는 장갑 끼고 있으니 괜찮다고 하는 데다가, 이게 진단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자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게 머리 아픈 거랑 대체 뭔 상관이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옆에서 엄마랑 아빠랑 다 ‘얘, 교수님 말대로 해야지’ 이러고 있는데 뭐 어쩌란 말인가.

“흥!”

해서 있는 힘껏 코로 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려 했는데 그게 잘되지가 않았다.

놀란 것은 수혁뿐만이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놀란 정도로 치자면 아이가 더 했다.

원래 이 정도로 뭐가 안 되진 않아서였다.

“아예 바람이 없는데.”

“어…….”

“근데 코로 내쉰 건 맞죠?”

“네네. 어…… 이상하다.”

“이상하네요.”

아이가 말하는 이상하다와 수혁이 말하는 이상하다는 결이 달랐다.

아이는 그냥 내 코가 왜 이러지 수준이었지만, 수혁은 의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 여기고 있어서였다.

제아무리 비염으로 코가 꽉 막힌다 해도, 아니면 비중격이 확 휘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양쪽 코가 다 완전히 막히는 경우는 없어서였다.

“어…… 우리 나나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것도 큰 문제인가요?”

수혁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자, 대번에 부모님들이 나섰다.

수혁은 애써 미소를 띤 채 손을 내저었다.

정확히는 더 고민을 해 보고 또 더 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으나, 지금 당장 겁을 줄 필요는 없는 일 아닌가.

“아, 아뇨. 일단 더 봐야죠. 어쩌면 이 소견이 단서가 될 수도 있어요.”

“그, 그런가요?”

“입원 준비해 오셨죠?”

“네네.”

“바로 입원하시죠. 저는 일단 이거에 대해 이비인후과 협진 요청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내 좀 부탁해요.”

“네, 교수님.”

수혁의 말에 같이 방 안에 들어와 있던 사원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일단 환자와 보호자를 원무과로 안내했다.

원래 같으면 입원 안내하는 일이 그렇게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이만한 대학 병원은 어지간하면 병실이 없지 않나.

하지만 통합진료센터는 예외였다.

하도 전원도 많이 오는 데다가, 이런저런 급한 환자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병실에 여유분을 좀 두고 있었다.

하여간 그렇게 환자와 보호자를 내보낸 수혁은 이제 신경외과 의사 둘을 돌아보고 있었다.

“애 코로 숨이 아예 안 나오는데…… 이거 혹시 알고 있었어요?”

“아, 아뇨. 몰랐습니다.”

“저도…….”

“주치의가 왜 이걸 모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하고서였다.

머리랑 딱히 관계없어 보이는 증상이긴 했다.

하지만 입원까지 했던 환자 아닌가.

보통 입원하면 대강이라면 전신을 훑어보는 것이 원칙이었다.

[수혁, 그 원칙 지키는 전공의는 안대훈뿐입니다.]

‘아니, 이게 기본인데.’

[기본이긴 한데…… 안 지켜지고 있다는 거죠.]

‘내가 다시 티칭 해야겠네.’

[그건 알아서 하시고…… 혼내는 건 나중에 하시죠. 일단 이비인후과 협진 요청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다. 거기도 외과 계열이라 협진 늦으면 오늘 안 옵니다.]

‘아, 그렇지.’

말이 되나 하는 얼굴로 보고 있으려니 바루다가 말렸다.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화내고 기계가 말리는 꼴 아닌가.

하여간 수혁은 더 급한 일이 있다는 걸 떠올린 후에야 둘을 내버려 두었다.

‘휴…….’

‘화내시니까 무섭네…….’

딱히 무섭게 안 해도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차갑게 말하면 무섭게 느껴지는 법 아닌가.

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대훈은 그런 둘은 보면서 또 입맛을 다셨다.

‘어떠냐, 교주님의 위엄이.’

역시 이수혁은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 교세를 늘리고 싶어 하시는 게 확실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디 이 짧은 순간 내에 상반된 매력을 두 개나 뽐낼 일이 있겠나.

알게 모르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네네. 한 30분 내로 수속 마치고 올라갈 거예요. 아……. 그냥 외래요? 알겠어요. 어, 사원 좀 불러 줄래? 병실로 가기는 좀 그렇고 외래로 오래. 나랑 같이 가면 되겠다.”

“네, 굦…… 교수님!”

안대훈은 심취해 있다가 실수할 뻔했으나, 이내 교수라고 부른 후 환자와 보호자를 불렀다.

그리곤 수속만 하고 올라가지는 말고 같이 이비인후과 외래로 가자는 말을 전달했다.

그렇게 환자와 보호자는 신경외과 둘, 수혁 그리고 안대훈까지 해서 네 명의 의사들과 함께 이비인후과 외래로 향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나름 수혁이 이제 끗발 날리는 교수가 되었다 보니 협진인데도 불구하고 비과 김효열 교수가 바로 봐주기로 해서였다.

“음…….”

김효열 교수는 내시경을 나나 콧속에 꽂고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시경이라는 게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김효열 교수와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때문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화면 속 아이의 코는 완전히 틀어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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