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658화 (658/1,303)

658화 몽골이랑도 (1)

나무위키가 뭘까.

신현태의 머릿속에 우선 떠오른 건 이 생각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는…… 뭐 싸이월드 같은 건가.’

슬픈 일인데, 아무리 맹렬히 머리를 굴려 봐도 사고 흐름은 이렇게만 돌아갔다.

나무니까 참나무?

참나무는 도토리.

도토리는 싸이월드.

“저희도 인터넷 설비는 다 갖추고 있습니다. 보니까 더 많은 국제 협력 병원을 모집한다고 되어 있던데요. 저희도 합류하면 어떨까 해서요.”

“국제 협력 병원이요?”

“네.”

“아……. 그건…… 그렇긴 한데. 우리 수혁이가 그 나무위키 미니 홈피에 그렇게 올렸나요?”

신현태는 싸이월드의 최신 버전일 거라 확신한 채 이렇게 물었다.

당연히 상대는 좀 어리둥절해졌다.

이 양반이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어졌단 얘기였다.

“아, 아뇨. 이거…… 음. 그런 건 아니고, 하여간 국제 협력 병원 모집하는 건 맞나요?”

나무위키는 그런 게 아닙니다로 문장을 시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부탁해야 하는 입장에서 뭐 하러 상대를 민망하게 만든단 말인가.

그저 물어보고 싶은 거나 물어보고, 원하는 답이나 들으면 최선일 따름이었다.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본 건데…… 지금 이 문서에 나온 거 절반만 해도 천재 중의 천재다.’

처음엔 그저 이수혁이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 궁금했을 따름이었다.

그러다 나무위키까지 있는걸 확인했고, 대체 의사가 왜 나무위키가 있나 싶어서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만 란이 두 개가 있었다.

의사 이수혁 그리고 종교인 이수혁.

당연히 둘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같은 사람이었다.

의사는 종교 쪽에는 딱히 관심이 없고, 또 사이비라고 해도 환자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미련 없이 의사 이수혁을 눌렀다.

‘미친…… 논문이 몇 개야. 그리고 해결한 케이스가…… 왜 이렇게 많고, 또 왜 이렇게 상세해? 이거 본인이 계속 업데이트하나?’

그리고 스크롤을 굴리고 있으려니, 점점 더 협력 진료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수술은 백강혁 교수에게 부탁하고, 내과적인 진단과 처치는 이수혁 교수에게 부탁한다면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모집하는 건 맞죠.”

“절차나 구비해야 하는 서류 같은 것이 있을까요?”

“어……. 잠시만요. 사실 제가 태화 의료원 원장이라.”

“앗. 그렇습니까? 아이고.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의사는 신현태의 말을 들으며 역시 깝쭉대지 않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의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그거 잠깐 아는 척하고 싶어서 나무위키에 대해 줄줄 읊었으면 지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나.

“음……. 잠시만요. 제가 절차에 대해서는 병원에 좀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한 10분 이따 통화해도 괜찮을까요?”

“네네. 물론입니다. 저희 번호는 그쪽 병원에서도 알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여간 신현태는 전화를 일단 끊었다.

이현종보다야 원장으로서의 업무에 훨씬 관심도 많고 또 신경도 쓰는 편이지만.

의사들은 원래 진료 말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다.

신현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어, 김 비서.”

“네, 원장님.”

“혹시…… 우리 국제 병원 협력 협약 맺을 때 무슨…… 그…… 절차? 뭐 이런 게 있어요?”

해서 비서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비서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현종 때는 오늘 회의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회의인지, 내가 꼭 들어가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물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회의가 지금 진행 중인데 전화가 온 적도 많았다.

그에 비하면 신현태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원장이었다.

“네, 있습니다. 일단…… 수가 책정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혹시 국가가 어떻게 되죠?”

“아……. 몽골, 몽골.”

“와……. 원장님 대단하십니다. 거기서도 이렇게 업무를.”

“아니, 내가 한 건 아니고…… 그, 나무위키.”

“네?”

비서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왜 태화 의료원 원장이라는 사람 입에서 꺼무위키가 나온단 말인가.

지금 전화 걸고 있는 이 사람이 신현태는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수혁이가.”

“아, 네. 아무튼, 국가는 몽골이고요. 병원은요?”

하지만 우리 수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의심을 눈 녹듯 사라졌다.

원장이 맞았다.

그리고 지겨웠다.

여기서 그냥 뒀다가는 또 한바탕 우리 수혁이가 어떤 환자를 어쨌고, 저쨌고 하는 얘기나 들을 게 뻔했다.

‘아니, 자기 자식 얘기는 거의 하지도 않으시면서…….’

비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병원 이름은…… 이거네. 울란바토르 시립병원.”

“네, 검색…… 오, 몽골에서 제일 큰 병원인데요?”

“아, 그래? 그렇구만. 역시 우리 수혁이…….”

“아니, 이 교수님 얘기는 이제 그만 하시고. 제가 그쪽 팩스 번호 알려 주시면 바로 서류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돈 얘기도 좀 해야 해서…… 그건 원장님이 직접 하실 수는 없겠죠?”

“어……. 좀 그렇지. 돈 얘기는.”

비서는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사들이라고 설마하니 다 신현태 같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대학 병원 교수들은 의사들 중에서도 선비 소리 듣는 이들 아닌가.

그래서 그런가, 돈 얘기를 정말이지 죽어도 꺼내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면서 나 어디 투자했냐고는 엄청 물으시지.’

비서는 하여간 어려운 인간들이란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네, 그럼 그건 생명 측 영업 이사님 통해서 따로 계약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쪽 병원에는 그냥 그렇게만 전달드리면 될 거 같습니다.”

“오, 그래? 그럼 좋다.”

“네, 무조건 된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그래도 몽골 쪽은 워낙 의료 목적으로 우리나라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구체적인 협약 맺기가 유리할 거 같습니다.”

“역시 우리 수혁이.”

“네, 그럼 원장님.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쇼.”

“어어, 우리 수혁이 얘기는 안 듣고? 김 비서? 국제 전화라 그런가.”

신현태는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또 아랫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이수혁 앞에서는 눈앞이 흐려지는 인간이기도 했다.

때문에 신현태는 비서의 속내는 까맣게 모른 채, 그저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해 주어야겠다고 결심하며 전화를 끊었다.

“뭔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해. 그냥 알아서 해 달라고 하면 되지.”

비서 피셜 최악의 원장 중 하나였던, 그야말로 폐급 원장이었던 이현종이 딱 저 같은 소리를 해 댔다.

신현태는 후 하고 한숨을 쉬고는 이현종을 마주했다.

“뭘 알아서 해……. 그래도 내가 원장인데.”

“말이 좀 길었다뿐이지, 알아서 하게 된 거 아니냐?”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런가, 어디.”

“알 게 뭐야. 내가 정신과도 아니고.”

“아니…….”

“하여간 오늘부터 우리 관광이지?”

“어? 어, 그렇지.”

계속 한숨만 나오진 않았다.

이현종의 말대로 딱 어제까지가 빡셌던 봉사 일정의 끝이어서 그랬다.

오늘부터는 노는 날이었다.

백강혁의 인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불안하긴 할 터였다.

노는 날이라 해 놓고는 부려 먹을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 테니까.

하지만 진짜로 괜찮았다.

휴가와 봉사를 섞어야 다음에도 또 불러다 부려 먹기 좋다는 진리를 강혁이 오래전 깨우친 덕이었다.

“어디 간다고?”

“그냥 뭐…… 어디더라. 게르 가는 거 아닌가.”

“게르 그거 왕진 다니느라 계속 갔는데 또 가?”

“진짜 게르는 아니고 놀러 가는 용으로 만들어 놔서 안에 에어컨도 있고 난로도 있고 다 있대.”

“그건 좋구만.”

“근데 어디 가?”

“수혁이 깨우러.”

“같이 가야지 그럼. 양심 어디 갔어.”

둘은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나누고 싶은 수혁을 향해 달렸다.

와다다다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중년을 넘어 노년을 향해 가고 있는 이들이 달리는 꼴이라니.

뒤늦게 씻고 나온 강혁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놈들. 그 새끼 사람 아니야. 귀신이야.’

보나 마나 수혁을 향해 가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실체를 딱 까발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기 눈에 대해서도 말 못 하고 살고 있는데 귀신이라니.

‘어휴. 엮이지나 말아야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해서 강혁은 일부러 수혁이 자고 있는 숙소를 멀리 빙 돌아서 응급실로 향했다.

일반적인 병원과는 달리 응급실 옆에 식당이 있어서 그랬다.

외상 외과에 미쳐 버린 원장 탓에 모든 진료가 응급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병원이었다.

“아, 원장님. 이거.”

하여간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당직도 다른 이들에게 맡겼다.

관광 인솔하는 일이라 해도 손님맞이하는 일 아닌가.

원장이 나서야 옳게 된 병원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혁을 애써 잊은 참이라, 마음이 편했다.

“이게 뭐야?”

그때 직원 하나가 서류 뭉치를 건네왔다.

[태화 의료원 & 태화 울란바토르 병원 국제 협력 업무 협약서]

뭔가 하고 들여다봤더니 맨 앞장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같은 태화끼리 뭔 놈의 업무 협약이란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물론 돈만 대 주고 있고 거의 운영은 따로 돌아가고 있다지만.

그래도 경영 주체는 태화라고 명시해 둔 참이었다.

“아……. 이거 그, 지금 태화 본원에서 원격 진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불법 아냐?”

“한국에서는 불법이죠. 근데 국제 협진은 괜찮다고 합니다.”

“협진…… 우리가 협진 볼 게 있나?”

“들어 보니까 울란바토르 시립병원이랑 벌써 협약을 맺기로 했다더라고요. 이왕 하는 거 우리랑도 하면 좋지 않겠냐고 해서요.”

“누가 협진을 보는데?”

“통합진료센터가 생겼다고 합니다. 여기 자료. 보시면 관심 생기실 거라고 합니다.”

강혁은 병적으로 의학적인 내용에 대한 집착이 있는 인간이었다.

순식간에 직원이 건네준 서류에 빠져들었다.

주로 통합진료센터에서 어떤 환자를 어떻게 진료했는지에 대한 보고서가 들어 있었다.

어찌 보면 보고서라기보다는, 케이스 리포트의 집합이란 느낌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놀랍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미친. 이건 센터 하나에서 다 보고 있다고? 각과 에이스 다 모아 놓고 갈아 넣고 있나? 아닌데? 그럴 수가 없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수가를 더 쳐줄 리가 없어서였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반드시 해야 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해서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야 말았다.

“어, 도장 찍자. 하자고 해.”

“네, 원장님.”

그리고 나서도 한동안 케이스를 보다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통합진료센터 인원을 볼 수 있었다.

‘진짜 귀신 같은 진단 실력…… 아.’

진짜 귀신이 끼어 있었다.

“야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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