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662화 (662/1,303)

662화 몽골이랑도 (5)

소변 냄새를 맡아 본 사람은 사실 그리 적지 않을 터였다.

특히 험한 술자리에 가 보고, 또 이런저런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맡아 보았을 가능성이 더더욱 컸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금 환아의 소변 냄새를 맡고 있는 우하윤, 김새롬의 인생도 비슷했다.

때문에 소변에서 단풍 시럽 냄새나 설탕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는 다른 것 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달콤한 냄새가 나?”

안대훈도 인생이 평판치 많은 못했던 사람이었다.

특히 그가 몸담았던 동아리, 농구부 상어는 일단 술을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먹는 선배들이 많아서 소변 냄새에는 상당한 내공이 있다 할 수 있었다.

과거는 어떤 식으로든 미화가 되는 편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미화를 해도 소변 냄새를 감히 달콤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안대훈은 아주 놀란 얼굴이 되어 이렇게 물었다.

당황하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한 명, 이수혁뿐이었다.

“그래, 그렇지. 그럴 수 있지.”

요중 류신, 아이소류신, 발린의 농도가 올라갔을 때 저런 냄새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물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저런 냄새와 신경학적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도 머리에 박혀 있었다.

[와, 이 인간 봐라. 내 추론을 가지고 지가 잘난척을 하시네?]

여기까지 수혁을 이끌어 준 바루다가 불만을 터뜨렸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이제 수혁은 바루다가 무슨 말을 해도 대충 뭉갤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지 오래여서 그랬다.

게다가 지금은 수혁이 딱 자랑하려는 찰나이지 않나.

이럴 때의 수혁은 참으로 강했다.

바루다도 이길 수가 없었다.

[야, 야. 안 들리냐?]

수혁은 아예 대꾸도 해 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아까 바루다가 띄워 주었던, 그리고 바루다가 지우는 것을 수혁이 허락하지 않았던 자료를 실로 뻔뻔한 얼굴로 들여다보면서였다.

“잘 생각해 봐. 이 아이는 산전 검사에서 별로 이상이 없었어. 그렇지?”

“네.”

“태어났을 때도 APGAR 점수를 비롯해서 그렇게 문제가 없었어. 그렇지?”

“네.”

추론 과정을 되짚어 주고 있었다.

내과 의사에게 이러한 추론 과정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처음부터 옆에 붙어 있었던 안대훈 말고도 꽤 여러 명의 내과 의사가 다가와 수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당연히 전화기 너머에 있는 우하윤과 김새롬은 초집중 상태였다.

“태어나기 전에도, 태어난 직후에도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시간이 며칠 지나고 나서부터 문제가 생겼어. 그럼 뭘 배제할 수 있을까?”

“음…….”

“으음.”

“으으음.”

안대훈, 우하윤, 김새롬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고작해야 이런 단서를 가지고 뭘 배제한단 말인가.

아마 수혁이 아니라 다른 인간이 이런 말을 입에 담았다면 두들겨 팼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상대는 이수혁, 수혁교의 당당한 교주였다.

동시에 이 셋이 판단하기에는 세계 최고의 천재 의사였다.

“일단 산전 검사에서 괜찮았다는 것은, 적어도 외양에 변화를 일으킬 만한 유전적 이상은 없다는 얘기가 되지. 다시 말하면 유전자 다발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들…… 그러니까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질환은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의미해.”

“아……. 그렇군요.”

염색체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 중에는 대표적으로 다운 증후군이 있었다.

단지 심장이나 지능 발달 등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외모의 변화도 가져오는 질환이었다.

뿐만 아니라 증후군이라고 하는 건 여러 개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있기 때문이었다.

이 환자에게서 그러한 이상이 있을 가능성은 확실히 낮아 보였다.

설명을 듣고 보니 아까 나는 왜 이런 걸 떠올리지 못했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다음, 환자가 태어난 직후를 돌이켜 보자. 그때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것이 있어?”

“아뇨, 없습니다.”

로컬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대학 병원하고 크게 차이가 날 거 같지만, 사실 분만 행위 자체는 그렇지가 않았다.

전문의라는 게 그냥 대충 시간 뭉개다가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지 않나.

당연히 태어나서 시행한 검사도 제대로 되었을 터였다.

거기서 아이의 이상에 대해 리포트 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특히 APGAR 검사에 집중해 보자고. 이게 뭘 보는 거지? 대훈아, 너는 가만히 있고. 여기서 네가 나서는 것은 주책이야.”

“아, 네.”

수혁은 질문이 나가자마자 입술을 달싹이기 시작한 대훈을 말렸다.

대훈은 참으로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그래도 교주님이 내 실력을 알아주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안도의 한숨도 내쉬었다.

그사이, 김새롬이 입을 열었다.

소아과 레지던트이니 이걸 모르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A는 apperance. 즉 피부 생김새입니다. 핑크색을 띠고 있었다고 진술되어 있습니다. P는 pulse. 심장 박동인데…… 그것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100회 이상이었습니다.”

“또?”

“G는 grimace…… 반사인데. 이 아이는 울었으니 해당 사항이 없고. A는 activity입니다. 태어났을 때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호흡도 괜찮았지. 이 다섯 개는 다 괜찮다는 거야.”

“네.”

APGAR는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산부인과나 특히 소아과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왜 이렇게 강조를 하냐면 그것이 워낙 중요해서 그랬다.

하지만 김새롬은 지금 수혁이 되짚어 주기 전까지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고 할까?

“그런데…… 태어나고 7, 8일째부터 증상이 발생했지. 괜찮았다가, 태어나고 나서 증상이 발생했어.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음……. 아, 환경이 변화했습니다. 태중에서 밖으로.”

답을 한 것은 옆에 있던 대머리 안대훈이었다.

녀석은 확실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고, 이현종이 차세대 교수로 키워 주려는 결심을 내렸을 만큼이나 똑똑한 놈이기도 해서 예리한 면이 있었다.

“좋아. 태중에서 밖으로. 어떤 것이 변하지?”

“우선 호흡과 먹는 것…… 근데 호흡은 괜찮은 걸 확인했으니 먹는 것이 문제가 될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우하윤이 답했다.

얘도 괜히 수석 졸업이 아닌 모양이었다.

똘똘한 편이라는 얘기였다.

하긴, 보통 전교 1등 해야 갈 수 있는 의대 중에서도 전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친구들이 모인 태화에서 수석 졸업을 하려면 보통 머리 가지고서는 어려웠다.

“좋아. 먹는 것. 먹는 것과 환자의 증상이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을 종합해 보면 어떤 것을 떠올릴 수 있지?”

하지만 이 질문은 좀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해서 침묵이 좀 오래 이어졌다.

수혁은 레지던트 말고 옆을 지키고 있던 교수들은 어떤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다들 수혁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신현태나 이현종 하다못해 조태진이라도 있었으면 달랐을 텐데.

그 셋은 김승규와 함께 백강혁에게 잡혀간 지 오래였다.

[야, 내가 말한 거로 계속 잘난 척하니까 좋냐? 좋냐고.]

잠깐 딴생각을 하는 동안 바루다가 치고 들어왔다.

물론 바로 무시했다.

“그래, 이건 좀 어렵지. 대사 질환을 떠올릴 수 있겠지. 대사 결과물이 몸에서 분해되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 문제를 일으킬 테니까.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렇지?”

“아…….”

“와…….”

“진짜 그렇네요.”

수혁은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즐기는 순간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처럼 자신의 지성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가 터져 나올 때였다.

그냥 이 앞에 있는 세 명의 레지던트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라, 방금까지 수혁의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던 교수들도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린 상황이어서, 정말이지 끝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사 부산물 중에 쌓이면 신경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게다가 지금은 아직 자랑이 더 남은 참이었다.

여기 생화학에 도가 튼 사람이나 생리학자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죄다 임상 의사들 아닌가.

수혁도 몰랐던 것을 이 사람들이 알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야, 너도 몰랐잖아.]

바루다가 시비를 걸어도 괜찮았다.

세상은 바루다 대신 수혁을 찬양할 테니까.

“그게 류신, 아이소류신, 발린이야. 이 셋은 공교롭게 하나의 효소가 분해를 하는 놈들인데…… 그 말은 곧 그 효소의 부재가 이 질환의 원인이라는 거지. 확진은 이제 혈중 농도와 요중 농도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해 봐야 내릴 수 있겠지만. 소변 냄새가 그렇다는 건, 사실 아주 명확한 증거라 할 수 있어.”

“오.”

“오오.”

[개새꺄.]

중간에 감탄 대신 욕설이 하나 섞여 있기는 했지만.

수혁은 개의치 않았다.

대신 진단명을 입에 올렸다.

“단풍당뇨증이라는 말 들어 봤니?”

단 한 명도 들어 본 사람이 없을 거라 확신하면서였다.

외국에서는 그래도 12만 명 중 한 명 정도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25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아주 드문 병이어서 그랬다.

지금 출생률을 치환해서 생각해 보면 1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

내과 의사들이야 들어 봤으면 그게 좀 이상한 일이 될 터였고, 소아과 의사라 해도 이제 겨우 레지던트이니 들어 봤을 리가 없었다.

“모르겠어요.”

“와…….”

“처음 들어 봅니다.”

게다가 안대훈은 알아도 이런 상황에서는 모른다고 할 위인이었다.

수혁에게 미친 인간이어서 그랬는데, 진짜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오버하는 성향이 있었다.

지금도 남들 같으면 천금보다 귀하게 여길,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뽑아 가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중요한 건 치료겠지?”

“아, 네. 중요합니다. 아이 부모님들이…….”

수혁은 그 모습을 보며 충분히 즐긴 다음 치료를 입에 올렸다.

그러자 김새롬이 반색하며 답했다.

진단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환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치료 아니겠나.

다만 이 질환이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질환이니만큼 예후가 좋을 거 같진 않았다.

때문에 김새롬의 얼굴은 반색을 하는 와중에도, 어두운 기색이 있었다.

“아직 혼수상태는 아니지만, 의식이 흐려지고 있으니 투석 준비를 해 놓는 게 좋겠어. 그리고 류신, 아이소류신, 발린은 당연히 제한해야겠지.”

“네.”

“인슐린도 투여해서 이미 발생한 것들에 대한 동화 작용을 촉진시키도록 하고.”

“아, 네.”

하지만 듣다 보니 뭔가 치료 방법이 체계적이었다.

예후가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혁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김새롬의 얼굴을 마주한 채, 나머지 치료 방법을 읊었다.

“장기 치료로는 세 가지 아미노산을 제한한 치료를 해야 해. 뭐 성장하면서 필요한 성분이 있기도 하고 효소가 없어서 그대로 쓰이는 성분이기도 해서…… 완전히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를 잠깐 틀거나 하기도 하는데 그건 장기간 치료 시의 얘기야. 급한 건 아까 얘기했던 거야.”

“아, 네. 이렇게 하면 예후가 어떻게 될까요? 아이 부모님들이 너무 애타게 기다리고 계셔서요.”

“지능 지수는 혈중 류신 농도가 높은 상황이 지속된 기간과 반비례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치료를 제대로 하면 예후는 괜찮아.”

“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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