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823화 (823/1,303)

823화 방송 (1)

‘이슈 메이커…….’

김다현이 마케팅 쪽으로 중용하고 있는 천지평 팀장은 보고 받은 것을 투 모니터에 띄웠다.

마침 시간이 나기도 했거니와, 최근 병원을 통한 이미지 개선이 워낙 잘되고 있다 보니 일부러라도 시간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일단 이기자 교수란 사람이 방송 나가서 말을 아주 잘했어.’

대충 자르기만 해도 짤방을 만들기 좋을 것 같았다.

오히려 버릴 말이 별로 없다 보니 스크롤 압박이 심해질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었다.

‘별다른 이슈도 없이 벌써 하나는 인기 글로 갔단 말이지.’

대 태화 그룹의 대략 30%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이오 그룹이 미는 홍보팀 팀장쯤 되면 주요 커뮤니티에 아이디 몇 개씩은 들고 있어야 하는 법이었다.

꼭 본인이 직접 들고 있는 건 아니더라도, 팀원들은 죄다 들고 있었다.

그것도 보통 아이디가 아니라, 평소에는 유머 글 나르고 하면서 나름 호감 이미지를 쌓아 둔 아이디들이었다.

이런 걸로 짤방 잘라서 올리면 바이럴이란 댓글도 거의 안 달렸다.

-뭔 바이럴? 가입 날짜 보셈.

-내가 이분 글 보고 웃은 게 벌써 몇 번인데 바이럴 운운하고 있네.

-애초에 바이럴이랄 게 있음? 교수님이 나와서 질환 얘기하는 건데?

그런 댓글이 달려도 바로 진압 완료였다.

딱히 댓글 작업을 안 했는데도 그랬다.

‘당연하지……. 이건 제품 관련한 캠페인이 아니니까.’

아무리 준비를 완벽히 한다고 해도, 21세기 네티즌들은 워낙에 똑똑한 데다가 이런 쪽으로 빠삭한 사람들이 많아서 제품 관련 바이럴 마케팅은 역풍이 불기 일쑤였다.

심지어 태화라는 이름이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많았다.

대기업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다.

그런 일에 비하면 이런 사회 공헌 캠페인은 껌이었다.

하면서 기분도 좋았다.

진짜 좋은 일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어디 보자…….”

천지평 팀장은 지금까지 돌려놓은 것을 치워 놓고,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띄웠다.

태화 의료원에서 넘어온 자료들이었다.

어떤 경유로 입원을 했고, 어떤 근거로 뮌하우젠을 의심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확인했는지까지도 아주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아니, 자세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이대로 언론에 뿌려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쓰여 있었다.

‘이수혁 교수님……이 쓰신 거라던데. 확실히 천재는 다르구나.’

비록 계열사 자체가 달라서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얘기는 무수히 듣지 않았나.

심지어 이수혁 관련해서 바이럴 마케팅을 돌려 본 적도 있었다.

반응?

반응이야 당연히 뜨거웠다.

원래 젊은 천재에 대한 관심은 노소를 막론하는 법이었으니.

물론 다 좋을 순 없어서 악플도 달렸더랬다.

‘그런 건 신경도 안 쓴다고 했지? 하긴 뭐……. 볼 시간이나 있겠나?’

천지평은 그런 생각과 함께 언론에 뿌릴 소스를 대강 정리했다.

이 자체로도 너무 훌륭했지만, 한 번에 다 풀기에는 좀 아까웠다.

원래 이슈는 천천히 달궈야 하는 법이지 않나.

누군가를 음해하려는 이슈가 아니라, 사고의 대전환을 일으키려는 이슈다 보니 좀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뭐 경찰? 경찰을 부르겠다고요? 당신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어머님, 진정하세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뭐? 뮌하우젠? 어려운 말 쓰지 마. 결국 내가 우리 소희를 학대했다는 소리잖아!”

“어머님. 제가 어머님이라고 부를 때…… 진정하세요.”

한편, 병실은 시끄러웠다.

아니, 시끄럽다기보다는 난리가 났다는 말이 맞을 거 같았다.

원래 병원이라는 곳이, 그중에서도 대학병원이라는 곳은 안 좋은 환자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자연히 고성이 나는 경우가 많기 마련이었다.

그냥 예상했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도 그랬고.

만약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더더욱 그랬다.

예전에는 의료진들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좀 불합리한 상황이라도 참았는데, 이젠 아니었다.

-아니, 그럼 심폐소생술 할 때 가슴 누르는 시늉만 합니까? 원래 이거 하다 보면 부러질 수 있는 거예요. 다 죽어가는 사람 살려 놨더니…….

-뭐? 뭐라고 했어, 너 지금.

애초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나 환상이 많이 사라진 시대 아닌가.

다른 누구보다 의사 본인들이 제일 많이 느끼는 법이라, 예전보다 화에 대한 임계가 많이 내려와 있었다.

그렇다 보니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통합진료센터는 그나마 그러한 태풍에서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소란이 더더욱 크게 느껴졌다.

“진정하게 생겼어? 내가! 내가 얼마나 좋은 엄만데!”

“그러니까 그건 경찰 조사 받으시면서 얘기하세요.”

“내가 왜 경찰한테 가! 당신! 당신은 왜 말이 없어!”

어머니의 불타는 듯한 시선이 아이 아빠에게로 향했다.

정작 아버지의 시선은 핫팩과 아이의 이마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아이 이마에 남은 자국은 핫팩에 의한 것으로만 보였다.

CCTV에서도 그랬고.

병원 기록도 그랬다.

“야! 너 왜 말이 없냐고!”

그리고 아내의 격렬한 반응 또한 아이 아버지에게는 상처였다.

‘저런…… 저런 사람이었나?’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그게 그 사람이 나쁘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 본성이 그렇기도 했다.

자기가 잘못했으면 그에 대해 오리발을 내밀고 싶고, 만천하에 공개되기 직전에 오히려 화를 내게 되는 것.

아이 아버지는 여태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꼴을 여러 번 본 바 있었다.

“어머님.”

그 사이 경찰이 도착했다.

보통 경찰이 아니라 아동 학대를 전문으로 보는 경찰들이었다.

예전보다 우리나라에서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간 덕도 있었고, 태화 의료원 교수의 진단이라는 말이 갖는 권위 덕분이기도 했다.

“당신들이 왜…… 왜! 이 새끼들 잡아가야지! 왜 나랑 아이를 떼어 놔!”

게다가 경찰들은 이미 전후 사정을 다 듣고 온 참이었다.

‘엄마랑 떨어지기 전과 떨어진 후의 사진…….’

아니, 사실 얘기를 안 듣고 사진만 봤어도 명확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하던 애가 불과 이틀 만에 완전히 좋아졌다.

이 엄마는 아이를 어떤 식으로든 학대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일단 따라오십시오.”

“이런 나쁜 놈들아!”

때문에 경찰들은 꽤 자신 있게 엄마를 연행했다.

반면, 아이 아빠 앞에서는 우물쭈물했다.

보통의 아동 학대에서는 부모라면 최소 공범이지 않나?

“일단 아이 아빠는 괜찮아 보입니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특징이 그래요.”

“그렇습니까? 그래도 참고인 조사 정도는…….”

“네, 그 정도는 하시죠. 소희는 아직 치료 중이라 저희가 맡아서 보고 있겠습니다.”

“네네. 저희가 계속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의사가 다르다고 하지 않나.

해서, 아이 아버지는 소희를 한번 안아 주고 조금은 편히 경찰서로 향할 수 있었다.

“내가 니들 고소할 거야! 감히 나한테 에볼라라고 속이고! 어? 변호사 선임할 거라고!”

그 사이에도 어머니는 복도에서 고래고래 외쳐 대고 있었다.

공갈 협박인데, 마냥 공갈은 또 아니었다.

일단 속이고 격리한 것은 사실이니까.

미국이라면 오히려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저하게 아동복지기관이 부모를 겁박할 수 있겠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그렇게까지 확고하진 못하지 않나.

궁여지책을 의료진이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아빠가 책임진다.”

“나도 책임진다, 아들.”

물론 수혁은 고소고 나발이고 별생각이 없었다.

사회경험이 미진하다 보니 고소당한 사람이 얼마나 곤란해지는지 모르기도 했고.

또 여태 본의 아니게 로얄 인생, 즉 갓생을 살아오지 않았나.

이번에도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었다.

‘결과도 좋잖어.’

다 잘되지 않았나.

어찌 되었건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

뭐 더 참을성 있게 다른 작전을 펼쳤더라면 고소 위험 없이도 살릴 수 있었을 테지만.

글쎄.

아이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빨리 구원하는 게 낫지 않을까.

“네네.”

“그래. 그래. 걱정 말라고.”

“고소 저거 뭐……. 분위기상 해도 별 소용 없을 거야.”

그런 마음을 모르는 이현종, 이기자는 끊임 없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닌 게 아니라 아직도 저 멀리서 고소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어서 그랬다.

통합진료센터에 있던 환자들 중에서 거동이 가능한 사람은 죄다 복도에 나와 서성이고 있었다.

“뭔 일이래……?”

“고소를 한다고?”

“이수혁 교수님을?”

“그 교수님이 그럴 사람은 아닌데?”

오해 생기기 딱 좋은 상황이지 않나.

“그런 게 아니에요. 이러이러 해서. 여차저차 된 겁니다.”

간호사들이 나섰다.

“아하. 난 또.”

“저거 죽일 놈이로구만.”

“거 괴롭힐 게 따로 있지 이놈들. 어?”

바로 진화되었다.

통합진료센터에서 수혁의 이미지란 거의 신과 동급이라 그랬다.

일단 환자들로서는 아프던 걸 해소시켜 주니 고마웠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유만큼은 속 시원히 알려 주는 사람이지 않나.

게다가 회진 도는 전공의들 또한 이수혁의 신봉자다 보니 듣는 말이 맨날 ‘이수혁 천재’였다.

-속보입니다.

게다가 고소장보다 방송이 빨랐다.

아니, 아직 변호사 얼굴도 못 봤는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이 엄마가 아픈 아이를 이용해 동정심을 유발하려 한 새로운 유형의 아동 학대가 적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석현 기자, 나와 주시죠.

-네, 김석현입니다. 저는 지금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 나와 있습니다.

‘한 병원’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떡하니 태화 이름이 방송으로 나가고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개떡같이 해서 백내장 있는 사람도 이름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래 아이는 칠성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또 속보라기엔 자료가 지나치게 상세했다.

아무리 봐도 미리 준비한 티가 팍팍 났는데,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다.

-호전을 보이지 않아 이곳에서 운영 중인 통합진료센터로 의뢰되었고, 이수혁 교수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요? 생소한 질환인데요?

-네, 그 병은…….

기자는 의사 출신인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간간이 모자이크된 아이의 사진이 떴는데 보호자가 격리되기 전과 후가 너무 달라서, 누가 봐도 학대구나 싶을 지경이었다.

-아, 또 속보입니다. 해당 아이 어머니가 진료를 담당했던 이수혁, 이현종, 이기자 교수를 고소했다고 합니다.

요즘 뉴스답게 공중파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로도 실시간 송출이 되고 있었다.

귀신같이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했기에 여러 커뮤니티에도 스리슬쩍 돌고 있어서 댓글이 꽤 많이, 또 빨리 달리고 있었다.

-미친 거 아님?

-누가 누굴 고소해?

-이수혁 교수님이면 그 사람 아님? 천재 의사?

-맞음. 이거 잘못되면 진짜…… 개한민국이다.

반응이야 예상한 대로였다.

모조리 이수혁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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