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824화 (824/1,303)

824화 방송 (2)

‘와……. 그래도 경찰서를 가야 되네?’

여론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이 엄마는 고소를 시전했다.

맡으려는 변호사도 없어서 고생했지만, 하여간 나랏법이 모든 사람은 변호사의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기에 국선 변호사는 선임이 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고소장>

덕분에 수혁은 난생처음 고소장을 받아 보았고, 경찰서로 향하게 되었다.

-저희 태화 바이오 그룹은 옳은 일을 하고도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법적 대응에 만전을 기할 예정입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단순히 이현종과 이기자, 그리고 안대훈에 우하윤까지 가게 되었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태화에서 선임한 화려한 변호인단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일까요?”

어찌나 화려했는지, 모두 같은 차를 타진 못하고 각각 제네시스에 타서 이동 중이었다.

수혁의 옆에는 나이가 지긋한 변호사가 타고 있었다.

며칠 전에 받은 명함을 떠올려보았다.

[부장 판사 출신. 이게 뭘 뜻하는 거죠?]

‘법조계에서 우리 아빠 수준이라는 뜻일걸?’

[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이미 여론은 재판으로 가기 전부터 심히 기울어져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는 날이 갈수록 건강해져만 가고 있었으니까.

아이 아빠는 인터뷰마다 울면서 이렇게 안 아플 수 있는 아이였다고 말했고.

-악마가 따로 없네…….

-이거 어지간하면 진단이 안 된다던데? 저렇게 첫째 죽고, 둘째, 셋째가 같은 증상 보이는 게 이상해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대.

-의사세요?

-이기자 교수? 그 사람이 인터뷰한 거에서 봄.

-아…….

바이럴 팀도 쉬지 않고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었다.

-칠성에서만 봤으면 진짜……. 몇이나 더 죽을 수도 있었단 얘기네?

-와……. 실력 있는 의사라는 게 진짜 어마어마한 거구나.

-하긴 요새 태화 의료원 통합진료센터가 지리긴 한다더라.

-바이럴?

-바이럴은 지랄.

은연중에 칠성을 깎아내리기도 했는데 되게 잘 먹혔다.

아무래도 최근 칠성 폼이 좀 떨어지고 있기도 한 데다가 태화의 기세가 미친 듯이 치고 올라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진료 잘했으면 그냥 잘했다고만 하지, 왜 자꾸 칠성에서 보냈다는 걸 강조해…….”

이렇게 되면 오성흠이 엄청나게 곤란해질 것 같았지만.

태화의 홍보팀은 참 세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었다.

-이러면 얘네 환자 안 보낼 수도 있는데…….

이현종이 한마디 했더니 기조를 살짝 바꿨다.

-그래도 모른다 싶을 때 보낸 게 다행인 듯.

-응. 사실 칠성 정도면 고집부릴 수도 있는데……. 보내는 게 용기인 듯?

-양심 있는 의사지, 그 정도면.

-괜히 데리고 있었다가 문제 생겼으면 안 될 일 아님?

칠성도 잘했다, 정도?

덕분에 면이 아주 구겨지지는 않았다.

“막말로 안 보냈다가 문제 생겼어 봐요. 이거 아동 학대라고, 아동 학대! 의사가 진단하면 거의 100% 살릴 수 있지만 아니면…… 죽어. 죽는다고. 비난 감당할 수 있겠어요?”

“아…….”

“이거 다 내가 강력하게 어? 주장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아니, 그래도…….”

물론 안국태는 불만을 애써 내보이고 있었다.

애초에 각이 선 상태라서 그랬다.

‘이미 오성흠하고 나는 틀어진 지 오래야.’

피차 대안이 없어서 함께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않나.

아마 오성흠도 연임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발굴해서 쓸 게 뻔했다.

이미 몇몇 만나고 다닌다고도 하고.

이렇게 되면 안국태로서는 아예 쿠데타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해서 뭐라고 하려고 했더니, 오성흠이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음.”

“아이가 살지 않았습니까? 우리 다 의사 아니에요? 태화고 칠성이고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의사한테는 환자가 살아나는 게 중요한 거지!”

“아…….”

안국태가 아무리 애를 써 봐야 뭐 하겠나.

정치적 레벨은 오성흠이 몇 줄이나 위인데.

여기서 의사와 환자를 들먹이리라고는 안국태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와……. 지금 뭐라고 하면…… 진짜 개새끼 되겠지?’

이미 개새끼긴 했다.

대외적으로도, 안에서도.

그렇지만 굳이 또 개새끼란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실익도 전혀 없는데.

해서 입을 다물었고, 오성흠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나는 태화에 미래를 건다.’

쓴웃음이기도 했다.

분명 칠성에 뼈를 묻고 살려고 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뭐 어쩌겠나.

딱 한 번의 실수가 그를 몰아넣고 있었다.

다행인 일은,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는 칠성보다 태화가 더 낫다는 점이었다.

‘가자…….’

오성흠은 그렇게 결심하곤, 앞으로도 모르는 게 있으면 일단 보내자는 말을 했다.

“그러다 우리 펠로우들이 들어가게 되면 배워서 오면 될 거 아닙니까.”

“이번엔 우리 쪽 합격자가 없습…… 없습니다.”

“괜찮아요. 군대 가는 3년 차들 중에 눈에 든 애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뭐 제 임기 내에서 잘되자고 하는 겁니까? 원장 아닙니까. 거국적으로 생각을 해야지.”

“아.”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려요. 안 교수도…… 이제 내과 과장 된 지도 벌써 어? 꽤 됐잖아요?”

“네네.”

이미 분위기를 잡아 놓은 터라 반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오성흠은 상대의 말꼬투리를 잡아서 나락으로 보내 버리는 데 선수다 보니, 회의는 그저 일사천리였다.

그렇게 칠성에서의 일이 좋게좋게 봉합해 대는 사이, 수혁과 더불어 다른 태화 의료원 의료진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강남 경찰서 앞에서였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이현종, 이기자, 이수혁 교수, 그리고 안대훈 전공의, 우하윤 인턴이 서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진단한 의료진이며 가해자인 어머니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 텐데요.

기자들은 이미 대거 포진하고 있었고, 은근히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수혁 일행을 편들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불안할 구석이 없지 않음?

-아니, 그래도……. 거짓말하고 격리를…….

-너 시발 가해자 본인이지? 그럼 환자 계속 괴롭히는데 격리 안 시키고 어떻게 고침?

-말하고…….

-말하고? 이미 다 들통났는데도 고소하는 인성인데 말하고 잘도 되겠네.

대중의 지지가 워낙 두터웠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시비가 명확히 갈리는 일이란 게 참 드문데, 이번 일은 시비가 확실히 갈리지 않았나?

어떻게 봐도 수혁이 옳고, 저쪽은 틀렸다.

“거참.”

이렇다 보니 형사도 참 곤란했다.

고소가 들어갔으니 법적으로 불러야 해서 부르긴 했는데…….

‘뭘 조사를 하냐고 이걸…….’

형사 본인부터가 수혁을 응원하고 있지 않던가.

이 사람 아니었으면 환자가 죽었다.

정말로.

그냥 환자도 아니고 어린애가 죽었다.

아니, 요새 도는 얘기에 따르면 그다음, 그다음 애도 죽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이 양반은 일종의 영웅인 건데.’

근데 뭔 조사를 해?

해서 일단 커피부터 타 왔다.

“자, 교수님. 일단 이거 마시면서 하시죠.”

“뭘 마셔요? 나한테는 물도 안 줘 놓고! 저 사람들은 피의자예요, 피의자!”

옆에 있던 아이 엄마가 아주 난리를 쳤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이 엄마가 사라졌더니 아이는 좋아지고 있지 않나.

게다가 며칠 조사한 것만으로도 엄마가 수상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쳤다.

우선 캡사이신을 구매한 이력이 주르륵 나왔다.

사마귀와 관련된 것도 샀고.

심지어 컴퓨터로 검색한 이력 또한 수상쩍기 그지없었다.

‘검출 안 되는 약을 왜 검색하시냐고……. 그것도 우리나라 사이트도 아닌 곳에서.’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피의자가 아니라 피고소인이고요……. 고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알죠? 죄의 유무와 상관이 있는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아니, 거짓말로 날 가뒀다니까요?”

“그러니까 그건 조사를 해 볼 일이죠. 그리고 오늘 왜 오셨어요? 대질 신문이 설령 있다 해도 오늘이 아니잖습니까?”

“내가 고소하고 저놈들 얼굴 보러 온 게 잘못이라는 거예요, 지금?”

형사뿐 아니라 경찰서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아이 엄마에게로 쏠렸다.

당연히 안쓰럽다는 눈길은 없었다.

모두 비난의 눈초리뿐이었다.

동정심을 사려고 자그마치 자기 아이를 강제로 아프게 만들었던 사람에게 이런 반응은 견디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다.

“나 진짜 억울하다고!”

그렇다 보니, 반응이 굉장히 이상하게 터져 나왔다.

‘거참…….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네.’

[그러니까요. 그게 다 연기였다는 증거죠.]

‘케이스로는 많이 봤지만……. 진단은 처음이라 그런가, 진짜 참……. 나도 처음 보는 광경이네. 싹 다 데이터베이스 해 놔.’

[네. 나중에 정신과 쪽으로 문의해서 어떤 유형의 인격장애에 해당하는지 분류해 놓는다면 진단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좋지. 또 안 보면 더 좋겠지만.’

[안 볼 거 같습니까?]

‘아니.’

수혁은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하기 싫은 일이지만, 세상엔 분명 악한 사람도 있었다.

고치기도 어려웠다.

아예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너무 많았고.

또 점점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자, 교수님. 그럼 몇 가지 질문은 하겠습니다. 형식적인 겁니다. 저도 교수님 응원하니까 마음 편하게…….”

“응원? 형사가 피의자를 응원?”

“아, 저분 좀 밖으로 내보내. 구속 영장 심사 아직 안 끝났대? 왜 구치소에 있어야 할 사람이 밖에 있어?”

“구속? 야, 너 말 다 했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애를 얼마나…… 아픈 애를 얼마나! 야, 놔. 이거 놔!”

어머니가 끌려나가고 나서야 본격적인 얘기가 진행되었다.

얘기라고 해 봐야 별것도 없었다.

“네, 거짓말한 것은 맞습니다.”

“목적은…….”

“환자 치료입니다.”

“네. 이거 이제 오늘 진술한 거 토대로……. 기각이 될지 아니면 검사에게 넘어갈지 결정이 될 겁니다. 근데 뭐……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변호사분도 빠방하시고요.”

“근데 제가 또 와야 할 일이 있을까요?”

“아……. 그건…….”

“제가 환자를 봐야 되는데 자꾸 이러면 시간이 좀…….”

“아, 네네. 제가 그건 어떻게든 위에 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네.”

적어도 수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렇기도 했고.

‘엄청 대범하시네……. 보통은 여기 오면 잘못한 거 없어도 쪼는데. 저거 봐. 저기.’

그에 반해 이현종은 벌벌 떨고 있었다.

다 내가 책임지네 어쩌네 하더니.

경찰서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저러고 있었다.

“저기 어르신. 저 어르신 응원한다니까요?”

“잘못했습니다.”

“아이구……. 야, 여기 우황청심환이라도 있으면 좀 들고 와 봐라! 숨넘어가시겠네.”

“네네, 제가 다 불겠습니다.”

“뭘 불어요, 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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