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1008화 (1,008/1,303)

1008화 코비드에서도 (3)

그래서일까?

수혁은 폐색전증이 실제로 확인되었을 때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조태진을 비롯한 모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어어…….”

“이런 망할.”

“이게 왜……!”

사실 중증 감염에서 폐색전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패혈증이라도 번지게 되면 사람 몸이 아예 박살 나게 되기에 그랬다.

하지만 이 환자, 그러니까 장영우 교수는 무증상자였다.

수혁이야 단순히 그렇다고 전달받았을 뿐이지만, 조태진은 당장 그제도 통화를 했더랬다.

-어? 심심하지, 뭐. 양성 뜬 마당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몰래 나가라고? 미쳤냐? 총 맞아, 인마.

생기 넘치던 목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어디에서도 아픈 기색일랑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폐색전증이 왔어?

잠시 패닉에 빠져 있으려니, 수혁이 말을 이었다.

“padua 에 따라……. 아까 시행했던 결과를 보니 환자 점수는 4점입니다. 항응고제를 처방하죠. 또 환자……. 증상은 없지만 바이러스 양성임에 대해 인퍼페론 베타1b와 렘데시비르 복합 치료를 시행하겠습니다.”

“아……. 그, 그래! 그래야지!”

다행히 그의 지시가 있고 나서도 우왕좌왕하는 이는 없었다.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수혁의 지시를 명확하게 이행했다.

조태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혈액종양내과 교수라지만 한때 그도 내과 4년 차로서 온갖 병을 보며 날아다녔던 적이 있어서 그랬다.

아니, 사실 지금도 혈액암의 합병증 또는 항암치료의 합병증 때문에라도 폐색전증 환자는 종종 보고 있었다.

“아니, 근데……. 나 왜…….”

그 와중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이가 하나 있었다.

숨을 껄떡거리고 있다가 산소 공급이 되고 나서야 조금 형편이 나아진 장영우 교수였다.

그는 코에 캐뉼라를 꽂고서 히익히익 하면서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사지 않나?

피부과긴 하지만, 그래서 이제 이런 거 좀 어색해진 마당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나도 나름 검색하고 자료 해석하는 건 안다고…….’

애초에 피부과지 않나.

피부과를 갔다는 건 성적이 엄청 좋았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대학 병원 피부과라는 곳은 미용보다는 화상과 같은 중증 질환과 더 맞닿아 있을 때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교수 노릇을 하려면 숫제 공부벌레여야 했고.

“나……. 왜 폐……?”

그래서 도통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허나 그의 의문에 딱히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원래 같이 일하던,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무증상 감염자가 되면서 꿀 빨고 있을 거라 욕먹었던 이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장 교수님.”

확실히 현장에는 관심을 보이는 이도, 보일 만한 이도 없었다.

때문에 수혁이뿐이었다.

그를 부른 것은.

‘나, 죽었나?’

아까부터 말했다시피 장영우는 주변을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리면서 말을 걸고 있던 마당이었다.

제아무리 코에 캐뉼라 꽂고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지만 룸에어 상태에서 산소 포화도가 80%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어디 제정신일 수 있겠나?

고산병이라도 걸려 본 사람이라면 알 텐데 이만한 숨을 쉬는데 숨이 안 쉬어지는 것만 한 고통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은 다 그냥 움직이고만 있는데 누가 날 불러……?

“어……. 누구……. 누구십니까. 저 아직…….”

해서 장영우는 일단 급한 대로 천장부터 바라보았다.

당연하지만 천장엔 그냥 천장만 있을 뿐이었다.

뿐인데…….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집과는 달리 병원엔 천장에 등이 있기 마련이었다.

처치실에 있는 등은 그 빛이 훨씬 밝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뭔가 수상쩍은 느낌을 받았다.

“사, 살려 주십쇼……. 제가 왜 이런…….”

‘저 사람 왜 저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섬망인가?]

‘아……. 가능성 있지. 뭐……. 염증이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긴 하죠].

해서 이상한 소리를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그사이에 라인을 따라 약들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약이 들었다 해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왜냐?

지금 원인이 불명확한 상태지 않은가.

열이 나기는 하지만, 지금 나는 열은 감염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폐색전증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할 터였다.

“살려 주십쇼. 저 진짜……. 이번 주부터 교회 나가겠습니다.”

그 와중에 장영우 교수는 천장을 보면서 기도 아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아마 주변에 있던 이들 중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당장 섬망부터 의심했을 텐데…….

불행하게도 지시를 충분히 잘 이행할 수 있을 만큼의 업무 숙련은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아는 사람이 아파서 온 데다가, 한동안 이런 일을 하지 않아서 여유까지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지.’

[일단……. 대화를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주사 찌르라고 하죠.]

‘그래……. 그러자.’

[네.]

오직 한 사람 수혁만 그를 보고 있었다.

그 또한 보통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이 와중에도 말을 이어 갈 따름이었다.

“장 교수님. 폐색전증이 왜 생겼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네네. 장모라고 해 주십쇼! 궁금합니다!”

하도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휴대폰을 들고 있던 간호사도 폰을 내려 둔 상황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누가 툭 치는 바람에 침대에 떨어져 있었으니, 장영우 교수로서는 대체 이게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신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의식이 온전한 건 아니어서 그랬다.

“아직 코비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불명입니다.”

“천벌입니까?”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이상한 소리 자꾸 하시면 주사 놓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가만히 있겠습니다.”

아까보다 어쩐지 소리가 가까워진 느낌이 일었다.

천장에서 쏟아진다기보다는…….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느낌이랄까?

베게 옆으로 떨어졌으니 당연한데, 하여간, 그렇다 보니 장영우 교수는 속삭이며 신의 소리를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스를 떠올려 보십쇼.”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사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

사스에 대해서 아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피부과인 데다가, 사실 대한민국은 사스의 공격에서 꽤 자유로웠기에 그러했다.

그 때문에 김치가 사스 예방 효과가 있다는 둥 의학적이지 않은 소문마저 돌았을 지경인데…….

아무튼, 수혁은 상대가 뭔가 알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사스의 경우엔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수용체에 결합, 이를 통해 내피 염증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바이러스 독성 및 혈소판 염증은 물론이거니와 조절되지 않은 면역계 및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 반응까지 여러 기전을 통해 혈관 내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네네. 아멘.”

이제 슬슬 장영우의 정신은 혼미해져만 가고 있었다.

실제로 혼미해질 때가 되기도 했다.

너무 힘들지 않겠나?

산소가 들어온다고 해도 헐떡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게다가 수혁의 말을 잘 들어보면 확실히 단어 하나하나는 학생 때 다 들어 본, 다시 말해 다 아는 단어들이었다.

허나 죽 이어져서 하나의 문장을 이루자 이게 대체 뭔 얘기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상하게 진짜로 신의 말씀으로만 여겨져서 아멘을 연신 외우고 있었다.

그걸 본 조태진이나 다른 간호사들은, 이 친구가 생각보다 독실한 친구였구나 싶었다.

“힘든가 보네.”

“힘들죠.”

“아멘 아멘 하는 거 보니까 이번에 나으면 새벽기도도 나가겠어.”

“그러니까요. 안 그래도 미국 온 이상 한인 교회 안 나가면 안 되긴 하거든요.”

“아……. 그렇지. 저도 연수 왔을 때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네네.”

간호사는 오컬트 마니아 조태진이 하필 뉴욕으로 연수를 왔었고, 당시에 남긴 기이한 행적 때문에 아직도 일부 교회에서 태화 의료원은 사탄의 소굴이라 매도하는 걸 알고 있었던지라 더 말을 붙이진 않았다.

본인도 딱히 신실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탄의 자식으로 매도될 정도도 아니어서 그랬다.

이렇게 오해가 오해를 부르는 가운데, 수혁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아시다시피 코비드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근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공통된 특징을 공유할 수밖에 없죠. 가령 메르스도 사스도 코비드도 결국엔 상기도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아……. 네.”

“최근 이러한 증상에 대해 취약한 내피 이론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 아직 검증된 이론은 아닙니다만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니 확실히……. 가능성이 있군요.”

“그럼 제…….”

“네. 장영우 교수님에게 발생한 폐색전증은 바이러스의 혈관 지형적 공격성에 의한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여러 변화가 야기했을 테지만 뭐, 뭉뚱그려서 말씀드리자면 그래요. 다른 요인이 있었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아……. 네……. 그럼 저…….”

“돌아가시진 않을 거 같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물론 잘 지켜봐야겠지만 폐색전증 하나만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이제 드물지 않습니까.”

“가, 감사합니다.”

하필 다른 이들은 다른 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다가, ‘감사합니다’를 내뱉는 장영우만 확인했다.

심지어 장영우는 천장 어디쯤을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 봐야 보이는 건 그저 빛뿐이었다.

“얘……. 뭐 보이는 거 아냐?”

“설마요……. 너무 무섭지 않습니까?”

“당장 어떻게 될 바이털은 아닌데…….”

“교수님이 계시니까요. 저희는 교수님만 믿겠습니다.”

“아니, 나는 호흡기는…….”

“그래도 암 보시는 분 아니십니까. 저희보다야 훨씬 낫죠.”

“그야 그런데……. 얘가 이러니까 갑자기 확 불안해지네.”

조태진은 그렇지 않아도 오컬트 마니아이지 않나.

수혁교의 핵심 신도이기도 하고.

이러한 신비 현상에 관심이 비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생과 사를 다루는 이들은 일부나마 이런 쪽으로는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게 반드시 과학적으로만 일이 진행되지 않아서 그랬다.

‘사스처럼 혈관 내피를 공격한다면……. 인터루킨-6 차단과 같은 요법이 필요할 수 있겠어.’

[적절한 약이라면 토실리주맙 같은 것이 있겠군요. 사용 기준은……?]

‘아직 모르지. 아무래도 D-dimer 증가를 면밀히 봐야겠는데……. 이런 식으로 무증상자에게도 갑자기 생기는 경우라면…….’

수혁의 얼굴이 조금 구겨졌다.

이번엔 의사라서 살았다고 봐야 했다.

예민하게 움직였으니까…….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을 거야. 반드시 증례 보고를 해야겠는데.’

[네. 하마터면 이 사람도 죽을 뻔했습니다.]

‘그렇지. 응?’

그렇게 어떤 식으로 내용을 정리해야 하나 하고 있으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동기였다.

학생 때 꽤 친했던, 그러나 과가 갈리면서 각자 인생이 바쁘다 보니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이가 된…….

[유일한 친구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고.’

[받아 보십쇼. 친구 아예 없애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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