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1031화 (1,031/1,303)

1031화 부작용이 있다면 (5)

드림팀.

요즘에야 너도나도 드림팀, 드림팀이라고 하지만 수혁과 바루다의 태그팀이야말로 드림팀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겠나?

“으음……. 간문맥…… 혈전이 있네.”

“이거…… 이렇게 되면…….”

“그뿐만이 아냐. 여기 신장 보이지. 안쪽으로 다발성 파종성 혈전이 있어.”

“아…… 이거…….”

수혁의 빠른 판단하에 환자는 우선 뇌출혈에 대해 신경외과적인 처치 중 수술을 제외한 다른 처치를 시행했다.

그렇게 벌어 낸 시간을 통해 흉부, 복부 및 골반 CT를 찍은 결과, 참담한 영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내려와 있던 신경외과 펠로우의 얼굴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이건…… 못 살리겠는데…….’

머리에 출혈만 해도 지금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정맥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출혈인 경우에는 동맥 출혈에 비해 결과가 더 좋긴 하지만…….

일단 양이 적지가 않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살 수 있을지 아닐지, 살아나더라도 합병증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헌데 거기에 더해서 간문맥에 신장도 저래?

하필이면 이런 곳에만 피가 꽉꽉 들어차 있었다.

간문맥이 사이즈랑 혈류량만 고려하면 대동맥이랑 별 차이도 없지 않나.

게다가 간은 우리 몸의 해독소이자 에너지 저장소라는 말이 있듯 진짜로 중요한 장기였다.

신장?

신장은 말할 것도 없지.

‘하아…… 근데 이거 백신이라고…… 아니, 백신 맞고 사람이 이렇게 된다고?’

신경외과 펠로우는, 그중에서도 머리를 다루는 펠로우는 공부라면 치가 떨리도록 많이 한 사람이지 않겠나.

그럼에도 백신에서 이렇게 되는 건 처음 봤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백신을 주로 쓰는 의사도 아닌 데다가…….

코비드에서 쓰는 mRNA 전사 방식 백신은 인류가 지금까지 대규모로 경험해 보지 못한 백신이기에 그랬다.

“흐음.”

안대훈과 이태원 그리고 다른 레지던트들이라고 해서 별 차이가 있거나 하진 않았다.

백신이 물론 의사들이 확보한 무기 중 굉장히 강력한 칼인 것은 맞았다.

막말로 백신이 나오고 나서 수많은 병들이 퇴출되었거나 적어도 조절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소아마비와 천연두에 대해서는 박멸을 선언하게 되었을 지경이었다.

두 질환 모두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쾌거였다.

허나 모든 칼이 그러하듯 백신도 양날의 검이었다.

‘흔하게 놓는 백신에서도…… 간혹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 대부분은…… 배지로 쓰는 계란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아나필락시스로 오는 거긴 한데…… 이번 백신은 면역반응이 강할 테니…….’

안대훈은 덥수룩하게 자란 옆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을 이어 갔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죽음을 단기간에 봐서 그런가 자꾸 안 좋은 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오고 있었다.

허나 함부로 입을 열고 있지 않은 건, 수혁 때문이었다.

그의 스승이요, 등불이신 수혁이 아직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알듯 말듯, 묘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흐으으음.”

수혁은 바루다와 치열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 것이기에 그랬다.

하지만 아예 예상을 못 한 건 아니었다.

처음 백신의 기전을 들었을 때부터, 아마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여러 부작용을 마주하게 될 거라 예상을 했더랬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너무 많이 죽고 있어. 그나마 우리나라는 코비드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적지만…… 아무래도 코비드 외의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의사가 되어 가지고 어떻게 사람 죽어 나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있냐.

그 말을 했더니 신현태의 답이 이랬다.

사실 수혁도 부작용이 우려되긴 하지만, 그 비율이 적다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긴 했더랬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감염 질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저리 말을 했기에 더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대신 부작용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 온 참이었다.

‘면역반응을 너무 과하게 유도할 수 있다면……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과 유사한 형태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

[네, 정확히 말하자면 자가면역성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이겠죠.]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 의학은 통계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희귀한 질환 및 증후군 등을 잘 종합해서 정리해 놓은 학문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코비드처럼 아예 경험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질환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조차 2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지식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딱히 헤파린에 대한 노출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지. 수술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후 관련 항체 생성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죠. 그렇다면 비슷한 기전으로 백신을 맞은 후에도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치료야…… 치료법도 확립되어 있지.’

[네. 그렇습니다.]

수혁은 다른 이들 모두가 환자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가운데, 그러니까 이제부터 백신에 대한 공포가 미친 듯이 흘러넘칠 거라 확신하게 된 가운데 입을 열었다.

“검사실 결과를 보면 환자 혈소판이 크게 감소되어 있고 D-dimer는 증가해 있어. 이에 비해 피브리노겐은 정상 수치지. 그러면서 영상을 보면 신체 여기저기에 혈전증을 보이고 있어.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한 만큼 아직 정확한 명칭을 붙이긴 어렵겠지만…… 사실상 이런 상태를 야기할 수 있는 질환이 있지.”

“아…….”

수혁의 말에 안대훈이 뭔가 알겠다는 얼굴로 입을 벌렸다.

연기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안대훈은 알 수도 있으니까.

“자가면역성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 극히 드문 상황이지만 다행히 치료법은 있어. 일단 정맥 면역글로불린, 비헤파린 기반 항응고제 주고……. 혈장교환술 준비하자고. 치료 들어가면서 ELISA로 혈소판 인사에 대한 항체(ab PH4) 나오는지 확인해 보고.”

“네!”

어떤 환자는 단지 진료 과정만이 아니라 처방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레지던트들과 이태원은 깨달았다.

답을 시원하게 해낸 것은 오직 한 명, 안대훈뿐이었다.

괜히 수제자가 아니라는 듯 녀석은 부리나케 일어나 수혁이 빠르게 쏟아 낸 처방을 주르륵 쳐 내려갔다.

다다다다다

그사이, 수혁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거 빨리 질본에 보내. 백신…… 관련해서 혈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아, 네. 아예 통화 연결할까요?”

“음. 일단 그럼 내가 이메일 보낼 테니까, 통화도 해 줘.”

“네!”

그 모습에 나도 뭐라도 하긴 해야겠단 생각이 든 이태원도 행정적인 일이나마 최선을 다해 도왔다.

“네, 최우식입니다.”

밤 10시.

흔히 생각하기에 공무원이 일하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지 않나?

허나 서기관 최우식은 별 지체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태화 의료원 이태원입니다.”

“아…….”

“이수혁 교수님이 통화 원하십니다. 백신 관련 새로운 부작용 때문에요.”

“아! 네네. 부탁드립니다.”

병원도 병원이지만, 공무원들도 관련 부처 사람들은 퇴근이란 단어를 잊은 채 살고 있었다.

특히 질본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의사 출신 4급 서기관인 최우식은 아예 숙직을 하고 하고 있었다.

“아…… 최 서기관님.”

“네네. 이수혁 교수님.”

수혁도 아는 이름이 되었으니 알 만하지 않겠나.

하여간, 그는 수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뭔 부작용이려나…….’

개소리일 거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까지 수혁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만이 아냐……. 전 세계적으로도 더 난리가 났을걸…….’

열나요부터 해서 수혁의 지침서까지.

무엇 하나 수혁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물론 WHO나 기타 다른 국제기관이나 병원에서는 생각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사람인 만큼 수혁의 편을 들 수밖에 없지 않나?

아니, 그 전에 수혁과 직접 소통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은 단순 천재가 아니라 그냥 괴물이었다.

“네? 혈전…… 혈전이요?”

“네. 병력은 없는 환자입니다. 일단 중앙 의료원에서 보내온 자료에서도 그랬고, 제가 따로 가족들한테 물어봤는데…… 거기서도 딱히 뭐 없었습니다.”

“52세라고요…….”

“네.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부작용이 얼마나 흔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아? 떴어? 네 항체도 떴습니다. 항 혈소판 인자. 이렇게 되면 백신이 원인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우연히 이게 그냥 생길 리는 없어요.”

“이, 일단 배포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이게…… 혹시 미리 좀 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증상은 없을까요?”

증상.

그래, 이게 중요하지.

‘하긴…… 조기에만 발견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치료로 좋아지긴 할 거야.’

[네, 이 환자도 이 상태로 가기 전에 왔다면 훨씬 더 간단하게 치료가 되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서 이걸 모니터링하라는 건 좀 이상한 일이지.’

[그렇죠. 의료 소요가 너무 많이 발생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 수혁이나 바루다나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었더랬다.

그렇지 않나.

자나 깨나 진료만 생각하던 사람이 무슨?

허나 이번 사태로 인해 직접 이러한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보니 자연히 생각의 지평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너져. 안 돼. 지금 빨리 굴려 봐.’

[넵].

병원 시설과 인력은 한정적이었다.

그 상황에서 코비드와 같은 사태를 이미 발생하는 다른 병들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 미리미리 늘려 놓으면 되지 않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태도 없는데 놀리는 인력과 시설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사회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은, 거리두기 등등을 보면 알겠지만 반드시 병에 걸려야만 죽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더 많은 사람은 병이 아니라 생활고로 죽었다.

사회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단 얘기였다.

“일단 두통. 아무래도 머리 쪽 혈전이 제일 급할 테니까요. 두통이 없던 사람이 심각한 정도의 두통이 생긴다면 반드시 가야 합니다. 그 외에 복통이나 이런 증상도 생길 수 있는데…… 흐음. 이건 좀 애매하네요?”

“두통이라. 시일은요?”

“3주 이내까지는 발생 가능합니다.”

“길군요……. 흐음…… 이게 쉽지가 않을 거 같은데.”

“쉽지 않겠죠. 하지만…… 일단 권고 사안은 내려야 될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하나만.”

“네. 얼마든지요.”

“해외에서 백신 후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백신 제조사에서는 이에 대한 보고가 없어서요.”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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