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1093화 (1,093/1,303)

1093화 개인 과외 (5)

-어떻게 할까요?

-터뜨려.

그렇게 식사가 한창이던 시각, 신현태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정말 무전이었다.

무슨 톡 같은 걸 무전이라고 한 게 아니고…… 진짜로 무전.

“뭐야……?”

한창 맛있게 밥 먹고 있던 이현종이 그 괴이한 모습에 질문을 던졌다.

신현태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곤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그러자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아니…… 저거…….”

“이거 허가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제가 사실 우리 교수님 탄신제로 불꽃놀이 하려다가 적발되어서 경찰서에 간 적이 있어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신현태는 이현종과 조태진의 반응에 다 예상을 했었다는 얼굴로 후후 웃다가 안대훈의 말에는 눈을 부릅떴다.

‘전에 홍보실에서 간신히 막았다는 사고가 너였냐…….’

그래, 뭐 음주 운전 같은 범죄에 비하면 그래도 사회적으로 물의가 적은 경범죄이긴 했다.

보통은 단순 소음으로 신고되는 경우가 많지 않겠나?

‘훈방이 아니라 잡혀갔다는 건…….’

하지만 경찰서에 갔다는 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얘기가 되었다.

실제로 당시 경찰서에 다녀왔던 직원의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결코 경범죄는 아니었다.

거의 국가 내란 음모죄에 해당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도 화약은 화약이니까…….

“허가받았지. 태화 의료원 원장쯤 되니까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말이지. 게다가 지금 연말이잖아. 사람들이 오히려 좋아한대.”

“아…… 하긴. 그 망할 코비드 때문에 더 억제되어 있었지……. 다들 좋아하긴 할 거 같네. 아니, 근데 저거 보통 불꽃놀이가 아니잖아?”

“그렇지. 따로 맡긴 거야. 전문가들한테.”

“아니……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니, 해야 한다고?”

“수혁이를 생각해 봐 형. 형보다 더해.”

“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바로 이해가 되긴 하네.”

이현종은 크흠 하고 앞에 놓여 있던 음식을 한술 더 떠먹었다.

그러곤 조태진 건너편에 있던 안대훈을 바라보았다.

높은 확률로 아니, 어쩌면 반드시 라고 해도 좋을 만한 확률로 이 녀석 또한 생을 홀로 지새울 거 같아서 그랬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낭설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있었다.

말이 되나?

만약에 그렇다면 진짜 말세라고 할 수 있었다.

“와…… 오늘 무슨 날인가 봐요.”

“그러니까 말이야. 엄청 멋있네?”

남자 넷이, 그것도 그리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모인 방에서조차 한동안 대화가 끊길 정도로 어마어마한 불꽃 세례가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남녀 둘이 있는 방에서 느끼는 감회는 좀 더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제아무리 수혁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혹시 하늘이 나를 밀어주는 건가.’

[음…… 신 같은 거 믿지 않지만…… 확실히 오늘은 이상하군요.]

바루다마저 심상치 않다고 여길 만큼이나 대단한 일 아니던가.

당연한 일인데, 바루다라는 억제기가 없는 하윤은 이미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은 지 오래되었다.

‘이상하네…… 이상해. 만약 한 번만 더…….’

우연에 우연이 겹치고 있었다.

부딪치고, 차가 망가지고, 또 부딪치고, 식당에 왔더니 한강 조망 룸에 난데없는 불꽃놀이까지…….

“마지막 디저트 올려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직접 만든 쑥 마카롱에 캐러멜 그리고 팥 양갱입니다. 이건 저희가 직접 키워서 재배한 귤로 만든 소르벳입니다.”

“와…….”

거기에 더해 마지막으로 서빙된 디저트는 그야말로 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이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확실히 파인 다이닝에 속하는 음식들은 맛도 맛이지만 보기에도 아름다운 법이었다.

거기에 더해 오늘의 코스는, 적어도 이 방 안에서 이루어진 코스는 테마가 로맨스였다.

마지막에 이르러 화룡점정을 더한 느낌이었는데…….

불행하게도 옆 방에 있던 사나이들에게는 이 유종의 미를 음미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일어나야지.”

“응? 나 아직 다 못 먹었는데…….”

“지금 여기 처먹으러 왔어?”

“식당에 먹으러 오지 그럼 뭐 하러 와.”

“우린 일하러 왔어. 빨리 일어나. 내가 다음에 한 번 더 대접할게.”

“여기 예약 안 되던데…….”

“‘전’ 원장은 안되지. 현직 원장은 되더라.”

“와…… 이 셰프 새끼를 그냥.”

이현종마저 투덜거리며 신현태의 손에 끌려 나갔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조태진이나 안대훈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애초에 음식보다는 수혁이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군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곤 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머리 돈 것으로 치면 병원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서도 순위권에 든 사람들이라곤 하지만 오늘의 신현태는 감당이 안 되는 면이 있었다.

‘MRI 한번 찍어 봐야 하는 거 아냐?’

‘제가 한번 수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태진과 안대훈이 신현태의 건강을 의심하게 된 가운데, 신현태는 나머지 작전에 대한 브리핑에 들어갔다.

“우리는 오늘 우하윤의 차도 부순다.”

내용을 제외하고 말투만 들어보면 거의 뭐 독립투사였다.

누구라도 쏴 죽일 거 같은…….

“응? 그걸 왜 부숴. 인마. 제네시스 하나로는 부족했냐?”

“어차피 쟤네 술 먹어서 운전 못 해.”

“그럼 보통은 대리를 부르지!”

“하하…… 오늘은 아냐.”

“이런 미친……”

“그리고 이미 부쉈어, 사실.”

“어…….”

신현태는 바깥에 있던 주차장으로 갔다.

다들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의 뒤를 졸졸 따랐는데, 그 결과 확실히 부서진 하윤의 차를 볼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나마 수혁의 차처럼 박살이 난 건 아니고 그냥 타이어에 바람이 잔뜩 빠져 있었다.

물론 저것도 해결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런 말을 꺼내 봐야 아무 소용없겠다 싶을 정도로 신현태의 눈알이 돌아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택시를 불러야겠지. 여기 오늘의 기사님이다.”

“아…….”

“집은 무조건 우창윤네로 먼저 갈 거야. 우린 거기 잠복해 있다가 부딪치게 만들 거야.”

“어떻게?”

“다 수가 있지. 후후.”

“어, 그래…….”

이현종도 입을 다물었다.

‘약간 무서운데…… 기자야, 보고 싶다…… 왜 내 주변에는 다 미친놈들뿐이니.’

그러곤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까 불꽃놀이가 어찌나 화려했던지 하늘에 연기가 여전히 서려 있었다.

물론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을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벌써 밴이 하나 와 있지 않나.

“자, 타세요.”

어디 일 나가는 사람들처럼 우르르 타야만 했다.

차량은 금세 도로를 달려 우창윤 교수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넷 모두 집을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만…….”

“그러니까 말이야. 여기서 우창윤 놀려 먹는 거 좋았는데.”

“후후.”

“히히.”

우창윤만큼 타격감 좋은 교수가 있나?

단언컨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일행은 미리 도착해서 숨었고 그제야 수혁과 하윤은 밖으로 나와 참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수혁이야 원래 물건에 딱히 애착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차가 망가졌어도 그렇게까지 타격이 있진 않았지만, 하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니…… 이게 무슨…….”

“죄, 죄송합니다. 저희 불찰입니다. 일단 택시 불러 드리고, 차는 저희가 알아서 다 정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물론 하윤은 곱게 자란 사람인 데다가 그렇게까지 불만을 세게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눈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아버지뻘의 셰프에게 뭐라 하진 못했다.

“그래, 알아서 해 주신다잖아. 오늘 우리 차가 좀 그렇네. 이상하네.”

“그, 그러니까요. 어떻게 이런 우연이…….”

거기에 더해 수혁도 비슷한 성격이지 않나?

아니, 수혁은 다른 누구랑 비교해도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이나 긍정적인 인간이었다.

거기에 더해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거기 원장과 사모가 참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었던 덕에 여전히 타인에 대한 믿음 또한 잘 간직하고 있었다.

“택시 불러 드렸습니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블랙입니다.”

“그…… 네.”

“네. 어차피 대리 불렀어야 하는 데 잘됐네요.”

“잘돼요?”

“아, 그렇게 생각을 해 보자는 거지 뭐.”

“그…… 그렇긴 하죠. 이왕 난 구멍이 메워지는 것도 아니고…….”

해서 둘은 서로가 서로의 화를 억누르는 억제기 역할을 하면서 셰프가 불러다 준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는 무려 벤츠였다.

사실 택시를 많이 타 본 사람이거나 혹은 상식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게 좀 이상한 일이라는 걸 알았겠지만 둘은 아무래도 좀 그러한 면에 있어 부족한 편이었다.

그냥 요새는 택시가 되게 좋네 하고 있었다.

“샴페인도 있네요……?”

“아, 오늘 제 결혼기념일이라서요. 딱 한 번만 운행하려고 나왔는데, 제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미리 따 놓으면 또 실례가 될 거 같아서요. 원하시면 따서 드시면 됩니다.”

“와…… 이게 무슨.”

그렇다 보니 둘은 우리가 운이 좋은 건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샴페인까지 까 잡수면서 집으로 향하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서울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막히긴 했지만 애초에 거리가 얼마 안 되다 보니 그랬다.

거기에 더해 샴페인 주제에 어마어마한 도수를 자랑하는 술이다 보니, 또 달리는 차 안에서 먹다 보니, 또 오늘 하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니, 거기에 더해 수혁은 타고난 알코올 쓰레기다 보니 금세 취해서 더더욱 금방 도착했다고 여겼다.

“어…… 저기까지 데려다줄게.”

“네? 교수님. 걸음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나 안 취했어.”

“아. 네.”

하윤은 취한 사람의 전형을 보며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수혁이가…… 술 먹으면 꼬장이 있지.”

“그렇죠. 교수님의 귀여운 면이죠.”

“이것도 다 예상한 거야. 이제 마지막이다…….”

하윤은 데려다준다는 사람을 거의 반쯤 부축한 채로 아파트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싶기도 하면서도 오늘 참 묘한 날이다 싶기도 했다.

하여간, 수혁이 그렇게 건장한 체격은 아니지만, 하윤도 그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걷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누군가 툭 하고 수혁을 밀었다.

어둠 속이었고, 암살자다운 은밀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둘 다 뭔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떠밀려 넘어질 따름이었다.

“오…….”

물론 다치게끔 하지는 않았다.

딱 쿠션이 되어 줄 만한 관목이 있는 곳으로 밀어서 그랬다.

게다가 둘 다 단단히 옷을 입은 상태다 보니 그저 툭 하고 밀렸다가 부드럽게 넘어지고 있었다.

“오…….”

“오…….”

다들 감탄만 내뱉고 있었다.

둘이 거의 포개지듯 쓰러져 있어서 그랬다.

하윤은 부리나케 수혁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마찬가지로 술에 취한 채로 일으켜 세우는 게 쉽겠나?

“좋아. 시간 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시간을 보내면 호감도가…… 앗.”

“왜.”

“저거 우창윤 교수 찬데.”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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