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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닥터-1201화 (1,201/1,303)

1201화 나 왜 똑똑하지 (3)

안으로 들어서는 환자는 무척 비만한 환자였다.

그중에서도 생김새가 좀 특이하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일반적인 비만 환자는 아니었다.

“으음…….”

레지던트가 저도 모르게 침음을 흘리고 있을 지경이었다.

사실 아선 병원 내과 레지던트쯤 되면 어지간한 상황은 다 겪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이렇게 된다는 건…….

환자의 생김새가 확실히 보통은 넘어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보면 되었다.

‘BMI가 30은 족히 넘어가 보이는데……. 근데 그렇다고 이렇게 보이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비만 유병률이 굉장히 낮은 국가 중 하나이지 않나.

애초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구에 비해 낮은데, 대한민국은 최근 웰빙 열풍에 더해 코비드 사태 이후로는 헬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중에서도 더더욱 바디 쉐이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나라가 되고야 말았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진 않지만…….

하여간, 내과 의사조차 비만 센터에 있는 게 아니라면 고도 비만, 즉 병적 비만 환자를 자주 보기 어려웠다.

‘얜 모르는군…….’

반면 우창윤 교수는 딱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그냥 단순히 살만 찐 게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환자는…….

지방 대사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다.

그것도 상당히 커다란 문제가.

“후욱, 후욱.”

환자는 휠체어를 타고 온 상황이었다.

원래 병원 내에서 이동할 때는 휠체어 내지는 침대로 이동하기 마련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우창윤은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

환자는 바로 누우면 숨쉬기가 더 어려웠을 테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환자의 목과 가슴 주변으로 지방 조직이 과도하게 자라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만한 조직이 기도를 누르면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호흡곤란이 발생할 터였다.

“환자분.”

“네, 네.”

환자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빈 침대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였는데, 우창윤 교수는 그런 환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요. 여기 계세요. 괜찮죠?”

“아……. 네. 저는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따 가실 때 이거 타고 가면 되니까요.”

“네네.”

우창윤 교수의 말에 이송 요원 또한 별말 없이 돌아갔다.

우창윤을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기조실장이라고 하면 되게 높은 사람 같을 거다.

실제로 높은 사람이 맞기도 하고.

일반 기업으로 치면 임원 중에서도 중역급은 되지 않겠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만한 규모의 회사에서 얼굴을 알아보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시니어 교수님 같은데……. 이 시간에도 진료를 다 보시고……. 대단하네.’

그냥 얼굴이 좀 박력 있었다.

태반은 머리 덕분이었지만, 아무튼, 이송 요원은 실로 오랜만에 병원 사람에게 감탄하면서 응급실로 돌아갔다.

그사이 우창윤은 환자를 면밀히 관찰했다.

사실 아까 들어올 때부터 이미 감은 잡았지만, 아무래도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누누이 말하지만 우창윤은 수혁이 아니니까.

다시 말해 괴물은 아니란 얘기였다.

“환자분, 지금 숨을 꽤 몰아쉬고 계신데……. 혹시 이렇게 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아……. 후욱. 꽤 오래…… 몇 달?”

“몇 달이요? 근데 병원에 왜 안 가셨어요?”

“아……. 후욱. 이렇게…… 까지는.”

“그럼 점점 심해지신 거군요?”

“네에.”

심해졌다라.

우창윤은 환자의 목에 자라난 지방 조직을 힐끔 바라보았다.

꼭 누가 강제로 거기다 대고 심어 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뭐 어깨 부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지방 조직이 있다 보니 아주 어색하진 않았지만, 우창윤은 내분비내과 내에서 호르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비만도 다뤄 본 사람이다 보니 딱 알 수 있었다.

“그럼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하시나요?”

“아……. 한 5개월?”

“5개월이라.”

5개월 전에는 이러지 않았다는 걸까?

그건 아닐 터였다.

증상을 일으킨 게 그때쯤일 테니 변이가 일어난 것은 아무래도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터였다.

그래 봐야 1년 이내겠지만.

“혹시 약주를 좀 즐기시는 편이세요?”

“아……. 네. 술…… 끊어야 되는데.”

우창윤은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환자의 얼굴을 면밀히 살폈다.

미미하게 번지는 민망함 속에서 이미 여러 차례 음주로 인한 문제가 있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음주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고 또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는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끊지 못했다는 건 중독의 증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얼마나 드세요?”

“하루 두 병…… 아이고. 이게 참.”

그러고 보니 지금도 미미하게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

몸이 아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옆을 보니 레지던트가 나름대로는 티가 안 나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뭐,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알코올 문제에 대해 너무 관대하지 않았나?

그 반작용인지 뭔지 젊은 친구들은 알코올로 인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

‘문제는 이 환자도 젊은 사람이란 말이지.’

차트를 보면 만 35세다.

기껏해야 36, 37이라는 얘긴데…….

얼굴은 마흔을 훌쩍 넘긴 것처럼 보였다.

“그래요. 그렇게 드신 지 얼마나 됐죠?”

“아……. 거의 10년?”

“10년이면 꽤 길군요. 지방간도 있으신 거 같은데, 금주하라는 말은 못 들으셨나요?”

“많이…… 많이 듣습니다.”

환자는 여전히 민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창윤은 그렇게 병력 청취를 대강 마치곤 레지던트를 바라보았다.

원래 목적은 수혁에게 부탁할 만한 환자를 찾는 것이었고, 이번이 무려 두 번째였다는 사실은 또다시 잊은 지 오래였다.

‘드문 질환이지. 운 좋은 줄 알아라.’

주관적으로 봐도 그렇고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고 이 질환을 지금 이 시점에서 벌써 알아차렸다는 사실은 대단한 것이었다.

해서 우창윤은 대개의 똑똑한 의사들이 그러하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 김 선생.”

“어, 네.”

사실 레지던트는 다시 우창윤의 머리에 대해 묵상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게다가 배경 지식이 부족한 레지던트가 보기엔 지금 이루어진 이 문진이라는 것이 너무 별것 없게만 느껴졌더랬다.

으레 하는 질문이지 않나?

심지어 술에 대한 것은 기록에도 이미 다 적혀 있었더랬다.

그 와중에 갑자기 자길 부르는 통에 레지던트는 조금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아……. 이 표정…….’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슷하게 당황했을 터였다.

우창윤은 꽤 질문을 좋아하는 타입이었으니까.

“이 환자분은 음주를 꽤 오래 하고 많이 하지?”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아까 검사에서 봤던 것들, 그 결과들을 토대로 말해도 돼.”

“아…….”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 대체 언제가 되면 반가워질까?

‘그런 날은 올 수 없지…….’

레지던트는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2년 차답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싫어도 공부를 하게 만드는 곳이 바로 대학 병원이지 않나.

이런 곳에서 1년, 2년 버틴다는 건, 자기도 모르게 실력이 하나둘 쌓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단 당뇨랑…… 고지혈증, 지방간에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근데 그건 비단 음주만으로 인한 문제는 아니잖아? 비만하고 더 관련이 있을 텐데?”

같은 이유로, 우창윤은 벌써 수십 년을 버틴 인간이지 않나.

게다가 레지던트가 아니라 교수로.

심지어 우창윤은 수혁이나 이현종 같은 인간에 비하면 빛이 좀 바래겠지만, 어찌 되었건 천재다.

그냥 의대 들어갔으니까 열심히 했겠네, 머리 좋겠네 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기서조차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다 이 말이다.

그렇다 보니 실력 차가 어마어마했다.

‘아, 음주. 음주…… 알코올…….’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지던트는 우창윤의 의도대로 사고를 전환할 수 있었다.

환자 또한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창윤이 의도적으로 환자를 힐끔거리기도 했거니와 대화 내용 자체가 자신의 병에 대한 내용이니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 내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다 있구나.’

조금 무섭기도 했다.

모르고 있던 사실도 아닌데 그랬다.

“치매……? 근데 그럴 나이는 아닙니다. 증상도 없고.”

“또?”

“음……. 아! 티아민 결핍? 아닌데……. 말씀 잘하시던데. 으음…….”

“또?”

“또…….”

또 있나?

레지던트는 이제 혼란에 빠져 버렸다.

알코올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야 사실 얼마든지 더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알코올만으로 인한 문제라기보다는 알코올과 동반되는 다른 어떤 것…….

예컨대 비만 같은 것과 연관이 되어 있는 문제들이 많다고 봐야 했다.

“간……?”

“지방간이잖아. 그건 아까 얘기했고. 또?”

“만성췌장염!”

“만성췌장염으로 호흡곤란이 올 수 있나?”

“으음……. 위염…… 아닌데.”

“뭐, 사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일단 CT를 찍어 보자고. 환자분, 환자분의 질환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CT 촬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찍어 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보험이 되기 때문에 비용 문제는 없을 겁니다만…….”

우창윤은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웃다가, 이내 환자를 돌아보았다.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요.”

“아……. 네. 괜찮습니다.”

“어, 교수님. 지금 오라는데요?”

“그래? 그럼 바로 가지.”

“네, 제가 이송 요…… 아닙니다. 제가 밀겠습니다.”

“그래.”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환자는 곧 CT실로 향하게 되었다.

호흡곤란이 있다고는 해도 삽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레지던트가 같이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아슬아슬하네.”

다행히 CT 기계에 안 들어갈 만큼 비만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촬영은 무사히 잘 끝났다.

얼마 후 영상을 받아 본 우창윤은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경부에 비정상적으로 과증식되어 있는 지방 조직을 보고 있자니 역시나 자신이 맞았단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Madelung`s Disease(마델룽병)…….”

시간도 늦었고 처치실에 있다 보니 일부러 입 밖으로 소리를 내 봐야 듣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다.

우창윤 본인.

‘드문 병이지……. 이런 것까지 아는데 왜 지금까지 이수혁 교수 도움을 받은 거지?’

어?

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이 바로 난데.

‘그만큼 우리 사위가 대단하단 얘기겠지? 그 자식……. 좀 이상해서 그렇지, 천재는 천재야.’

역시 우리 딸이다.

사람 보는 눈이 있어!

“하아.”

문제는…….

대체 어디 가서 어려운 케이스를 찾냐, 이 말이었다.

‘이번에도 구라 친 거 걸리면 나 진짜 구라쟁이 될 텐데…….’

돌이켜 보면, 자기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참 대단한 사람인데 왜 자꾸만 이수혁 앞에서는 모자란 모습을 보여 주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왜 이렇게 똑똑할까…….’

차라리 좀 멍청하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우창윤은 자신의 영민함에 좌절한 채 환자와 레지던트가 돌아오기를 잠시 기다렸다.

하릴없이 다른 병동 차트를 굴려 가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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