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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닥터-1210화 (1,210/1,303)

1210화 우리가 활약해야 해! (1)

수혁은…….

아픈 데다가 이런저런 검사까지 했지, 약도 맞았지 하다 보니 완전히 뻗어 버렸다.

소변줄까지 꽂힌 채이다 보니 진통제도 꾸준히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병실에 있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되게 방치되는 거 같겠지만, 옆에는 의사만 셋이었다.

“아니……. 애를 어떻게 굴리길래 이 지경이 된 거야?”

이현종, 우하윤에 이기자까지 합류한 탓이었다.

사실 이기자 교수는 딱히…… 수혁에 대한 정이 막 깊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사람한테 정을 함부로 쌓은 타입의 사람도 아니긴 했다.

쿨하다고 해야 하나 어떻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사람이 보기에도 지금 수혁의 몰골은 엉망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지경이 아니었는데 이 지경이 된 거야…….”

이현종은 쓰러져 있는 수혁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돌팔이 새끼들이라고 중얼거리면서였다.

아마 이 말을 들었다면 다들 무척 억울해했을 거다.

다들 돌팔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라 그랬다.

비단 조태진, 신현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도 그러했다.

하지만…….

“19세기 의사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야.”

“왜.”

“얘 그냥 감기야.”

“감긴데 이렇게 했다고?”

“그래……. 미친놈들이……. 정 불안하면 엑스레이나 찍으면 될 일인데. 그걸 이렇게……. 아이구.”

이현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진짜더라니까요.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A-line 달자는 거 간신히 말렸네.”

“A-line? 왜? 혈압이 왔다 갔다 해?”

“아뇨……. 이보다 안정적일 수도 없을걸요.”

“근데 왜?”

“1, 2씩 바뀌는 거 같다고.”

“아……. 진짜 미친놈들이구나.”

A-line이란 동맥에 라인을 달아서 실시간으로 혈압을 재는 것을 말했다.

다른 데도 아니고 동맥에 다는 거다.

당연하게도 중환자실에서, 혈압이 마구 흔들리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술기였다.

뭐……. 수혁도 나이가 들다 보면 하게 될 일이 있기야 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은 절대로 안 해도 되었다.

“근데 그 미친놈들이 지금은 다 어디 갔어? 간병도 밤새워 가면서 할 거 같은데.”

“아마 밤에는 하나씩 올 거야. 근데 지금은 바쁘지.”

“왜?”

“현태 그 새끼가 니들이 잘 못 해서 수혁이가 힘든 거라고 했거든.”

“음…….”

이기자 교수는 이현종이 아니라 하윤의 눈치를 봤다.

-에휴……. 왜 이렇게 멍청하냐.

-왜? 누구?

-수혁이랑 비교하면 다 바보멍충이들이야.

-수혁이랑 비교하면 나도 바보멍충이인데……?

-아니, 기자는 아니지. 넌 완벽한 사람이야. 하지만 우리 제자들은 바보멍충이들이지.

이현종이 집에 와서 하던 얘기가 떠올라서 그랬다.

대상은 불특정 다수였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수혁을 제외한 전부였다.

이현종의 머리 돌아가는 속도와 의학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집념을 생각해 보면 뭐 무리도 아니긴 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지금 통합진료센터 애들만큼 뛰어난 애들이 있던가?

‘배부른 투정이지, 진짜로…….’

말이 안 되는 투정이다.

왜?

얘네 다 천재잖아.

“근데 그래서 어디 간 건데?”

“환자 보러 갔지. 어디 갔는지는 나도 몰라. 아마…….”

“아마?”

“다트 던지지 않았을까?”

“다트?”

뭔 소리야, 이게?

이기자 교수는 나름 남편과 친한 편이었다.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고.

헌데 다트는 또 처음 드는 얘기였다.

해서 뭔 소린가 해서 봤더니 하윤은 알고 있었다.

“네, 다트. 센터에 있어요.”

“아……. 복지가 좋네?”

“그, 그렇죠. 복지죠.”

“근데 환자 보러 갔는데 다트를 왜 해?”

“왜 하긴요. 다트를 던지면 과가 뜨거든요.”

“아……. 설마…… 돌림판이야?”

“아, 네. 제가 최근에 만든 게 호평이 자자 했습죠.”

“아…….”

이기자 교수는 아까처럼 하윤의 눈치를 살폈다.

말이 같다는 것이지, 실은 전혀 달랐다.

‘얘도 미친 사람이었구나.’

이현종이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혹시, 혹시 모르겠는데 예비 며느리감이 있다고.

그게 우하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었다.

‘미친 집안에 멀쩡한 애가 오면…… 얼마나 고생을 하겠어.’

시집살이?

아직도 그런 거 시키는 구닥다리 집구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이 이현종이 시킬 시집살이는 아마 이전과는 많이 다를 터였다.

수혁이 밥은 잘 먹이니?

애는 그래서 언제 가질 거니?

교육은 어떻게 할 거니?

이딴 것에 관심이 있겠나?

그 대신…….

논문 썼니?

NEJM에는 그래서 언제 낼 거니?

환자는 몇 명이나 봤니.

그런 어려운 케이스가 있으면 시아버지한테 먼저 줘야지 이놈아!

‘어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돌림판 만들었다고 눈을 빛내고 있는 걸 보니까 과연 이씨 집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얘는…….

생긴 것만 이렇지 너무 특이한 애잖아.

“어디…….”

물론 진짜 특이한 것들은 지금 센터에 있었다.

다들 진중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서 있었다.

손에는 다트를 쥔 채였다.

이전과는 다트가 좀 달라졌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대훈아, 그거 어디서 샀어?”

“커스텀했죠.”

“커스텀……?”

“네. 제 습관과 패턴을 보고 무게추를 바꿔 주신 겁니다.”

“아하.”

다트를 따로 다 샀다.

사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왜냐면 어차피 다트 배경이 랜덤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점수를 내기 위한 다트라면 무게추고 뭐고 다 맞추는 게 좋겠지만 이건…….

“간다!”

누구 하나라도 정상이라면 말려 줄 텐데 여기 뭐 있겠나?

아무도 없지.

그렇다 보니 커스텀 다트를 가진 안대훈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안대훈이 내던진 다트는 외과 병동에 날아가 꽂혔다.

“외과…….”

“오…….”

“좋은데?”

양대 기둥 중 하나이지 않나?

그만큼 환자도 많았다.

특히 김승규 때문에 병원 규모에 비해서도 환자가 많은 편이었다.

그 말은 곧 어떻게든 어려운 케이스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었다.

물론 드물게 김승규라는 괴물과 마주해야 할 수도 있단 단점이 있긴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지.’

안대훈은 속세의 두려움을 거의 잊은 지 오래였다.

김승규가 실제로 주먹질을 해 온다거나 하면야 또 모를 일일이긴 한데…….

안대훈처럼 김승규의 행동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깨닫게 되는 바가 하나 있었다.

놀랍게도 김승규는 아직까지 병원 내에서만큼은 누굴 때려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때릴 것 같다는 느낌을 주거나 혹은 이미 때렸다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하다 보니 와전되고, 와전되어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되어 구전되고 있을 뿐…….

“나 먼저 가지.”

“그래.”

“그럼 다음 내 차례지?”

안대훈은 그런 생각과 함께 다트를 갈무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다음으로 따라나선 것은 김성진이었다.

그 또한 안대훈에 뒤지지 않은 똘끼를 빠르게 학습한 만큼 커스텀한 다트를 들고 있었다.

안대훈은 그런 김성진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밖으로 나섰다.

그러곤 곧장 외과 병동으로 향했다.

수혁 때문에 온갖 호들갑을 떨어 대서 그렇지, 이제 겨우 10시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수혁이 진짜 VIP 대우를 받긴 한 셈이었다.

예약도 없이 내시경에 CT 검사까지 다 받은 것이니까.

‘그래도 서둘러야겠는데.’

태화 의료원은 수술이 8시부터 시작한다.

9시부터 시작하는 다른 병원에 비해서 1시간이 빠른데, 이렇게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형 인간이 되자!

빨리 일을 마치고, 저녁에 환자들을 쉬게 하자.

동시에 의사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하자!

-응? 벌써 끝났어? 하나 더 해도 되겠는데?

물론…….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갈 리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경쟁에 익숙한 의사들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해서 태화 의료원은 그냥 수술을 다른 병원에 비해 더 하는 병원이 되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냐고?

이제 빅 5……. 그러니까 주요 병원들은 다 수술을 8시에 시작한다.

아무튼, 그 말은 곧 짧은 수술은 벌써 끝날 때가 되었다는 얘기였다.

환자들이 수술방으로 더 내려가게 될 거란 얘기였고…….

‘늦으면 아무래도 환자 풀이 더 적을 거야. 그럼 아쉽지.’

안대훈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급히 외과 병동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병동은 아니나 다를까 꽤나 바빠 보였다.

뭐 수술방 한창 내려갈 시간에 비하면야 여유로운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내과 병동하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금식해야 된다니까 물을 먹으면 어떡해요!”

“탈수 되면 안 되니까요…….”

“수액 달았는데 무슨 탈수예요.”

“인터넷에서 이게 좀 모자랄 수 있다고…….”

“병원 입원하셨으면 그냥 저희한테 물어보면 되지, 왜 인터넷에 물어봐요!”

“그…… 죄송합니다.”

어딜 가나 있는 말 안 듣는 환자도 있었고.

“마취과에 연락했어요. 오늘 수술 못 받거나 맨 마지막에 내려가야 할 수도 있어요.”

“네? 물 그거 먹었다고?”

“네! 저희가 제일 골치 아파요, 이거!”

“그…… 아니……. 나 배고픈데…….”

대훈은 그렇게 투덜거리는 환자를 지나 병동 스테이션에 앉았다.

“저거…… 안대훈 선생님 아냐?”

“협진 낸 거 있어?”

“있긴 한데…… 답변 다 왔는데?”

“그렇지? 뭐지? 왜 오셨지?”

이전 같았으면 그저 누구지? 하고 말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안대훈은 나름 유명인사였다.

벌써 펠로우도 2년 차이기도 하고…….

밖에 현수막을 다는 등 워낙에 미친 짓들을 해 오지 않았나?

그런데도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병원 문제였다.

병원은 바쁘면 바쁠수록 이상하게 소문이 빨리 도는 공간이었으니까.

“마침 잘됐네.”

그 유명인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어오자, 레지던트들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안대훈의 얼굴은 꽤나 박력이 있었다.

김승규와 자주 마주친 경험이 없었다면 저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튀어 나갔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네, 네.”

“어려운 환자 없어요?”

“어려운…… 환자요? 아뇨, 없는데요.”

“그렇게 즉답하지 말고. 고민이라도 좀 해 보지?”

“어…….”

그런 안대훈의 푸시를 어찌 그냥 넘어갈까?

레지던트들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없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선생님.”

없는 게 있게 되고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대훈은 실망하지 않았다.

‘우매한 것들.’

수혁의 말씀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어디에나 어려운 환자는 있다. 발견하지 못했을 뿐.

그래, 이거지.

이게 맞다.

‘후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 불쌍한 것들은 이수혁 교수님의 금과옥조와도 같은 가르침을 받지 못했으니까!

해서 안대훈은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일어나 병동을 돌기 시작했다.

딱 수혁의 흉내를 내면서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바루다를 탑재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일일이 가까이 가서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무슨……?”

“잠시만요.”

“아. 네.”

다행인 것은, 안대훈의 얼굴이 워낙에 관록이 있어 보이다 보니 환자들도 딱히 불만이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불만은커녕 오히려 좋아했다.

연륜 있는 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봐 준다는 데 불만이 왜 생기겠나.

“잠깐.”

그중 하나가 안대훈의 레이더에 잡혔다.

딱 보니 오늘 수술 예정인 10살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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