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9화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3)
“유방암이 예후가 별로 좋지 못한 암이긴 합니다만…… 이런 식의 양상은 드물어요. 애초에 부분 절제술만 했는데 그 부위에는 재발의 징후가 아예 없잖아요?”
“아……. 그런가? 하긴 이분 우측 부분 절제술만 했지?”
장강명은 아직 내시경을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말이 쉬워 대장 내시경을 넣었다 빼고 있는 것이지…….
64세, 즉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에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성별로 인한 차이 때문에 아무래도 같은 나이대의 남성보다는 근육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더해 월경이 끝나고 나면 더더욱 근육량이 떨어지게 되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가정식을 유지하는 경우 단백질 섭취량이 상당량 제한이 되기도 해서 더더욱 그랬다.
문제는 이게 팔다리의 근육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너무 뚱뚱한 사람의 대장 내시경 또한 복압 등등의 문제로 어려웠지만 마르거나, 쇠약한 사람의 대장 내시경은 대장 벽이 얇아져 있어 천공의 위험이 늘 동반되어 있었다.
“네, 좌측 부분 절제술. 사실상 당시 발견된 유방암은 1기였고, 거의 우연히 발견한 상태였어요. 본인도, 남편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긴 하겠네. 흐음……. 근데 그런 경우라도 재발 자체는 가능하지 않나……?”
그렇게 장강명은 심혈을 기울여 대장 내시경을 진입했고, 지금은 천천히 빼고 있는 상황이었다.1269화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3)
“유방암이 예후가 별로 좋지 못한 암이긴 합니다만…… 이런 식의 양상은 드물어요. 애초에 부분 절제술만 했는데 그 부위에는 재발의 징후가 아예 없잖아요?”
“아……. 그런가? 하긴 이분 우측 부분 절제술만 했지?”
장강명은 아직 내시경을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말이 쉬워 대장 내시경을 넣었다 빼고 있는 것이지…….
64세, 즉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에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성별로 인한 차이 때문에 아무래도 같은 나이대의 남성보다는 근육량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더해 월경이 끝나고 나면 더더욱 근육량이 떨어지게 되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가정식을 유지하는 경우 단백질 섭취량이 상당량 제한이 되기도 해서 더더욱 그랬다.
문제는 이게 팔다리의 근육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너무 뚱뚱한 사람의 대장 내시경 또한 복압 등등의 문제로 어려웠지만 마르거나, 쇠약한 사람의 대장 내시경은 대장 벽이 얇아져 있어 천공의 위험이 늘 동반되어 있었다.
“네, 좌측 부분 절제술. 사실상 당시 발견된 유방암은 1기였고, 거의 우연히 발견한 상태였어요. 본인도, 남편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긴 하겠네. 흐음……. 근데 그런 경우라도 재발 자체는 가능하지 않나……?”
그렇게 장강명은 심혈을 기울여 대장 내시경을 진입했고, 지금은 천천히 빼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진입하는 것보다는 빼는 게 훨씬 쉽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크게 신경 쓸 게 있진 않았다.
다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직장 용종이 너무 특이하게 생겨서 시간을 들여 이리저리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또 이걸 제거해야 한다면 여기서 바로 제거하는 편이 언제나 유리하기에 대기 중인 것도 있었다.
“그렇죠. 하지만 그런 경우에 가장 흔하게 재발하는 부위는 당연히 어디겠어요.”
“동측에 남은 유방 조직 또는 다른 측이겠군그래.”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환자는 난소와 직장에 있죠. 상당히 생뚱맞은데…… 이분은 유방암 때문에 약도 먹고 있어요.”
“약?”
“네. 타목시펜.”
“아……. 타목시펜. 그거 많이 쓴다고 들었어.”
장강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근슬쩍 반말을 해 가면서였다.
사실 나이로 보나, 친분으로 보나 반말하는 게 맞았다.
애초에 조태진은 반말을 하는데 그거보다 훨씬 높고, 나름 내시경도 꽂은 적이 있는 자신은 존대를 하는 게 말이나 되나?
이런 생각에 간을 몇 번 본 참인데…….
이상하게 간만에 보면 또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내가 이수혁 교수를 어려워하긴 하나 봐…….’
이런 망할.
20살 어린 사람을 어려워하게 되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역시 소화기내과로 불러와야 했다.
그랬으면 통합진료센터고 나발이고 다른 거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소화기내과만 했을 거다.
‘와……. 그랬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까?’
감이 아예 안 잡히는 일이다 보니 자세한 상상은 불가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훨씬 우수한 사람이다 보니 뭔가 대단한 일을…….
“네, 근데 잘은 모르시죠?”
“아니…….”
아닌가?
아니, 대단한 일을 하긴 했을 거 같은데, 그 전에 스트레스로 죽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도 더 스트레스는 사람을 쉽게 죽이거나 망가뜨리지 않던가.
왜 인간은 스트레스에 이렇게 취약한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최초의 인간이 마주해야 할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건 배고픔이나, 야생 동물로 위한 위협이었다.
배고픔이야 뭐 이겨 내지 못하면 그거 자체로 죽는 거니 넘어가면…….
야생 동물에게 쫓기는 것이 뭐 몇 달 몇 년 가던가?
그럴 수가 없다.
단기간에 끝난다, 이 말인데…….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는 그 양상이 달라지게 되면서 어마어마하게 오래가게 되는데, 그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고대 인간의 그것이다 보니 죽는 거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소화기내과인데. 타목시펜 무슨 약인지 아세요?”
“아니……. 그래, 잘 몰라…….”
대화를 더 이어 나가다 보니, 그래, 대체 소화기내과의 미래가 뭐라고 내가 희생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이랑 계속 같이 있다간 진짜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현종이 진짜 최적의 센터장이란 생각도 들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래, 이수혁은 마검이다, 마검.
‘잘 들지만 아무렇게나 휘두르면 휘두르던 사람이 죽지…….’
그렇다면 이현종은 이수혁에게 딱 맞는 칼집이나 사용자 아닐까?
확실히 그렇다고 하기엔 지금 외과 외래 다니고 있다고는 하던데…….
‘타목시펜 얘기가 나오네. 뭐 짚이는 거 있어?’
‘아뇨, 전혀.’
그런 둘의 대화를, 홍혜리 과장과 박태식 교수가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어디서 듣고 있었냐면 그냥 내시경 하는 거 옆에 있었다.
애초에 뭔 일 나면 다 달려가야 하는 내시경실 특성상 커튼만 쳐 놓기 때문에 보이진 않아도 소리는 잘 들렸다.
멸균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이 필요한 시설이 아닌 이상, 병원 시설은 대부분은 그렇게 생겼다.
“타목시펜은 좋은 약이죠. 근데 부작용이 많아요.”
“그렇군. 어떤?”
“일단 왜 좋냐면…… 유방암에 대해 보조 치료제로 쓰기에 아주 좋아요. 전이를 상당한 확률로 억제할 수 있어요. 근데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대로 부작용이 많다는 건데, 대부분은 자궁내막증 정도가 생길 수 있어요.”
“아……. 그렇군. 자궁내막증.”
“잘 모르죠?”
“잘 알지는 못하지.”
장강명은 이제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막말로 내과 의사가 산부인과를 어떻게 잘 알겠나.
그나마…… 이비인후과나 정신과 같은 과들보다는 잘 아는 걸 거다.
들어 본 적은 있으니까.
하지만 계통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보니 알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막말로 장강명은 자궁내막증에 걸릴 확률이 0% 아닌가.
차라리 유방암은…… 남자도 걸릴 수 있다지만 자궁내막증은 아니다.
‘내가 어떻게 알어.’
다소 뻔뻔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말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체면을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아직도 옆에 간호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있었다.
“일단 그건 떼시고요.”
“아아.”
수혁이라고 해서 뭐 일부러 시비 걸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냥 사실을 사실대로 읊고 있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사람이 아까보다 뭔가 좀 의기소침해 보였다.
동시에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있었다.
해서 뭔가 할 일을 정해 주었다.
장강명에게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어. 그래.”
뭐라도 하나 할 게 있으면 그나마 낫지 않겠나.
무료하게 서서 모르는 얘기 듣는 것보다는 그랬다.
“문제는 타목시펜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그것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거예요.”
장강명은 절제술을 위한 기구를 내시경 기기를 통해 진입하면서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모르는 얘기였는데 거기서 다양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나니 이렇게 용종 절제술을 하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그 외에 자궁내막 폴립, 선증, 자궁경우 폴립…… 심지어 자궁내막암까지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어요.”
“암?”
“네.”
“거참……. 역시 항암이 어렵다니까.”
손이 바빠지니 오히려 머리는 여유로워졌다.
잉여가 아니란 생각 덕분일 터였다.
그래서 암이란 말에 대해서는 좀 놀라기까지 할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커튼 뒤에 숨어 있던 둘만큼은 아닐 터였다.
‘아니……. 이 인간은 이걸 어떻게 알아?’
‘자궁경부 폴립 같은 경우에는 약전에 추가된 지 그렇게 오래 안 되었을 텐데요…….’
‘진짜 산부인과도 이렇게 잘한단 말이야?’
‘그런가 봅니다. 뭐지, 대체.’
박태식은 그나마 나았다.
지금 하는 말도 약간 연기였으니까.
왜?
이수혁이 얼마나 대단한지, 오늘 오전 내내 체험하지 않았나.
심지어 홍혜리한테 불려오기 전에는 수술에 대해서도 뭔가 배우고 왔다.
‘미친…….’
그건 지금 생각해도, 아니, 언제 생각해도 미쳤다는 생각만 들 것 같았다.
허나 홍혜리는 건너건너 들을 뿐이었다.
이수혁, 대단하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내과나 다른 분야에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통합진료센터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 때문도 아니었다.
하지만…….
산부인과잖아.
심지어 남자다.
본능적으로 배울 때 관심도가 좀 떨어질 거란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홍혜리 본인도 비뇨기과를 배울 때는 졸기만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케이스 리포트 된 사례를 보면…… 그 외에도 또 있어요. 그중 이번 환자와 연관된 케이스들도 있죠.”
“케이스가 있다고?”
“네. 일단 직장에 생긴 거. 네. 지금 떼고 있는 거. 사실 이런 거 처음 보시죠?”
“어? 어어. 자세히 보면 볼수록 뭔가 다른데…….”
오히려 경험이 애매한 소화기내과 의사라면 폴립이 폴립이지 하고 있었을 터였다.
원래 용종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도 자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을 거다, 이 말이었다.
하지만 장강명은 적어도 소화기내과에서는 어마어마한 명의다.
경험도 엄청 많은 사람이고.
헌데…… 이건 다르다.
뭔가 양상도 다르고, 생긴 것도 좀 다르다.
“그럴 거예요. 그거 용종양 자궁내막증이거든요.”
“응? 용종양 자궁내막증?”
“네, 그런 게 있답니다. 세상에는.”
“허어.”
장강명은 이제 막 용종을 절제해 제거하고, 잘라 낸 부위가 안전한가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놀랐지만, 그리고 동시에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그럼에도 조용히 있을 수 있었다.
허나 커튼 뒤에 있는 사람들은 얘기가 달랐다.
“잉?”
“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미쳤냐는 얼굴을 하고서였다.
다행히 수혁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좋군.’
[좋네요.]
아니, 좋아했다.
자신의 진단 과정…….
이 유려한 과정을 듣고 있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얘기 아닌가.
그것도 저렇게 놀랄 정도로 귀를 기울여서 듣고 있었다는 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물론 상대가 누구였는지 알았다면 더더욱 좋아했을 테지만…….
수혁은 흐름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떠들고만 있었다.
“이게 직장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 난소에도 생길 수 있어요. 난소는 훨씬 드물지만 생길 수 있어요.”
“잉? 그럼 이 환자 난소에도……?”
“네. 맞아요. 양상이 딱 용종양 자궁내막증이에요.”
“그렇군……. 허어. 그럼 이 환자?”
“암이 아니에요. 사실 안 떼도 됩니다. 다만 있으면 불편하고 지속해서 오진이 될 수 있어서 떼는 거예요.”
“아……. 이거야 원. 잘됐네, 진짜. 알아? 이분 이 교수님 지인이래.”
“아……. 그래요?”
장강명은 그래요? 하는 이수혁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럴 수 있는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긴 뭐…….
미친놈이지 않나.
누구라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놈이다.
“그, 그래. VIP라는 게 있단다, 이 세상에는.”
알지만 괜히 심술이 나서 한번 찔렀는데…….
“모든 환자는 VIP죠, 의사한테는.”
“아.”
이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느낌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