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A.I. 닥터-1302화 (1,302/1,303)

1302화 경애하는 이수혁 님 (3)

“왓……?”

“하다가 죽었다고?”

“왓 더…….”

“저런…… 이렇게 불쌍한…….”

“더는 못 찍겠군그래.”

환자의 고백을 들은 이들이 어휴, 어휴 하면서 안타까워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려놓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 몇몇은 청교도인들이 세운 나라답게 기도까지 하기 시작했다.

다들 왜인지 모르게 빙그레 웃고 있다는 점만 빼놓으면 어디 종교 시설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아니, 마냥 경건한 것도 아니었다.

숙연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하지 마! 그냥 찍어! 아니, 찍지 마!”

레게 머리 사내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미소는 더더욱 짙어져 갔고, 그 대비가 만들어 내는 여운은 마치 현대 미술 같은 느낌마저 줄 지경이었다.

“그렇군요. 상당한 두통이었겠어요. 발기가 지속이 되지 않을 정도면.”

“아…… 그런가? 그랬던 거 같아요.”

“내 고추 얘기 니들끼리 하지 마!”

그러거나 말거나 수혁은 보호자와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래……. 하긴, 내 잘못인가?’

자기 고추 얘기를 남들이 하도록 둔 것은 결국, 자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보다 차분히, 또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해 보면 당연히 이건 아니라는 생각 또한 들게 마련이겠지만…….

그렇게까지 가기엔 또 사정이 있었다.

실제로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그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지는 일이 없었기에 그랬다.

스스로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지금 자기 나이가 30대 초반이니까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되뇌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게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일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겠나.

환자를 위한 변명이라면 변명이겠지만 지금 온전히 제정신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야 직접 하실 생각이 드셨군요.”

해서 어버버거리면서 있으려니 어느새 수혁이 그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은 채였고, 몸도 상대적으로 왜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는 도저히 무시하기 어려울 만한 위엄이 느껴졌다.

서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게 된 사람과의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될 터였다.

“그, 네.”

“좋아요. 자, 당시로 돌아가 봅시다.”

“그…….”

“싫어도 해야 할 일이에요. 솔직해지시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거짓말해도 소용없어요. 저는 다 압니다.”

“그…….”

이미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거짓말할 것이 뭐가 있겠나.

다 끝났다.

아까 촬영하던 놈들만 추려도 열 명은 넘을 텐데…….

가뜩이나 닥터 리가 트위터에서 완전 난리가 난 상황이다 보니 이번에 올라갈 영상 또한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아마 한국 욕을 알았다면 여기서 자연히 시발을 연신 내뱉었을 텐데…….

그럼 좀 속이라도 시원해졌을 텐데…….

“자, 이틀 전입니다. 관계를 하기 전이에요.”

“그…… 네.”

그러지 못해 답답한 속을 안고서 환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치 죄라도 지은 듯한 모습이었는데, 수혁으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왜 이래?’

[모르겠는데요?]

그가 모르는 사실을 바루다라고 알겠나?

두 깡통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이나 이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혹시 대마를 하셨나요?”

“아……. 네. 뭐…… 대마는 근데 매일 합니다. 그냥, 매일.”

“매일 한 개비 정도 피우시나요?”

“아…… 아뇨.”

수혁의 말에 환자는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도 아니고 뭔 대마를 하루에 한 개비란 말인가.

상대가 외국인이라는 걸 알아도 이상하단 생각만 들었다.

“한 10개비?”

“아, 엄청 피우시네요?”

“그런가…… 근데 전 대신에 술도 안 먹고 대마만 합니다.”

“아.”

수혁으로서도 상대가 이해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뭔 대마를 이렇게 피운단 말인가.

막말로 건강에 좋을 건 하나 없는 건데.

심지어 술은 안 먹고 대마만 피운다는 것도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지 않나.

원래 어떤 한 가지 물질에 중독이 되기 시작하면 다른 데서 오는 즐거움이 줄어들기 마련이기에 그랬다.

달리 말하면, 눈앞의 사람은 대마에 중독된 상태라는 말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그게 관계 전 대충 몇 분 정도였어요?”

“아…… 뭐…… 한 30분?”

“30분. 흠…… 30분이라. 그러고 나서 관계를 하신 겁니까?”

관계를 혼자 하진 않을 거 아닌가.

박수처럼 둘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수혁의 시선이 자연스레 환자와 여자 사이를 오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 측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둘 사이의 루틴 같은 거예요. 전 그냥 가볍게 맥주 한 잔. 얘는 대마.”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루틴이 깨졌군요?”

“네? 아, 네. 한참 하다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더니 나뒹굴더라고요.”

“뭘 그랬어. 그 정도는 아니지.”

“아냐, 진짜로 그랬어. 너 바닥에 떨어졌잖아.”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혁과 바루다는 이미 환자와 여성과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낸 참이었다.

이 환자는 진짜 아닌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격렬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그에 반해 실제로 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좀 자신감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 말은 진짜로 두통 때문에 바닥에 나뒹굴었을 거란 얘기가 되었다.

‘엄청 아팠던 모양이네.’

[아마도…… 처음 느껴 보는 통증이었을 겁니다.]

‘그래, 그랬겠지. 그럴 수밖에 없어. 내가 생각하는 질환이 맞다면.’

[그렇습니다.]

아무튼, 환자는 그렇게 풀 죽은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다가 이내 끼어들었다.

핸드폰을 들이밀면서였는데, 그런 것치고는 정작 액정에 의미가 있어 보이는 화면이 떠 있진 않았다.

“제, 제가 근데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원래도 성교 후에 두통이 있을 수 있다던데요?”

듣고 보니 그걸 찾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건, 두통 때문이겠지만 구글 검색창에 기록된 것 중 엉뚱한 것을 누른 탓에 뭔가 야한 것이 떠 있다는 점이었다.

수혁은 이 사람이 뭐 하는 건가 하다가 말하는 걸 듣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아……. 뭐 그럴 수 있죠.”

사실 지금까지 대화를 이어 나간 것도 이걸 감별하기 위함이었기에 그럴 수 있던 것도 있었다.

애초에 아까 대화를 들을 때부터 왠지 이런 거겠다 싶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대개…… 반복됩니다. 이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어요?”

“아…… 아뇨.”

“맨날 그랬으면 못 만나죠.”

이미 예상하고 있던 사람이니만큼 관련된 질문 또한 즉각적으로 튀어 나갔다.

환자와 여성은 모두 고개를 흔들며 부인했다.

주변에 있던 이들도 여성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확실히…… 맨날 하다가 머리 아프다고 뒤로 나뒹구는 놈이랑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생각보다 이게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 나가게 하는 힘이 강하다는 걸 감안해 보면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건 오르가슴에 가까워질수록 심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아…….”

“그것도 아닌 거 같아요. 뭐, 완전 초반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오래 지속하지도…….”

“야, 야!”

“왜. 맞잖아. 2분도 안 됐던 거 같은데. 뭐, 평소에도 아주 길진…….”

“야!”

“왜.”

“아, 싸우지들 마시고.”

수혁은 원래 보호자와 환자 사이에 대화가 있으면 그것이 설령 언쟁의 느낌이 짙다고 해도 그냥 두는 편이었다.

오히려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정보가 튀어나오곤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들 중에 쓸 만한 것들이 보통 많이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오가는 대화는…….

‘불쌍하기만 하잖아?’

[아뇨, 의학적으로 조루는 아닙니다.]

‘그래도 2분은 좀.’

[해 보고 하는 소립니까? 제가 데이터 아무리 뒤져도 그런 기억은 없던데요.]

‘그…… 영상 보면 1시간도 하던데.’

[음.]

바루다는 대화를 아꼈다.

아무튼, 수혁은 경험 부족과 그로 인한 상상의 나래 때문에 본 게임마저 1시간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세요. 유독 짧은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선생님은 긴가 봐요?”

“야!”

“하하…….”

“와, 여유로우신 거 봐.”

“아니…….”

수혁은 그렇게 무용한 말싸움을 멈추고, 이내 말을 열었다.

“나뒹굴었다고 했죠?”

“아니…….”

“맞잖아요. 반응 보면 다 알아요.”

“맞습니다…….”

“그렇게 아파 보신 적 있어요?”

“아, 아뇨. 없어요. 이건…… 그래서 죽은 거라니까요?”

“네, 그럴 겁니다.”

“그런 표정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

수혁은 추론을 이어 나가느라 약간 무표정이었다.

거울 같은 표정이란 말인데, 그렇다 보니 마주 보는 사람으로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인지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아니, 손목은 왜.”

“흠……. 지금도 맥이 빨라요. 그리고 혈압도 높고.”

“혈압을 이렇게 알아요?”

“알 수 있죠.”

수혁 정도로 예민해지면 적어도 이 혈압이 정상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지금도 통증이 있을 텐데…… 대마 하고 좀 더 심해지지 않았어요?”

“아……. 그건 또 어떻게…….”

“대마가 성관계 후 통증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아…… 진짜요?”

“게다가 지금 약간 신경학적인 증상이 있어요. 걸어 봐요.”

“네? 아니, 나 원래…….”

“얘 원래 이렇게 걸어요.”

환자는 비틀거리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말이 비틀거린다는 거지, 눈에 띌 만큼 흔들리진 않았다.

하지만 수혁과 바루다의 눈에는 확연히 보였다.

근육에 위약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을.

“왼쪽이 약해요. 아주 약간이지만…… 지금도 아마 피가 완전히 잘 통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진짜요?”

“네. 지금 당장 병원 가세요. 응급실로.”

“응급실 비싼데…… 이거 갔다가 아니면 나 고소합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근데 앞으로라도 제대로 된 성관계를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가는 게 좋을 겁니다.”

“‘앞으로라도’라니. 그날 한 번…….”

“일단 가세요.”

“네.”

성기능 장애를 언급하면 사람이 좀 약해지기 마련 아닌가.

앞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해도 후달리는데, 실제로 발생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해서 환자는 풀이 확 죽은 채로 응급실로 향하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인들이 더 몰려들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그 환자가 수혁의 말이 맞았다는 트윗을 올리거나 한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표정에 변화가 아예 없어서 뭔가 이 상황 밖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물론 밖에 있기는커녕 완전 당사자였다.

“그게 싫으시면 직접 하시죠.”

“아니…… 그…….”

눈깔이 돌아간 상태의, 수혁보다는 아무래도 더 몸집이 커다란 외국인이 소리 지르면서 항의했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수혁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이렇게 제의했다.

완전히 돌은 자의 위력은 대단한 법이었다.

레게 머리는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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