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2033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오클랜드 슬랙스와 뉴욕 킹덤즈의 경기는 4:13으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승리로 끝났다.
이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승리로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의 예측을 빗나간 승리였다.
무려 뉴욕 킹덤즈가 에이스 헤르만 킹을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패배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상대인 오클랜드 슬랙스가 에이스 앤디 프랭크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고, 4선발 라이언 헤밀턴을 썼다는 점에서 말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야구 전문가들과 도박사들도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은 오클랜드 슬랙스가 뉴욕 킹덤즈를 상대로 에이스를 소비하기 위해 버리는 게임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한 이유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은 뉴욕 킹덤즈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어 배당도 1.12:8.88이었다.
당연히 8.88이 오클랜드 슬랙스가 이기는 쪽의 배당률이었다.
다만 이 정도 배당이 된 것 자체도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격력을 자랑하는 정대호가 오클랜드 슬랙스에 존재하기에 그런 것이었고, 만약 대호가 없었다면 오클랜드에 돈을 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클랜드 슬랙스가 먼저 1차전을 가져갔다.
이 때문에 역배당에 배팅을 한 사람들만 돈을 벌어 갔다.
다만 뉴욕 킹덤즈의 승리가 너무나 확실시되었기에, 오클랜드 슬랙스에 돈을 건 이들도 그저 소액으로, 또 재미로 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큰돈을 번 이들은 매우 소수였다.
다만 적은 배당이라도 당연히 벌 거라고 생각해 뉴욕 킹덤즈에 배팅을 한 사람들만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 * *
「오클랜드의 슈퍼 히어로 정대호, 악의 제국을 물리치다.
2033년 10월 XX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홈팀 오클랜드 슬랙스는 동부 지구 1위인 뉴욕 킹덤즈를 맞아 4:13이란 큰 점수 차로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뉴욕 킹덤즈는 1선발 에이스 헤르만 킹을 선발로 마운드에 올린 것에 반해 오클랜드 슬랙스는 4선발 라이언 헤밀턴을 선발로 등판시켰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클랜드 슬랙스가 뉴욕 킹덤즈의 에이스 카드를 허비하게 만들기 위한 버리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발 라이언 헤밀턴은 6회를 던지며 2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2실점을 하긴 했지만, 라이언 헤밀턴은 뉴욕 킹덤즈의 강타선을 맞아 여덟 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정대호는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1루에 나가 도루를 기록하였고, 약속의 5회, 세 번째 타석에 나와 예고 홈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풀카운트 상황에서 잘 제구가 된 12 to 6 커브를 받아쳐 투런 홈런을 때렸다.
12 to 6 커브는 헤르만 킹의 시그니처 구종으로 잘 알려진 공인데, 이를 받아쳐 홈런을 만든 정대호를 보면 그가 어째서 팬들에게 인크레더블이란 닉네임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1선발을 내놓고도 패배를 한 뉴욕 킹덤즈는 원정 첫 게임을 4선발을 내보낸 오클랜드 슬랙스에 예상 밖의 패배를 함으로써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힘든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첫 경기에 상대편에서 에이스를 내보낸 것과 반대로 팀의 4선발을 내보내 뜻밖의 승리를 한 오클랜드 슬랙스는 내일 2차전에 팀의 에이스를 내보내다 보니 보다 쉬운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BC스포츠 이아람 기자」
야구는 메이저지: 1빠!
야구조아: 와 씨! 이건 뭐… 할 말이 없네. 오클랜드 지렸다.
1빠놀이: 1빠! 아 놓쳤다.
⤷에이, 이런 할 일 없는 놈. 나이가 몇인데 1빠 놀이냐?
⤷초딩인가 봄.
대호부인참조아: 정대호 예고 홈런 지렸다.
⤷맞아! 그렇지만 6회 초 수비 끝나고 교체된 것은 너무 아쉬워.
* * *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이 끝나기 무섭게 빠르게 경기 결과가 대서특필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번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결과를 두고 이변이라 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전력상 오클랜드 슬랙스보다 뉴욕 킹덤즈가 더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타저투고 현상이 일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 수상자인 헤르만 킹과 슈미트 홈즈라는 원투 펀치를 보유하고, 99마일의 포심과 89마일의 서클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는 3선발 케인 세베뇨 등을 보유한 뉴욕 킹덤즈.
그에 반해 오클랜드 슬랙스 마운드는 뉴욕 킹덤즈의 마운드에 비해 손색이 많았다.
서른여섯 살의 노장인 앤디 프랭크와 데드 암 이력이 있는 2선발 레프리 그로스, 그나마 다행인 점은 3, 4선발을 던지고 있는 체프 벤과 라이언 헤밀턴이 선발진에 있다는 점이다.
3, 4선발이 그나마 엇비슷하게 던지고 외야 수비가 조금 더 단단하다는 점이 그나마 오클랜드 슬랙스가 뉴욕 킹덤즈를 상대로 비벼 볼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오클랜드 슬랙스의 장점인 탄탄한 외야진으로 인해 마운드가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또 오클랜드 슬랙스의 타자들의 타격이 사이영상 수장자인 헤르만 킹을 압도했다는 점이다.
1번 타자인 정대호가 투수의 멘탈을 흔들고, 뒤이어 후속 타자가 흔들린 선발투수에게 연타를 기록하면서 무너뜨렸다.
이는 전문가도,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창단 130년을 맞아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위해 과장 조금 더 보태자면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 연봉만큼 돈을 쓴 뉴욕 킹덤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스몰 마켓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에 코를 물렸다.
그것도 에이스 카드도 아니고 버리는 패나 다름이 없는 4선발을 내보낸 상황에서 말이다.
이 때문에 뉴욕 킹덤즈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선발인 슈미트 홈즈도 다른 구단에선 1선발급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헤르만 킹에 비해 조금 부족하기에 2선발을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나이는 좀 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경험이 쌓인 앤디 프랭크도 괜히 메이저리그 구단의 에이스가 아니다.
2차전의 투수력만 놓고 보면 대등, 또는 오클랜드 슬랙스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보았듯 타격 능력을 놓고 보면 뉴욕 킹덤즈가 오클랜드 슬랙스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세였다.
전체적 평균을 내면 그리 큰 차이는 아니겠지만, 응집력에서 오클랜드의 타선이 훨씬 강력함을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원정 2차전도 승리가 불확실하다 보니, 뉴욕 킹덤즈 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오클랜드가 이렇게 강한 팀이었나?”
애런 본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대답을 하는 코치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보고 놀란 것은 비단 애런 본, 그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타격 코치인 롭 스나이더의 충격은 애런 본 감독 이상으로 컸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마운드는 그렇게까지 단단하지 못하다 생각했다.
1선발인 애디 프랭크만 조심을 하면 오클랜드의 어느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가르친 타자들의 타격은 뉴욕 킹덤즈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타선까진 아니더라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의 강타선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4선발에 막혀 고작 6회 2점을 뽑아냈고, 그뒤 불펜 투수가 던지는 7, 8, 9회 공격에서 겨우 2점을 더 뽑아냈을 뿐이다.
경기가 끝나고 처음 든 감정은 분노였다.
그동안 자신이 가르쳐 준 것을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한 선수들에 대한 분노.
하지만 곧이어 든 감정은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런 참담한 결과를 낸 것인지에 대한 원인 분석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석을 하면 할수록 드는 감정은 답답함과 암담함뿐이었다.
비상식적인 대호의 수비 범위 때문에 외야로 날아가는 깊은 타구는 홈런이 아닌 이상 90% 가량이 잡히거나 단타가 되었다.
보통 그런 타구를 기록하면 최소 2루타 내지는 외야 플라이로 득점과 연결이 되는 타구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2루타가 되었어야 할 타구가 아웃, 또는 1루타가 되었다.
또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외야 플라이 볼도 득점타가 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상에 주자가 나가 있어야 진루타든 홈으로 들어오는 득점타든 아무거나 기록할 것이 아닌가?
‘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타격 코치! 할 말 없나?”
애런 본은 자신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급기야 타격 코치를 찍어 물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롭 스나이더 코치의 이름을 불렀을 것이지만, 현재 애런 본 감독 또한 경기 결과에 분노하고 있는 중이라 사무적으로 코치의 직책을 불렀다.
“으음…….”
롭 스나이더는 한참을 망설이다 대답을 하였다.
“저희의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솔직히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대답을 하는 롭 스나이더 코치의 대답이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 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준비가 부족했다? 어떤 준비를 말하는 것인가?”
준비가 부족했다니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2033시즌을 맞아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자신 또한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그런데 준비가 부족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롭 스나이더 타격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외야는 가히 철벽이라 불릴 정도로 높습니다. 이를 뚫기 위해선 장타가 아닌 확실한 홈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
롭 스나이더 타격 코치의 말에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코치들도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시즌 때는 이를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경기 내용을 떠올려보니 확실했다.
1회 초 공격에서 나왔던 솔로 홈런 두 개와 7회와 9회에 나온 연속 안타 득점을 빼고는 외야에서의 안타가 평소보다 적었다.
7회 이후의 오클랜드 슬랙스 외야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확실했다.
오클랜드 슬랙스가 무서운 것은 1번 타자인 정대호의 강력한 타격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의 넓은 수비였다.
‘맞아!’
‘아, 정대호…….’
뒤늦게 자신들이 패한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은 코치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강력한 타격이야 상대를 해 주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수비는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대호의 넓은 수비 범위는 자신들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호의 넓은 수비 범위로 인해 좌, 우익수 또한 좁은 범위만 막으면 되다 보니, 오클랜드의 외야는 그야말로 철벽이라 부를 만했다.
외야가 튼튼하니 마운드 위에 오른 투수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는 오늘 오클랜드 슬랙스가 마운드에 올린 투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사이영상 수상자인 헤르만 킹 이상으로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 주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뉴욕 킹덤즈의 에이스인 헤르만 킹이 훨씬 위력적인 투구를 던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헤르만 킹은 오클랜드 슬랙스의 4선발 라이언 헤밀턴에 밀렸다.
이것만 봐도 외야 수비가 받쳐 주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투수가 어떻게 바뀌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뉴욕 킹덤즈의 외야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클랜드 슬랙스의 외야가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를 통틀어 최고라는 것일 뿐.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뉴욕 킹덤즈 수뇌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