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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66화 (66/236)

<제66화>

우주는 모니터링을 하자는 건하의 말에 대번에 의도를 파악했다.

우리의 장점이나 약점을 찾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이유.

갑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이지?’

타이밍이 절묘했다.

건하가 자신과 개인적인 면담을 마치고 시작한 타이밍이라 더더욱.

‘역시 내 실수 때문이겠지?’

우울해지는 마음을 감추며 우주는 TV에 집중했다.

지금은 팀을 위해 모니터링을 하러 모였다.

따끔한 지적이 나온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틀린 말을 하는 형들은 아니니까.

영상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모습이 TV에 나왔다.

대부분 눈에 익은 장면이었지만, 종종 낯선 장면도 보였다.

스케줄에 밀려 차마 보지 못한 무대 영상이었다.

무대 위에선 역시 호진과 성훈, 건하가 빛이 났다.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춤실력, 거기에 넋이 나갈 정도로 잘하는 보컬 실력까지.

그런 멤버들이 부르는 노래는 정민이 직접 작곡한 노래였다.

“진짜 대단한 거 같아.”

무대에서 빛나는 형들의 장점을 말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쿡쿡 쑤셔왔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곳에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주중 아이돌>로 화면이 넘어갔다.

<주중 아이돌>부터 시작해서 <연예가 좋다> 그리고 보이는 라디오에 X-라이브까지.

예능에서 우주는 항상 장면의 중심에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우주가 예능은 거의 멱살 잡고 끌고 가네.”

“확실히 예능에서 빛난다.”

“미래 한국을 휩쓸 예능돌! 최우주!”

처음엔 형들의 칭찬이 어색했다.

몇 번이고 받았던 칭찬이긴 했지만, 지금은 더더욱 그랬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탓이다.

저 때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자신에게는 저 때처럼 예능에서 빛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금 영상을 되돌아보니.

‘진짜 많이 나왔네.’

예능에서는 우주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의 주목도가 높았던 것처럼, 예능에선 수많은 카메라가 우주를 집중적으로 잡아주고 있었다.

원샷, 원샷, 원샷.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영상이었다.

형들의 칭찬에 귀가 뜨거워졌다.

괜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우주의 시선이 건하에게 향했다.

건하는 단 한 번도 누구를 칭찬하지도 않은 채 묵묵히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모이자고 한 게 건하 형이었지.’

영상을 보다 보니, 예능 외에서도 자신의 실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예능 외에서도 자신이 잘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선 고음 잘 올라가더라, 하고 성훈이 칭찬을 해줄 때도 있었다.

반대로 그렇게 빛나 보이던 성훈, 호진, 건하도 모두 실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영상을 보고 있자니, 건하가 자리를 모으고 이렇게 영상을 보여준 이유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른 형들이 짜고서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한 자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가?

우주에게는 보였다.

이 자리를 위해 영상을 혼자서 편집했을 건하의 고생이.

성훈이 형이나 호진이 형, 정민의 덕담과 지적에 담겨 있는 진심이.

그들이 모두 지금의 우주를 믿고, 필요로 하고 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는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만큼 아직 내가 이 팀에 필요한 거였구나.

형들이 이렇게 신경을 써줄 만큼.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한번 묻는다, 계속할 거냐?’

‘너보다 잘하는 놈들이 데뷔해서 그런 거 아니냐?’

‘지금이라도 학원 다니면….’

‘그렇지, 우주야?’

가족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자기 전 귀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에서 벗어나, ‘기대받는 나’를 보여주고 이 팀에서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서 발악했던 시간들.

그것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띵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아, 내가 나갔다 올게. 잠깐 기다려.”

핸드폰을 보고 있던 건하가 일어나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이내 양손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 다가왔다.

노릇하고 고소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 퍼졌다.

“저녁 안 먹었잖아. 피자 시켰으니까 다같이 먹으면서 보자.”

* * *

긴 영상 시청이 끝났다.

스파게티에 윙봉, 치즈스틱 등 온갖 사이드 메뉴도 같이 시켰기에 모두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물론 오늘 먹은 것은 황이서에게는 비밀이었다.

“어땠어?”

건하 형이 물었다.

“뭔가 의욕이 솟네. 동생들이 나보다 TV에 더 나오는 거 같아서 경쟁심도 들고.”

“나도 내가 예능 쪽에서 너무 말이 없었다는 게 느껴졌어. 이것도 극복해야 하는 단점인데. 하하하.”

성훈이 형과 호진이 형이 먼저 말했다.

“나도 막상 작곡 말고 무대에서는 생각보다 한 게 없어서 조금 찔리네. 하하하.”

정민이 형이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었다.

건하 형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우주 너는?”

“…우리 다들 열심히 했구나.”

“그리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

“그거면 됐다.”

우주의 말을 들은 건하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성훈 형이 건하 형에게 말했다.

“건하 너는 어땠는데? 별말 안 하고 계속 영상만 봤잖아.”

“나는 우리가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게 느껴지더라. 열심히 한 만큼, 점점 나아지는 게 보였어. 조금 더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보였다는 것도 긍정적인 거 같아. 부족한 점이 안 보이면 그게 더 문제거든.”

입맛을 다신 건하 형이 말을 이었다.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는 건, 이보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의 미소가 더없이 환했다.

‘아쉬운 게 느껴지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우주는 건하의 말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꼭 지금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더없이 가벼워졌다.

시청이 끝나고, 우주는 방으로 들어가는 성훈을 붙잡았다.

“성훈이 형!”

“응?”

“오늘 모인 거, 혹시 나 때문이었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는데?”

성훈이 진심으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우주를 보았다.

“어라?”

“물론 네가 조금 힘들어 보였던 건 사실이긴 한데…. 그럴 때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모니터링에서 너도 봤잖아? 너는 늘 잘하고 있었어.”

“그, 그래?”

“진심이었다. 우주 넌 지금까지 잘 해왔다. 그보다 아까 보니까, 내가 ‘Angel’ 하이라이트 들어갈 때마다 목소리가 약간 흔들리던데. 지금 부를 테니까 한번 들어보고….”

무뚝뚝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 성훈이었다.

그 말에 우주는 가슴 한쪽이 울컥해지는 걸 느꼈다.

다음은 호진이 형을 찾아가서 물었다.

“뭐? 나도 처음 듣는데….”

호진이 형도 아니라고 했다.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는 이 형마저 아니라고 한다는 건.

그 자리가 건하 형이 형들이랑 같이 짠 게 아니라면.

‘혼자서 생각한 건가?’

* * *

모니터링이 끝나고, 정민은 숙소 밖으로 나가는 건하를 따라갔다.

그리고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했다.

“오늘 저녁에 모인 거, 혹시 우주 때문이야?”

“틀린 건 아닌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역시 정민은 눈치가 빨랐다.

하지만 꼭 우주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렇게 모두 모여 서로의 장단점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건 언젠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랬어.”

“그럴 만한 일은 아니었어. 그리고 알고 모였으면 잘 안 됐을 수도 있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알았다면, 오히려 괜한 신경을 쓰다가 실수를 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정민은 조금 화가 났다.

우주와 비슷한 나이로, 친하다고 생각한 자신이 조금 전까지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그리고 건하는 그런 정민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영상을 보면서 피드백을 준 건 거의 너희였으니까.”

“…….”

“그리고 모두가,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각자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안 그래?”

“…그것도 그렇네.”

정민은 웃으면서 대답했고, 건하도 마주 웃어 보였다.

“이번에는 내가 할 일이었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너도 네가 할 일이 생기면, 그때 네가 할 일을 하면 돼.”

“알았어.”

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뒤, 한층 후련해진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 * *

[멤버 히든 업적 ? 최우주의 속사정]

[보상: 20 오픈 마일리지]

[최우주의 호감도가 중상에서 최상이 됩니다.]

[최우주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퀘스트 완료 창이 뒤늦게 떴다.

영상이 끝나고도 완료되었다는 창이 뜨지 않아 걱정했다.

그런데 다소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업적을 깼다는 창이 떴다.

실패한 줄 알고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나 고민했는데, 한결 나아졌다.

“후우, 쫄렸네.”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보니,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그런데 멤버들의 반응을 보니, 우주뿐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사기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각자 장점과 단점을 파악했다는 감상을 말했다.

영상을 트는 내내, 나는 우주를 비롯한 다른 팀원에 대한 멘트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우주에 대한 말은 우주가 작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다른 멤버를 칭찬하면 그것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서 아예 모두에게 멘트를 삼갔다.

그 대신 우리 팀이 가진 전체적인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다.

분석한 내용은 머릿속에 만든 메모장에 전부 메모했다.

강점은 많았다.

신인의 패기, 출중한 가창력과 뛰어난 춤, 그리고 확실한 역할분담과 높은 퀄리티의 자작곡 등.

데뷔 앨범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캐릭터가 약해.’

‘예능이든 노래든 춤이든 한 명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이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약점이었다.

물론 역할분담은 아이돌 그룹의 필수 요소였지만, 이를 받쳐줄 사람들이 부재했다.

그나마 나은 건 서브 보컬.

특히 예능 쪽은 우주가 혼자서 모든 걸 부담하는 수준이었다.

방법은 아직 모르겠다.

그게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건지도 잘 모르겠고.

황이서와 얘기하다 보면 알 수 있을지도.

“건하 형.”

그때, 우주가 방을 찾아왔다.

업적을 깼다는 메시지 때문일까.

우주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잘 봤어?”

“응. 형 덕분에.”

“그래. 잘됐네.”

잠시간, 나와 우주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먼저 입을 연 쪽은 나였다.

“말했잖아? 잘하고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솔직한 감상이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더더욱 느꼈다.

우주는 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예능을 저렇게 뻔뻔하게 잘하는 아이돌은 찾기 힘들었다. 다른 모든 요소도 1등은 못 되더라도, 팀 내 평균을 정하면 평균을 웃돌았다.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우리 분위기 메이커 우주가 없으면 팀이 안 돌아갈 테니까.”

우주가 하는 일은 많았다.

“…….”

우주는 입을 다문 채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시금 내가 보았던 우주의 과거가 떠올랐다.

“왜,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왜냐니.”

나는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말을 생각했다.

“우리는 팀이잖아.”

우주는 어떻게든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것도 참았다.

눈가가 붉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억지로 참으려고 하지 말고. 참다가 병 되더라.”

“고마워, 형.”

훌쩍이는 우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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