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85화 (85/236)

<제85화>

내 속사정이라고 했다.

윤건하의 속사정.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뜻인데.

‘나는 고민이 없는데?’

올리오스는 잘 나가고 있고, 기록적인 순위까지 기록하면서 음원 차트 1위와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했다.

꽃가루가 떨어지는 음악 방송 무대에서 감탄하며 즐거워하는 지금, 내게 고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흐어어엉.”

굳이 꼽자면, 서럽게 우는 우주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까 하는 고민이 유일했다.

다행히 정민이 손수건을 건네주는 모습을 봤고,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마음 고생이 컸던 우주였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도 했다.

우주 자신에 대한 각오이기도 했고, 그의 가족에게 보여주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을 거다.

트로피를 쥔 채로 서럽게 우는 우주의 모습이 TV로 송출되었다.

그의 가족은 우주의 눈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모르겠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우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니까.

‘All we once’의 반주가 이어졌다.

우주가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음정만큼은 확실했다.

우리는 1등의 여운을 즐기며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날 기사엔.

-올리오스, 데뷔 4개월 만에 음악 방송 1위

-승승장구! 음원 1위 이후엔 음방 1위

-올해의 신인 아이돌 상은 올리오스에게?

-감동의 순간, 눈물을 흘리는 우주를 위로하는 정민

우리 기사가 주르륵 줄지었다.

연예계란에 우리 이름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았다.

“우주야, 너 진짜 서럽게 울었구나.”

“아니야.”

우주가 책으로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소감을 말하다가 꺼억꺼억 우는 모습이 그대로 송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 상을 끄윽, 황이서 프로듀서님이라, 흐으윽! 같이 함께 한 이두현 매니저 형, 허어어엉. 김예리 스타일리스트님, 채남영 트레이너님, 최강훈 대표님께 돌리겠, 허어어엉.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엉엉 우는 모습이 계속 잡혔다.

정민이 옆에서 우주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모습도 함께 찍혔다.

그 모습이 마치 가족처럼 느껴졌다.

울보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느낌이라고 할까.

시청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건지.

-엌ㅋㅋㅋㅋㅋㅋ 우는 모습 너무 귀엽다.

-그래도 끝까지 소감 마치네. 대견해.

-얼마나 서러운 거야.

-근데 정민이가 옆에서 눈물 닦아주는 거 괜히 심쿵하네.

-눈빛 따뜻한 거 봐.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심했나 봐.

-우주는 아직 19살이잖아. 올해 수능 봤다는데, 울음 참기 쉽지 않지.

-떨어지는 낙엽 보고도 감수성에 젖을 나이긴 해.

너튜브와 커뮤니티에 우주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우주가 엉엉 우는 영상을 짤로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효원 덕분에 한 번 남초에도 이미지를 알린 덕분일까.

-근데 올리오스 얘들도 물건이네. 데뷔한 지 4개월도 안 됐다고 하지 않음?

-요즘 음원 조작도 막혔다던데 진짜배기 1등인 거잖음.

┖근데 또 할 놈은 다 하긴 함. 올리오스가 했다는 건 아니지만.

-은근 노래방에서도 부르기도 좋아.

-앨범 타이틀곡부터 수록곡이 전체적으로 들을 만하더라.

이번 음원 1등과 음방 1위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오갔다.

진효원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물론 당사자는 귀가 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했지만 말이다.

“으으으. 왜 하필 MC 형이 나한테 마이크를 줘서.”

“말 제일 잘하는 사람이 우주 너잖아.”

“그럴 땐 건하 형이 리더답게 가로채 줬어야지.”

여전히 책으로 얼굴을 가린 우주가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

“너 지금 눈 부은 거 때문에 계속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야?”

“…….”

“맞네.”

나는 우주가 손에 쥔 책을 뺏었다.

“아, 형!”

엉엉 울어서 눈가가 새빨갛게 퉁퉁 부은 우주가 나를 노려보았다.

귀여운데 왜 숨기려는 건지.

“사진 한 장 찍을래?”

“됐어.”

“그래도 우리 1등 트로피 들고 아직 사진 안 찍었잖아.”

“붓기 다 빠지면 찍자.”

“지금 찍는 게 좋지. 애들아, 안 그래?”

내 질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귀염둥이 막내가 형들을 위해서 조금 희생해 줘.”

“으으으.”

호진이마저 내 편을 들으니, 우주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 찍는 거야.”

“다음엔 우주도 절대 안 울 텐데, 뭘.”

우리는 차에서 트로피를 손에 쥔 채 사진을 찍었다.

올리오스의 오피셜 SNS 계정에 올리자, 즉각적으로 반응이 왔다.

댓글이 빠르게 달렸다.

대부분은 우주가 방송에서 운 얘기와 빨갛게 부은 우주의 눈에 관한 이야기였다.

-귀엽다.

-울디먀 우주야ㅠ….

-누나가 너 응원한다… 잊지 마라… 죽기 싫으면….

┖죽일 것까지야;

사람들의 댓글로 빼곡했다.

팬들이 달아준 댓글을 보며 나는 우리 멤버들을 바라봤다.

“애들아, 우리 이번 1등 기념으로 팬들에게 선물 같은 걸 해주는 건 어때?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뭔가 기념할 만한 선물 같은 거 말이야.”

“선물?”

“그래.”

팬들이 연예인에게 선물을 해주는 걸 조공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연예인이 팬들에게 반대로 선물을 하는 걸 역조공이라고 부르더라.

“우리 이번에 1등 기념으로 팬들에게 역조공을 해주자. 다는 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지.”

“역조공….”

나는 이두현에게 물었다.

“두현이 형은 어떻게 생각해?”

“프로듀서님이랑 대표님께 물어봐야 할 안건인데. 그게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거든.”

“비용은 괜찮아. 내가 부담할게.”

내 말에 두현이 룸미러를 통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소속 연예인이 돈 써서 팬 챙겼다는 거, 좋은 이미지를 만들 기회이긴 한데…. 우리 소속사 이미지도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서.”

“그럼 프로듀서님이랑 상의해 보면 되겠네.”

이두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하 보면, 진짜 재벌집 막내아들 같다니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에이, 설마. 진짜 재벌집 아들이겠어?”

“모르지. 일반인이랑 다르게 통이 크잖아.”

“묘하게 귀티가 나긴 해. 그런데 예전에 MAE에서 숙소 생활만 했다고….”

정민과 호진, 우주가 쑥덕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애들아, 다 들린다.

* * *

소속사 사무실로 돌아가자마자.

빵!

“어이구, 내 새끼들!”

황이서와 아이돌 1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달려 나와 폭죽을 터트렸다.

그들의 손에는 작은 초콜릿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제일 뒤에 선 직원이 핸드폰 카메라로 이 장면을 찍고 있었다.

“축하한다! 진짜 1위라니. 최종 후보 들어간 기념으로 산 케이크인데, 1등 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큰 걸로 살 걸 그랬네.”

케이크 위에는 초 하나가 타고 있었다.

“음원 1등 겸 음방 1등을 축하하는 거니까 다 같이 한 번에 불어.”

우리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하나, 둘….”

후우우우!

케이크 위에서 홀로 타고 있는 촛불을 껐다.

“이것들아! 축하한다!”

황이서가 호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쓸었다.

“우리 리더, 고생 많았다. 짜식아! 크하하하!”

이제는 나를 꼬옥 껴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수염이 따갑다.

“아파요. 프로듀서님.”

“아프라고 한 거다.”

멤버들 한 명씩 껴안으며 수염 공격을 마친 황이서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이제 정규 일정인 음방만 제외하면 남은 일정은 연말에 있는 가요 어워드만 남았네.”

가요 어워드.

수많은 아이돌과 가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수들의 시상식이었다.

본래는 11월 말 혹은 12월 초에 진행했지만, 올해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로 일정을 옮겼다.

올해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바람에 무대 일정을 맞추기 위해 조정이 되었다고 했는데, 자세한 이유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에 바쁜 아이돌인데 무리하게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난리였다고는 들었다.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남은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도 1등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가요 어워드에서 좋은 무대 선보이고, 신인상을 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힘내자고.”

황이서의 마무리 멘트였다.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모습은 사라지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우리에게 외쳤다.

“네!”

열심히 해야지.

우리의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프로듀서님.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요.”

“무슨 일 있어?”

“저희 음악 방송 1등 하지 않았습니까? 적어도 음반을 사준 팬들에게 선물을 해드리고 싶은데요.”

“선물?”

“네. 애장품이라던가, 아니면 기념할 수 있는 것들을요.”

“…….”

내 말을 들은 황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이번 앨범 구매한 사람들 한정으로 추첨을 해서 선물을 보내주는 걸로 할게.”

음반을 구매한 팬들을 대상으로 팬사인회와 팬미팅을 한다고는 들었다.

그게 아이돌 앨범을 파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도 들었다.

판매하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우리도 팬들에 대한 예우는 표현할 수 있겠지.

가장 대표적인 건, 아이돌이 직접 준비한 선물 공세.

“우선 SNS와 우리 너튜브 채널에 이번 이벤트를 공지로 올리고 활동이 끝나는 대로 선물을 준비해서 뿌리면 될 거 같네. 팬미팅 시기랑 맞추는 것도 괜찮을 거 같고. 그 부분은 내가 계획하지.”

“아, 그리고 프로듀서님.”

“응?”

“그 선물 말인데요. 제가 비용을 부담하고 싶습니다.”

“얌마.”

황이서가 내 말을 듣자마자 말을 내뱉었다.

“그건 우리한테 맡겨. 네 생각은 알겠는데, 그건 우리가 부담하는 게 맞아. 그러라고 있는 소속사니까, 네 돈 쓰려고 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황이서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아무튼 너희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았으니 애장품으로 보내줄 수 있는 물건들, 기념할 수 있는 선물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봐.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황이서가 마무리 멘트를 할 때였다.

“저기, 프로듀서님?”

직원이 황급히 달려와 황이서를 불렀다.

엄청 놀란 듯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다급하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허억, 허억, 바깥에 손님이 왔는데요. 굉장히 유명한 분이 왔습니다.”

“유명한 손님이 누군데? 진효원인가? 아까 SNS에 1등 축하한다고 스토리 올렸던데.”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다른 방식?”

황이서를 보던 직원이 눈이 내게 향했다.

“건하를 찾던데요?”

“대체 누군데 그래?”

황이서의 질문에 직원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황룡그룹의 윤택수 회장입니다.”

그룹 회장이 왜 날 찾아.

잠깐만, 설마?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 나와라.

아버지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메시지를 받은 내 눈엔.

[메인 퀘스트: 윤건하의 속사정]

[재벌가의 아들, 윤건하.]

[성공 시: 오픈 마일리지 20]

베일을 걷은 메인 퀘스트의 진면목이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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