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식사 시간이 끝나고, 멤버들이 나와 윤 회장 사이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를 차례차례 보여 줬다.
멤버들의 의도대로 잔뜩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윤 회장도 맘 편히 즐기며 껄껄 웃었다.
오랜만에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런 걸까.
어쩌면 이런 자리가 부자간에 처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업무적인 얘기를 짧게 해보도록 하지.”
생일 이벤트가 끝이 나고, 윤 회장이 우리를 보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올리오스가 메인 무대에 설 거라고 말했는데. 자신 있는가? 건하에겐 얘기를 들었으니,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듣고 싶네만?”
날카로운 눈초리로 묻는 윤 회장의 말에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다.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주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다.
“그렇게 세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네. 각오는 느껴졌으니. 그대들 실력은 영상들을 봐서 얼추 알고 있네.”
윤 회장이 가만히 성훈을 보았다.
“성훈 군은 어떤가? 무대 위에서 보이는 노래와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긴장을 전혀 하지 않을 거 같긴 한데 말이지?”
“잘할 수 있습니다.”
“믿음직스럽군. 하지만 나는 말로만 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네. 그 각오를 무대 위에서도 잘 보여줬으면 좋겠군.”
“예.”
윤 회장은 정민의 작곡과 호진의 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더했다.
모두의 각오를 들은 뒤에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아쉬운 점과 강점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꺼냈다.
“5명이 서로의 단점을 커버해주는 모습은 보기가 좋네. 그로 인해 각자의 강점이 도드라지는 것이 올리오스의 장점이지. 헌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을 미루면 안 되네. 그게 정형적인 패턴이 되어버리면 쉽게 질릴 테니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대기업 회장의 눈으로 바라본 날카로운 분석력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우리 사이에서도 언제나 나왔던 말이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흠, 이제 나는 빠져야겠군. 재밌게 놀다 가거라. 최 실장, 건하 방으로 애들을 안내해주게. 나는 서재에 가야겠구먼.”
생일 축하를 마치고 저택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최 실장이 내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와, 넓다.”
“여기가 건하 방이구나.”
거대한 저택의 규모에 비해선 방은 다소 평범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좁은 공간은 아니었다.
중학생 남자애가 혼자 지내기엔 다소 넓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방.
나는 여전히 깔끔한 방을 보며 생각했다.
‘윤건하’는 떠나 있었지만, 이곳은 계속해서 관리되고 있었다는 걸.
먼지 하나 없었다.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분이 주기적으로 관리한 걸까?
“회장님께서 주기적으로 청소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의 매일 이곳을 청소했지요.”
“그런가요?”
“예. 가끔은 회장님이 직접 청소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최 실장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직접 청소까지 했다라.’
그 깐깐해 보이는 윤택수 회장이 직접 청소를 하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전엔 보이지 않는 정이 있었으리라.
그런 사랑과 정의 조용한 표현은 어렸던 ‘윤건하’에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분이십니다.”
말을 마친 최 실장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의 웃음에도 정이 실려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모시는 상사를 아끼는 부하 직원의 미소였고, 부자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조력자의 미소였다.
“그 선물도 회장님께서 도련님을 많이 생각하시기에 주신 선물일 겁니다.”
나는 손에 든 골든 콘서트 티켓을 보았다.
내가 제안했던, 한국 아이돌과 해외 스타들이 모이는 거대한 페스티벌.
이건 올리오스가 올라갈 또 하나의 거대한 도움닫기가 되어줄 거다.
그걸 알기에 윤 회장이 선물로 고른 것일 테고.
“참 알기 어려운 분이네요.”
솔직한 심정이었다.
많은 사람을 상대했던 나였지만,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심리를 읽기가 아주 어려웠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숨길 정도로 강한 포커페이스를 가진 남자였으니까.
대기업의 총수다웠다.
“건하 도련님의 1번 팬이 사모님이시라면, 2번 팬은 회장님이셨습니다.”
그 말이 맞는 거 같았다.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마침 친구분들도 오셨으니 도련님의 예전 사진들을 좀 구경하시겠습니까?”
최 실장은 내가 아닌 멤버들에게 물었다.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들이 눈을 빛냈다.
“사진이 있나요?”
“건하 형 옛날 사진 귀한데.”
“좋습니다.”
다들 기대에 찬 얼굴로 최 실장을 바라보았다.
‘옛날 사진이라.’
솔직히 그건 나도 궁금했다.
윤건하의 옛날 모습이 과연 어떨지를 말이다.
최 실장이 선물로 준 액자 속 사진처럼 귀여울까?
“도련님이 어렸을 때 사진입니다.회장님과 사모님이 40대 정도였습니다.”
지금의 내가 20년이 지나면 딱 저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모습의 윤택수 회장이 있었다.
40대 중반쯤은 됐을 법한 외모였다.
늦은 나이에 나를 낳았다고 들었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후계를 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을 테지.
그리고 그의 옆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윤건하’의 엄마가 있었다.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윤 회장의 부인이자, ‘윤건하’의 어머니. 그리고 이제는 내 어머니인.
정나윤 여사.
어린 나를 안은 채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회장님이랑 건하랑 분위기가 닮았다.”
“어? 이건 완전 젊을 때 모습이네요? 진짜 건하 형이랑 판박인데요?”
“진짜 귀엽다.”
“어렸을 때부터 태가 났네.”
내 어릴 때 사진을 감상하던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건 유치원 때 사진입니다. 재롱잔치 때 고깔모자를 쓴 사진이에요. 회장님은 일 때문에 못 오셔서 사모님만 오셨죠.”
“이건 초등학교 때 사진들입니다.”
최 실장은 내 방 책꽂이에 있던 앨범을 하나하나 꺼내면서 언제 찍은 사진이었는지 설명해줬다.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는 앨범들과 그속에 담겨 있을 이야기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색이 바래지 않은 사진들은 이들이 이 추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해주었다.
이런 기억은 내게 무척이나 낯설었다.
‘가족’이라는 게 없었던 내게 이런 경험은 생경했다.
나는 잠시 사진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멤버들이 각자 내 옛날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옛날부터 귀여웠는데요?”
“하하하, 도련님이 어렸을 땐 사용인들이 다들 귀여워했었죠.”
아이돌 윤건하의 1번과 2번 팬이 부모님이라고 말했던 최 실장이었다.
그렇다면 내 3번 팬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 실장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만큼이나 나를 옆에서 도와줬던 그였기에 더 애착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린 ‘윤건하’는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최 실장에게 했을 테지.
그랬으니, 아이돌 계약을 맺을 때 도움을 줬던 거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여기에 제가 더 있는 건 여러모로 방해가 될 거 같으니,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최 실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후아. 뭔가 폭풍이라도 지나간 거 같아.”
“그런데 회장님이 주신 선물 진짜야? 그 골든 콘서트에서 우리가 메인이라고? 해외 스타들도 오는 콘서트에서?”
“믿기지 않네.”
“근데 건하 옛날 사진들 되게 귀엽게 찍혔다.”
그동안 막혔던 수다를 풀겠다는 듯 다들 각자 하고 싶었떤 말들을 한마디씩 꺼냈다.
“나도 워낙 집에 오랜만에 오는 거라 낯서네.”
나 역시 멤버들의 수다에 참여했다.
집에 대한 감상, 윤 회장의 패기와 카리스마에 대한 이야기, 내가 받은 선물 이야기와 내 옛날 사진, 그리고 내 방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우리…. 진짜 골든 콘서트에서 메인에 서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준비를 많이 해야겠지?”
성훈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갑작스럽지만 주인공이 되었으니까,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지?”
질문하듯 말하는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멤버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하, 하하하. 그러게….”
우주와 정민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표정이었다.
“열심히 하자고.”
짧고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그 말에 담긴 뜻을 알고 있는 우리는 쉽게 웃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꺼낸 이야기는 역시.
“진짜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내 생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러모로 고마웠다.
아무리 같은 멤버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집에 오는 건 부담이 됐을 텐데, 선뜻 와주겠다고 시간을 내준 모두에게 말이다.
“내년에는 숙소에서 보내자.”
나는 그런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이건 다들 부담이….
“아니야, 그럼 아버지가 섭섭해하시잖아. 아예 정기적으로 모이는 것도 좋지. 안 그래?”
말을 마친 정민이 모두를 향해 물었다.
“멤버들의 생일마다 집에 가서 축하하는 걸 우리의 룰로 삼아도 되지 않겠어? 스케줄만 바쁘지 않으면 말이야.”
우주의 말에 다들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들 마음이 선하다는 게 말에서 느껴졌다.
어쩌면 이게 올리오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 *
충격적인 선물을 받은 생일이 지나고.
연습을 열심히 하자고 했던 성훈의 말처럼, 나 역시 우리 스탯을 올리기 위해 포인트를 확인했다.
[이름: 윤건하]
[나이: 21]
[스킬: 과금(EX), 대기만성(S),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칼각(S), 빛나는 스타덤(SS), 호소력 짙은 목소리(B), 트레이닝(S), 네 사진 속에 저장(A), 번역(SS), 2개의 심장(A)]
[노래: 61 (A)]
[춤: 62 (A)]
[외모: 72 (S)]
[예능: 60 (A)]
[가용 포인트: 1,838만 포인트]
[가용 오픈 마일리지: 88포인트]
내가 가진 포인트는 1,838만 포인트.
포인트로 환전할 수 있는 마일리지는 해외에서 활동하며 얻었던 60마일리지가 더해져 총 88마일리지.
‘1마일리지당 25만 포인트니까.’
저 마일리지를 환전하면 약 2,200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약 4,000만.
노래와 춤, 그리고 예능이 전부 A급.
그리고 외모는 S급.
여기서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노래와 춤을 S급으로 올릴지, 아니면 남은 포인트를 전부 사용해서 외모를 SS급으로 올릴지.
그렇게 2,000만은 내 스탯을 위해 쓰고, 남은 2,000만은 다른 멤버를 위해 쓸 예정이었다.
“흠, 외모를 올리는 게 차라리 다른 능력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으니까….”
SS에 달성하는 순간 그 능력치의 효과는 말도 안 되게 달라질 거다.
그리고 메인 보컬인 성훈의 능력이 아직 ‘A+’인데, 내 노래가 S급 이상으로 가버린다면 팀의 균형이 깨진다.
S급에서 SS급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포인트는 스탯 1당 250만 포인트.
대기만성 효과로 25%가 감소하는 걸 생각하면, 1당 200만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SS급으로 올리는 것도 1,600만이면 될 거야.’
그리고 나머지로 성훈과 정민 그리고 우주의 스탯을 올려주면 될 거다.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포인트로 환전할 마일리지를 찾았다.
스탯만 올린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안다.
그러나 이미 본인들의 노력으로 바뀐다는 걸 알고 있는 올리오스 멤버들이다.
자신들의 변화를 누구보다 강하게 인지할 그들이니.
‘내가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성장하겠지.’
이 스탯업은 그걸 위한 보조였다.
[블리 증권 – 22억 4천 8백만 원]
마일리지로 포인트를 환전한 나는 곧바로 포인트를 스탯에 투자했다.
[외모 스탯을 구매하겠습니까?]
[S급 외모 스탯 ‘8’을 구매합니다. 비용 1,600만 P.]
[SS급 외모 스탯 ‘1’을 구매합니다. 비용 400만 P.]
[200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외모: 72 (S) → 81 (SS)]
포인트 진짜 어마어마하게 나가네.
전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올리오스와 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한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