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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84화 (184/236)

<제184화>

“좋네요.”

김주성 실장은 옆에서 함께 두 독점 모델의 인터뷰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두 모델의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팬심이 느껴지는 인터뷰까지.

올리오스와 강한울이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번 인터뷰는 두 모델이 가진 이미지를 서로 매치하면서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

물건을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두 모델이 N-스포츠의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 서로를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등이 인터뷰의 주된 이야기였다.

“N-스포츠 광고 모델을 선택한 이유요? 아무래도 한국 최고의 스포츠웨어 업체니까요.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죠.”

강한울의 선수다운 대답과.

“TV에서 자주 광고하는 스포츠웨어라서?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많이 입거든요. 접근성이 좋았던 거 같아요. 나 거기 광고한다고 자랑도 할 수 있고.”

우주의 아이돌다운 대답.

같은 질문으로도 확연히 다른 방향의 인터뷰를 해주는 모습이 대비가 되었다.

“한국 사람이 강한울을 모르면 간첩이죠. 저번에 월드컵에서도 활약하셨잖아요.”

“아체대에서 올리오스를 봤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솔직히 선수를 하셔도 될 거 같던데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물론 평소에 사용하는 N-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김주성 실장은 인터뷰를 보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옆에 선 이두현이 마찬가지로 함께 웃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내일 오전에 있는 화보 촬영 스케줄 아시죠?”

한 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이 나고, 김주성 실장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물론입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경기 직후에 인터뷰를 하고 이렇게 화보를 찍는 게 부담이셨을 텐데….”

김주성 실장의 말을 들은 강한울은 고개를 저었다.

“저 좋자고 하는 말인데요. 하핫.”

“그런데 정말 레알 마드리드 훈련장을 써도 되는 겁니까?”

“정확하게 마드리드의 훈련장은 아니고, 클럽 하우스의 아카데미에서 사용하는 작은 훈련장입니다. 그리고 N-스포츠가 경기장 내부 전광판 광고도 달아줬다고 흔쾌히 허락해 주시던데요?”

“아, 하하하. 그게 또 도움이 되었군요.”

강한울을 모델로 세우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장 전광판에 N-스포츠의 광고 역시 짧게나마 나가는 중이었다.

구단이 공간을 허락해 준 건 그 때문이겠지.

“오늘 촬영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다들 내일 뵙도록 하죠.”

짧고도 긴 인터뷰가 끝이 났다.

*    *    *

[업적 - 이색 스타와의 인터뷰]

[다른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스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보상: 10 오픈 마일리지.]

“나중에 한국에 가면 식사나 같이하시죠.”

강한울이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말했다.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 밥 먹자는 말은 인사치레나 다름이 없는데.

“여기 제 번호예요. 한국에 오시면 진짜 연락드릴게요!”

“물론이죠.”

번호까지 교환하며 말하는 걸 보면 진심인 것처럼 보였다.

“이왕 오신 김에 내일 같이 화보 찍을 때, 제가 축구도 잠깐 가르쳐 드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거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강한울이 우리를 보며 물었다.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의 그룹 과외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희야 좋죠!”

“그럼 우리는 뭘 알려드리지?”

“세리머니 알려드리는 거 어때요? 일종의 쇼맨십이니까요.”

우주의 말에 강한울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거 좋네요! 재밌을 거 같습니다. 이거 내일이 기대되네요.”

훈련 시간이 아닌 시간을 내어 줬다지만, 시즌 중에 우리를 위해 무려 이틀이나 시간을 내준 강한울이었다.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고 가셔야죠.”

그렇게 내일 할 일까지 상의를 마친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다.

강한울과 함께 인터뷰를 하며 여러 가지를 배웠다.

매사에 겸손한 태도와 최고를 향하려는 노력.

강한울은 인터뷰하는 내내 그런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겸손하고, 선배들과 비교하는 말에 손을 내저으며 그들을 존중했다.

그가 존중하는 건 같은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인터뷰를 하는 우리를 띄워주기도 했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비굴해 보이지는 않았다.

성공한 사람의 여유라고 해야 할까?

그게 눈에 보였다.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느낀 자리였다.

“아이돌 하길 진짜 잘했다.”

호진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으며 말했다.

성덕이 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지, 히죽거리며 계속 웃었다.

“현진이가 좋아하겠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팬이었으니까.”

눈을 반짝이며 사인 유니폼을 바라보던 호진이 아직 여운이 남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 팬들도 나를 보면 이렇게 좋아하겠지?”

“그럴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처럼, 내 팬들도 나를 만났을 때 좋아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

“그래?”

“응. 가끔 이 일이 힘들고 지칠 때가 있긴 하지만, 팬들이 웃는 얼굴이나 응원, 그리고 SNS 게시글에 달린 응원 글 보면 힘이 나더라고.”

감상에 젖은 눈으로 유니폼을 보던 호진이 내게 물었다.

“건하 너는 어떤 때 가장 힘이 나?”

“음,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 팬들이 나를 보면서 환호하는 게 좋아.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으니까.”

“춤출 때 기분 좋지, 맞아. 참….”

유니폼을 만지작거리던 호진이 입을 열었다.

“우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팬들 덕분에 이렇게 스페인까지 오게 됐잖아.”

“그러니 더 열심히 해야지.”

나는 호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팬들에게 감사한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그렇게 보여준다면, 다들 알아줄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번에 얘기했던가?”

“뭐를?”

“건하, 너를 보면 형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고.”

“지금도 그래?”

“응, 형이 있다면 건하 너처럼 하지 않았을까 싶었어,”

“알면 잘해. 형 말 잘 듣고, 형한테 가끔 선물도 주고.”

“후후, 너한테라면 어떤 선물도 줄 수 있지.”

인터뷰를 마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짧은 스페인 관광을 이어갔다.

관광이라고 해봤자,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드리드의 거리를 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말이다.

*    *    *

호텔로 돌아간 나는 침대에 누워서 이번에 새로 얻은 마일리지를 정리했다.

“스페인에 온 뒤부터 지금까지 41 마일리지 포인트.”

딱히 대단한 걸 한 것도 없는데 상당한 양의 포인트를 받았다.

해외에 나왔다는 것.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지 못한 곳에 왔다는 것.

그리고 거대하고 사람이 많은 무대를 경험했고, 분야가 다른 스타와 함께 인터뷰까지 했기에 상당한 마일리지를 벌 수 있었다.

지금 내게 남은 포인트는 38만 포인트.

내 외모 스탯은 물론이고, 성훈의 노래와 정민과 우주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스탯을 올리느라 포인트를 전부 다 써서 완전히 바닥이 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얻은 41 마일리지.

전부 다 포인트로 환산하면 약 1,025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였다.

“이것도 환전하려면 10억이나 드네.”

스탯을 올리고 스킬을 얻는다고 원래 세계의 돈 수백억을 썼다.

정확히 얼마를 가져다가 썼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야금야금 상당한 양을 쓴 건 분명했다.

‘결국 진엔딩을 보려면 어떻게든 써야만 하는 돈이야.’

물론 매번 통장이 깨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 아깝긴 하지만, 내게 돈은 언제든지 다시 벌 수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잃는다고 해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만 하면 그 이상으로 벌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반면, 원래 세계의 돈을 아꼈다가 진엔딩을 보지 못한다면….

‘윤건하 자존심 구겨지는 거니까.’

“10억짜리 자산이….”

나는 포인트를 환전할 수 있는 목록을 뒤졌다.

[대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잠깐, 뭐라고?

[10억 이하 계좌를 찾을 수 없습니다.]

“드디어 온 건가….”

여기저기 분산 투자를 했던 자잘한 자금이 모두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일전의 투자를 마지막으로 말이다.

“이럴 거라 짐작은 했는데….”

남은 계좌들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고액이라는 뜻이다.

그럼 남은 계좌 중에 가장 적은 금액의 계좌가 얼마지?

[(주) 남호 택배 주식 : 45억 7천만 원]

핸드폰이 말했다.

이제 가장 적은 금액이 45억이라고.

환전하려면 4,500만 포인트, 무려 180 마일리지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이제 멤버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180 마일리지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어렵네. 이거.”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건 성장이 더뎌진다는 뜻이고.

‘투자했던 트레블리가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

입금 시스템을 활용하면 트레블리를 통해 번 돈으로 포인트를 추가 구매할 수 있다.

올리오스는 계속해서 상승세였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랬기에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는데….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이번 강한울과의 화보 촬영이 더욱 많은 마일리지를 주길 바랄 뿐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마드리드의 야경을 보았다.

마음가짐의 차이 때문일까?

어제 그리도 멋져 보였던 마드리드의 야경이 오늘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후우….”

열심히 하자.

내가 바라던 진엔딩을 볼 수 있도록.

조금 성공했다고 건방지게 굴지 말자.

강한울이 보여준 겸양을 갖추자.

*    *    *

N-스포츠의 관계자와 구단 관계자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클럽 하우스로 들어간 우리는 안을 감상했다.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클럽 하우스엔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진짜 넓다.”

훈련장은 무척이나 넓었다.

아카데미 전용 훈련장이라고 들었는데, 몇 개의 축구장이 보였다.

잔디밭으로 푸른 풍경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뛰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공간이었다.

“오셨어요?”

몸을 풀고 있던 강한울이 우리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벌써 한 차례 훈련을 마친 걸까. 전신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하시네요.”

“하하, 원래는 이것보다 더 빡세게 하는 편이에요. 오늘은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이라 메디컬 테스트랑 근육 휴식이 대부분입니다. 선수에겐 휴식도 훈련이라서요. 물론 저는 그 전에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이렇게 혼자 훈련합니다.”

“저희도 그렇거든요! 휴식을 받아서 연습을 더 안 해도 되는데 연습실에 자주 출근해요.”

“하하, 저희는 닮은 부분이 많네요.”

우주의 말에 강한울이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그럼 화보 촬영부터 할까요?”

김주성 실장이 그런 우리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언제든지요. 바로 가시죠.”

“넵, 좋습니다!”

촬영 콘셉트는 간단했다.

축구장까지 왔는데 축구 콘셉트를 버릴 수가 없지.

미리 준비된 축구복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강한울 옆에 섰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을 수 없으니, 강한울도 N-스포츠에서 제공한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는 올리오스의 팬클럽 원스 로고의 배경색인 옅은 하늘색의 유니폼을, 강한울은 클럽에 맞는 하얀색 유니폼을 입었다.

다들 축구화를 발아래 둔 채로 사진을 찍었다.

나는 축구화 대신 골키퍼 장갑을 꼈다.

발로 공을 잘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촉박한 시간 안에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다들 능숙한 프로라서, 촬영 시간은 예상보다 빨랐다.

NG도 거의 없이 부드럽게 이어진 촬영.

강한울과 안호진이 하나의 공을 두고 다투는 느낌의 사진.

수비수인 성훈을 제치고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강한울.

나와 강한울이 서로 빠르게 목적지까지 달리는 사진 등.

올리오스의 멤버들과 강한울이 콤비로 찍은 사진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개인샷은 물론 강한울까지 낀 단체샷까지 우리는 성공적으로 찍었다.

“이후 후편집으로 조금만 만지면 되겠는데요? 화보 촬영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순서로 넘어가 보죠!”

김주성 실장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드디어 스페인에서 마지막 스케줄만이 남았다.

“세리머니 하나 가르쳐 주세요.”

강한울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우리는 사전에 미리 얘기해뒀던 자세를 준비했다.

-역시 세리머니는 춤 아니겠어?

-너무 복잡한 춤 말고 간단한 동작을 알려주는 게 좋을 거 같아.

-‘For you’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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