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92화 (192/236)

<제192화>

“안녕하십니까.”

유성훈과 정민은 오늘 <아이돌 스쿨>의 촬영을 위해 M-TV의 스튜디오를 찾아왔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번 <아이돌 스쿨>.

총 77명의 소속사 연습생과 신인 아이돌이 모여 졸업을 향해 달려간다는 콘셉트.

담당 PD는 스태프들과 카메라를 세팅하며 거대한 세트장 안에서 자기들끼리 지내고 있는 출연진들을 찍기 바빴다.

“오, 우리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들 오셨구먼.”

“안녕하십니까. 올리오스의 유성훈입니다.”

“올리오스의 정민이에요.”

“크으, 올리오스를 모르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어딨겠어? 이번에 올해의 남자 가수상 축하해요. 그리고 정민 군은 작곡상 탄 것도.”

“감사합니다.”

<아이돌 스쿨>의 담당 PD, 이철호가 씨익 웃으며 두 사람의 손을 맞잡았다.

“저번에 미팅했을 때도 얘기했던 거 같은데, 기대가 커. 두 사람 보컬이 아주 훌륭하다고 선배님들 칭찬이 자자하더고.”

M-TV에서 올리오스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성실하고, 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물론이고, 스태프들에게도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거기다가 예능에 나올 때마다 분량과 성적도 책임지고 있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가르치는 건 다른 문제라서, 어떻게 될지….”

조금 쑥스러워하는 정민의 말에 껌을 씹던 이철호 PD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저번에 얘기했듯이, 너희가 보고 느끼는 걸 얘기해주고 간단하게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 저기 애들, 다들 구를 대로 굴러보고 노력할 대로 한 놈들이야. 척하면 척하고 알아먹을 거고, 그러지 못한 애들은 떨어질 거고. 알잖아. 서바이벌인 거. 못 버티면 낙오해야지.”

말을 마친 이 PD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편집은 우리가 기가 막히게 해줄 테니까 애들 노래 보고 감상평만 잘 말해줘요.”

이 PD의 말을 들은 유성훈은 세트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77명의 본선 진출자들을 보았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여기까지 도달한 77명.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이름값을 하던 친구들이었다.

몇몇 눈에 익은 사람들도 보였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함께 데뷔하거나, 대기실에서 마주친 동료와 선배들.

데뷔는 했지만, 살아남지 못해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이 자리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초면인 사람도 많았다.

이번 기회가 처음인 듯 이를 악물고 준비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들 각자의 사연과 목표를 품고 이 자리에 선 거다.

가벼운 각오로는 오지 않았을 테지.

저 77명 중 실제로 데뷔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건 고작 8명.

저 중 69명은 데뷔조차 하지 못하고 떨어질 것이었다.

아니지.

<아이돌 스쿨>의 본선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군소 소속사와 함께 데뷔는 가능할 것이다.

그래, 데뷔는 가능하겠지.

그러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 그룹에서 데뷔조로 뽑혀 졸업한다고 해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가는 건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세트장에 자리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떨어져도 데뷔할 수 있다는 팔자 좋은 말을 기대하는 이들은, 적어도 저들 중에선 없었다.

유성훈은 이철호 PD를 보며 물었다.

“방영은 언제 되는 겁니까?”

“음, 일단 저번 주에 첫 방 나왔고, 이번 주에 1차 예선이 방영될 거야. 아마 3주 정도 차이가 있을걸?”

“감사합니다.”

“보컬 트레이닝,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알려주면 더 좋을 거야. 많이 바쁠 거야. 엄청 많이 돌아다녀야 하거든.”

이미 7명씩 이뤄진 11개 팀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팀별로 나눈다 해도 저들을 다 알려주려면 몇 시간은 걸릴 거다.

“각오하고 왔습니다.”

“하하하, 그 자세 좋아. 마음에 들어.”

그리고 댄스, 무대 매너, 등 여러 분야의 선생님을 맡을 아이돌 선배들이 도착했다.

모든 트레이너 선생님이 온 걸 확인한 이철호 PD가 무전기로 신호를 보냈다.

“자, 선생님들 들어가십니다. 1반부터 준비해 주세요.”

성훈은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정민을 보았다.

“열심히 하자, 성훈이 형.”

“그래.”

현장에 모인 연습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모였다.

모두가 선망의 눈초리로 그들을 보았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선.

성훈과 정민은 그들을 보는 서바이벌의 연습생을 보았다.

책임감을 가지자.

우리가 내뱉은 한마디에 저 아이들이 탈락할 수도,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성훈은 각오를 다지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1팀의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드는 첫 감상은.

‘곤란하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연습생을 겪었을 테니 이미 연습은 많이 했을 텐데, 성훈이 보기에는 너무 많은 허점이 보였다.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까.

좋았어요. 한마디라면 쉽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번 학생은 긴장하신 탓에 보컬에 너무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요. 음정이 떨리고 목을 너무 조이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풀어주는 게 좋아요.”

유성훈은 눈앞에 있는 연습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하나하나 진지한 피드백을 남겼다.

자신이 봤을 때 보였던 약점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지적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저들의 문제였다.

귀를 막고 좋은 말만 들을 수도 있지만, 인정하고 성장할 수도 있다.

“2번 학생은 안 나오는 고음을 지르느라 오히려 밸런스가 깨졌어요. 음역 폭을 넓히는 게 어렵다면 저음 파트를 가져가거나 랩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2라운드에서 살아남은 이후에야 이름을 말할 수 있다는 <아이돌 스쿨>의 룰 때문에 유성훈은 그들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불렀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말해줬다.

“안타까운 무대였어요. 하지만 분명 개선점은 있습니다. 앞으로 말씀드린 부분이 개선된다면 적어도 보컬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저들이 한 명이라도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 * *

“그림이 아주 좋네.”

세트장 밖에서 촬영 현장을 보던 이철호 PD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독설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모습이라…. 저거 잘만 만지면 트레이너로도 좋은 장면 건질 거 같은데? 안 그래?”

그는 옆에 있는 조연출을 보며 미소 지었다.

프로 PD인 그의 머릿속에 벌써 유성훈의 멘트가 영상처럼 상영되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무대였어요.

-1번 학생은 긴장하신 탓에 보컬에 너무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요.

-2번 학생은 안 나오는 고음을 지르느라 오히려 밸런스가 깨졌어요.

처음에는 독설을 날리는 보컬 트레이너.

-음정이 떨리고 목을 너무 조이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풀어주는 게 좋아요.

-저음 파트를 가져가거나 랩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 멘트 속에 담긴 진심 어린 피드백.

‘나쁘지 않네.’

의욕이 가득 찬 연습생들의 표정을 더한다면?

그보다 좋은 게 없었다.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 * *

우리는 GH 엔터의 연말 콘서트를 진행했다.

작년보다 훨씬 풍부한 라인업이었다.

작년에는 말이 좋아 GH 엔터의 연말 콘서트였지, 사실상 몬스터즈의 단독 콘서트에 올리오스가 살짝 끼어들어간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제는 신인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할 정도로 커진 올리오스.

GH 최고의 아웃풋 몬스터즈.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을 바탕으로 최근 몇 달 새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팬이 늘어난 이종민.

외에도 전통의 GH 엔터의 소속 연예인.

그리고 이번에 새로 영입한 래퍼 Lil-K, 발라드 가수 그룹인 영민철 등.

멤버들이 훨씬 화려해졌다.

-GH 엔터 요 몇 년 사이에 엄청 컸네.

-라인업 나쁘지 않은데?

-사실상 몬스터즈 원툴에서 벗어난 거 같은데?

-올리오스 성공이 컸음. 최근에 방송도 엄청 나오더만.

-이종민 저분 요즘 노래 엄청 좋음. 완전 겨울 감성.

-내년에는 GH 엔터의 연말 콘서트 티켓팅한다.

-콘서트 평가는 호불호가 좀 갈리던데?

-몬스터즈 분량 줄어서 그런 걸걸? 팬들은 싫어할 테니까.

대체로 호평이었다.

몬스터즈의 분량이 줄었다는 게 아쉽다는 것 말고는 다들 좋은 경험을 한 모양이었다.

[업적 - 대중의 인식]

[대중이 보다 올리오스를 더 많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상: 5 오픈 마일리지]

[업적 -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가수상에서 수상했습니다.]

[보상: 50 오픈 마일리지]

[업적 - 작곡상]

[멤버가 작곡상에서 수상했습니다.]

[보상: 15 오픈 마일리지]

[업적 - 성공적인 한 해]

[조건 1. 한 해에 10개 이상의 업적을 성공했습니다. 클리어.]

[조건 2. 한 해에 200 오픈 마일리지를 획득했습니다. 클리어.]

[조건 3. 한 해에 S급 무대를 10회 이상 성공했습니다. 클리어.]

[보상: 50 오픈 마일리지]

…….

가요 어워드 이후로 클리어한 업적과 퀘스트였다.

어마어마한 양의 오픈 마일리지를 얻었다.

올해의 활동과 성과는 우리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 분명했다.

한 번에 거의 300 마일리지를 획득했다.

외국 유명 스타들도 우리를 인식했다는 업적도 깬 덕분에 대량의 포인트가 추가로 들어왔다.

이 정도라면 멤버들의 성장은 물론, 내 성장도 가능하겠지.

바쁜 시간에도 짬을 내서 연습실에 온 이유였다.

[돌발 퀘스트: 당신을 인식한 외국 스타와 조우하세요.]

[성공 시: 35 오픈 마일리지]

돌발 퀘스트까지 추가로 얻었다.

우리를 인식한 외국 스타라.

누구지?

이번에 가요 어워드로 우리를 보았다는 뜻인데.

‘골든 콘서트에 왔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연습실 문을 열었다.

“오, 건하야?”

“진성이 형?”

“연습실엔 무슨 일이야?”

“연습하러 왔죠. 형은요?”

“나? 나도 연습하러 왔지.”

한진성이 내 등을 툭툭 쳤다.

방금 연습을 마친 듯, 그의 머리에는 땀이 뻘뻘 흐르고 있었다.

“누구들 덕분에 완전히 자극받아 버렸거든.”

“그 누구들이라는 게.”

“그래, 너희.”

나를 가리켰던 한진성이 웃었다.

“이번 GH 연말 콘서트에 우리 이야기보다 너희에 대한 얘기가 훨씬 더 많았잖아? 그래도 우리가 더 선배고 활동도 많이 했는데 자존심이 상해서 말이야.”

“…….”

나는 한진성을 보았다.

“후우, 미국 활동한다고 이번 연말 콘서트에 너무 손을 놓고 있었어.”

아쉽다는 듯 말하는 한진성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동시에 즐거움이 섞여 있었다.

“좋으십니까?”

“물론이지. 우리 후배가 나를 추월하려고 악착같이 쫓아오는데, 안 좋고 배기겠어?”

크게 웃은 한진성이었다.

땀을 닦던 한진성이 내게 물었다.

“참, 다음 주가 벌써 신년인데 너희 신년에 계획 있어? 1일에 휴가 받았다면서.”

“아니요. 아마 다들 숙소에 있을 거 같습니다. 성훈이 형이랑 정민이 이번에 ‘아이돌 스쿨’에 나오거든요.”

“그래? 그게 1일인가?”

“네, 1일에 성훈이 형이 나오는 방영분 방송한다고 합니다.”

“그게 벌써 그렇게 됐어?”

“네.”

“그럼 같이 봐도 돼? 아마 나랑 카이랑 희성이 세 명이 시간이 남을 거 같거든.”

몬스터즈와 함께 보는 <아이돌 스쿨>이라.

“아마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래, 아주 좋아! 애들한테도 말해둘게.”

“저도 되는 멤버들 모아서 준비하게 있을게요.”

“함께 신년 맞이하는 건 처음인가?”

“아마 그럴걸요?”

“기대되네.”

한진성은 아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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