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년 차 천재 연습생의 데뷔 공략-105화 (105/224)

#105. 꼬리 밟기 (2)

인수가 출연한 웹 예능을 보면서, 인덕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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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여러모로 신경 써 주신 덕분에 너무나 즐거웠던 투나잇주점 촬영:). 반갑게 맞아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P.S. 편즙흐들르그흣즈느여(눈물 글썽글썽한 이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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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계정에 홍보용으로 올라온 포스트 말고, 그 아래에 붙어 있는 인수의 개인 멘트가 화룡점정이었다.

당당하게 말끔해 보이는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화장실 문을 여는 그 54초가 어찌나 빠르게 퍼지던지.

인수가 21세기에 태어난 사람 중 화장실 문 여는 영상이 제일 널리 퍼진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방송의 쓴맛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인수라니 이건 정말 귀한 사료였다.

“하…. 귀엽네….”

그동안 인수가 방송에서 보여 준 모습은 대개 완벽주의적인 천상 아이돌이었다.

얘는 진짜 연예인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도 파도 미담뿐인 육각형 아이돌.

보컬이야 뭐 탈아이돌 수준으로 완벽하고, 노력으로 춤 선도 완성, 단정하면서도 예의 바른 태도로 각종 방송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웃수저는 못 된다는 것일까.

‘솔직히 그거도 나는 불만 없긴 한데.’

겟데뷔 촬영 중에는 가끔씩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버벅거릴 때가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건 딱 파이널 미션 때뿐이라는 듯, 데뷔조가 발표되고 펑펑 울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시 빈틈없는 남자로 복귀해 버렸다.

‘아쉬운 건 아니지만….’

댄스 퀴즈나 팀 어필 타임 어택 때처럼 보기 드문 하찮은 모습을 보여 줄 때마다 유입이 확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왜지? 아이돌이란 무릇 완벽할수록 그 의의에 걸맞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덕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일단 유입 늘어나면 좋은 건 좋은 거지.’

일각에서는 얕덕들 늘어나 봤자 소용없다느니 불평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인덕은 이쪽에서만큼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아이돌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잔류 코어 팬덤 외에도 계속 신선한 유입이 들어와야 했다. 그게 곧 내 아이돌이 트렌드를 타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수 팬덤의 유입을 꾸준히 담당해 주고 있는 인연은 인덕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내 영업은 다 실패했으니까….’

웃수저의 재능이 있는 지인을 끌어들이겠다고 다방면으로 노력을 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데뷔조 확정되자마자 열심히 프로필 카드까지 만들어 가면서 영업했는데….

나랑 같이 인수를 파는 게 아니라 다른 멤버한테로 가 버려서 피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같은 그룹을 잡은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해.’

현재 인덕 주변에 있는 엔카운터 팬은 다섯 정도.

같이 겟데뷔를 시청했던 인원은 그보다 더 되지만 픽이 데뷔에 실패하면서 다른 소속사 팬덤으로 유출되어 버렸다.

가장 큰 우군인 XOXO가 지원을 잡았고, 은찬의 팬이 한 명, 하연의 팬이 둘, 그리고 영인을 잡은 친구까지 하면….

주변에 엔카운터 얘기를 할 사람은 제법 있어도 인수 덕질을 같이할 사람은 인연뿐이었다.

[連] 아니 근데 진짜 좀 억울한 게 오전 3:49

[連] 인수가 너무ㅠㅠ 올팬 픽, 대중 픽이다 보니까 ㅠㅠㅠ 오후 3:50

[連] 라이트하게 파는 사람은 진짜 많은데 오후 3:50

[連] 저희처럼 각 잡고 파는 사람은 좀 적은 느낌이지 않아요?? 오후 3:50

물론 비율로 보면 그렇기는 한데, 인수로 갈아타기 전까지만 해도 승재 덕질을 실시간으로 했던 인덕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솔직히 내 주변에 코어 팬이 적은 거지 절대적인 수가 적은 건 아니다!

엔카운터 팬 전체 내의 비율을 봐도 그러했다.

겟데뷔 초반에는 시청자 중 인수 팬이 80~90%는 됐던 걸 생각하면 많이 낮아진 거긴 한데.

여전히 엔카운터 내 최애를 골라 보라는 투표에서 인수는 혼자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몸집이 크다 보니 꿔다놓은 보릿자루들도 너무 많아서 그렇지.’

어쨌든 팬덤의 규모는 거거익선. 인덕은 인연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완전히 수긍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보다 이 사람 이걸 이 새벽에….”

역시 젊군, 20대 초반…. 인덕은 감탄하며 인연에게서 온 다른 메시지도 확인했다.

[連]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오프에서 뵀을 때 말씀드렸던 거 오전 10:14

[連] 생각해 보셨어요?? 오전 10:15

이 사람 아마 새벽까지 술 마시고 논 거 같은데 아침 10시부터 기상해서 핸드폰을 볼 여력이 있구나.

인덕은 며칠 전 인연에게 받았던 솔깃한 제안에 대해 생각하며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솔직히 아카이브 계정 굴리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기도 하고, 얼굴 팔리거나 그런 거 아니라서 할 만했는데.’

인연이 제안한 건 또 다른 문제의 일이었다. 시간을 써야 하는 건 둘째 치고 체력이… 체력이 될까?

인덕이 망설이는 사이 인연이 재빨리 새 메시지를 보냈다.

[連] 바쁜 건 제가 할게요 오전 10:16

[連] 인덕 님은 그냥 절 시종처럼 부리시기만 하면 돼요 오전 10:17

그게 말처럼 쉽겠냐고요. 저는 그게 안 돼서 고통스러운 거예요.

으윽, 인덕은 인연이 며칠 전 보낸 이미지를 확인하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진짜 귀여워…. 진짜 귀엽긴 해.’

이게 내 손안에 있으면 나는 그만큼 더 행복해지고 더 의욕적으로 사회생활에 임해서 더 큰 대한민국과 나의 경제를 이륙하는 데 막강한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

스스로 하는 말이 개소리라는 것을 자각할 수 없을 만큼 탐이 났다.

‘하지만 이것에 손대는 순간 이제 거기서 파생되는 고통과 과몰입과 끝없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인덕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곧바로 SNS 검색창에 마법의 키워드를 검색했다.

[서인수 인형]

그러자 웬 이상한 거북이 그림을 올려놓은 이미지가 검색되었다.

[도안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다음 달에 일정 여유 생기면 수요 조사 받아 볼게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인덕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현재 인수의 마스코트화된 상징 동물은 대표적으로 두 종류였다.

하나는 딱 얼굴상에서부터 티가 나는 고양이, 다른 하나는 거북이였다.

‘아, 거북이 싫다고!’

인수한테 둔한 이미지가 붙는 것도 짜증 나는데 도안을 예쁘게 뽑는 것도 어려워서 고양이가 백번 나았다.

거북이 이미지가 생긴 이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제해라@zeronine2600]

[닌자 거북이 강원도 태복군에 출몰]

지난 팀 어필 타임 어택 때 초반에 버벅거렸던 인수가 감을 잡으면서 속도를 높인 걸 두고 놀리는 밈이 붙어 버린 것이다.

그 후로 인수가 뭔가 재빨리 낚아채거나 나서거나 할 때마다 자꾸 저놈의 거북이 밈이 튀어나왔다.

[거북이 달린다]

[빠르게 먹이를 섭취하는 거북이]

[취한 거북이]

[인수 이렇게 하찮은 모먼트 너무 귀여움 ㅠㅠㅠ(거북이 이모지)(거북이 이모지)]

오죽하면 인덕은 인수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날 때마다 좋은데 고통스러웠다.

아, 이것도 거북이로 드립이 나오겠구나 싶어서.

‘역시 빨리 선수를 쳐야 해.’

덕질이 선착순이냐고 하면 인수는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승재를 잡았을 때 인덕은 후발 주자에 속하는 쪽이었지만 네임드로서 잘만 자리를 잡았으니까.

그러나 이건 다르다. 먼저 히트 쳐서 널리 퍼지는 쪽이 이미지를 선점한다.

인덕은 잠시 괴로워하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메신저에 답장했다.

[나] 합시다 그거 오전 10:21

[나] 당장 계정 만들어 옴 오전 10:22

인덕은 그렇게 다시금 스스로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수냥이│서인수15cm인형@Mylovleysoo_]

[서인수 15cm 인형 수냥이│해외 배송은 단체만 지원합니다 DM 문의]

어쩔 수 없었다. 원래 덕질이라는 건 더 간절한 사람이 이기는 동시에 지는 법이었으니까.

***

“와, 근데 조회 수 진짜 장난 아니긴 하다. 이거 천만 찍겠는데요?”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영인의 감탄사에 정신을 차렸다.

그 말 그대로, 공개된 지 이제 2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조회 수가 벌써 백만이었다.

채널 자체도 구독자 수가 수백만 단위인 것도 있었지만 서바이벌 출신 아이돌이 데뷔도 안 한 시점에 촬영한 술 예능이라는 것이 더 화제가 된 모양이었다.

‘이것도 설마 어그로가 벌써 꼬였나?’

다행히 이건 예능적으로도 웃겨서 이상한 의견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건 과하게 염려를 해 주시는 쪽이었다.

애가 어렸을 때부터 압박을 얼마나 받았으면 저렇게 반응하냐, 이런 얘기들이 간혹 보였다.

‘감사하긴 한데 그렇게까지는….’

어린 나이부터 연예인을 준비하면서 포기한 게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일반 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예고이긴 하지만 출석 일수 다 채워서 졸업한 마당에 크게 희생했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정말, 내게 과분한 애정을 보내 주시는 분들한테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은 욕심이 큰 거고.

‘아무튼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네.’

주량 때문에 혹여 논란이나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한 것과 달리 영상에서는 한 병도 못 마시고 취한 것처럼 나와서 안심이었다.

외려 만취하고도 얌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집에 들어와 잠드는 이미지만 붙었다.

“채널 구독자 수가 워낙 많아서 초반에 잘 붙는 거라 천만까지는 안 될 거야.”

짐짓 겸양다운 대답을 해 주고 찬물이나 마시려던 그때, 갑자기 개인 SNS의 알림 태그가 폭주했다.

‘…? 뭐지?’

의아한 얼굴로 알림창을 확인하자….

“야, 너 진짜!”

규민이 그새 냉큼 나를 태그해서 올린 포스트가 미친 듯이 공유되고 있었다.

[우리 수 리더 열일 하고 온 날]

[+ 이러고 30분 후에 부활해서 잘 준비 하고 다시 잠]

촬영을 끝내고 와서 바닥에 기절하듯 엎어져 있는 걸 그새 사진을 찍어 둔 것이었다.

다행히 좀 웃기긴 해도 못생기게 나온 사진은 아닌데, 웃긴 비하인드로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원래 이런 인간미가 좀 있어야 해. 너는 너무 로봇 같다니까?”

“누가 도와 달라고 했냐고.”

나는 규민과 아웅다웅 말싸움을 하는 것도 질려서 규민을 먼발치에서 노려보며 말했다.

“너도 어디 안전한가 보자.”

삼류 악당처럼 으름장을 놓으니 규민이 더 속을 긁는 소리를 했다.

“아, 진짜? 네 계정으로 나 홍보해 주게? 완전 좋은데?”

바보는 뭘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다고, 나는 하는 수 없어서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렇게 나름대로 소소한 휴일을 보내고 있던 중.

부우웅-

‘오, 왔다.’

아침에 메시지를 보내 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투비영 재환] 잠깐 통화 가능해? 오후 2:32

“나 잠깐 통화할 거 있어서 방 좀 쓸게.”

나는 곧장 핸드폰을 쥐고 빈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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