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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화 (1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화>

이성 길드의 인사과 3부 부장실.

“풋, 푸하하. 천하의 임가영이 번호 달라고 했는데, 뭐? 자기 번호를 모른다고?”

부장 이하연은 임가영이 가지고 온 영상을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전 아가씨처럼 아름답지 않고, 남자같이 생겼으니까요. 그럴 만도 합니다.”

임가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딱딱하게 말했다.

단발머리에, 키가 크고 잔근육이 가득한 그녀는 보이쉬한 느낌이 크긴 했지만.

그게 ‘남자같이 생겼다’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참나…… 자기가 길드에서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모르네.’

이하연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손사래를 쳤다.

“가영아. 다른 데서 그런 말하지 마. 욕먹어.”

“아니, 이건 제가 잘 압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여자들만 절 좋아했습니다.”

“거긴 여고잖아.”

“그건 그렇지만…….”

짝!

이하연은 손뼉을 쳤다.

“됐어. 그 남자가 이상한 사람인 거야. 이 문제는 이걸로 끝.”

“……아가씨가 먼저 비웃으셨으면서.”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

타닥타닥.

입가에 미소를 짓던 이하연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그것보다 성지한, 이 사람. 네가 가져온 데이터를 보니까 꼭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가 서포터라도 말입니까?”

“응. 이 정도 실력이면 일단 데리고 있어야지. 다른 길드에서 눈독들이기 전에. 그리고 이 사람, 누군지 기억났어.”

“기억이 나셨다니요?”

이하연은 임가영에게 손짓을 하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거 봐.”

“이건…….”

임가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동영상 채널이었다.

-배틀넷 승부 예측사, 성씨의 채널

“……아직도 이런 방송 보십니까. 아가씨.”

임가영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이하연을 바라보았다.

집도 재벌가 쪽이면서, 이 아가씨는 왜 이렇게 사행성 가득한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건가.

이하연이 빠르게 손사래를 쳤다.

“이 사람 꽤 정확해. 방송을 띄엄띄엄 해서 그렇지, 제대로 했으면 승부 예측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졌을걸.”

“승부 예측 커뮤니티라뇨. 불법 토토 사이트겠죠.”

“아니. 이건 토토가 아니라니까. 배틀넷 승부 예측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판단을 내리는…… 아무튼 정교한 분석의 장이라고!”

“하아…… 그래서요. 이 도박꾼이랑 성지한이 무슨 관계입니까?”

“이, 이거 봐 봐.”

그녀는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러자 채널 ‘성씨’의 재생 목록이 주르륵 올라왔다.

“여기서 7번째 동영상에 이 사람 얼굴이 잠깐 나왔었거든. 그때 보고 생각보다 멀끔하게 생겼네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성지한이랑 닮았더라고.”

“자, 잠깐만요. 아가씨.”

급히 마우스의 휠을 내리려던 이하연을, 임가영이 급히 제지했다.

“응? 왜?”

“맨, 맨 위의 라이브로 진행되는 방송! 제목을 보세요!”

“어, 이 사람 웬일로 방송한대? 오랜만…… 어?”

이하연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크게 떴다.

라이브 영상의 제목.

상상조차 못했던 내용이 자리하고 있었다.

[검왕의 딸과 처남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검왕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 드리며 저희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검왕의 처남……?”

*   *   *

윤세진의 펜트하우스 거실.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성지한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었다.

‘후, 설득하느라 힘들었어.’

아버지가 물려준 강남의 빌딩.

이 거대한 건물을 국가에 기부하자니.

-삼촌…… 아직도 술 안 깬 거 아냐?

윤세아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욕이 나와도 할 말 없는 상황인데, 그 정도에서 끝난 게 참 조카가 착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미래를 보고 왔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일어날 최악의 상황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면서.

-그건 너무 비약 아닐까?

그렇게 반문하는 윤세아에게 어차피 이거 증여세도 못 낸다, 내가 예지몽을 꿨는데 진짜 들고 있으면 심각해진다 등등…….

별 소리를 다하면서 설득에 설득을 한 결과.

-……알았어. 뭐, 삼촌이 이제는 내 유일한 가족이니까. 믿을게.

-진짜지?

-그래. 에휴. 차라리 건물 반을 떼어 달라고 하지. 국가에 헌납이라니.

윤세아는 툴툴거리면서도 성지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렇게 성지한은 과거로 돌아오며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아. 폰에 안 뜨네. 왜 안 되지……?”

카메라 세팅이 익숙지 않은 듯.

자신의 핸드폰 화면과 카메라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성지한.

“이 카메라. 저번엔 배틀튜브에서 잘됐는데…….”

배틀튜브.

배틀넷에서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스트리밍 시스템이자 영상 플랫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영상이 재생되는 하이퍼 테크놀로지 기술을 지니고 있어서.

배틀튜브는 지구의 모든 영상 플랫폼을 묻어 버리고, 혼자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 반대편.

성지한과 같이 검은 옷으로 갈아입은 윤세아는 팔짱을 낀 채 삼촌의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지켜보았다.

‘삼촌이 언제부터 연기를 저렇게 잘했지?’

윤세아의 스마트폰에 떠 있는 배틀튜브 창.

거기에는 성지한이 화면이 안 나온다면서 낑낑대는 게 적나라하게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아. 저 새끼 뭐해?

-졸라 답답하네.

-이거 그냥 어그로 아니야?

-근데 집은 검왕 집이 맞음.

-맞아. 나도 검왕 특집 프로에서 봤어.

그리고 주르륵 올라오는 채팅창.

사람들은 어수룩하게 헤매는 성지한을 욕하고 있었다.

잘만 나오는데, 왜 안 나온다고 저러고 있는 거야?

저 못 참는 제목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나갔을 것이다.

[검왕의 딸과, 처남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검왕과의 통화 내용을 들려 드리며 저희의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배틀튜브에서 한 눈에 보기에는 너무나 긴 제목.

하지만 검왕의 딸과 처남입니다.

이 앞의 제목으로 인해 검왕의 인터뷰로 분개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트리밍 방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진짜 검왕 집 거실 같은데?

-어그로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사람들에게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가면서, 시청자가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동시 시청자가 1만 명이 모였습니다.]

[일반 업적, ‘시청자를 모아라 (1)’ 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그리고 한껏 연기를 하고 있는 성지한의 눈에, 업적 포인트 수집 알림이 떴다.

‘역시.’

배틀튜브도 배틀넷의 일부.

여기에도 업적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존재했다.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

한 영상의 좋아요, 싫어요, 총 조회 수 등등.

배틀튜브에서 얻을 수 있는 업적 포인트의 양은 무궁무진했다.

‘싫어요 업적이 깨기 힘들단 말이야. 이번에 실컷 받아야겠어.’

싫어요가 너무 많은 영상은 배틀튜브에서 GP로 정산받을 때 손해를 보지만, 성지한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GP보다는 업적 포인트가 중요하지.

특히 지금처럼 브론즈밖에 안 될 때는 대형 이슈를 통해서 최대한 업적을 깨야 했다.

‘게다가 어차피 팔릴 얼굴이기도 하고.’

어차피 입장 표명을 안 해도, 일주일 후면 전 국민이 다 알 정도로 퍼질 일이었다.

매스컴 좋은 일만 시켜 주느니, 업적이라도 얻어야겠지.

그리고 성지한이 낑낑댄 지 2시간이 되자.

[동시 시청자가 3만 명이 모였습니다.]

[일반 업적, ‘시청자를 모집하라 (2)’ 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싫어요 1만 개를 수집했습니다.]

[일반 업적, ‘비록 세상이 그대를 미워할지라도 (1)’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동시 시청자 업적과 싫어요 업적까지 깰 수 있었다.

입장 밝힌다고 해서 보러 왔더니, 화면 안 나온다고 낑낑대는 것만 2시간째 보면 당연히 시청자가 싫어요를 누를 수밖에 없는 노릇.

검왕 관련 내용이란 인질이 아니었으면, 99%의 시청자가 이미 다 빠져나갔을 것이다.

‘3만 명이면 싫어요 좀 더 눌러 주지.’

한편 성지한은 오히려 싫어요 업적 (2)를 못 깬 걸 아쉬워하고 있었다.

다만, 이제는 그만 방송을 진행해야 할 때였다.

그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누르자 화면이 제대로 떴다.

“어…… 나왔다! 나왔어!”

그러자 뛸 듯이 기뻐하는 성지한.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면을 지켜보았다.

“뭐, 뭐야.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진심으로 놀란 표정.

카메라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윤세아는 삼촌의 놀라운 표정 연기에 다시금 감탄했다.

‘마스크도 괜찮은데 연기 쪽으로 나가지 그랬어…….’

그에 맞춰 채팅창에서도 욕 섞인 채팅이 폭발하듯 쏟아져 내렸다.

-하. 저 새끼 드디어 방송하려나 보네.

-와. 18…… 118분 기다렸다.

-내가 진짜 검왕 관련 내용만 아니면 신고 누르고 나갔다.

-빨리해라 매국노야.

-매국노라니 윗분 말씀 조심하시죠. 검왕께서는 일본을 속이기 위해 훼이크를 치신 겁니다.

-네 다음 친일파~

“하. 하하. 오래 기다리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성지한은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한 번 푹 숙이더니.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미리 세팅해 둔 책상과 의자에 앉았다.

“그럼 이제. 검왕의 처남인 저, 성지한과.”

휙휙.

성지한의 손짓에, 침울한 얼굴로 걸어오는 윤세아.

삼촌의 표정 관리에 감탄하던 그녀도, 막상 연기를 시작하니 연기력이 대단했다.

“검왕의 딸. 윤세아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   *

만인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이번 스트리밍 영상.

거기서 성지한이 자신을 소개하자, 채팅이 여럿 올라았다.

-성지한?

-강남 1 튜토리얼 1위다!

브론즈리그까지 둘러보는 길드 관계자들은 성지한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달랐다.

-튜토리얼 1등 가지고 호들갑은…….

-그래 봤자 브론즈따리 아닌가? 적어도 골드는 돼야지.

아무리 강남 1 출신이라고 해도, 브론즈는 브론즈다.

이것이 스카우터랑은 다른 일반인의 인식.

그들이 알고 있는 배틀넷 선수들은, 적어도 골드 리그 이상에서 뛰는 이들이었다.

그 아래까지 훑어보는 것은, 배틀넷 업계의 관계자나 마니아급의 리그 팬 정도.

-그래. 지금 중요한 건 브론즈 따위가 아니잖아.

스카우터들의 흥분과는 달리.

일반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1등을 달성한 것 따위,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들이 궁금한 것은, 검왕에 대한 정보.

세계 3위에 랭크되어 있던 대한민국의 자랑.

검왕 윤세진이 진짜 나라를 저버리고 일본을 간 것인가?

그것이 중요했다.

“먼저…… 매형이 제 조카와 통화했던 내용을 가감 없이 들려 드리겠습니다.”

성지한은 침통한 얼굴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입술을 깨물고 있던 윤세아는 조심스레 책상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거기서, 녹음된 윤세진과 윤세아의 통화 내용이 가감 없이 공개되었다.

[세아야.]

[아빠!? 아빠 맞지? 아까 인터뷰는 대체 뭐야!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일본이라니!?]

[미안하다. 아빠는…… 사랑에 빠졌어.]

[……뭐? 사랑?]

-허. 사랑?

-와. 18…… 미친…….

-거, 검왕님의 목소리가 맞아.

-맞아요. 검왕가의 일원으로 보증할 수 있어요.

검왕이 일본으로 간 게, 사랑 때문이라고?

이 어이없는 내용에 시청자들은 일제히 어안이 벙벙한 채, 검왕에 대한 성토를 멈추지 않았다.

[……장난, 이지? 사랑이라니?]

[일본 여자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윤세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윤세아의 목소리는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아. 아빠…… 제발…… 아니지?]

[…….]

[그, 그래. 재혼! 재혼해도 돼. 엄마도…… 그래. 석상이 되어서. 죽, 죽었으니까…… 아빠도 외롭겠지. 좋아. 새엄마가 일본 여자라고? 괜찮아…….]

꿀꺽.

마음을 다잡는 것일까.

녹화된 음성 속에서, 윤세아가 침을 잠깐 삼켰다.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더 침울해졌다.

[얼마든지, 괜찮아. 재혼해도…… 그래. 찬성할게. 그치만…… 그치만…… 우리가 굳이 일본에 갈 필요는 없잖아?]

[그게 그녀가 내 구애를 받아 주는 조건이야.]

[뭐, 뭐……!?]

[그리고.]

윤세진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결심한 듯, 굳은 목소리로 소리를 이어 갔다.

[그녀의 조건은 하나 더 있어. 딸은 한국에 두고 오라고 해.]

[……날?]

[미안하다. 아빠를 이해해 달라고는, 감히 하지 않으마.]

[그래서…… 날, 버리는 거야? 아빠?]

[대신, 강남의 소드 팰리스. 그걸 물려줄 테니.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야. 다시 한번, 미안하다. 세아야.]

[아빠! 아빠! 아…… 빠…….]

뚝.

이를 끝으로, 전화가 끊기고, 녹취된 내용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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