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24화>
* * *
탑 아래로 내려간다는 성지한의 선언에 시청자들이 들끓었다.
-아아아!
-강남 3대 진상에 한 명이 더 추가되나요!
-ㅋㅋㅋㅋ트롤들에게 질 수 없지! 팀플레이 따위, 이쪽에서 사양이다!
-슈슉. 슉. 슈슉. 시. 시$%^&!!!!
-오늘 상태창 보는 각이구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디펜스 맵, ‘10개의 탑’의 아래는 셀 수 없이 많은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이었다.
거길 혼자 내려간다고?
아무리 성지한이 규격 외의 플레이어라고는 하지만, 이건 자살하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에이, 브론즈는 디펜스 맵에서 부활되잖아. 한 번 내려갔다가 죽고 나면 위에서 싸울 듯. 아직 안 되네요~ 이러면서.
-브론즈는 부활도 됨? 브론즈 경기를 안 봐서 몰랐음.
-그러네. 방송용으로 내려가나 보네.
하지만 사람들의 흥분도 잠시.
브론즈에는 부활 기회가 총 3번이나 있다는 게 알려지자, 성지한의 객기는 방송용이라고 여겨졌다.
그가 진지하게 1,000마리의 좀비를 죽이려고 내려가는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성지한 님. 정말 프로 방송인이시군요…… 저길 내려간다니!”
그건 BJ금빛도 마찬가지여서, 성지한의 희생을 마치 예능인의 표상을 보는 듯한 눈길로 보고 있었다.
서바이벌에서 퍼스트 킬을 당하긴 했지만, 성지한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벌써 반쯤은 팬이 된 그였기에.
BJ금빛은 기본적으로 성지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럼 다시 돌아오실 때까지 제가 위에서 탑 뷰로 영상을 찍고 있겠습니다. 성지한 채널 여러분! 다른 시점으로 성지한 님의 활약상이 보고 싶으시면, 제 채널도 한 번 봐 주세요!”
BJ금빛은 성지한이 죽는다는 걸 기정사실화한 채, 노골적인 광고 멘트를 날렸다.
“그래요. 위를 부탁하죠. 그리고 마법사 씨는…… 이번에는 게임 제대로 하실 거죠?”
성지한이 차가운 눈초리로 김규혁을 바라봤다.
김규혁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한순간 울컥했지만.
‘아이 씨. 탑 아래 내려간단 새끼가 누구보고 게임 제대로 하라고 지적질이야. 애초에 서포터가 버프나 줄 것이지, 뭔 칼을 들고 설쳐!’
김규혁은 그런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당연하죠.”
분노조절잘해 마법사, 김규혁.
성지한에게 된통 당한 이후로, 그는 분노 조절을 매우 잘하고 있었다.
한편 성지한을 겪어 보지 않은 디에고 마시드의 태도는 매우 정상적이었다.
“서포터. 버프. 줘.”
성지한에게 버프를 요구한 것이다.
‘버프를 나한테 달라고 하다니. 참 생소한 느낌이군.’
지금까지 버프를 받기만 했지, 줘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포스가 곧 신성력에도 적용되니까.’
지금 능력치 14인 포스라면, 예전에는 신성력 수치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버프도 쓸 수 있었다.
“스트렝스.”
서포터로 얻은 스킬은 힐, 스트렝스, 배리어.
성지한은 세 플레이어에게 모두 스트렝스를 걸어 주었다.
“헐, 진짜 서포터셨습니까!! 스트렝스를 사용하다니. 거기에 꽤 성능이 좋은데요?”
“굿 버프.”
펑. 펑.
스트렝스 버프를 받자, 디에고 마시드의 축구공이 하늘 높이 날았다.
포스도 무력처럼 유니크 스탯이라 그런가.
신성력 14의 스트렝스라기에는 너무 효과가 좋았다.
[크리스탈을 보호하고, 좀비들에게서 생존하세요.]
[5개의 탑이 남을 때까지, 전투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자.
“그럼 가지.”
슈욱-
탑의 끝에 서 있던 성지한이, 바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그와 동시에, 축구공을 차려던 마시드가 탑 아래로 몸을 던지는 서포터를 보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크레이지?”
김규혁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스. 히 크레이지.”
그러고는 얼른 탑 가장자리로 달려갔다. 성지한이 떨어진 탑 아래를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예전의 자신이 그랬듯, 그가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죽는 꼴을 봐야 했으니까.
하지만.
탑 아래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크레이지.”
또 다른 의미에서, 미친 모습이었다.
* * *
공간을 지배하는 힘, 포스.
이 힘을 최초로 다뤘던 배런은 매번 불평을 늘어놓았다.
-포스는 다루기가 너무 힘들어. 특히 공간 장악력은…… 랭커 상대로는 거의 효과가 없더군.
아무래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위 랭커쯤 되면, 다들 한가락 하는 몸이었으니, 공간 지배에도 힘들지 않게 저항하고는 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배런의 컨트롤 부족이었지만.’
너무나 뛰어난 기프트를 받아서 그런지, 배런은 랭킹 1위에 도달할 때까지 능력치로 상대를 찍어 누르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비록 포스의 공간 지배가 통하지 않아도, 신성력과 마력이 융합된 초마력(超魔力)의 힘은 건재했으니.
그렇게 그는 지구 최강의 딜러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다.
만약 지구가 스페이스 리그에 편입되지 않았으면, 그냥 계속 온실 속에서 지내면서 랭킹 1위로 만족했을 터였다.
‘하지만 외계 존재와의 전투에선 너무나도 무력했다.’
하지만 지구가 다른 행성의 외계인과 리그 경기를 펼치게 되면서.
지구에서는 플레이어들을 압도했던 배런의 힘이,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그저 뛰어난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배런의 약점이 부각되었다.
정확히는 컨트롤 미숙.
그리고 새가슴이.
-지한, 연습이다!
배런도 이러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없이 성지한을 불러 연습을 했지만, 약점을 쉽게 없앨 수는 없었다.
만약 배런이 이 약점들을 보완했으면, 지구가 강등당하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그때 배런의 파트너 역할을 했던 게 지금 도움이 되는군.’
탑에서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성지한.
아래는 좀비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좀비들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
“파이어.”
하나, 성지한이 손을 뻗어 한마디를 내뱉자.
화아아악-!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좀비들의 머리가 일제히 불타올랐다.
메이지 클래스의 기본 마법, 파이어.
손 근처에 불길만 피어 올릴 수 있을 뿐, 시전 거리가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불이 순식간에 약해지며 꺼졌기에.
아무도 이 마법을 공격용으로 쓰는 마법사는 없었다.
하지만 성지한의 파이어는 달랐다.
원거리에서도 일제히 피어오르는 불길은 손에서 직접 피워 올렸을 때보다 강력했을 뿐 아니라.
마력에 신성력이 결합되어 새하얀 빛을 띠고 있었다.
푸스스스…….
게다가 좀비와는 상극인 신성력의 힘 덕분인지, 백색의 불길은 순식간에 좀비의 몸뚱이를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쓸 만하네.’
툭.
성지한이 불길 사이로 가볍게 착지했다.
그가 발을 디디자, 백색의 성화는 스스로 꺼지며, 그가 설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영역을 지배하는 포스의 힘이 공간을 열어 준 것이다.
그워어어어어!
그러자 불길을 눈앞에 두고도, 좀비들이 무작정 돌진해 왔다.
하나가 불에 타면, 둘이 그 뒤를 다가오고.
둘이 타오르면, 셋, 넷이 불타 쓰러진 좀비를 짓밟으며 다가왔다.
아무리 신성력을 담은 불길이 좀비들에게 치명적이라고는 하지만.
이성을 잃은 좀비들이 인해전술을 펼치자, 백색 불길의 힘도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우우우우!
약해지는 불길 사이로, 좀비들의 팔과 얼굴이 튀어나왔다.
금방이라도 성지한을 덮칠 것 같았던 좀비의 손.
하지만 그들이 성지한의 지척에 다가오자, 일제히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것을 본 성지한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절대 영역의 범위는…… 1.4m 정도군.’
절대 영역.
포스의 힘이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영역이었다.
성지한에게 허락받지 못한 개체는, 모두 움직임에 제약을 받았다.
포스 능력치가 14라 그런지, 절대 영역의 범위는 1.4m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지한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촤아아악!
성지한의 참마도가 호선을 그리자, 열 마리가 넘는 좀비가 수수깡 잘리듯 두 동강이 났다.
그뿐인가.
조금이라도 참마도에 베인 좀비들은 온몸에서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먼지로 화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성지한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무력과 합친 게 더 낫군.’
포스의 힘만으로 파이어를 사용했을 때보다, 참마도에 무력과 포스의 힘을 결합하여 도기(刀氣)를 방출하는 쪽이 훨씬 파괴적이었다.
쐐애액-
그렇게 위력을 증명한 참마도가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시청자들의 댓글도 춤을 췄다.
-?¿?¿?¿?¿?¿?¿?¿?¿?
-뭐임? 대체 뭐임? 대체 무냐고!!!
-상식을 벗어났는데?
-우리가 뇌 속의 통이라면 말이 돼!!
몇 초도 안 되는 시간 도안 수십의 좀비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120킬.’
스코어보드 상 기록된 킬 수는 벌써 120킬.
좀비가 빼곡하게 몰려온 덕분에 가능한 수치였다.
다른 탑은 아직 10킬, 12킬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압도적인 성과였다.
이대로 이 자리에서 계속 몰려드는 좀비를 상대해도, 목표치인 1,000킬은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 속도로는 안 돼.’
성지한이 목표로 하고 있는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를 깨고 나면 또 어떤 퀘스트가 나올지 몰랐다.
때문에 성지한은 빨리 1,000킬을 달성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있으면, 탑을 등지고 싸울 수 있으니 포위를 당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무력에 포스까지 갖춘 지금 상태에서, 좀비가 무서워 탑을 등진다?
그런 선택지는 성지한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휙!
성지한의 몸이 포탄처럼 튀어 나갔다.
우워어어어어!
좀비들이 사방에서 그를 노렸지만, 참마도가 몇 번 번쩍이자 모두 반으로 토막 나 땅에 뒹굴었다.
아무리 인해전술이 효과적이라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날 때나 가능했다.
이건 개미 떼가 사자에게 덤비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와, 300킬 순식간에 도달했네
-다른 곳은 이제 3, 40킬인데…… 혼자서 진XX무쌍 하누-500킬…… 사람임?
성지한의 무쌍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킬 스코어를 중계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강해도 너무 강하잖아?
협동 플레이를 하라고 만든 디펜스 맵에서, 혼자 유유자적하게 좀비를 쓸어버리다니.
디펜스 맵의 골칫거리였던 블러드 좀비도 수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었지만.
-미친! 블러드 좀비도 한 방 컷이야!
공중에서 성지한을 덮치려던 수십의 블러드 좀비들의 말로는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그 상태 그대로, 모조리 허공에서 격추된 것이다.
포스의 절대 영역은 1.4m밖에 되지 않지만.
공간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그보다 더 넓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와…… 이게 대체 뭐냐고.
-아무리 밸런스 똥망겜이래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 와중에 한 대도 안 맞은 거 실화냐?
-아무래도 상태창 보려면, 구독자들 모으는 게 더 빠를 듯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성지한 기프트 SSS급이다에 내 전 재산 건다.
-야, 너두?
성지한의 킬 수가 700이 넘어갈 즈음엔, 시청자들은 모두 해탈한 상태였다.
다른 탑은 지금 4명이 모두 합쳐서 100킬도 달성하질 못했는데.
성지한은 혼자 저들의 7배가 넘는 킬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대체 저건…… 염동력 따위가 아닙니다.
-메이지인데 신성력을 다루다니? 이건 있을 수가 없는데…….
-거기에 전사로서의 자질도 초일류입니다. 미쳤어요! 미쳤다고요!
성지한의 활약을 지켜보던 스카우터들은 흥분해 미쳐 날뛰었다.
규격 외의 힘.
그것도 예전 검왕 윤세진이 브론즈였을 때조차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만약 성지한을 영입하기만 한다면?
‘한국 길드 랭킹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지한만큼은 꼭 영입해야 해!’
그렇게 스카우터들의 눈이 일제히 뒤집혔지만.
이들 중, 단 한 명의 눈만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 돼요…… 성 상. 이럼 너무 주목을 끌게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