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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26화 (2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26화>

*   *   *

“서, 성지한?!”

뭐, 뭐야.

왜 여기에 있어?

저 멀리, 탑 아래 있던 놈이 어떻게 벌써…….

“일단 죽고 시작하자.”

펑!

성지한의 손이 김규혁의 머리를 감싸자, 그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져 나갔다.

게임 안이라서 그렇지, 현실이었으면 끔찍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성지한은 마시드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군요. 그를 저지해 줘서.”

마시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뚜벅뚜벅.

성지한은 김규혁이 부활할 장소로 걸어갔다.

“이런 똥겜 진짜! 브론즈가 어떻게 저기서 이리로 와……!”

부활하자마자 욕을 해 대는 김규혁.

머리가 터져 나갔음에도, 그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했다.

어차피 죽어 봤자 페널티는 레벨 다운, 스킬이 사라지는 구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빌어 봤자 살려 줄 놈도 아니고, 어차피 미션은 날린 거 같은데, 시원하게 욕이나 하고 후원이나 받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김규혁은 바로 입을 열었다.

“야! 이 씨…….”

거침없이 욕을 박으려던 그의 입은.

“읍?!”

순식간에 짓쳐들어온 성지한의 왼손에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게임 속이니, 무서울 게 없었겠지.”

성지한은 읊조리듯 덤덤히 말했다.

“통각이야 배틀넷 커넥터로 대부분 걸러지고. 죽어 봤자 레벨만 떨어질 뿐이니까…… 그래,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겠지.”

“우웁! 붑붑!”

바스스.

성지한의 오른손이 김규혁의 어깨를 꾹 움켜쥐었다.

“네가 모르는 세계를 알려 주마.”

위이이잉.

김규혁은 잡힌 어깻죽지를 통해 미지의 기운이 온몸에 파고드는 걸 느꼈다.

마치 마법사가 심장의 마력을 다룰 때와 비슷한 감각.

하나 그것은 김규혁의 마력과는 완전히 다른, 매우 싸늘하고 날카로운 기운이었다.

“으…… 우웁…….”

파고든 기운은 김규혁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 온몸의 근육을 찢고, 뼈를 비틀었다.

무공을 익힌 이들 중, 일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분근착골分筋錯骨의 수법이었다.

김규혁은 자신의 몸이 제멋대로 뒤틀리는 걸 보며, 절로 식은땀이 났다.

‘비싼 배틀넷 커넥터를 사서 다행이야.’

티어는 낮더라도 장비는 최고로 세팅하고 싶은 한국인의 종족 특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도 온몸이 아프긴 한데. 이 정도라면…….’

싸구려 커넥터를 썼다간 진작에 미쳐 날뛰고도 남았을 게 아닌가.

고통 감소를 무려 95%나 감소시켜 주는 최고급 배틀넷 커넥터가 이리도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빨리 데미지를 받고 죽어야 하는데.

“힐.”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김규혁을 향해, 성지한이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비틀리는 몸 내부가 회복되고, 곧바로 다시 분근착골로 인해 비틀린다.

‘씹…… 지독한 새끼.’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건가?

성지한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힐을 계속 사용할 뿐이었다.

“힐.”

“힐.”

그렇게 김규혁은 몇 번이고 회복 마법을 받으면서 목숨을 유지했다.

‘개 같은 놈. 어디 내가 질 줄 알고…… 어어?’

고통을 어떻게든 견디면서, 끝까지 꿋꿋이 서 있으려던 김규혁.

그러던 어느 순간.

“으…… 으으으으!”

김규혁은 갑자기 눈알을 까뒤집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까지는 자존심 때문에 신음성도 지르지 않았건만.

갑자기 송곳처럼 밀려오는 고통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뭐, 뭐야. 왜, 왜 이렇게 아파!’

김규혁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을 정도의 감각.

‘끄으으윽…… 시스템 체크!’

[삐빅- 정상입니다.]

순간 배틀넷 커넥터가 고장이 난 게 아닌가 싶었다.

하나 커넥터는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힐.”

그리고 성지한은 김규혁이 바닥을 뒹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힐을 시전할 뿐이었다.

힐, 힐.

몇 번이고 들려오는 회복 마법 소리.

“끄우우웁!”

김규혁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와중에도,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마치 더 큰 게 있다는 듯한 느낌.

정확히는 저 빌어먹을 성격에 이대로 끝나지 않을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째일지도 모를 힐이 김규혁의 몸에 당도했을 때.

“으, 으으, 으으으!”

별안간 김규혁이 짐승 같은 비명을 지르더니, 몸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힐을 썼음에도 사망한 것이었다.

사인은 극심한 통증을 견디지 못한 기절 판정.

성지한은 김규혁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하나.”

성지한은 김규혁이 세 번째로 부활할 자리에서 가만히 대기했다.

그리고.

파아앗-

“미안하다! 아니,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했…… 우웁!”

김규혁이 몸을 바들바들 떨며 부활하자.

성지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또다시 그의 입을 막았다.

*   *   *

-……무섭다.

-갑자기 분위기 호러

-나, 난 더 이상 못 보겠어ㅠㅠ

성지한의 채널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동요했다.

사실 몸이 비틀리는 김규혁의 모습은 보기에 거북해 보일지라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가 날려 댄 욕설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말로가 나름 통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땐 아무렇지도 않아 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입에 거품을 물며 바닥을 뒹구는 모습은 거북함을 넘어선 뭔가를 느끼게 했다.

김규혁이, 정말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처럼 보인 것이었다.

-근데 왜 저리 발작하는 거임?

-그러게. 배틀넷 커넥터는 통증을 감소시켜 주잖아.

-설마 주작?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리얼한데ㄷㄷㄷㄷ

일반 시청자들은 김규혁이 왜 저러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배틀넷 전문가인 스카우터들은 내심 짚이는 게 있는 듯 열띤 토론을 이어 갔다.

-저거…… 힐러의 사이드 이펙트 아닌가요?

-사이드 이펙트요? 지속 대미지를 치료할 때 어쩌다 벌어지는 현상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사이드 이펙트 맞는 듯합니다. 성지한의 수법이 지속 대미지를 일으키는 것 같으니…….

-허, 저걸 저렇게 쓰는군요.

사이드 이펙트.

독과 같은 도트 대미지에 회복 마법이 들어가다 보면, 어쩌다가 통증이 팍 튀는 현상을 뜻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그레이트 힐만 써도 이러한 현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으, 으으으…… 아아아악!”

번쩍!

이번엔 분근착골을 약하게 해서 그런가.

이전보다 오래 버텨 줬던 김규혁이 결국 고통을 못 이기고 사망했다.

“음, 조금 더 약하게 해야겠어.”

성지한이 다시 김규혁이 부활할 장소에 가서 대기하자, 시청자들은 질린 기색이 되었다.

-또?

-ㄹㅇ가차 없누

-트롤러가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이네ㄷㄷ

“잘,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아니, 그냥 깔끔하게 죽여 주세요!”

김규혁은 살아나자마자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성지한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이전의 꿋꿋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ㅉㅉ그러니까 왜 입을 터냐

-참교육이 시원하긴 한데…… 너무 19금인 듯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배틀넷이 19금 아님?

-어라 그러네? 매번 게임할 때마다 누구 하나 터져 나가잖아.

만약 지구에서 서비스되는 스트리밍 사이트였다면, 진작에 차단되었을지도 모르는 수위.

하나, 배틀넷은 애초에 선혈이 낭자한 전투 게임이기에 수위 따위는 없었다.

“이번엔 살살하지.”

“아…… 아아…… 제발!”

성지한은 김규혁의 애원을 흘리고, 또다시 손을 뻗었다.

이번 기회에 입을 함부로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본보기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세아0822가 1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삼촌! 그만그만. 난 괜찮아! 계속하면 구독자 빠져!]

세아0822의 후원 메시지에 성지한의 손이 멈췄다.

0822. 8월 22일.

윤세아의 생일을 뒤에 달고 있는 아이디가, 윤세아의 사칭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좀 부족한데.’

성지한은 바짝 엎드린 김규혁을 바라보았다.

전생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한 본보기를 보여야 마땅했지만.

‘……그래, 그만하자.’

아직, 아직은 평화로운 시절이다.

전 세계가 멸망했던 전생의 때와, 지금의 도덕적 관점은 큰 차이가 있었다.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누구의 사주를 받았지?”

“살, 살려. 아니, 죽여만 주…… 넷?”

“누가 너한테 저 크리스털을 부수라고 했냐고. 설마 네 단독이냐?”

성지한의 차가운 시선에 김규혁이 황급히 대답했다.

“검왕가, 검왕가에서 시킨 겁니다! 제 채널에 보시면 미션이 있어요! 55,000GP나 됩니다!”

“검왕가가 그렇게나 큰 GP를 걸었다고?”

“예, 예. 그…… 얘, 얘! 검왕가898! 이 자식이 혼자 50,000GP를 걸었습니다! 거기에 그, 누구냐…… 검왕luv124! 이놈! 이놈이 후원으로 욕하라고 시켰습니다!”

김규혁이 후원 목록을 낱낱이 고해 바쳤다.

분근착골이 어지간히 고통스러웠던 것 같았다.

“그래? 알았다.”

아무리 검왕의 팬이라고 해도. 한 번을 엿 먹이기 위해서 5,500만 원이나 쓴다?

‘수상하군. 기억해 둬야겠어.’

이내 성지한은 김규혁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날 말린 세아한테 고마워해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세아 님! 감사합니다!”

“그럼 가라.”

휙!

성지한이 김규혁을 탑 밖으로 내던지자, 그는 만세를 부르며 낙하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임에도, 그의 얼굴에는 환희가 넘쳐흘렀다.

퍽!

[메이지 클래스 ‘김규혁’이 전사했습니다.]

[김규혁은 이번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성지한은 메시지를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과거로 회귀한 이후로 무려 8번이나 죽이게 된 마법사 김규혁.

이제 며칠간 멈췄던 레벨 업 레이스를 재개하면 다시는 저런 잔챙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쓸데없는 방해 때문에, 결국 연계 퀘스트를 깨지 못했군.’

물론 다시 좀비를 잡으러 나가면 1,000마리야 금방 달성하겠지만.

[NO.7 탑이 3번째로 탈락했습니다.]

벌써 다른 플레이어들의 탑이 3개나 탈락한 지금.

연계 퀘스트까지 깨려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삼단전을 활용하여 무명신공을 일깨운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좀비 1,000마리를 홀로 제압했습니다.]

[‘연계 퀘스트 - 좀비의 근원지 (1)’을 클리어했습니다.]

“……?”

갑자기 그의 눈에 예상치도 못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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