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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6화 (3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6화>

*   *   *

정복자의 황릉 지하 7층.

그곳은 바닥과 벽면이 황금으로 치장된 거대한 공동이었다.

‘다 왔군.’

질질질-

“힐.”

성지한은 땅바닥에 끌려 다니던 파티원들에게 친절하게 힐을 한 번 더 사용해 준 후.

공동의 벽면에 있는 커다란 황금상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군마 위에서, 오연한 표정으로 화려한 활을 들고 있는 중년인의 상.

단지 조각상에 불과하건만,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상의 입에서부터 위엄에 찬 목소리가 공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우우우-!

[환영한다. 침입자여.]

정복자의 황릉 최하층까지 쳐들어온 침입자를 오히려 반기는 듯한 목소리.

[황금이란 결국 뺏고 빼앗기는 것.]

정복자의 상이 활을 든 손을 위로 올렸다.

쿠르르르-!

그러자 조각상 뒤편의 문이 열리며 황금의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탈자여. 짐에게 예를 갖춘다면, 기꺼이 네가 원하는 것을 주도록 하겠다.]

황금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금으로 된 공동의 바닥에 은빛이 피어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금상의 주변에 자리잡은 황금이 걷히며, 한 사람만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은색 바닥이 네 개 생성되었다.

‘이래서 4인이 꼭 필요했지.’

지하 7층의 미션.

파티원이 모두 생존해야 한다는 조건 빼곤, 난이도 자체는 쉬웠다.

생성된 은색 바닥에 파티원이 각자 한 명씩 서서, 황금상이 화살을 겨눌 때마다 넙죽 절을 하면 되었으니까.

목숨만 붙어 있기만 하면 되는, 보너스 미션이나 다름없었다.

휘리릭!

성지한이 밧줄을 풀었다.

그러자 나무토막 떨어지듯 뻣뻣하게 땅바닥을 뒹구는 세 사람.

-어떻게 절을 시키려고?

-뿌득뿌득 이 갈고 있을 텐데ㅋㅋㅋㅋ

-염동력을…… 끼얹나?

-에이 거리가 저렇게 먼데?

성지한의 포스를 염동력으로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가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해했다.

아무리 성지한의 힘이 특별하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뜨문뜨문 떨어진 거리에서 절을 시킬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사람들의 궁금증과는 달리, 성지한에겐 이미 이 던전은 클리어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 간격이면, 포스가 충분히 닿지.’

절을 시키는 건 꽤 복잡한 동작이지만, 점혈에 걸려 완벽히 무력화된 파티원을 포스로 조종한다면 어찌어찌 자세가 나올 터.

뚜벅뚜벅.

이내 성지한에게 풀려난 파티원 셋이 마리오네트처럼 비척비척 걷기 시작했다.

-되는…… 거 같은데?

-대체 한계가 어디까지냐ㅋㅋㅋㅋㅋ

-상태창 진짜 궁금하다. 뭔 능력인 거야?

그리고 성지한과 파티원이 모두 은색 바닥에 올라가자, 정복자의 상이 움직였다.

[시작하라.]

스으으윽-

정복자의 상이 가장 왼쪽에 있는 파티원에게로 돌아가며, 화살 끝을 겨누었다.

털썩!

그러자 주저앉듯이 무릎을 꿇는 검은 독수리 길드의 워리어.

사람이 직접 하는 것에 비하면 동작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성지한의 포스는 나름 절과 같은 움직임을 이끌어 냈다.

[좋다.]

그리고 이걸 정복자의 상이 인정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이이~ 이번에도 1등~~~~!

-아무…… 일도…… 없었다!

[다음.]

이번에는 맨 오른쪽의 마법사를 겨누는 화살.

털썩!

마법사는 워리어 때보다 자연스럽게 절을 끝마쳤다.

[다음.]

세 번째 차례, 성지한의 옆쪽에 있는 궁수에 가서는 실제 사람이 하는 것과 별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절 동작이 나왔다.

-점점 컨트롤이 좋아지는 건 내 착각임? 워리어가 할 땐 나무토막이 절하는 것 같았는데 -ㅇㅇ착각 아님. 실은 염동력 풀렸던 거임!!

그리고 마지막.

성지한을 향해 정복자의 상이 화살을 겨눴다.

[다음.]

‘이제 끝났군.’ 성지한은 던전 클리어를 위해, 절을 했다.

그러자 정복자의 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다. 들어가라.]

그렇게 지하 7층의 최종 미션은, 너무나도 손쉽게 클리어되었다.

-팀원 3명이 배신 때려도 안 되네

-그러면 쟤네들 무임승차로 레벨 업하는 건가?

-개꿀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쟤 왜 안 끝냄?

문을 넘어서면, 던전이 공략되어 게임이 끝나는 상황.

그저 발걸음만 옮기면 되건만, 성지한은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게. 뭐 하는 거지?

-이러다 1등 빼앗…… 기진 않겠네. 2등이 지금 막 4층 진입했으니까 -속도 미쳤네ㄷㄷ 한숨 자도 될 듯

시청자들이 그렇게 의문을 표하고 있을 때.

성지한의 입에서 허탈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

그의 눈앞에 뜬 퀘스트창 때문이었다.

[히든 퀘스트]

-정복자의 상에게 진정한 예를 표하라.

-보상 : 업적 포인트 5,000 / 정복자의 화살

‘진정한 예라.’ 아까 절을 했던 것은 진정한 예가 아니었던가.

성지한은 조금 전 정복자의 상이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황금이란 결국 뺏고 빼앗기는 것.]

약탈자를 환영하는 정복자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

‘정복자야말로, 약탈자 중의 약탈자지.’

그런 이에게 표하는 진정한 예의란 무엇이 있을까.

성지한은 정복자의 상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기마상은, 그의 뒤편에 열린 문 안의 황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니, 그보다도 더욱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복자의 상이 겨누고 있던 화살.

금빛과 은빛이 교차하며, 강렬한 예기를 뿜어내고 있는 저 화살은 기마상의 크기에 걸맞게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영락없는 장창으로 보일 정도.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금괴도, 황금의 기마상도 아닌 저 화살이었다.

‘거기에 업적 퀘스트의 보상도 화살이라면.’

화살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저 기마상이, 화살을 쏘도록 만들어야 했다.

‘업적 포인트 5,000이 걸린 걸 보면 쉬운 퀘스트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저 범상치 않은 화살까지 보상으로 걸려 있었으니.

이번 퀘스트는 무조건 클리어해야 했다.

‘어디…… 일단.’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마법사를 포스로 끌어당겼다.

꾸우욱.

그의 오른손에 그대로 딸려 들어온 마법사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뭐, 뭐야. 갑자기!’

비록 10억을 놓쳤지만, 그래도 성지한이 1등을 먹는 바람에 레벨 업을 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 돌아가는 모양새가 수상했다.

“약탈자의 왕이여.”

[약탈자의 왕이라. 짐을 말함인가?]

“그래, 네게 진정으로 예를 표하도록 하지.”

휙!

성지한이 마법사를 정복자의 상을 향해 던졌다.

“으…… 으아아!”

허공을 훨훨 날아가던 마법사의 몸이 황금 기마상을 강타하려 할 그때.

콰지직!

황금의 군마가 갑자기 쩌억- 입을 벌리며 마법사를 통째로 씹어 버렸고.

지금까지 질질 끌려왔던 마법사가 한순간에 탈락해 사라졌다.

-???????뭐임???????

-다 깨 놓고 왜 저래?

-미쳤나?

게임이 끝난 줄 알고 하나둘씩 나가려던 시청자들이 갑작스런 상황에 의문을 표했다.

[감히 뭐 하는 짓이지?]

정복자의 상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나 성지한은 아까 절하던 모습이 무색하게, 오연한 표정으로 화살을 가리켰다.

“여기서 가장 가치 있는 건…… 저 문의 황금이 아니다. 네 화살이지.”

[호오…… 그렇다면?]

대놓고 화살을 노리는 성지한의 말을, 어딘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반문하는 정복자.

“그러니 그걸, 내가 가져가겠다.”

스릉-

성지한은 워리어에게서 빼앗은 검을 겨누며 담담히 선고했다.

“가장 값진 물건을 강탈해 가는 것. 그게 약탈자의 왕에게 보이는, 나의 예의니까.”

[…….]

“네 방식대로 말이지.”

*   *   *

[하하하하하하하핫!]

쿠르르르르-!

지하 7층의 공동이 웃음소리로 뒤흔들렸다.

기마상의 뒤편에 가지런히 쌓여 있던 황금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내렸다.

군마의 발치까지 어지러이 흩어진 금덩어리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무릎을 굽혔을 때만 해도 하찮은 도굴꾼인 줄 알았더니…….]

스으으윽-

정복자의 상이 성지한을 향해 활을 겨눴다.

절을 시켰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기세.

정복 황제의 위압감이 대기를 짓눌렀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그리고 무력을 사용하여 이를 빼앗으려는 욕심. 훌륭하도다.]

화살촉 끝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화살 전체가 백색의 불길에 뒤덮였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어마어마하여, 군마의 발아래 깔린 금괴가 녹아내릴 정도.

[네 말대로 그것이 나의 방식! 오랜만에 정복의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래, 너는 나에게 최상의 예를 갖추었다!]

끼이이이익.

활의 시위가 한껏 당겨졌다.

[그러니 내 친히 하사하지. 봉황시鳳凰矢를!]

봉황의 화살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순식간에 공동 전체에 가득 찼다.

어디 받을 수 있으면, 받아 보라는 정복자의 기세.

화르르르-!

화살이 시위를 떠나지 않았음에도, 전사와 궁수의 몸에 어느새 불이 붙어 속절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저 짐덩이 같던 파티원들은 금방 죽어 사라지겠지.

‘저들이 죽는 거야 상관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성지한이 들고 있는 검이 워리어의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가 사망한다면, 검 역시 역소환될 터.

맹렬한 기세를 줄기차게 뿜어내고 있는 봉황시를 맨몸으로 받아 내기는 힘들었다.

‘나 참, 이걸 깨라고 만든 건지.’

디펜스 맵에서 플래시 골렘이 나올 때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지금의 경우는 훨씬 더했다.

골드 리그에 다다른 전사라고 해도, 저 화살은 절대 막아 낼 수 없다.

‘나라도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 막지 못해.’

시간도 없었다.

지하 공동이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하고 있는 와중, 워리어가 사망하면 무기도 사라질 테니까.

성지한의 날카로운 시선이 활대에 닿았다.

‘그 전에, 선수를 친다.’

검에 모든 기운을 담는다.

신성력과 마력이 결합된 초마력超魔力인 포스와 내공까지.

삼단전의 힘이 뒤섞여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검.

성지한은 그대로 하나의 초식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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