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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9화 (3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9화>

*   *   *

강남의 한 소고깃집.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의 프라이빗 룸에서, 성지한은 한 남자와 악수를 나눴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성지한.”

디펜스 게임에서 인연을 맺었던 디에고 마시드였다.

성지한은 SSS급 기프트를 지닌 그와 친분을 다지기 위해 진작에 만나려고 했지만, 그동안 워낙 바빴기에 공휴일인 오늘이 되어서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는 세아랑 한일전을 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윤세아가 기프트 때문에 아카데미로 통학했기에 가능한 만남이기도 했다.

“오늘 좀 늦어서 미안하다. 한국의 생활비가 비싸서, 축구 교실로는 살기 힘들어서 알바 뛰었다.”

“축구 교실 일을 하고 있었습니까.”

“그래. 내 후원자인 차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원래는 학생이 많았다고 하는데, 축구 인기가 시들어서 이젠 학생이 많이 없다.”

“…….”

성지한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디에고 마시드. 축구계의 전설이 될 선수였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축구 교실 강사나 하고 있다니.’

디에고 마시드는 배틀넷 때문에 프로 스포츠가 사라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던 축구계에서, 최고의 명문 클럽 출신으로 살아 있는 레전드의 길을 걷던 그는…….

지금, 눈앞의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추락한 상태였다.

“얼마 만의 소고기인지.”

치이이익-

주문한 고기가 오자마자 바로 불판에 올리기 시작하는 마시드.

그가 슬쩍 성지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술. 마셔도 되나?”

“그럼요.”

“오오!”

허락이 떨어지자, 마시드가 더없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모-! 소주! 맥주! 주세요!”

*   *   *

휘휘휘- 탁! 콸콸콸-

디에고 마시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소주와 맥주를 말았다.

1:2.

소주의 비율이 강한, 진정한 술꾼의 소맥이었다.

그는 성지한에게 정성껏 말아 낸 소맥을 넘긴 후.

“짠?”

“짠.”

짠!

자연스럽게 맥주잔을 서로 부딪쳤다.

“크으아…… 이게 한국 와서 가장 좋다.”

소맥을 마실 때만큼은 행복해 보이는 마시드.

그는 아련한 눈으로, 한 번에 비워 버린 맥주잔을 아쉽다는 듯 바라보더니 또다시 술을 말기 시작했다.

“한 잔 더 가자.”

“그럽시다.”

“말 편히 해라. 존댓말보다 반말이 듣기 쉽다.”

“그러지.”

짠! 짠! 짠!

서로 말없이, 네 번을 스트레이트로 마신 두 남자.

마시드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연거푸 비워 낸 맥주잔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아나?”

“당신이 한때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전설이라. 오래전 이야기군.”

아련한 눈빛이 된 마시드는, 또다시 술을 말았다.

꿀꺽- 꿀꺽-

“크으…… 이모님-! 소주 2병, 맥주 4병 주문요.”

그러고는 다시금 말이 없어진 마시드.

성지한은 그를 만나기 전, 검색했던 정보를 떠올렸다.

스페인의 명문 클럽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떠오르던 디에고 마시드.

축구계의 최고가 될 그를 좌절시킨 건, 갑자기 우주에서 튀어나온 배틀넷이었다.

‘FIFA가 해체된 게 2013년이었지.’

국제 축구 연맹, FIFA.

그 커다란 조직도, 배틀넷이 들어온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해체되었다.

이마저도 프로 스포츠 연맹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해체된 것.

FIFA의 와해를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프로 스포츠는 오직 배틀넷밖에 존재하질 않게 되었다.

“크으흐으……!”

어느새 추가로 시킨 술 중,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비워 낸 마시드.

그는 새빨개진 얼굴이 되어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그래…… 성지한. 이제 볼론으로, 들어가도 대겠나.”

“볼론이 뭐냐. 술 좀 천천히 먹지 그래.”

“볼. 론. 본! 론! 한국어 어렵다. 그리고. 술은 줄 때! 머거야 한다.”

마시드는 혀 꼬이는 발음으로,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말해 줘. 대체 내…… 내 기프트가 왜. 메이지와 어울리는 거지?”

펑. 펑.

그 말과 함께, 마시드는 자신의 발치에 있는 축구공을 찼다.

술자리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도,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이 리프팅을 하는 그는 정말 축구에 완전히 미친 사람 같았다.

음식점 앞에서도, 발에 축구공을 떼지 않은 채 들어오던 마시드가 아니던가.

-뭐야. 미친놈인가?

-언제 적 축구공이야.

주변 사람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마시드는 발에서 공을 떼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축구계의 전설이었고, 과거의 영광이 아쉬운 이라 해도 과도하게 편집증적인 모습.

하지만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기프트 때문이지.’

마시드가 후원을 얻기 위해 언론에 공개한 기프트, ‘축구의 신’의 능력은 이랬다.

[기프트 - 축구의 신 (등급 SSS)]

-축구공을 발치에 두고 있을 때, 모든 능력치가 크게 상승합니다.

-‘축구공 형태’의 장비에 담긴 힘을 300퍼센트 이상의 효율로 이끌어 냅니다.

-축구공 형태의 장비를 곁에 두고 다루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능력치의 상승폭이 올라갑니다.

축구공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 기프트.

특히 맨 마지막의 조건 때문에, 마시드는 항상 축구공을 달고 살아야 했다.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축구공을 계속 두고 있어야, 기프트의 능력치 상승폭이 올라갔으니까.

“내 능력치는…… 끅. 마법사와는 맞지 않다.”

“초기 스탯을 말하는 건가.”

“그래. 힘과 민첩, 체력은 10이었지만…… 마력은 5였지.”

배틀넷의 초기 스탯 능력치는 향후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로 여겨졌다.

그리고 마시드는 최상의 신체 능력을 지닌 데 반해, 마력 수치는 형편없었기에, 마법사가 맞지 않다는 그의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때문에 마시드는 워리어나 아처 계열의 클래스에서 적응할 생각만 했지, 마력 5 가지고 마법사를 한다는 선택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워리어로 3년을 살았다. 실버까지 갔지만. 축구공을 달고 싸우는 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래서 이 클래스는 아닌 것 같아서 포기했다.”

콸콸-

마시드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맥주잔을 채워 나갔다.

“포기하기 위해서, 2레벨까지 레벨을 다운했다. 계속 죽고, 꼴찌하고……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아처 클래스로 다시 전직했다. 하지만 아처도 힘들었다. 아무리 능력치가 올라도, 축구공으로는 적을 뚫지 못했다.”

“그래. 공은 공일 뿐이니. 무기로 쓰긴 부적합하지.”

“그래서 발에 공을 달고 활을 쏴 보기도 했다. 크게 효과는 없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사기꾼들에게 사기를 많이 당했지. 끅…… 축구로 모은 재산은 점차 사라져 갔고. 나는 점차 시궁창으로 빠져들었다.”

어느새 고기에는 손도 대지 않고.

술만 미친 듯이 마셔 대는 마시드.

그는 술병을 새로 까며, 말을 이어 갔다.

“보다 못한 와이프는 나와 갈라섰다. 아들을 데리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난 남은 재산 대부분을 그녀에게 주고……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 기프트를…… 꼭. SSS급에 맞게 활용하겠다고. 그 말을 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눈이 완전히 풀린 채, 혀가 꼬부라진 마시드.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의 감정이 깊게 배어 있었다.

최고의 스포츠 선수에서, 동양의 외국인 노동자로 바닥까지 떨어진 그에게서는 아무런 희망도 찾을 수 없었으며, 깊은 우울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성지한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애의 감정이 얼마나 깊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미래의 그가 얼마나 찬란하게 변하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마시드는 결국 홀로 길을 찾아 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영웅이자 최고의 마법사가 되지 않았나.

‘그리고 어차피 그렇게 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를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야 했다.

디에고 마시드라는 뛰어난 마법사를, 보다 빨리 제 몫을 하게 만들어야 했다.

지구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시드.”

“…….”

“이걸 봐라.”

성지한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화면 안에는, 배틀 마켓 페이지가 나와 있었다.

“이건…….”

“‘오브’를 검색한 페이지다.”

오브.

구슬과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는 마법사의 보조 장비.

주로 마법사가 사용하는 지팡이의 추가 슬롯에 꽂혀 마력을 보강하는 용도로 쓰였다.

“이게 왜…… 설마 이걸, 축구공처럼 쓰란 말인가?”

눈이 완전히 풀려 있던 디에고 마시드가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더니.

피식.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내 기프트가 인식하는 ‘축구공 형태’의 물건은. 정말 딱…… 축구공 크기여야 한다. 오브는 크기가 작다. 저건 쓸 수 없어.”

“그래. 지구에서 유통되는 오브는 그렇겠지.”

“그럼 왜 이걸…….”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성지한은 검색어를 바꾸었다.

‘외계의 성물 - 오브’로.

그러자, 조금 전 배틀 마켓에서 떴던 물건들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크기를 지닌 오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외계의 성물은 마켓에서 따로 체크를 해야 검색되지.”

성지한이 톡톡히 활용해 왔던 외계의 성물은, 외계의 생명체가 사용했던 물건답게 장비의 크기가 각양각색이었다.

손톱만 하게 작은 것도 있었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있었다.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축구공 형태’라는 조건에는 크기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래. 재질도 비슷해야 할 테고. 물건이 ‘발’로 쓰는 것이어야겠지.”

“어, 어떻게 그런 사실까지?”

지금은 술을 마실 때가 아니다!

“자…… 잠깐!”

쫙-!

디에고 마시드가 황급히 술잔을 내려놓더니 스스로 따귀를 때려 댔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극약 처방을 한 것이다.

“크으…… 계속해 줘.”

들을 자세가 된 마시드를 보며, 성지한은 배틀 마켓에 검색어를 추가했다.

“검색된 외계의 성물에 ‘아라크네’란 단어를 추가해 볼까?”

아라크네.

외계의 생명체 중 한 종족인, 거대 거미족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를 검색어에 추가하니, 배틀 마켓에 아라크네의 오브가 업데이트되었다.

“이건…….”

“거미족 아라크네. 그들이 사용하는 오브는 거미줄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 마치, 축구공처럼.”

마시드는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새하얀 실로 둘러싸여 공처럼 구체를 이룬 채, 가운데 부분만 붉게 빛나고 있는 아라크네의 오브.

그 모습과 크기는, 성지한의 말마따나 축구공과 흡사했다.

“거기에 물건의 쓰임도 문제가 없다. 거미족인 아라크네는 당연히 발로 오브를 사용하니까.”

“어. 어떻게…… 이걸…….”

외계의 성물에서 오브를 특정하고.

조건에 아라크네를 따로 쳐야지만 검색되어 나오는 물건.

성지한은 이걸 대체 어떻게 안 건가?

마시드로서는 당연히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성지한은 미리 준비된 답이 있었다.

“내가 성물을 검색할 일이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우연히 보게 된 거야.”

“그런…… 가. 그러고 보면, 이상한 무기를 사용하곤 했지. 너는.”

마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식칼에 곤봉 같은 기괴한 조합은 물론이고 우르크가 사용하는 참마도 등등…….

성지한이 사용하던 장비는 모두 특이하기 그지없었지.

떠오른 의문을 해소한 마시드는 가장 중요한 물건의 가격을 살펴보았다.

3개의 매물밖에 없는 아라크네의 오브.

B급부터 시작하는 매물은, 최저가가 50만 GP부터 시작했다.

“음. 50만 GP라니……!”

마시드가 침음을 삼켰다.

한화로 5억.

10년 전에 이걸 발견했다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겠지만.

지금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하는 마시드에게 있어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외계의 성물이 아무리 싸다고 하더라도. 아이템 등급이 B라 그런지 가격이 만만찮더군.”

“…….”

“마시드. 이제는, 내가 본론을 꺼내지.”

툭. 툭.

성지한은 마시드의 눈앞에서, 5억짜리 아라크네의 오브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내가 이걸 네게 사 주겠다.”

“네가……?”

5억짜리를 선뜻 사 주겠다고 하다니.

꿀꺽.

마시드는 침을 삼켰다.

“나에게 뭘…… 원하지?”

“1년.”

성지한은 검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나와 1년만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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