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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0화 (5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0화>

*   *   *

SSS급 스킬인 무명신공을 얻기 위해서는 ‘무력 30’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력 30을…… 아니, ‘무력’이란 스탯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었으니.

바로 성지한이 가지고 있는 F급 기프트, 방랑자의 눈이었다.

[무력이 30이 되었습니다.]

[성좌, ‘방랑하는 무신’이 자신의 흔적을 통해 당신을 감지합니다.]

‘흔적이라는 건 방랑자의 눈을 말하는 거겠지.’

다른 플레이어를 잘 파악한다는, 부실한 설명만 있는 이 기프트엔 윤세아의 기프트처럼 숨겨진 설명이 있었다.

[기프트 - 방랑자의 눈 (등급 F)]

-다른 플레이어를 잘 파악합니다.

-눈에 성좌 ‘방랑하는 무신’의 파편이 담겨 있습니다.

-동방삭의 물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번 생에서 성지한의 성좌로 남아 있던 ‘방랑하는 무신’.

그는 성지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성좌를 보유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들에게 수많은 고통을 받으면서 강해지려 했지만, ‘방랑하는 무신’은 성지한에게 딱히 요구하는 게 없었다.

오히려 정해진 때가 되니 말없이 SSS급 스킬인 무명신공을 전수해 줬고, 마지막까지 사용했던 최종급 칭호인 [무신의 후계자]까지 전해 주었으니까.

방랑하는 무신과의 성좌 계약은 완벽히 받기만 하는, 성지한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었다.

‘다시 그와 성좌 계약을 해야겠군.’

[‘방랑하는 무신’이 당신을 지켜봅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더 추가되고.

성지한은 자신의 몸 전반에, 회색의 빛이 감도는 걸 느꼈다.

빛은 곧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는가 싶더니.

[‘방랑하는 무신’이 자신의 후계로 플레이어 성지한을 인정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스킬 ‘무명신공’이 전수됩니다.]

저번 생과 그대로다.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스킬창에 무명신공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지금도 무명신공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스킬창에 등록되어 있다면 더 쉽고 강력하게 무공을 쓸 수 있을 테니까.

[기본무공, 삼재무극이 자리 잡습니다…….]

[보법, 섬천뢰보가 자리 잡습니다…….]

무명신공의 기본, 삼재무극과 섬천뢰보.

저번 생과 똑같이, 이 기본공부터 무명신공의 첫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음?”

피지지직-!

별안간 성지한의 몸에 흡수되고 있던 회색의 빛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방랑하는 무신’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시스템 메시지에서, 저번 생과는 다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방랑하는 무신’이 ‘플레이어 성지한’의 삼단전이 모두 개방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방랑하는 무신’이 ‘플레이어 성지한’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방랑하는 무신’이 무공의 전수를 취소합니다.]

“뭣……?!”

성지한은 갑자기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에 당황했다.

‘배틀넷에서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는 절대자가 겨우 삼단전을 가지고 있다고 경계를 한다니?’

그리고 방랑하는 성좌의 기이한 행동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방랑하는 무신’이 ‘플레이어 성지한’과의 단말을 해지합니다.]

[‘방랑하는 무신’이 ‘플레이어 성지한’의 기프트, ‘방랑자의 눈’을 회수합니다.]

무신의 흔적이었던 ‘방랑자의 눈’까지 회수한 것이었다.

[스킬 무명신공이 불완전한 상태로 전수됩니다.]

불완전하다니?

성지한은 굳어진 얼굴로 스킬창을 열었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스킬 등급 : S

-무명신공의 파편만이 전해진 스킬.

-기본공 삼재무극과 보법 섬천뢰보만이 담겨 있다.

-신공의 경지에 이른 무공을 체화할 시, 불완전한 무명신공을 자신에게 맞게 복원할 수 있다.

SSS급에서 S급으로, 무명신공의 등급이 두 단계나 낮아져 있었다.

게다가 사용 가능한 무공은 지금도 펼칠 수 있는 삼재무극과 섬천뢰보가 전부였다.

“허…….”

두 번째 삶을 살면서, 성지한은 이만큼 당황한 적이 없었다.

성좌, ‘방랑하는 무신’.

저번 생에서는 아낌없이 베풀어 주던 그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다니…….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상태창.”

[기프트 - ]

기프트 역시 정말로 회수해 갔는지, ‘방랑자의 눈’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기프트 없이 25레벨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업적, ‘무재능으로 브론즈 졸업’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기프트 없이 TOP 100에 선정되었습니다.]

[특수 업적, ‘무재능으로 TOP 100 선정’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 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그리고 기프트가 사라지자.

특수 업적을 클리어한 것으로 판정받아 무려 4만의 업적 포인트가 들어왔다.

갑작스런 업적 포인트 대박.

하지만 성지한의 얼굴은 여전히 서늘하기만 했다.

‘이러면 앞으로의 계획이 다 어그러지는데.’

이러면 25레벨까지 기다렸던 것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는가.

“후우.”

성지한은 한숨을 쉬며, 삼단전의 기운을 돌렸다.

이게 대체 뭐가 문제라고, ‘방랑하는 무신’이 저렇게 기겁을 하는 거지?

그리 생각하며 점검 차 포스와 내공을 모두 순환시키고 있을 때.

‘이건…… 뭐지?’

내면에서,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기운과 절묘하게 섞이기는 했지만, 분명히 다른 ‘어떤 것’.

성지한은 그 기운을 조심스레 더듬어 보았다.

‘여기 있군.’

그 ‘어떤 것’은 머리에 위치한 상단전에서부터 안구에 이르기까지, 아주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성지한이 포스와 무력을 동시에 다루지 않았다면.

거기에 1회차의 기억이 없었다면, 절대로 발견하지 못할 이질적인 기운이었다.

‘지금에 와서 이걸 왜 느끼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의 일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터였다.

성지한은 이질적인 기운이 어디에 자리해 있는지 파악한 후, 포스를 운용하여 대청소에 나섰다.

“큭…….”

그러자 왼쪽 눈에서 강렬한 격통이 느껴지더니.

피시이이이-

그곳에서부터 회색빛의 연기가 새어 나왔다.

“이건……?”

짙은 회색.

조금 전, ‘방랑하는 무신’이 자신을 후계자로 만들려고 할 때 뿜어져 나왔던 빛과 똑같은 색이었다.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그때의 빛과 이 연기가 같은 기운임을 느꼈다.

‘성좌가 미처 회수하지 못한 흔적일까?’

기프트까지는 회수했지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무신의 기운까지는 회수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금 떠올랐다.

[‘방랑하는 무신’의 잔해를 제거했습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성좌의 지배에서 완전히 해방됩니다.]

[이제부터 다른 성좌의 후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방이라니.”

성지한은 그 문구를 보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저 시스템 메시지대로라면, 자신은 여태껏 ‘방랑하는 무신’의 지배를 받았다는 건가?

‘저번 생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는데?’

하나 시스템 메시지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테니, 문구대로라면 기프트 자체가 그를 지배하는 안배였던 셈이다.

“이런 줄도 모르고…….”

저번 생에서 ‘방랑하는 무신’을 두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칭송했는가.

[‘방랑하는 무신’이 ‘플레이어 성지한’을 더욱 경계합니다.]

[‘방랑하는 무신’이 급히 종적을 감춥니다.]

“한데, 성좌란 놈이 왜 이래?”

어째 올라오는 메시지만 보면 마치 성좌가 브론즈를 경계해서 도망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방랑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해도, 그는 무신이지 않는가.

무의 신씩이나 되는 이가 대체 왜 이러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다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란 게 다행이군.”

에픽 퀘스트.

또 다른 성좌인 ‘그림자 여왕’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성지한은 다가올 25일을 기대했다.

승급전과 에픽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했으니까.

*   *   *

“아아! 또 망했어어어!”

이성 길드의 부장실.

이하연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길 수 있었는데에에! 으으으…….”

“아가씨. 더 이상의 도박은 그만하세요. 올해만 183번째로 말씀드립니다.”

“아냐…… 잃은 거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어…… 여기서 따고 은퇴할 거야아…….”

이하연의 뒤편에 서 있던 임가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진짜 글렀다, 이 사람은.

“게다가 최근 승률은 더욱 안 좋은 거 같습니다만.”

“하아아아…… 조용히 좀 해 줄래?”

“저번에 8.15 때 성지한 씨가 찍어 준 것 빼곤 다 실패군요.”

“으아아! 그때 돈을 더 넣었어야 했어!!! 조금만 넣었던 게…… 그게 37배로 터지다니…….”

“호오, 37배나 됐습니까? 그러시면 꽤나 돈 버셨겠습니다.”

“아니. 딴 것보다 일본 완승에 더 돈을 많이 걸었어…….”

이하연은 퀭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나에게도 대박의 기회가 올 수 있었는데.

그걸 눈앞에서 놓치고 오히려 잃어버리기까지 하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성지한이랑 요 일주일 간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자꾸 그 날아간 대박의 기회가 생각나서 진저리가 쳐졌다.

“후우후우…… 어떻게, 어떻게 한 방 없을까?”

“아가씨. 집도 잘 살면서 왜 그러세요. 이성 가문이잖아요 아가씨는.”

“나, 독립할 거야. 가영아! 너, 내 약혼 상대로 거론되는 아저씨들 면면이 어떤지 아니?”

“…….”

임가영의 말문이 막혔다.

이하연의 급과 맞춰서, 약혼 상대로 거론되는 다른 재벌가의 자제들은 수준이 좀 심하긴 했다.

사실 재벌가의 남자들이라고 못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리가 철저해서 일반인들 레벨로 보면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았지만.

이상하게 이하연의 약혼 상대로 거론되는 남자들은 그녀가 저렇게 질색팔색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하나같이, 전부 다.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으면 최고 아닙니까?”

“하아. 그렇지?! 남편이 0.15톤이라도, 애인을 양다리도 아니고 7다리를 거느리고 있어도 돈만 많으면 최고지?”

“그, 그건 아닙니다만…….”

“뭐, 꼭 약혼 때문만은 아니야. 그냥 내가 처한 상황이 좀 그래서. 독립을 하고 싶거든.”

스윽-

이하연이 한껏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러면 돈이 필요해.”

“근데 그 돈을 구하는 루트가 꼭 토토일 필요가 있을까요?”

“토토 아니고 배틀넷 승부 예측 분석!”

“이젠 토토라고 인정하시죠?”

“……아무튼.”

임가영의 정론에, 이하연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미 늦었어. 너무 많이 날렸다고…… 어떻게든 이걸 만회해야 해.”

“하아.”

도박 중독자의 전형적인 말로가 보인다.

임가영은 착잡한 얼굴로 이하연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을 어떻게 구제해야 하지?

아가씨로 모시고는 있지만, 실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기에 친한 언니 동생 같은 사이인지라.

임가영은 어떻게든 이하연을 갱생시키고 싶었다.

띠링-!

그때, 이하연의 핸드폰에 톡이 올라왔다.

“오. 지한 씨네?”

“아가씨께 먼저 연락하다니 신기하군요.”

“아니! 원래 이게 정상이야. 지금까지가 비정상이었지. 그렇게 비싼 척하더니…… 후후후~.”

이하연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폰의 잠금을 풀었다.

그러자.

[저번에 많이 날리셨다고 들었는데, 만수무강하신지.]

[구제의 의미로 하나 또 픽해 드리죠.]

[8월 25일. TOP 100 브론즈 승급전에 제가 선발됐습니다.]

[1등 - 성지한]

[최다 킬 - 성지한]

[이렇게 찍으시면, 손해 본 거 한 번에 만회하실 겁니다.]

한일전 때처럼, 승패를 찍어 주는 성지한의 톡이 나타나자.

뒤에서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가영이 말했다.

“아니, 벌써 승급전이랍니까?”

“……어. 어제 배틀튜브에서 말하더니.”

“황당하군요. 그것보다, 너무 당당한데요?”

임가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럴 만하지.”

그 톡을 보고 있는 이하연의 눈빛은, 위험할 정도로 번뜩이고 있었다.

“이건…… 기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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