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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3화 (5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3화>

*   *   *

TOP 100 승급전.

말은 별들의 전쟁이라 칭해지지만, 사실 성지한으로선 이 게임에 커다란 의미는 없었다.

이 승급전은 어디까지나 그림자 여왕과 관련된 에픽 퀘스트를 깨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25레벨을 찍고, 무력 30이 되어 ‘방랑하는 무신’에게 예전처럼 후원을 받는다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지.’

무명신공은 불완전하게 전수되었고, 기프트는 없어진 상황이다.

원래는 받아야 했을 ‘무신의 후계자’ 칭호도 얻지 못하고, 남은 칭호는 ‘브론즈리그의 지배자’와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뿐.

이 둘 중 브론즈리그에만 적용되는 ‘튜토리얼을 제패한 자’는 이제 승급전에선 올스탯 +1의 의미밖에는 없었고, 브론즈리그의 지배자도 효과가 엄청나게 뛰어나지는 않았다.

[브론즈리그의 지배자]

-브론즈리그를 완전히 압도한 플레이어에게 부여되는 칭호.

-브론즈와 실버 리그에서 모든 능력치가 +3 오르며, 경험치 증가 30퍼센트 효과가 적용됩니다.

기껏 칭호 칸을 하나 더 확장했더니, 얻은 효과는 겨우 올스탯 +3 뿐이었다.

물론 이것도 작지 않은 것이긴 했지만, ‘무신의 후계자’라는 칭호를 미리 예상하고 있던 성지한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능력치 상승이었다.

‘때문에 이번 승급전에, 총력을 다한다.’ 둥! 둥! 둥!

콜로세움에서 전투를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을 마친 성지한은 인벤토리 한 구석에 묵혀 두고 있던 아이템을 꺼냈다.

[크리스탈의 파편]

-등급 : B

-단 1회, 플레이어에게 디바인 블레스를 부여합니다.

-해당 아이템은 브론즈, 실버 리그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디바인 블레스.

모든 능력치를 50퍼센트 이상 증가시키는, 최고급 버프.

디펜스 맵에서 특별 보상으로 얻은 이 아이템은 실버 구간에서까지 사용이 가능했지만.

성지한은 이번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크리스탈의 파편’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한다.”

[해당 경기에 한하여, 플레이어에게 ‘디바인 블레스’가 부여됩니다.]

[‘크리스탈의 파편’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크리스탈의 파편이 사라짐과 동시에, 성지한의 몸에 찬란한 무지갯빛이 일렁였다.

화아아아-

그리고 그의 머리 위해 씌워졌다 사라지는 황금빛의 왕관.

최고급 버프, 디바인 블레스가 시전되었을 때의 이펙트였다.

이펙트가 사라지고 난 뒤, 성지한은 몸을 스트레칭하며 변화된 효과를 점검했다.

……역시 디바인 블레스였다.

‘성능 확실하구만.’

50퍼센트의 능력치 상승 버프는 그만큼 대단했다.

*   *   *

‘저놈이 그 성지한이군.’

‘승급전에 셔츠를 입고 오다니…… 제정신인가?’

한편 성지한의 주변 자리에 소환된 플레이어들은 그를 바라보며 흉흉하게 눈을 빛냈다.

성지한의 장비 상태가 너무나도 허술했기 때문이다.

하얀 셔츠에 검은 슬랙스 차림.

일단, 방어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까짓 게 강하다고 해도, 너무 방심하는데.’

‘중상위급 리그 플레이어일 뿐이면서 무슨 자신감이지?’

성지한이 강남 1에서 서바이벌을 플레이할 때는, 그의 근처에 걸렸다 싶으면 모두가 도망가기 바빴다.

하지만 TOP 100 승급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도망을 택하기보단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 있었다.

저벅. 저벅.

조심스럽게 성지한을 향해 다가오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적이었지만.

“저놈부터.”

“OK.”

다들 눈빛을 교환하며, 우승 후보부터 제압하기로 동의한 상태였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포위망.

좁혀 오는 인원은 총 7명.

하나하나가 TOP 100 안에 뽑혀,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요새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

성지한은 그들이 알아서 다가오는 걸 보고, 입가에 씨익 웃음을 지었다.

강남 1 때는 하도 플레이어들이 도망 다녀서 짜증 났었는데, 지금은 알아서 와 주니 얼마나 편한가.

성지한의 손에 쥐어진 봉황시에 삼단전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삽시간에 새하얀 불길로 뒤덮인 봉황시.

그 모습에 주변의 플레이어들이 전투태세를 취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온다! 디펜스!”

“기술 쓰기 전에 죽여!”

그리고 성지한은 봉황시를 들어 머리 위에서 가로로 한 바퀴 회전시켰다.

창을 다루는 이가 가볍게 몸을 푸는 듯한 모습.

하지만,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

서겅!

성지한이 봉황시를 늘어뜨리자, 플레이어 7인의 몸이 동시에 반으로 갈라졌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횡소천군.

가로로 휘둘러, 일천의 군사를 벤다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삼재의 법에선 그저 가로베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지한의 손에서 펼쳐지는 횡소천군의 위력은, 본래의 이름에 걸맞는 힘을 내뿜고 있었다.

“내, 내 갑옷이…… S급 갑옷이…….”

성지한을 포위하던 한 워리어는 갈라진 자신의 가슴을 황망히 바라보며 넋을 놓았다.

저 멀리서 한 바퀴 회전한 창에 의해 S급 갑옷이 종잇장처럼 갈라지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은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사라니.

“말도…… 안 돼…….”

그 한마디를 유언으로 워리어가 사라지자, 성지한은 주위를 스윽 둘러보았다.

근처에 더 이상의 플레이어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사냥을 가야 할 곳은…….

화르르르!

성지한이 위치한 자리에서 끝과 끝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기장 저 너머에서 커다란 불꽃이 치솟았다.

먼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렬한 불의 마법.

이는 도저히 브론즈 수준의 마법사가 펼쳤다고 보기 힘든 위력이었다.

‘배런인가.’

역시, 아무리 발컨이라고 해도 저번 생에서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몸답게 화력만큼은 강했다.

‘빨리 제압해 두지 않으면 최다 킬을 빼앗길 수도 있겠군.’

아무래도 대량 학살에는, 마법의 효율이 더 좋으니까.

특히 배런이 보이는 마법의 위력은 거의 골드 이상의 힘을 보이고 있었으니, 가만히 놔두면 1등은 달성해도 최다 킬 부분은 빼앗길 수도 있었다.

“가 볼까.”

성지한이 몸을 잠시 웅크렸다, 발을 떼자.

무명신공無名神功

보법步法

섬천뢰보閃天雷步

그의 몸이 빛으로 번쩍이며 사라졌다.

*   *   *

0번 채널의 중계 화면은 주로 배런의 활약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래도 간혹 성지한을 비추기도 했다.

=플레이어 성! 어…… 디바인 블레스를 사용했군요? 브론즈에서도 디바인 블레스가 가능했나요?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가능은 합니다. 굳이 브론즈에서 안 쓸 뿐이죠! 성, 돈이 많나 보군요!

=그렇다기엔 장비가 너무…… 승급전에 셔츠를 입고 오다니요! 디바인 블레스를 쓸 돈으로 갑옷이나 사지!

=동감입니다. 배런의 불길이 조금만 닿아도 차콜이 돼 버릴 것 같군요!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 걸까요?

=그래도 플레이어 성이 들고 있는 새하얀 창은 대단해 보이는군요. 갑옷 살 돈까지 무기에 투자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 저것은 창이 아니라 화살, 봉황시입니다! 플레이어 성이 이번에 던전의 숨겨진 퀘스트를 통해 입수한 무기죠!

=크리스토프, 잘 아시는군요!

=하하……! 제가 성의 팬이라서요!

팬이라기에는, 앞서서 성지한을 비웃던 해설 크리스토프.

그가 봉황시를 알고 있는 이유는 해설을 위해 미리 자료 수집을 했기 때문일 뿐, 결코 성지한의 팬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럼 성은 화살을 들고 싸우고 있는 건가요? 하하!

=예. 사실상 제대로 된 무기는 없다고 볼 수 있죠!

=이럴 수가……! 코리아는 플레이어에 대한 대우가 너무 박하군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던 미국 해설진은 성지한이 머리 위로 창을 한 번 회전시키자 이를 또다시 비웃었다.

=성! 7명을 상대로 위협이라도 하는 걸까요?

=고슴도치가 애써 가시를 세우는 것 같군요!

하지만.

서겅!

7인의 플레이어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반으로 갈라지자.

시간 대신, 정적이 흘렀다.

대체 우리가…… 뭘 본거지?

=프, 플레이어 성. 7킬을 가져갑니다!

그나마 캐스터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성지한의 스코어를 중계했지만.

=크리스토프! 대체 성이 무슨 수를 쓴 거죠?

=그…… 글쎄요…….

자칭 팬이라 밝힌 해설자, 크리스토프는 성지한의 무를 해설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브론즈라고?

아니.

골드라 해도, 이 정도는 못할 텐데…….

=이, 이건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7인의 플레이어 중에서는, S급 갑옷을 장착한 워리어도 있었습니다.

=그걸 저런 원거리에서 단번에 베어 버리다니! 디바인 블레스의 효과가 그렇게 컸을까요?

=아, 아닙니다. 플레이어 성은 소속 길드가 없습니다. 그는 길드 버프를 받지 못하니, 아무리 디바인 블레스 효과가 있다고 해도 저런 힘을 보일 수는 없습니다!

=왓?! 소속 길드가 없다니. 저 정도나 되는 플레이어가요?

=예!

중계 화면은 다시 배런에게로 넘어갔지만.

해설진들은 성지한의 이야기로 한참이었다.

=길드가 없다니……! 그렇다면 플레이어 성. 처음부터 외국으로 이적을 준비하려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죠!

=마이 갓…… 이거, 각국의 러브콜이 밀려들어오겠군요.

=예. 성은 오늘, 제대로 쇼케이스를 벌이는 셈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성, 또 킬을 얻어 냅니다! 벌써 10킬!

=배런 역시 전매특허인 ‘파이어 웨이브’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6킬로 그에게 밀리고 있어요!

중계 화면 옆에 띄워져 있는 스코어보드.

그곳에는 1등 성지한이 10킬.

2등 배런 6킬로 표기되어 있었다.

=배런! 우르크 부대를 파이어 웨이브로 단번에 불태웁니다. 3킬을 추가합니다! 이제 12킬!

=성의 창술…… 대체 저게 무슨 수법이죠? 한 번 휘두르니 모두가 모조리 갈라지는군요! 15킬을 달성합니다!

TOP 100 승급전.

어느새 포커스를 받는 이는 배런과 성지한밖에 없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저 둘의 킬 수를 올려 주는 역할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성지한의 창에 몸이 찢기거나.

배런의 파이어 웨이브에 불타 사라질 뿐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둘.

킬 스코어는, 성지한이 비록 앞섰지만 배런에게 조금씩 따라잡히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배런이 1등을 탈환할지도 모르는 상황.

하지만 미국 중계진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배런이 성의 킬수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만…….

=크리스토프! 성이 달리는 방향, 아무리 봐도…….

=예. 배런 쪽인 것 같군요!

=성. 믿기지 않는 속도로 달립니다! 마치 벼락같습니다!

=배런, 빨리 그를 대비해야 합니다!

경기장 남서쪽에 있던 성지한과, 북동쪽의 배런.

배런은 자신이 자리 잡았던 위치에서 이동하지 않은 채, 파이어 웨이브만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몇 번을 중첩시켜 강화한 불의 마법이 계속 펼쳐지니, 그곳은 마치 화염지옥과도 같았다.

이대로 계속 그가 마법을 사용한다면 경기장 전체가 불에 잠기게 될 터.

“으으윽……!”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그러한 불지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다.

10미터 이상 치솟은 불의 파도 앞에서 그 어떤 이가 저항할 수 있을까.

세계 TOP 100에 들은 플레이어도 도저히 대항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는 판국.

서바이벌에서는 일단 킬 수고 뭐고, 안 죽는 게 먼저니까.

“와, 미쳤다 진짜……!”

“하. 씨…… 저게 브론즈냐?!”

“쿠륵. 쿠륵. 도, 도망쳐라!”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저 천재지변에서 대피하기 위해 몬스터고 플레이어고 모두가 열심히 도망치기에 바빴다.

하지만, 단 한 명.

성지한만은 오히려 화염의 근원지를 향해 달렸다.

‘역시.’

성지한은 자신에게 쏟아져 내리는 저 압도적인 대마력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여전히 힘을 다룰 줄 모르는군.’

그의 봉황시가 가로로 휘둘러졌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그러자,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던 불의 파도가.

반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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