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75화>
* * *
-모조리 압송됐누ㅋㅋㅋ
-우물 펜타킬을 하려는 집착 보소ㄷㄷㄷ
-굳이 밖에서 죽여도 되는데 안식처로 던지는 거 봐라ㅋㅋㅋ-숨는 것도 신박했는데 그걸 찾아서 연행하는 게 더 레전드ㅋㅋㅋㅋ
5:5로 치열하게 힘 싸움하며 게임을 결판 짓는 종말의 협곡 맵에서, 한 명의 플레이어가 혼자 날아다니며 상대방을 죄다 연행해 안식처로 던져 넣다니?
상식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플레이어가 성지한이라면, 모두가 이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자…….”
지지지직-
성지한의 왼손에서 이클립스가 뻗어 나오더니, 그 위를 새하얀 전류가 감쌌다.
이번에 파괴해야 할 대상은 악마 진영의 보호막.
저건 빛의 속성으로 공격해야 효율이 좋았다.
하지만.
지지직-
검에 깃든 새하얀 전류는 오히려 그림자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었다.
[주인. 아직 이클립스의 수준이 낮아서 빛의 힘을 포용할 수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낼 거야.]
“역시 안 되나.”
[SSS급으로 올라가면 모든 속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암속성만 강화할 수 있다.]
SSS급이 되면 모든 속성 강화라니, 대단하군.
그래도 지금 당장 그림자검 이클립스와 천뢰의 힘이 완전한 상극인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성지한은 검을 거둬들이고, 인벤토리에서 봉황시를 꺼냈다.
‘세 번 남았나.’
그림자 여왕 관련 퀘스트를 깰 당시, 두 번 사용했던 봉황시였다.
이제 세 번만 더 던지면, 아이템이 사라진다.
이 아이템을 계속 창처럼 사용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투창을 피하면 되겠지만.
‘굳이 아낄 필요는 없지.’
지금까지 쓸 만했다지만, 어차피 A급 아이템.
나중에 성장하면 더 좋은 아이템을 써야 하는데, 여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쓸 때는 써 줘야지.
지지지직-!
봉황시에 새하얀 전류가 질주했다.
이클립스 때와는 달리, 불의 힘을 품고 있는 봉황시와 궁합이 잘 맞는 천뢰였다.
이내 봉황시에 백염으로 뒤덮이며, 강렬한 기세를 뿜어냈다.
[사신이 악마의 안식처를 위협하는 기운을 크게 경계합니다!]
[사신이 죽음의 불꽃을 지핍니다!]
천사의 안식처를 공격했을 때 번개가 내리꽂았듯이.
악마의 안식처를 공격하자, 성지한의 발치에 시커먼 불꽃이 피어올랐다.
금방이라도 흑염이 그의 몸을 집어삼킬 것 같았지만.
무명신공無名神功
보법步法
섬천뢰보閃天雷步
성지한의 신형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대지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 닿지 못할 만큼.
치이이익-!
포스를 사용하여 하늘에 몸을 띄운 성지한은, 봉황시를 맹렬히 불태웠다.
그러자 봉황시 안으로 완전히 갈무리가 되지 못한 강렬한 힘이 날뛰며, 새하얀 전류와 불꽃이 혀를 날름거렸다.
[사신이 안식처의 가호를 강화합니다!]
[사신의 낫이 안식처를 직접 보호합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을까.
악마 진영을 지키는 사신의 낫이, 선제적으로 안식처에 날아왔다.
성지한이 하늘에서 뿜어내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상황.
성지한은 봉황시에 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로 뻗어 나가는 전류를 바라보았다.
‘아직 완전히 컨트롤하는 것은 무리군.’
무명신공의 세 가지 신결 중 하나인 천뢰신결.
파괴력 하나는 발군이지만, 그만큼 조절이 어려운 무공이었다.
특히 지금은 스킬 ‘무명신공’의 백업 없이 사용하는 터라, 더 사용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브론즈 때보다는 수월해.’
25레벨 때에 비하면 능력치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천뢰의 힘을 더 잘 조절할 수 있었다.
성지한은 힘을 한데 모았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벽력섬뢰霹靂閃雷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봉황시.
그것이 품은 뇌전은, 거대한 벼락이 되었다.
[사신이 안식처의 굴욕을 막기 위해 비장의 수를 사용합니다.]
[사신의 낫이 나뉘어, 안식처를 강화합니다.]
번개가 닿기도 전에, 이미 저걸 막지 못한다고 예측한 것일까.
사신의 낫이 나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성지한의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치이이익-!
어둠의 보호막이 일시적으로 뚫리자, 그 안에 있던 플레이어 다섯의 몸뚱어리가 모두 숯덩이처럼 타올랐다.
거대한 벽력섬뢰 자체는 사신의 낫이 잠깐 뚫렸다, 막아 냈지만.
그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 잠깐의 화력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펜타킬!]
[플레이어 성지한이 펜타킬을 달성했습니다!]
대천사의 가호를 꿰뚫었을 때보다 훨씬 압도적인 위력.
이는 예전에 비해서 성지한의 레벨이 5만큼이나 더 올라 있는 데다, 무명신공의 세 가지 신결 중 위력만큼은 최고인 천뢰신결을 사용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사신의 낫 파편을 획득합니다.]
[퀘스트 아이템입니다.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보관됩니다.]
[연계 퀘스트 - 사도의 흔적(1)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업적 포인트 2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가 사도의 흔적 (2)로 이어집니다.]
‘드디어 깼군.’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인 성지한은 연계된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연계 퀘스트 - 사도의 흔적(2)]
-빛과 어둠,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도는 두 진영의 충돌을 획책한 채, 깊은 호수 아래에 숨어 있습니다.
-교활한 사도, ‘내시드 백작’은 대천사와 사신의 무기가 부서진 것을 보고 움직일 것입니다.
-두 신물의 파편을 호수에 던져서, 백작을 호수에서 끌어내 토벌하세요.
-보상 : 공허의 장막 / 업적 포인트 50,000
* 주의 : 실버 리그에서 승급할 시, 이 퀘스트는 사라집니다.
‘진짜 내시드 백작을 잡으라고?’ 연계 퀘스트를 확인한 성지한은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이 되었다.
보상 자체는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그림자 여왕 관련 퀘스트를 깼을 때처럼, 업적 포인트 50,000을 주는 데다가.
‘공허의 장막’이라는 보상도, 예사로운 게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시드 백작은…… 플래티넘 플레이어들이 단체로 사냥하는 몬스터인데.’
레벨 100부터 시작하는 플레티넘 리그.
이에 소속된 플레이어 다섯이, 협곡 내에서 풀 버프를 받은 후에야 사냥이 가능한 게 내시드 백작이었다.
5명의 플래티넘이 달라붙어야 이기는 몬스터를 실버 혼자서 잡으라고 시키니 퀘스트 보상이 저렇게 좋았군.
‘지금 당장 잡는 건 무리다.’
성지한은 냉정히 판단했다.
내시드 백작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 가진 힘으로는 부족했다.
‘레벨이 50에 근접할 때 도전해야겠군.’
일단은 레벨 업을 더 하자고 생각하며, 성지한은 악마 진영 본진이 터지는 걸 구경했다.
[두 진영의 안식처에서 펜타킬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완전정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천사와 악마 진영.
양쪽에서 펜타킬을 얻은 보상이 들어왔다.
‘이번 게임은 소득이 많네.’
성지한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로그아웃했다.
* * *
김포 공항의 전용기 전용 터미널.
그곳에,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의 전용기가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금발의 두 남녀 백인.
두 사람 다 큰 키에 빼어난 외모를 자랑해서, 단연 눈에 띄었다.
찰칵. 찰칵.
“오…… 진짜 왔다.”
“배런과 소피아, 진짜 대기 길드 들어오려고 입국한 거야?”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2명이나 보내다니…… 그럼 한 달에 100억이네?”
“유망주 키우는 걸 생각하면 싼 값이지 뭐.”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두 유망주의 사진을 찍었다.
비록 둘 다 실버에 불과했지만.
SSS급 기프트와, SS급 기프트를 지닌 두 사람은 이미 배틀넷 업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취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를 보며, 배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이런 나라에서도 날 찍나?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성, 그놈이 보냈나?”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소피아는 푸른 눈을 깜빡였다.
“배런. 성이 설마 그렇게 했겠어요?”
“그럴 만하지. 대기 길드마스터가 미국으로 건너와도 되는데, 굳이 우릴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로버트 게이츠는 대기 길드에 미국으로 출장을 와 줄 수 있냐고 정중히 요청했다.
길드마스터가 직접 온다면, 기존의 임대 계약 때 지불할 GP 말고도 상당한 추가 보상도 주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길드마스터 여자는 미국 출장에 꽤 긍정적인 입장이었다고 들었다. 출장비가 상당했으니까.”
“그런데 성이 길드마스터한테 가지 말라고 한 거예요?”
“그래. 왜 그랬겠나? 다 내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그런 거다.”
‘……착각도 참.’ 누가 봐도 성지한을 의식하는 건 배런이지, 저쪽에선 별생각 없는 거 같은데.
소피아는 굳이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Shit. 리무진도 한 대밖에 없나?”
“하. 왜 이렇게 좁아? 코리안 리무진은 수준이 이 정도인가.”
“술은 뭐 이런 것밖에 없어? 싸구려라 못 먹겠군.”
공항을 나서서, 리무진을 타면서도 쉴 새 없이 불만을 토해 내는 배런.
옆에 있던 소피아는 도무지 그 불평불만을 들어 줄 수가 없어서, 태블릿 PC를 꺼냈다.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꽂고, 배틀튜브에 접속한 소피아.
그녀는 구독하던 채널에 영상이 올라온 걸 보고 눈을 빛냈다.
‘성…… 게임 중이었나 보네?’
플레이어 성지한.
그에 대해서 알게 된 건 TOP 100 경기에서가 최초였다.
리무진 옆자리에서 샴페인을 까고 있는 배런을 한 방에 리타이어 시킨 그 경기.
소피아는 그때의 성지한을 보고,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그에게 매료되었다.
‘역시 시원시원해……!’
평소에도 메이지, 아처보다는 맨 앞에서 싸우는 워리어를 좋아했던 그녀는.
혼자서 게임을 폭파시키는 성지한의 독보적인 무력을 보며, 그에게 깊숙이 빠져들었다.
물론 지금 당장 성지한보다 강력한 사람이야 많고 많았지만.
그들은 성지한만큼 자신이 소속된 리그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펑!
성지한이 일격에 정글 몬스터를 터뜨리자.
“와……!”
소피아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뭐든 한 방에 부숴 버리는 성지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위기는 존재하는데, 성지한 채널은 그런 것 따윈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일격에 적을 보내는, 극한의 사이다패스.
소피아의 취향에 딱이었다.
“칫……!”
소피아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성지한 채널을 보는 걸, 배런은 마뜩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런 선망의 눈길은, 마땅히 자신만 받아야 하는데.
성지한이란 놈이 갑자기 TOP 100 경기에 튀어나오고 나서부터 모든 게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은 무슨!’ 소피아의 탄성이 계속 터져 나오자.
빵!
그는 조금 전 스스로가 싸구려라고 말했던 샴페인을 병째로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날 견제해서, 한국까지 부르고는…… 자기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이거지?’
굳이 한국으로 부른 이유가 라이벌인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굳게 믿고 있는 배런.
길드 가입만 하면 고속 성장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그 배런.
‘길드만 가입하면, 금방 역전해 주지……!’
그는, 리무진이 소드 팰리스에 도착할 때까지 술병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