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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88화 (8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88화>

*   *   *

튜토리얼의 금제.

이것은, 전 세계 모든 플레이어에게 걸려 있는 강력한 락이었다.

[게임 속 모든 스킬과 능력치는, 현실에서 보정되어 적용됩니다.]

배틀넷 게임 속의 능력치를 현실 세계에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다면, 사회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건 자명한 일.

튜토리얼의 금제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완충 수단이었다.

이걸 ‘편집’해서 해제하는 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아리엘은 주은지의 말을 듣고는, 탄성을 내질렀다.

[허! 튜토리얼의 금제를 해제한다고? 아무리 아카식 페이지를 사용한다고 해도, 저게 가능하다니…… 저 정도면 서포팅 기프트의 등급이 분명 SSS급일 거다.]

“아리엘. 일본어도 할 줄 알았나?”

[인간의 언어 따위, 금방 파악 가능하다.]

“그럼 쟤들 말 계속 해석해서 알려 줘.”

[알겠다.]

성지한이 아리엘에게 통역을 맡기고 있을 때.

[이런…… 분신의 능력이 부족하군요.]

스으으으-

주은지의 살갗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갈라진 살갗 속에는, 인간의 피륙 대신 황금빛의 종이가 채워져 있었다.

[아카리. 금제의 해제 시간은 5분입니다.]

바시시시-

아카식 페이지로 이루어진 주은지의 몸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주은지의 팔과 다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몸통마저 가루가 되어 가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숨만 붙여서 일본으로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 주군!]

[그럼 일본에서 뵙죠.]

튜토리얼의 금제를 깨기 위해, 주은지가 치른 대가는 막대했다.

분신의 육체를 이루던 아카식 페이지 11장이 모조리 사라지고.

이를 통해, 5분이라는 리미트 해제 시간을 얻은 것이다.

웃으면서 사라지는 주은지를 보며, 아카리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부족해서……!’

자신이 성지한을 제압하지 못해서, 주군의 분신이 희생되었다.

이토 시즈루가 분신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른 걸 옆에서 지켜보았던 아카리는, 실버도 제압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견딜 수 없었다.

[네놈…… 사지를 잘라 주마!]

아카리가 거칠게 포효하며 빛살 같은 속도로 돌진해 왔다.

[주인의 사지를 자른다는데?]

“이건 굳이 통역하지 않아도 알겠다.”

[해제 시간은 5분이라고 한다.]

“그건 중요하네.”

휙!

분노에 몸을 맡겨 그런지 움직임은 조금 전보다 단순했지만, 금제가 해제된 영향으로 속도가 몇 배나 위협적으로 변했다.

‘포스로도 제어가 안 되는군.’

공간을 지배하는 포스의 힘마저도 무시하고 들어오는 다이아의 돌진.

거리가 좁혀지자 수리검이 순식간에 세 개가 날아오며, 성지한의 팔다리를 노렸다.

아카리의 말대로, 성지한의 사지를 잘라 버리려는 의도가 여실히 느껴지는 공격.

하나, 성지한의 지척에 다다른 수리검은.

투두둑-

힘을 잃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절대영역은 통한다.’

능력치에 비례하여 커지는 포스의 절대영역.

아카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위협적으로 변했다지만, 여기까지 들어오면 제어가 가능했다.

[쓸데없는 반항을!]

다만, 아카리가 직접적으로 가해 오는 공격은 절대영역 안에서도 제어하기 힘들어서, 그저 속도만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었다.

하나 성지한에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 역시 막아 낼 수 있다.’

콰르르르-!

단검을 막아 낸 이클립스의 형태가 살짝 뭉개지며,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듯, 카페 안의 테이블이며 집기가 모조리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다이아의 힘이 100퍼센트로 펼쳐지니, 초인의 힘이 제대로 펼쳐진 것이다.

[흐읍!]

쾅! 쾅!

호흡을 가다듬은 아카리가 강하게 성지한을 몰아세웠다.

금방이라도 어디 한 군데가 잘려 나갈 것처럼 맹렬하게 쏟아져 내리는 공격들.

그것들을 1인칭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 입장에선 매 순간순간이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ㅅㅂ...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저 닌자의 공격이 아예 안 보이는데;;

-대체 어떻게 막고 있는 거냐ㄷㄷㄷㄷ

마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일 법한 공격이 이어졌다.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어디서 어떤 궤도로 날아오는지도 분간이 안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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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 어디서 어떤 궤도로 날아오는지도 분간이 안 되고 있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아카리의 팔은 아예 어깻죽지부터 형체가 보이지 않는 정도.

-찐다이아랑 맞붙는데... 진짜 미쳤다... 원래는 끔살 아님?

-ㅅㅂ끔살같은 소리 하지 마라 실제 상황이라고

-어떻게 해요! 지한니뮤 사지 잘리면ㅠㅠㅠㅠ

-플레이어 진압 특공대 아직 출동 안 했나요?

-출동했다고 합니다!

-특공대라 해도 다이아 이길 수 있나..

캉! 캉!

또다시 공격이 막힌다.

적의 암검은 부러질 것 같으면서도 부러지질 않고 있었고.

성지한은 여전히 단 일격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이익……!]

아카리는 미칠 것 같았다.

주군이 분신을 포기하면서까지 제한을 풀어 줬는데, 이게 무슨 추태인가!

아무리 성지한이 자버프를 사용했다고 한들, 스탯은 확실히 자신이 압도적이다.

근데 자꾸 한 끗 차이로, 공격이 통하질 않는다.

‘거기에 저 눈……!’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은데.

성지한의 눈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한 번만 잘못 움직여도 사지가 잘려 나갈 상황이건만, 그는 자신이 질 거라는 걸 전혀 상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자신감을 박살 내 주겠어……!’

한편.

성지한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건물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한 번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충격파가 터지고 있었다.

주변의 물건들은 이미 충격파로 인해 부서져 가루가 돼 버린 상황.

‘이 정도의 충격량이라면 분명 건물에도 영향이 있겠지.’

자칫, 건물에 화재라도 나면 대참사가 벌어진다.

성지한은 창밖을 슬쩍 바라보았다.

창가 너머에 있는 공원에, 마침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저리로 가야겠군.’

카페는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성지한은 거리낌 없이 밖으로 몸을 던졌다.

쨍그랑!

“뭐, 뭐야?!”

“맞을 뻔했잖아!”

건물 유리창이 깨져 바닥에 떨어지자, 길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위를 바라보고 소리를 질렀지만.

[도망치지 마라!]

4층 카페 벽면이 모조리 터져 나가며 아카리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사람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대피했다.

‘여기면 적당하군.’

성지한이 한적한 공원에 착지하자, 그 뒤를 쫓던 아카리가 스킬을 사용했다.

인술忍術

환영수리검幻影手裏劍

능력치 제한이 풀린 현 상황에서, 이 스킬을 쓰면 성지한이 즉사할까 봐 사용하질 않았는데.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5분의 리미트 중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났다.

이제는 상대의 목숨을 생각하며 싸울 여유가 없었다.

승부를 봐야 했다.

스스스스-!

허공에 수많은 표창이 생겨나며 성지한의 사방을 둘러쌌다.

[이번에는 허상이 없군.]

“……그래?”

어둠의 기운이 섞인 검은 표창을 바라보며, 아리엘이 담담히 말했다.

기술명만 환영수리검이지, 이번에는 환영이 하나도 없었다.

과연 제약을 벗어던졌다, 이건가.

휘리리릭!

사방에서 표창이 날아오고.

[죽어라!]

악에 받친 아카리가 쏜살처럼 돌진해 왔다.

이제는 성지한을 잡아갈 생각도 없는지, 그녀의 두 눈에는 살기가 그득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피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결판을 지어야겠군.’

무명신공無名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그림자검 이클립스가 형태를 잃고 소용돌이로 화했다.

암혼와류가 강렬히 회오리치며, 성지한에게로 날아오는 수리검을 일제히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아카리는 등골이 오싹했다.

수리검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검은 소용돌이.

자신의 환영수리검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스킬이었다.

수리검과 함께 돌진하던 그녀조차도 잠시 발걸음을 멈출 정도로, 회오리치는 어둠은 더없이 불길하고 폭력적이었다.

저리로 가면 안 된다.

본능이 그렇게 그녀를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도……!’

주군의 분신이 희생한 걸 떠올리며, 아카리는 의지를 다졌다.

저 소용돌이 때문에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저 왼팔.

검과 혼연일체가 된 왼팔만 베면 된다.

[인술忍術…… 귀참鬼斬!]

아카리가 새하얗게 빛나는 단검을 든 채 점점 몸집을 불려 가는 암혼와류의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이아의 능력을 믿은 것일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정직한 돌진이었다.

하지만.

치이이익-!

눈앞의 소용돌이가 베이는 대신.

성지한의 왼팔에, 혈선이 그어졌다.

공간을 뛰어넘는 일격, 귀참.

암혼와류가 위치한 공간을 건너뛰고, 성지한의 왼팔을 위에서부터 베어 버린 것이다.

‘됐어……!’

드디어 공격이 먹혔다!

아카리는 흥분하며, 왼팔을 완전히 베어 버리려 몇 번이고 귀참을 사용했다.

휘이이이-

비록 암혼와류에 SS급 닌복이 찢겨 나가고, 온몸의 살점이 뜯겨 나갔지만.

그럼에도 처음으로 제대로 입힌 유효타에, 아카리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이고 검을 휘둘렀을까.

툭!

드디어 성지한의 왼팔이, 완전히 잘려 나갔다.

[됐다!]

그걸 본 아카리는 눈물마저 날 것 같았다.

시간을 조금 더 지체했다면, 패배한 건 이쪽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이긴 건 이쪽이다.

[끝이다, 성지한. 당장 사지를 잘라, 일본으로 몸통만 가지고 가 주마……!]

저 지긋지긋한 암검이 사라진 이상, 이제 더는 반항할 수 없겠지.

강렬한 어둠의 소용돌이도 더 이상 그 힘을 유지하지는 못할 거다.

아카리는 당장 성지한의 남은 사지를 자르기 위해, 단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어…….]

이상하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움직이기는 하는데, 발이 움직이질 않았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땅바닥을 바라보는 아카리의 두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게 무슨…….]

분명히 팔이 잘렸는데.

어둠의 소용돌이는, 기세를 잃지 않고 있었다.

사그라든 줄 알았던 소용돌이는 그저 방향을 바꿔 아카리의 발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흠, 팔을 벤 줄 알았나?”

휙.

오른팔만 남은 성지한이 뒤로 물러섰다.

아카리는 팔이 베였음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녀의 시선이 성지한의 왼팔을 향했다.

‘팔은 분명히 떨어졌는데…….’

그런데 자세히 보니.

팔의 절단면은 시커먼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고, 피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성지한이 인벤토리에서 봉황시를 꺼내 들자, 현실이 되었다.

“주인을 따라가라. 닌자.”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선인지로仙人指路

성지한의 손에서 봉황시가 떠나자.

그것은 곧 거대한 불길이 되어, 그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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