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91화>
업적 상점의 항목을 바라보던 성지한은 클래스 추가와 업적 상점 업그레이드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다.
‘업적 상점 업그레이드도 25만 포인트네.’
상점을 레벨업해 품목을 늘릴 것인가.
아니면 클래스 추가를 시도해서 전 직업을 추가해 보느냐.
그런 고민은, 업적 상점을 LV.7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조건으로 인해 금방 끝이 나 버렸다.
[업적 상점을 LV.7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성좌 슬롯 추가’와 ‘기프트 슬롯 추가’ 항목이 LV.2까지 업그레이드되어 있어야 합니다.]
성좌 슬롯 추가와 기프트 슬롯 추가에 투자하는 데 드는 업적 포인트는 각각 오만.
총합 10만을 더 투자하면서까지, 상점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래스 추가에 25만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이제 남은 클래스는 아처 하나.
25만을 투자해서 클래스를 추가했더니, 그냥 클래스 4개만 생기고 끝이 나면 그냥 허공에 포인트를 날리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성지한은 분명히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봐 온 업적 상점의 결과를 보면……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다.’
믿었다.
그것이 업적 상점이니까.
‘간다.’
[클랙스 슬롯 추가 LV.3이 구매되었습니다.]
[업적 포인트가 250,000 포인트 차감됩니다.]
[기본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전직할 수 있는 클래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처
[클래스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처를 선택하자, 클래스 슬롯이 이제 네 개로 늘어났다.
워리어, 메이지, 서포터에 아처까지.
이제 네 개의 기본 직업을 모두 지니게 된 성지한.
‘……이대로 끝?’
추가 메시지가 바로 뜨지 않자, 설마 설마 했던 25만 포인트를 그냥 날려 버린 건가 싶었지만.
빠바바바바밤!!
[특수 업적, ‘올 클래스’를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올 클래스를 얻었습니다. 클래스 슬롯을 두 가지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오.”
다행히, 전에는 못 들었던 팡파르와 함께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것도 클래스 슬롯을 진화한다는 방식으로.
[진화 방향을 선택해 주십시오.]
[올 마스터]
-모든 클래스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강화합니다.
-네 가지 클래스를 모두 사용하며, 각 클래스의 직업 보너스와 능력치 성장률이 1.5배로 적용받습니다.
[올 포 원]
-네 개의 클래스 중 세 개를 비활성화하고, 한 클래스만을 강화합니다.
-비활성화된 클래스에서 지금까지 얻은 스탯과 스킬은 유지되지만, 더 이상 각 클래스에 특화된 추가적인 능력과 스킬은 얻을 수 없습니다.
-강화된 클래스는 직업 보너스와 능력치 성장률이 기존의 4배로 적용받습니다.
모든 직업을 강화하는 올 마스터로 진화하느냐.
아니면 단 하나에만 집중하는 올 포 원을 하느냐.
‘답은 간단하군.’ 마법사와 서포터는 포스를 위해 골랐을 뿐.
성지한의 근간은 워리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올 포 원을 골랐다.
[워리어를 제외한 나머지 클래스가 비활성화됩니다.]
[추가 사항 - 남은 클래스를 삭제하시겠습니까?]
[클래스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비활성화된 상태로 존재하며, 차후 배틀넷을 진행할 때 비활성한 클래스의 역할로 소환될 수 있습니다.]
브론즈 때, 서포터 역할로 10개의 탑에 소환되었듯이.
추후 진행될 게임에서도, 워리어 역할이 아니라 다른 3개의 직업으로도 소환될 수 있다는 메시지.
성지한은 이를 보고 잠시 생각했다.
삭제를 해 버리는 게 깔끔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직업으로도 소환된다는 게 꼭 나쁘게 작용하는 건 아니지.’
레벨 업 단계에서는 각 게임에서 랜덤으로 뽑혀서, 팀의 조합이 망가질 수 있으니 득보다 실이 더 많겠지만.
국가대표 경기나, 나중에 더 나아가 스페이스 리그에서의 경기를 생각하면.
이건 얼마든지 조커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다.
“남겨야겠군.”
성지한은 클래스 삭제를 거부했다.
그러자 상태창에 4줄로 늘어서 있던 클래스 슬롯이 합쳐지며.
원래 있던 ‘클래스 - 워리어’는 ‘클래스 - 워리어+3’으로 바뀌었다.
“+3이라…….”
성지한이 +3을 눌러 보자, 옆에 메이지, 서포터, 아처 클래스가 반투명한 글씨로 떠올라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비활성화가 되는 거군.’
그와 동시에,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워리어 클래스의 1차 진화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조건에 걸맞은 직업은 총 10개입니다.]
클래스 1차 진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벌써 가능했나?’
진화가 가능했으면 미리미리 알려 주지.
미묘하게 불친절한 상태창이었다.
성지한은 진화 가능 직업들의 목록을 살펴보았다.
[기사]부터 시작해서, [마검사], [성기사], [무인], [쉐도우 워리어] 등등…….
네 개의 클래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었던 성지한이라 그런지, 진화 가능한 클래스도 각양각색이었다.
‘무성에 비하면 별 볼일 없어 보이는군.’
성지한은 심드렁한 얼굴로 10개의 클래스를 바라보았다.
저번 생에서, 성좌 ‘방랑하는 무신’ 덕에 얻었던 3차 진화 특수 직업 무성武聖.
그것의 성능에 비하면, 지금 나열되어 있는 1차 진화 직업의 성능은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뭐 하나 골라야겠지.’
뭐가 되었든, 현재의 워리어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리 생각한 성지한이 10개의 클래스를 쭉쭉 넘기고 있을 때.
맨 아래, 그의 시선을 붙잡는 직업 이름이 있었다.
[삼류무사]
-아직은 결점투성이인 무인.
-하나 삼류이기에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 진화 보너스 : 워리어 클래스와 관련된 스탯, 스킬 성장률 +30퍼센트 증가 / 경험치 보너스 10퍼센트 증가
기사나 마검사 등, 다른 1차 진화 클래스에 비해 능력치 보너스는 전무한 삼류무사.
하지만 이를 보완하듯, 성장률 추가 효과는 1차 진화답지 않게 꽤 컸다.
‘1차 진화치곤 상당한 성장률인데.’ 여기서 올 포 원의 효과까지 가해지면, 저기서 성장률이 네 배가 증가하는 되는 셈.
그렇다면 고를 선택지는 너무나도 자명했다.
[클래스 ‘워리어’가 ‘삼류무사’로 1차 진화했습니다.]
[올 포 원의 효과를 받아, 클래스 효율이 네 배로 증가합니다.]
[클래스 - 삼류무사+3]
-아직은 결점투성이인 무인.
-하나 삼류이기에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 진화 보너스 : 워리어 클래스와 관련된 스탯, 스킬 성장률 +120퍼센트 증가 / 경험치 보너스 40퍼센트 증가
‘엄청나군.’ 성지한은 올 포 원의 효과를 체감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일반 업적, ‘클래스 1차 진화’를 달성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거기에 깨알 같은 업적 포인트 획득까지.
올 클래스 달성을 위해 쓴 업적 포인트가 많긴 했지만, 거의 절반은 회수한 느낌이었다.
‘이제 15만 정도가 남았네.’
성지한이 남은 업적 포인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
스으으윽-
그의 왼팔에서, 아리엘이 작은 크기로 튀어나왔다.
“주인. 대체 뭘 한 거지?”
“왜?”
“가만히 있어도 그림자의 힘이 강해지는 게 체감됐다. 음…… 이렇게 현신을 하니까 더 그러는군.”
성지한의 왼팔에서 완전히 나온 아리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더 커져도 되겠어.”
그러면서 성지한의 가슴팍까지 닿을 정도로 커져 버린 아리엘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스탯 성장률이 증가해서 그런가 보군.”
“그거 좀 오른다고 이렇게 변할 리가…….”
“좀이 아니라 많이 올랐거든. 120퍼센트.”
“120퍼센트나 더 올랐다고?”
아리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럼 이제 현신을 계속해도 되겠어. 현신만으로도 검영 스탯이 오를 것 같다.”
“그래? 그럼 계속 있어라.”
삼류무사가 되니 이런 쓸모까지 있었군.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성지한은 계속 아리엘을 소환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똑똑-
“삼촌…… 깼어?”
윤세아가 방문을 두드렸다.
“응. 방금 일어났어.”
끼익-
방에 들어온 그녀는 아리엘을 보고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아리엘도 있었네. 오늘은 왜 이렇게 커졌어?”
“이제는 계속 있을 예정이다.”
“아. 진짜? 왜?”
“네 삼촌이 또 성장해서. 이제 날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능력치가 오르거든.”
“와…… 진짜 개사기캐다.”
자기도 만만찮은 기프트를 지니고 있으면서, 윤세아는 성지한을 부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나 그것도 잠시.
“근데…… 삼촌. 괜찮아?”
그녀는 조심스럽게 성지한의 얼굴을 살피며 물어보았다.
“닌자랑 싸운 것 때문에? 완전히 쌩쌩해. 제압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아니. 그것도 그런데. 그…… 매혹당한 거. 혹시 남아 있나 걱정돼서.”
“나한텐 영향 없어. 오히려 영상을 본 사람들이 현혹당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네. 그럼 영상 내려야 하거든.”
“아니, 예쁘다고는 하지만, 영상으로 매혹을 당하진 않는 것 같아.”
그러면서 윤세아는 쭈뼛쭈뼛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주저하는 모양새에, 성지한은 그녀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할 말 있으면 해라. 괜히 몸 꼬지 말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리엘이 성질 급하게 몰아붙였다.
“몸 꼬긴 무슨!”
“빨리 말이나 해라.”
“아. 참. 그게…… 말이야.”
아리엘 덕에 결심을 굳힌 건지, 윤세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삼촌. 이거 좀 봐줄래?”
그러면서 윤세아가 튼 영상에서는.
검왕 이토 류헤이가, 일본의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검왕님! 한국에서 난리난 영상 보셨습니까? 혹시 이토 시즈루와는 무슨 관계이신지……!]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질문하자, 검왕의 얼굴이 금세 일그러졌다.
젠틀한 미중년으로 유명했던 그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나 섬뜩할 정도로.
그는 기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네놈. 말조심해라. 이토 시즈루라니. 그녀의 이름은 네놈 따위가 함부로 부를 수 없다.]
[아…… 예…….]
[한국에 갔던 건 그녀의 분신일 뿐이다. 진짜 그녀는 내 곁에 있다! 봐라. 내가 이토 성을 받지 않았느냐!]
서슬 퍼런 검왕의 기세에 기자가 겁을 먹어 질문을 더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자기 스스로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성지한, 건방진 놈……! 감히 그녀가 분신을 보냈는데, 이를 거역해? 얌전히 노예가 될 것이지……! 내가 직접 네놈의 사지를 잘라 일본으로 데려올 것이다! 기자. 이 말, 똑똑히 전하도록 해라.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성지한! 각오해라!]
카메라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광기를 보이는 검왕.
성지한은 더없이 추해진 그의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방송에서 저러다니, 갈 데까지 갔네. 이미 저 모습도 다 퍼졌겠군.”
“……응. 인터넷 난리도 아니야. 검왕을 유혹한 게 이토 시즈루라는 걸, 확인시켜 준 거니까. 근데…… 아빠도 매혹 걸린 거겠지?”
성지한은 윤세아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왕이 한국에 윤세진으로 있을 무렵에는, 언제나 여유가 있었다.
저렇게 여자 때문에 추하게 질투하고, 흥분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카메라 앞에서 기자들에게 소리를 빽빽 지르는 건 더더욱 하지 않았다.
“당연히 매혹에 걸린 거지. 그래도 복종과 광신은 안 당하고, 매혹만 당했던지 다른 걸 추가로 당했나 보군. 이토 시즈루가 저렇게 검왕이 흥분하게 놔둘 거 같지는 않은데 돌발적으로 행동한 것 같거든.”
“……그래?”
“응. 나 죽이고 싶어하는구만.”
성지한은 자신의 사지를 잘라 버리겠다는 검왕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계 최강의 전사가 자신을 적대해도, 그에게서 긴장하는 기색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었다.
“삼촌…… 근데 저 매료. 다시 풀 수 있을까?”
아버지가 변한 게 매료 때문이라는 걸 알아서일까.
윤세아는 혹시나 검왕을 되돌릴 수 있을까, 희미한 기대를 지닌 채 성지한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매료를 이겨 낼 방법이라.
미래에도 방법을 찾지 못해, 서큐버스 퀸이 강림한 LA에 결국 핵폭격을 가하지 않았던가.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지.”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