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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96화 (9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96화>

*   *   *

마법사로 전직한 이후,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에고 마시드.

1등도 심심치 않게 하는 그의 레벨은 어느새 21이 되어 있었다.

이런 성장 속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번 달에 실버 승급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디에고 마시드가 달라졌다는 걸, 다른 파티원들은 알지 못했다.

[소피아 : 아! 마시드 님! 저 알아요. 축구의 신! 오늘 게임 잘해 봐요!]

[미하일 : 아~ 그분... 잘 부탁드립니다.]

[배런 : 축구의 신? 풉! 지금 상황에 걸맞은 상대를 데려왔군그래. 마시드, 방해만 하지 마시오!]

그들은 마시드를 축구의 신이라는 우스꽝스러운 SSS급 기프트를 받은 패배자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소피아나 미하일은 그래도 별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배런은 마시드를 비꼬며 방해나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마시드 : 당신보다 잘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배런 : 허세는... 쯧. 어디 기대는 해 보도록 하지.]

‘이 자식은 예전보다 성깔이 더 더러워졌군.’

괜히 시비를 터는 배런의 모습에 성지한은 속으로 혀를 찼다.

‘마시드가 동렙이었다면 배런을 이겼을 텐데. 아쉬워.’

튜토리얼 이후, 최고의 마법사를 둘 꼽자면 배런과 디에고 마시드를 들 수 있었다.

그중 배런은 후방에서 어마어마한 화력을 뿜어내는 클래식한 타입의 마법사였지만.

디에고 마시드는 마법사이면서도 워리어 못지않은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하며 전천후로 활약하는 전투 마법사의 느낌이었다.

전략적으로는 둘 다 어느 맵이냐에 따라서, 장점이 발휘되는 부분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마시드지.’

포스의 힘을 반도 발휘하지 못하는 발컨 배런에 비해, 디에고 마시드는 혹독한 브론즈 생활을 겪어서인지 미친 컨트롤을 자랑했다.

지금이야 배런이 저렇게 으스대지만, 마시드가 본격적으로 추격하기 시작하면 언제까지 웃고 있긴 힘들 것이다.

[성지한 : 그럼 다시 실행해 보겠습니다.]

성지한은 일단 구성된 파티로 다시 게임을 돌렸지만.

[파티의 평균 전력이 너무 높습니다. 뉴욕 1 골드 리그의 맵에 매칭됩니다.]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소피아 : 또 골드야?]

[배런 : 이런... 쯧. 내가 너무 강한 듯하군!]

[미하일 : 이거 쉽지 않네요...]

“이런.”

아니, 파티에 브론즈도 꼈는데 아직도 골드랑 매칭돼?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통한의 제비뽑기가 이루어진 뒤.

미하일이 ‘이번에도 꼴등이라니!’를 외치며 파티에서 퇴장해 버렸다.

그리고 대신 들어온 사람은…….

“세아야.”

“엥? 설마 나?”

“방법이 없네. 너 오늘 게임 안 했지?”

“응…… 그렇긴 한데.”

“가자.”

성지한은 옆에서 파티 결성을 지켜보던 윤세아를 파티에 초대했다.

그제야.

[뉴욕 1 실버 리그의 맵에 매칭됩니다.]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드디어 되는군.’

브론즈 둘을 껴야, 실버 맵에서 게임이 가능한 건가.

참으로 제약이 많은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성지한은 결국 실버 3, 브론즈 2로 구성된 파티를 완성했다.

[배런 : 하! 짐덩어리 둘을 달고 가야 되는군.]

[소피아 : 지한…… 저희 깰 수 있을까요?]

[성지한 : 물론이죠.]

비록 전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윤세아가 끼긴 했지만.

‘한 명 정도의 빈자리는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마시드만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충분히 깰 수 있다.

성지한은 내시드 백작 공략법을 떠올리며, 게임을 시작했다.

*   *   *

[종말의 협곡에 소환되셨습니다.]

[당신은 악마 진영입니다.]

[악마들을 도와, 천사 진영을 점령하세요.]

-오. 시작됐다.

-인베이드 맵이네.

-또 성지한이 정글 다 돌고 발라 버리겠구만.

-뽈롱~ 성지한 버스에 탄 오늘의 플레이어는 누구?

성지한이 방송을 켜자마자 몰려오는 시청자들.

그들은 인베이드 맵을 보고 오랜만에 이루어질 펜타 쇼를 기대했지만.

-???????

-팀원이... 이상한데?

-저, 저거 배런 아냐?

-소피아도 있네. 어. 윤세아? 브론즈가 여기 왜 있어?

-축신 마시드도 있음 ㄷㄷㄷ

성지한의 파티원을 보고는 채팅창이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게임이 시작되기 전.

성지한은 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오늘 저희는 내시드 백작을 잡으러 갈 겁니다.”

-내시드 백작?

-플래티넘 맵부터 나오잖아 그거.

-그걸 실버 맵에서 어케 잡아 ㄷㄷㄷ

-지한님님 파티 어떻게 이렇게 구성하신 거예요?

“백작을 소환해서 잡는 건 좀 있다 보시면 아시게 될 거고요. 파티는…… 저번에 저 리그 초월한 거 아시죠? 그거 덕 좀 봤어요.”

-리그 초월한다고 어떻게 파티를 이렇게 짤 수 있죠?

-와. 진짜 혼자 다른 게임 하시네ㄷㄷㄷㄷ

“다른 게임이라뇨. 다른 분들도 1등 40번 넘게 하면 저처럼 할 수 있을 겁니다.”

성지한은 시청자들에게 숨김없이 파티를 이렇게 짤 수 있는 방법을 말해 주자.

-아~ 네~ 그렇군요~

-ㅋㅋㅋㅋㅋㅋ1등 40번, 마참내 비결이 밝혀졌네유. 참 쉽네유. 그츄?

-와! 참 쉽다! 즐겁다!ㅎㅎㅎ

열렬한 반응이 뒤따라왔다.

“하…… 리그를 초월하면, 파티를 이렇게 짤 수 있는 거였나?”

“어. 너도 노력해 봐라.”

저번 방송 이후 반말로 일관하는 배런에게, 똑같이 말을 편하게 깐 성지한은.

“일단 라인 정하죠.”

탑 라인에 소피아와 마시드를 보내고.

미드에는 배런을, 바텀 라인에는 자신과 윤세아를 배정했다.

“적 팀을 일단 기지까지 밀어붙이고, 버프 200퍼센트 다 챙긴 후에 내시드 백작 트라이 진행할 겁니다.”

“좋아. 내가 제일 먼저 타워를 밀어 주지.”

기세등등하게 미드로 가는 배런.

“잘 부탁드려요. 마시드 님.”

“버프만 제때 부탁한다.”

“당연하죠!”

마시드와 소피아도 탑으로 향하자, 성지한은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와. 삼촌이랑 벌써 파티 플레이 할 줄은 몰랐네! 참 상징적인 날이다! 헤헤.”

“그러게~ 나도 참 좋다! 조카랑 이렇게 파티도 하니까.”

저번 생에서는 이런 거, 꿈도 꾸지 못했을 텐데.

성지한은 이 상황이 참 꿈만 같았다.

“근데 세아야.”

“응?”

“너 옷차림이 가볍다?”

성지한의 말대로, 윤세아의 옷차림은 타이트한 가죽 갑옷이었다.

예전에 게임 내에서 훈련할 때 한참 입은 풀 플레이트 메일에 비하면, 너무나도 가벼워 보이는 모습.

“아. 오늘은 훈련하는 날이 아니라 실전이잖아. 그러니까 클래스에 걸맞게 입었지.”

“아니. 훈련은 오히려 실버 맵에서 해야 더 효율이 좋지. 자. 당장 갑옷으로 입자고.”

“엑…… 진짜? 또 훈련하라고?”

“어. 얼마 안 남았잖아?”

성지한의 말대로, 레어 스탯 근성을 얻기 위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저번에 비해 한층 더 성장한 윤세아는, 이제 체력 1만 더 올리면 근성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이번 미션에서. 너, 내시드 백작 잡고 강제로 게임 종료해야 할지도 몰라.]

성지한이 방송에 드러나지 않도록 윤세아에게 전음을 보내자,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강제 종료 하면 무조건 꼴등이 되는데.

그걸 왜 해?

“왜?”

[레벨 10 넘으면 안 되잖아. 근성 스탯 얻어야지.]

레어 스탯 근성.

이를 얻기 위해선 100일 안에, 레벨 10을 넘기지 않고 훈련으로 체력 10을 올려야 했다.

내시드 백작을 잡아서 얻는 경험치로는 4레벨이 오르진 않겠지만.

인베이드 맵을 깨고 정산 단계에 들어서면, 10레벨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 맵이 윤세아의 레벨과 수준 차이가 났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체력 1 올리면 강제 종료 안 해도 돼.]

“아…… 그러네?! 알았어!”

윤세아는 성지한의 말에 납득하고, 인벤토리에서 얌전히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했다.

예전에는 많이 무거워 보였지만, 근래에 능력치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가벼워 보이네.”

“나 좀 세졌잖아.”

“좋아. 그럼. 아리엘. 세아한테 붙어서 무게 좀 늘려줄래?”

[알겠다.]

스으으으-

성지한의 왼팔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윤세아의 갑옷에 찰싹 붙었다.

그러자, 그녀의 움직임이 대번에 느릿느릿해졌다.

“응? 잠, 잠깐만요. 왜 이렇게 무거워! 못 움직이겠어!”

[엄살이다. 넌 가능하다.]

“아니. 엄살 아니라니까……!”

[내가 최하급 종족의 한계를 모를 줄 아는가? 다 고려한 조치다.]

쿵. 쿵.

윤세아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땅이 움푹 파였다.

“체력 1, 딱! 하나만 올리자. 우리 세아, 삼촌 마음 알지?”

“아. 그건 알겠는데…… 으그그그극.”

“자. 바텀 타워까지 걷지 말고, 뛰어오도록 하고. 난 먼저 가서 라인 정리하고 있을게?”

만족스럽게 이를 지켜보던 성지한은 손을 흔들며, 먼저 사라졌다.

-와 진짜 악마가 여기 있었네 ㅋㅋㅋㅋ

-내시드 백작 잡으러 와서도 스탯 알뜰살뜰 챙기눜ㅋㅋㅋ-광기의 조카사랑삥뽕...

그렇제 바텀 라인에 먼저 도착한 성지한은.

“안녕. 미스터 성.”

“뉴욕 리그에 온 걸 환영해.”

곧 건너편에서 영어로 자기를 반기는 뉴욕 리그의 두 미국인을 보게 되었다.

갑옷에 살짝 베어 먹은 오렌지 마크가 인상적인 두 플레이어.

‘오렌지 길드 애들이네.’

아메리칸 퍼스트 다음으로, 미국에서 2등에 랭크되어 있는 오렌지 길드 소속 플레이어였다.

“내시드 백작을 잡는다며? 어려울 텐데. 우리도 도와줄까?”

“천사와 악마 진영이 동시에 레이드 하는 거 어때?”

“대신 우리한테 게임 져 주기만 해 줘. 이번에 이겨야 승급전 가거든.”

“아. 영어 모르나? 채팅으로 쳐 줘야 하나?”

성지한은 껄렁껄렁한 태도로 그리 말하는 두 플레이어를 보며.

“괜찮아.”

가볍게 봉황시를 가로로 휘둘렀다.

무명신공無名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촤아아악!

타워를 끼고 있던 두 플레이어의 몸이 단번에 반으로 갈라지고.

[퍼스트 킬!]

[더블 킬!]

[플레이어 성지한이 퍼스트 킬을 기록하였습니다.]

성지한은 너무나도 손쉽게, 더블 킬을 얻어 냈다.

-사람이 젤리처럼 보이누...ㅎㄷㄷ

-뉴욕 리그도 별거 없쥬?

골드 맵에서도 1등을 하고, 다이아도 무릎 꿇렸던 성지한이 고작 실버 플레이어에게 발목을 잡힐 리가 없었다.

‘세아 오기 전에 적당히 정리 좀 하고 있어야지.’

윤세아한테 뛰어서 오라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 무게를 견디며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테니까.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저항할 생각도 못하게 해 둬야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전사한 상대방이 다시 라인에 복귀하는 걸 기다렸지만.

“응?”

그들보다 먼저 도착한 건.

“헥…… 헥…….”

뜻밖에도 윤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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