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10화 (11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0화>

*   *   *

[이번에도 우승이다! TOP 100을 가볍게 찢은 성지한!]

[10대 90? 1대 99로 해도 바뀌지 않았을 경기 결과.]

[배틀넷 사상 최초로 일어난 방송 사고! ‘튜토리얼에서는 시청이 불가능한 장면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돈을 벌려면 성지한에게 걸어라! 함박웃음을 짓는 한국인들.]

[‘제한성’이 무슨 말이죠? 데뷔 2달 만에 신조어를 만들어 낸 성지한.]

성지한 관련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는 한국의 포털 사이트.

경기를 치른 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성지한 관련 기사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와. 삼촌. 외국에서도 난리네?”

“아무래도 방송 사고가 있었으니까.”

특히 이번에는 사상 초유의 배틀넷 방송 사고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나라의 포털 사이트도 상황이 똑같았다.

성지한 채널의 구독자 숫자는 이날의 경기 이후 하루 만에 200만을 돌파하고.

곧 300만까지 노릴 정도로 성장해 버렸다.

“어. 근데…… 소피아 한국 와?”

“소피아?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봐 봐.”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뉴스 하나를 보여 주었다.

[‘한국에 밥 먹으러 갈게요!’ 소피아. 인별에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비행기 안에서 손가락으로 V를 하고 있는 소피아.

표정이 해맑기 그지없었다.

“아니…… 나한텐 별 이야기 없었는데?”

“이야기하긴 했잖아. 경기할 때. 삼촌한테 완전 관심 있어 보이더라. 방송 보니까.”

그러며 윤세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삼촌. 얘 나랑 동갑이더라? 19살.”

“……10대였어?”

저번 생에서 만났을 때는 20대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외모가 비슷해서,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그러니 삼촌이 밥 사 주는 날에는 내가 집 비워 줄 테니. 어디 나가서 자지는 마. 괜히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어떻게 해.”

“야. 뭘 비워. 난 관심 없어.”

“저렇게 예쁜데?”

소피아는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서구적인 미인상에 완전히 부합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메리칸 퍼스트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가 아닌가.

그 인기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지라.

-와 성지한 또 선넘었네

-소피아는 안 된다, 이놈아!

-10대 데리고 뭐 하는 짓이야!

-쟤가 오는 건데요;;

-거기에 19살이면 문제없지 않음?

-문제 있어! 그냥 있어!

성지한 기사에 달리는 리플이,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예쁜 거랑 관심 있는 거랑은 다르지.”

“……삼촌. 혹시 남자 좋아하는 건 아니지?”

“뭔 소릴 하는 거야?”

소피아한테 관심 없다고 성 정체성까지 의심받아야 하나?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네 기프트나 다시 보자.”

“아. 업그레이드 조건 때문에?”

“응.”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E급으로 올라간 자신의 기프트를 보여 주었다.

그녀가 보여 준, 업그레이드 된 기프트의 효과는 심플하면서도 강력했다.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E - 업그레이드 조건 불충족)]

-기본 배틀넷 시스템을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F등급 효과 : 1일 게임 참여 횟수 1회 증가

-스테이터스 자연 성장률 100퍼센트 증가

-E등급 효과 : 추가 스탯 효과가 +2로 변경

-기프트를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추가 스탯이 +1에서 2로 변경되었으니까.

이건 상태창 2개를 통해 스탯을 +2씩 얻는 배런과 비슷한 조건이었다.

초반에야 큰 차이가 안 나지만.

200레벨 이상까지 올라가면 얻을 수 있는 스탯 포인트 격차가 대단히 커지니, 이는 엄청난 혜택이었다.

‘E등급이 이 정도라니…… 나중 가면 어떨지 상상도 되질 않는군.’

대기만성이라더니 벌써 큰 그릇이 되게 생겼다.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잠재성이었다.

하지만.

[D등급으로의 업그레이드 조건]

-행성에서 대기만성 기프트를 유일하게 소유하라. (현재 2인) -대기만성 기프트 소유자 중, 최초로 골드 플레이어에 올라서라.

* 둘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 한 사람의 대기만성 기프트가 D등급으로 올라설 시, 다른 사람의 대기만성 기프트는 자동적으로 사라집니다.

업그레이드 조건이 영 마음에 걸렸다.

“대기만성 기프트를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 줄은 몰랐어. 누굴까?”

윤세아는 업그레이드 조건을 보며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걸 본 성지한은 표정을 굳혔다.

‘진유화가 벌써부터 대기만성을 가지고 있었나?’

저번 생에서, 세계 랭킹 2위를 기록했던 중국의 랭커 진유화.

랭킹 오르는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1등인 배런이 순위가 언제 추월당할지 전전긍긍하곤 했다.

진유화에 대해서는 정보가 그리 많이 공개되지 않아서, 성지한도 그녀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았지만.

‘삼합회랑 연계되어 있다는 소문이 들렸었지.’

홍콩과 중화권에 널리 퍼진 범죄 조직, 삼합회.

진유화는 삼합회 고위 간부의 딸로, 조직에서 꽤 역할을 해 왔다는 이야기가 퍼졌었다.

물론 본인이 극구 부인하고, 중국 정부에서도 이런 풍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삼합회설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게선 이런저런 안 좋은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력은 별로였고.’

1등 배런처럼, 2등 진유화도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궁수인 그녀는 뻥튀기된 능력치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했지, 뛰어난 컨트롤로 적을 상대하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천마 왕린이 죽기 전까지는, 실질적으로 그를 자국 내 1등이라고 생각했다.

‘저번 생에서는, 세아가 죽으면서 저 조건을 쉽게 충족했겠어…….’

대기만성을 지닌 윤세아가 죽었으니,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켰겠지.

성지한은 생각하기 싫던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진유화가 한국에까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윤세아가 죽고 한 1년이 지난 이후부터였다.

-중국에서 나타난 초신성 ‘진유화’. 그녀가 지닌 기프트는 바로 대기만성!

그때까지만 해도 대기만성 하면 매국노의 딸 윤세아가 가진 희대의 쓰레기 기프트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갑자기 중국 플레이어가 대기만성으로 플래티넘에 올라서더니.

순식간에 다이아를 찍고 랭킹 순위를 미친 듯이 올려 대니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와 대기만성 알고 보니 좋은 기프트였네?

-윤세아 왜 자살한 거임? 졸라 아쉽겠다 ㅋㅋㅋㅋㅋ

-저승에서도 땅을 치고 후회할듯 ㅠㅠ-사람이 죽었는데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윗놈 지난 댓글 이력 보니 윤세아 원수처럼 까더만 ㅋㅋㅋ 갑자기 착한 척 어이없네.

그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이 든 성지한은, 그 이후부터 진유화 관련 기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회귀할 줄 알았으면, 좀 챙겨볼걸 그랬다.

‘이번엔 대기만성을 이쪽에서 가져가야지.’

배런급 발컨인 진유화보다, 윤세아가 가져가는 게 지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테니까.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윤세아에게 단언하듯 말했다.

“넌 나랑 계속 파티해야겠다.”

“삼촌 버스 계속 타는 거야?”

“어. 대기만성을 지닌 다른 상대보다, 더 빨리 골드 찍어야지. 한 판은 나랑 파티하고, 나머지 한 판은 네가 혼자 게임 돌리고. 다음 달에는 이렇게 가자.”

“알았어. 기프트를 빼앗길 순 없지!”

“10월 승급전에 참여하는 걸 목표로 삼자.”

“응!”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다졌다.

‘진유화가 지금 어느 단계인지 궁금하군.’

저번 생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진유화가 윤세아보다 레벨이 높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플레이어가 되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몇 년 후였으니까.

다만 변수가 있다면 이전에 윤세아와 진행했던 방송.

거기서 ‘대기만성’이라는 기프트가 쓸모 있다는 걸 밝혔으니, 만약 진유화가 이 방송을 봤으면 저번 생과는 달리 빠른 레벨 업에 나섰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브론즈면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실버라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레벨 업을 못하게 해야 하나.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다 흠칫했다.

이런 생각을 자기만 하는 건 아닐 터.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대비해야겠군.’

저번 생의 소문처럼, 만약 진유화가 삼합회랑 관련이 있다면.

혹시나 저쪽에서 위협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성지한은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어 윤세아에게 공허의 장막을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공허의 장막이라는 아이템이야.”

은신이 오래되면 공허에 파묻힌다는 조건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를 규명하기 전까진 윤세아에게 주지 않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저 기프트 특성을 생각하니, 위급할 때 쓸 수 있는 대피 수단을 하나 마련해 놓는 게 좋아 보였다.

“평소 게임할 때는 쓰지 말고. 현실에서 위험한 일이 있을 때만 써.”

“에이. 내가 현실에서 위험할 일이 있을까.”

“모르지. 대기만성을 지닌 다른 플레이어가 널 테러할 수도 있잖아.”

“아…… 그건 그러네.”

“그리고 한 달 동안은 밖에 웬만하면 나가지 말고. 몸조심하자. 쇼핑은 내가 할게.”

“외출 금지라니…… 그렇게까지?”

“한 달만 참자.”

윤세아는 삼촌이 심하게 과보호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 동안이니까.’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알았어. 삼촌.”

“좋아. 오늘부터다?”

“근데 그럼 소피아는 어떻게 해?”

“소피아가 왜 나와, 여기서?”

“나 집 비워 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

윤세아가 히죽 웃자, 성지한이 잘됐다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뭔 소리야. 아. 그래. 너도 밥 먹으러 같이 가자. 혼자는 못 두겠다.”

“엑. 데이트에 끼라고? 그건 좀…….”

“뭔 데이트야. 관심 없다니까?”

“그래도 밥은 사 주네.”

“한국까지 왔는데 그냥 보내면 좀 그렇잖아.”

연애 감정은 없지만, 예전 같은 길드 동료로서의 정은 있었으니까.

굳이 한국까지 찾아온 소녀를 바람맞히기도 그랬다.

“나 그냥 집에 혼자 있음 되는데…….”

“혼자 있을 때 테러범 오면 어떻게 하냐.”

“뭔 테러범이야 진짜. 거기에 내가 따라가면 소피아가 날 뭐라 생각하겠어.”

“됐고, 같이 먹자. 아니면 소피아한테 못 만난다고 해야지.”

성지한이 그렇게 나오자, 윤세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알았어…… 갈게. 이게 무슨 민폐냐.”

*   *   *

홍콩의 한 빌딩.

44층을 통으로 쓰는 천지天地 길드 사무실에서, 한 여자가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연한 화장에 앳된 얼굴.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눈에 띄게 키가 작고 왜소한 그녀는 성인 여성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어려 보였다.

“이 보고서. 사실이야?”

“네. 아가씨.”

보고서가 나타내고 있는 대상은, 바로 윤세아였다.

성지한의 키워 주기로, 10월에 골드 승급이 유력할 거라는 보고서 내용에 그녀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안 되겠네.”

“그렇다면…….”

“죽이자. 얘.”

“죽, 죽이자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천진난만한 청소년처럼 보이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입에 담았다.

“응. 난 10월까지 승급 못할 거 같거든.”

중국의 대기만성 기프트 소유자.

진유화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말 죽여야 하겠습니까? 상대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목이 집중될 텐데…….”

덩치가 산만 한,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오히려 죽이자는 말에 꺼려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럼 납치하자고? 그게 죽이는 거보다 더 어려울걸? 그냥 단번에, 기습해서 죽여 버려.”

“아…….”

“당장 착수해. 10월 25일 되기 전에, 죽여. 꼭.”

“알, 알겠습니다.”

“그럼 애들 데리고 가 봐.”

고개를 푹 숙인 후, 나가는 남자를 보며.

진유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쟤들만으로 될까?’

어째 태도가 자신 없어 보이는 게, 믿음이 가질 않았다.

쟤들한테만 암살을 맡기면 안 되겠어.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아빠아빠~!”

[응. 딸. 무슨 일이니?]

“저어, 부탁이 있어요!”

그녀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통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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