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2화>
어느덧 식사가 거의 끝나고 후식이 나올 때.
성지한은 기프트 ‘탐색’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를 해 보았다.
‘크리스토프를 내 사람으로 만들 수단은 지금 없다.’
육성을 지닌 이하연은 그래도 접점이 있었던 데다가, 제로의 특성을 이용해서 무조건 벌 수 있는 베팅을 알려 주면서 설득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 미국에서 톱 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토프에게는 제시할 만한 당근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크리스토프를 확보할 필요도 없다.’
크리스토프의 설득을 고민하던 성지한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하연의 육성은 ‘개인’인 성지한의 고속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지만.
크리스토프의 탐색은 던전을 소멸시키는 데 쓰이는, ‘국가’ 단위로 필요한 기프트가 아닌가.
‘물론 정보를 독점하고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든다면 이득이야 있겠지만…… 이 정보는 널리 퍼뜨리는 게 더 값어치가 있다.’
때문에, 성지한은 탐색에 관한 정보를 한 번에 풀어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타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게 되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었을 뿐더러.
최근 들어 이곳저곳에서 큰 소득이 있었기에, 이제 금전적으로 부족할 일은 없었으니까.
여기에,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었으니.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던전 현상을 종식시켜, 지구 전체의 플레이어 수준을 올리는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아리엘이 필요하겠지.’
탐색에 던전핵을 찾는 기능이 있다고 해설을 해 줄 존재로, 쉐도우 엘프인 아리엘이 딱이었다.
“나 화장실 좀.”
마침 윤세아가 자리를 나서려 하자, 성지한은 아리엘을 소환했다.
“아리엘이랑 같이 가.”
“어…… 왜?”
“위험할 수 있잖아.”
“아니, 식당 안 화장실이 뭐가 위험하다고?”
“그래. 주인. 취급이 너무하군.”
“그냥 갔다 와. 아리엘이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준대.”
“……뭐라? 내가? 무슨 이야기를?”
성지한은 영문을 몰라 하는 아리엘을 억지로 보냈다.
‘10월까지는 무조건 과보호 모드로 간다.’
그 모습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소피아가 부럽다는 듯 윤세아의 뒤를 쳐다보며 말했다.
“세아는 참 부럽네요.”
“왜요?”
“지한의 온 관심을 끌고 있잖아요.”
“조카니까요.”
“저도 큰오빠네에 조카가 있는데, 애가 귀엽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라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결과를 낳는 법.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성지한은 더욱 더 철저해져야 했다.
“바로 그거예요! 지한한테 그런 관심을 받아 보고 싶다고요!”
“이 정도면 상당히 신경 쓰는 편입니다만…….”
“부족한데요?!”
성지한의 해명에도 소피아는 전혀 만족하지 않은 눈치였다.
“지한. 제가 대기 길드에 정식으로 들어가면 어떨까요?”
“괜찮습니다. AF 소속으로 임대료 내고 있으세요.”
“왜요, 왜요! 서포터 필요 없어요? 저 나름 능력자예요!”
당연히, 소피아가 능력자 중의 능력자라는 건 성지한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버프 3배 효율이라는 주는 심플하고도 강력한 효과때문에, 저번 생에서도 모든 서포터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서포터 자리를 차지한 인재였으니까.
일반 길드라면 넙죽 절하면서 모셔 가야 할 사람이었지만.
“육성형 길드라서 서포터는 딱히…… 길드 키울 생각도 없고요.”
성지한은 심드렁했다.
길드를 키울 생각이 없다는 답변은 것은 대외적인 이유이고.
실은 미국이 놔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배틀넷 플레이어를 가장 민감하게 챙기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성지한의 대기 길드가 미국으로 아예 이전하면 모르되, 그전에는 절대로 소피아가 한국 가도록 놔두질 않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그때, 윤세아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세아…… 나, 지한한테 길드 가입 거절당했어.”
“엑? 삼촌! 소피아를 왜 거절해?”
“어른의 사정이 있다.”
“나도 어른이거든? 생일 지났잖아.”
윤세아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자, 그녀의 뒤를 따라오던 아리엘이 싱겁다는 듯 말했다.
“별 이상은 없었다.”
“그래, 삼촌. 여기서 무슨 이상이 있겠어.”
“주인. 그래서 내가 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게 뭐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야 할 당사자의 물음에 성지한이 가볍게 답했다.
“탐색 기프트 말이야.”
“탐색? 그게 왜.”
“그거, 배틀튜브에 공개하려고.”
“그게 뭐라고 공개까지 하나?”
아리엘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소피아가 놀라 소리쳤다.
“지, 지한! 설마 제 오빠가 탐색 기프트를 가지고 있다고 알리게요?”
“아뇨. 그 비밀은 당연히 지켜야죠.”
“어, 그럼요……? 탐색 기프트에 뭐 특별한 게 있나요?”
소피아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성지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소피아도 출연하면 어그로가 좀 더 끌리겠군.
“궁금하면, 같이 찍을래요? 배틀튜브.”
* * *
대기 길드 사무실의 어느 한곳.
조명과 카메라를 비롯한 방송 세팅이 되어 있는 스튜에서, 성지한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방송은 게스트를 모시고 방송을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성지한의 채널은 벌써 구독자 3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거대 채널로 성장해 있었다.
게다가 최근 활약한 TOP 100 경기를 통해 잔뜩 관심을 끌었던 덕인지, 갑작스러운 방송에도 시청자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기습 라방인데도 시청자 숫자 뭐임ㄷㄷㄷ;
-지한이횽 채널 진짜 커졌네. 예전의 하꼬채널 맞나ㅋㅋ-하꼬인 적이 얼마나 됐다고 ㅋㅋㅋㅋ 두 달만에 초고속 성장하는 거 못 봄?
-게다가 요즘 폼이 더 미쳤지ㅎㅎ 하루가 다르게 쭉쭉 오름-근데 갑자기 웬 게스트?
시청자들의 의문에, 성지한이 한쪽을 향해 손짓해 보였다.
그러자.
“안녕하세요~!”
-헐. 소피아?
-진짜 왔네 ㅋㅋㅋㅋ
-와... 여신강림 ㅠㅠㅠㅠㅠㅠㅠ
-성지한 채널에 은근 미녀 많이 나온다니까.
-ㅇㅇ 시즈루가 최고였지
-걔는 제외해야지. 매혹 썼잖아;
-그럼 시즈루 제외하고 나중에 인기투표해요!
“뭔 투표예요. 그런 거 안 합니다.”
성지한은 시청자들의 건의를 단번에 일축하며 소피아와 가볍게 대담을 나누었다.
“소피아. 한국에 어떤 일로 오셨죠?”
“당연히 지한 보러 왔죠! 코리안 푸드 맛있었어요!”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후식은 맛을 느끼지 못했어요. 차였거든요!”
-ㅎㄷㄷ 소피아를 차다니...
-아니 오늘 와서 오늘 고백하고 오늘 차인 거임? ㅋㅋㅋㅋ 뭐 이리 빨라?
-차였다니 다행입니다ㅎㅎㅎㅎ
“차긴 뭘 차요? 사람 모함하네.”
“길드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찬 거지.”
“그걸 찼다고 이야기하면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겠어요?”
“저, 그럼 좋아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도 돼요?”
그렇게 말한 소피아는 성지한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댔다.
어째 저번 생보다 더 저돌적이란 말이지.
“……아뇨. 괜찮아요.”
“것 봐요!”
성지한이 단칼에 거절하자, 소피아는 카메라를 보며 억울하다는 듯 호소했다.
-하.... 배틀넷 실시간 번역 시스템이 이렇게 마음에 안 든 적은 없었다...
-죽창... 죽창이 마렵다!!!!!!!
-염장 지르려고 방송 틀었나요?
-크리스토프. 보고 있나?
-보고 있습니다. 소피도 성인인데 지 인생 알아서 하겠죠.. 왜 방송에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크리스토픈가??
-헐 찐스토프 맞는 듯 ㄷㄷ
‘이거, 소피아랑 더 이야기하다가는 페이스가 말려 버리겠군.’
성지한은 방송이 변질되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자자.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오늘 이야기할 건…… 제 소환수 아시죠?”
성지한이 손짓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아리엘이 그에게 다가왔다.
“튜토리얼의 금제가 조금 풀렸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탐색 기프트가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였나요?”
“그게 던전 현상을 없앨 수 있으면 재밌어지죠.”
“네? 탐색이 던전을 없앨 수 있다고요?”
방송 전까지 탐색 기프트의 진정한 능력에 대해서 몰랐던 소피아는 화들짝 놀랐고.
-탐색? 그런 기프트도 있나?
-그거랑 던전이랑 뭔 상관임?
-던전을 어떻게 없애? 한 번 생기면 땡 아니었나?
시청자들도 갑자기 성지한이 폭탄을 터뜨리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아리엘이 담담하게 부연 설명을 해 줬다.
“플레이어는 서포팅 기프트인 ‘탐색’을 통해 던전 안에 있는 던전 핵을 찾을 수 있다. 던전의 난이도에 따라 탐색의 필요 등급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 난이도가 낮은 던전이면 탐색 C급 이상이면 던전 핵을 찾을 수 있겠군.”
“그렇게 하면 정말 던전이 사라지는 거지?”
“그래. 리그 순위가 낮으면 다시 생기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텀이 생기지.”
“아니. 진짜 없어져요? 탐색으로? 던전이?”
-와. 던전이란 게 없앨 수 있는 거였어? 안에 있는 몬스터 깡그리 전멸시켜도 포탈은 안 없어졌잖아.
-이런 방법이 있었으면, 북한도 안 멸망했겠는데...
-그럼 이제 북진 통일 가능한가요?
-거긴 그래도 던전 포탈이 너무 많아서 안 될 듯 ㄷㄷ-이거 진짜 검증해 봐야겠는데? 근데 탐색 기프트 가진 사람 본 적 있음?
-내 친구 중에 탐색 기프트 받고 사설탐정 하는 애 있는데 알려 줘야겠다 ㄷㄷ 걔 C급이라고 들었는데
아리엘이 탐색으로 던전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자, 채팅창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위 10퍼센트의 나라에서 생기는 던전 포탈.
그것 때문에 망한 나라는 적지 않았다.
가까이에는 바로 위쪽 북한이 있었고, 아프리카 대륙에도 꽤 여러 곳이 던전 포탈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갔다.
지금이야 하위 10퍼센트라 이 정도지.
이게 나중에 20, 30퍼센트로 올라가면 세상이 어떻게 될지 예측이 되질 않았는데.
-이거 진짜면 엄청난 정보 아닌가?
-탐색 기프트 받은 애들 로또 맞았네 ㄷㄷ
-이 정보는 따로 팔아도 되었을 거 같은데...
-ㄹㅇ 왜 이걸 그냥 풀어요? 비싸게 팔아야죠!
“확실하게 교차 검증된 정보도 아니고. 던전과 관련해서는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할 문제니까요. 따로 정보의 대가를 요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성지한은 세상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러니 세계 배틀넷 연맹에서 이 정보에 대해 검증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이런 좋은 정보 없을까, 아리엘?”
“으음…….”
아리엘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그럼 이건 어떤가? ---------.”
무언가를 말했지만, 삐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성지한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아…… 다시 금제에 걸렸나 보군요.”
“어. 그래요? 아쉽다!”
아리엘이 발하는 음성 필터링이 워낙 절묘해서일까.
모두가 이게 시스템의 제한인 줄 알았지, 쉐도우 엘프가 잔재주를 부린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은 이 정도만 풀자.’
아직 너무 많은 지식을 풀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 핑계를 대면서, 정보를 적절히 통제해야지.
그 후 성지한은 적당히 소피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방송을 종료했다.
“에이. 벌써 끝인가요?”
“너무 길게 해도 안 좋죠. 자. 데려다줄게요. 숙소 아까 그 호텔로 잡았다 했죠?”
“네. 내일도 놀아요!”
“내일은 표창장 수여식이라 힘들 거 같네요.”
“칫…….”
소피아의 제안을 가볍게 커트한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말했다.
“세아야. 같이 데려다주러 가자.”
“응. 삼촌.”
그렇게 일행이 소드 팰리스 바로 옆 호텔에 소피아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주인. 아까는 확실치 않아 이야기하지 않았다만. 좀 전 식당 화장실에서 보았던 여자가…….]
성지한의 팔에 다시 들어가 있던 아리엘이.
[멀리서, 은밀히 우리를 미행하고 있다.]
그에게 미행이 붙었다고 말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