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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115화 (11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5화>

삑. 삐삑.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둘은 집 안에 들어섰다.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둘을 감쌌다.

“기프트 등급이 오른 건, 아까 행사장에서 삼촌이 한참 표창장을 받고 있을 때였어.”

윤세아는 성지한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래?”

“응. 그리고 내 곁을 지켜 주던 아리엘이 없었던 때기도 하고. 그리고…… 행사장에서 중국인 여자가 죽은 때이기도 해.”

성지한은 고개를 돌려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겨우 그 정도의 단서밖에 없는데도, 무언가 감이라도 왔던 것일까.

그녀의 태도에는 묘하게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굳이 숨길 필요 없겠지.’

몰랐으면 모를까.

알아챈 이상, 성지한은 굳이 이를 부인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래. 내가 했어.”

“……정말?”

“중국 대사관의 사람들 중에, 널 미행한 자가 있었으니까.”

“……어제의, 그 사람?”

성지한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품속에 대 각성자용 총을 지닌 걸 확인했고. 난 일이 벌어지기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을 뿐이야. 다만 네 대기만성의 등급이 오를 줄은 몰랐어.”

진유화를 미리 알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성지한은 그렇게 조금 전의 사정을 설명했다.

윤세아는 그 이야기를 듣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죽였구나.”

“맞아.”

윤세아는 성지한의 긍정에,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삼촌은 괜찮아?”

“뭐가?”

“사람을 죽였잖아.”

“난 괜찮아.”

성지한은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회귀 전의 세계는 지옥이나 다름없어서, 그도 사람을 적잖이 죽여 봤었으니까.

살인을 했다는 것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기에는, 그간 걸어 왔던 길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고한 이를 죽인 것도 아니고, 조카를 죽이려고 한 이를 선제적으로 제압한 것이 아닌가.

다행이면 다행이었지, 마음에 죄책감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윤세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지, 어두운 얼굴로 성지한에게 안겨 왔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하니?”

“나 때문에 삼촌 손에 피가 묻었잖아…….”

근래에 완전히 달라지기는 했지만.

윤세아가 아는 성지한은, 사람을 죽여 보기는커녕 폭력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았던 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되다니.

윤세아는 이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성지한을 볼 면목이 없었다.

‘난 정말 괜찮은데도 자책하고 있구나.’

성지한은 고개를 푹 숙인 윤세아를 보며 그리 생각했다.

회귀하고 이제 완전히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도덕 규범에 있어서는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그때.

스으으윽.

성지한의 왼팔에서, 아리엘이 튀어나왔다.

“주인은 명령만 했지, 피는 내 손에 묻었다만.”

“아. 아리엘한테도 미안해. 나 때문에…….”

“겨우 인간 하나 잡은 거 가지고, 궁상 떨지 마라. 어차피 배틀넷에서 사람 잡아 대지 않나.”

“그건 게임이잖아.”

“글쎄. 그게 언제까지 그럴까?”

아리엘은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다.

“튜토리얼은 이제 곧 끝난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고 나면,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게 되지.”

“……그럼 어떻게 되는데?”

“게임 자체는 지금과 비슷하게 돌아간다. 다만, 플레이어는 GP가 없으면 죽게 되지.”

“죽어…… 실제로?”

윤세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배틀넷에서 사람이 죽는다니.

상상조차 하질 못했다.

“그래. 네가 게임 내에서 죽이는 플레이어들…… 그들이 3개월 후, 튜토리얼이 종료한 뒤에는. 실제로 전사할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GP가 부족하면 말이야.”

“실제로 죽다니…… 그럼. 안 죽으려면 GP가 많이 들어?”

“처음엔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이스 리그에서의 순위에 따라 부활에 내야 할 비용이 오르고 내리지.”

“GP가 완전히 목숨줄이네…… 그런데, 그거 어차피 달러로 환전하면 되잖아. 1GP가 1달러니까.”

“튜토리얼 끝나면 그것도 변동된다. 지금 버는 대로 바꿔 두는 게 좋을 거야.”

“GP 시세도 변동이 되는 거야? 환율처럼?”

“환율? 그런 것보다 변동 폭이 훨씬 클 거다.”

“와…….”

성지한은 둘의 대화를 묵묵히 들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스페이스 리그 순위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던전이 많이 생기고 아니고의 문제에만 연관되어 있지 않았다.

GP의 환전 비율은 폭등해서, 나중에는 10달러, 50달러로도 1GP를 구하기 힘들었고.

게임에서 전사 시의 부활 비용은 훌쩍 올랐다.

‘그렇게, 배틀넷에서 많이들 죽었지.’

그렇다고 플레이어들이 죽음이 두려워서, 배틀넷을 안 할 수는 없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율적인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지금이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은 배틀넷이었지만.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배틀넷은 이름에 걸맞은 세계가 되지.’

성지한이 예전의 지옥을 잠시 떠올릴 동안.

아리엘은 윤세아에게 나직이 충고했다.

“튜토리얼 때라면 모를까. 나중에는 나약한 마음으로는 배틀넷에서 생존할 수 없다. 그만두려면 차라리 지금 그만두어라. 그게 편한 길이다.”

“……그만둘 생각은 없어.”

“그럼 그런 표정 짓지 말고 기뻐해라. 네 적이 죽어, 기프트가 성장했잖느냐.”

그녀는 그러며 성지한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인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괴물이니까.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다. 마음껏 이용해 먹어라.”

“삼촌이 무슨 괴물이야!”

“나는 주인의 검으로서, 그의 손속에서 많은 걸 느낀다. 그는 네가 그렇게 걱정해 줄 만한 사람이 아니야.”

그래도 나름 검이라고, 주인 파악을 좀 했나.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세아야. 아리엘 말이 맞아.”

“……그래도.”

“나한테 정 미안하면,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가도록 해. 쟤 말대로 날 실컷 이용해서라도 말이야.”

“2위?”

“응. 1위는 어차피 내가 될 거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는 1등으로 놓는 성지한.

윤세아는 그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 서서히 표정을 풀었다.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은 여전히 가득했지만.

저렇게 태연하게 있는 성지한 앞에서, 궁상맞게 움츠러들어 있는 건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삼촌. 아냐. 내가 대신 1위 할게. 그래서 그간 삼촌한테 받은 은혜, 열 배로 갚아 주고 효도할 거야.”

“……효도? 야. 뭔 효도야. 누가 들으면 나이 차이 20살은 나는 줄 알겠다.”

“히. 그만큼 내가 삼촌을 존경하는 집안 어른으로 생각하는 거지.”

성지한은 표정을 푼 윤세아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를 뛰어넘을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면, 기프트 효과가 꽤 좋나 봐? 업그레이드 효과는 어때?”

“아. 그거? 봐 봐.”

그렇게 윤세아는 자신의 기프트를 보여 주었다.

*   *   *

[기프트 - 대기만성 (등급 D - 업그레이드 조건 불충족)]

-기본 배틀넷 시스템을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합니다.

-F등급 효과 : 1일 게임 참여 횟수 1회 증가

-스테이터스 자연 성장률 100퍼센트 증가

-E등급 효과 : 추가 스탯 +1 효과가 +2로 변경

-D등급 효과 : 리그에서 승급할 때마다, 기존에 지닌 스탯의 등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기프트를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기만성 D등급의 효과는 스탯의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는 건가.

‘진짜 사기적인 효과군.’ 어떻게 이런 효과를 지닌 기프트가 D등급이란 말인가.

같은 등급인 민첩 D 같은 건, 민첩 능력치를 10 올려 주는 것에 불과한데.

이런 기프트를 지니고 있으니, 진유화가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갔지.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물었다.

“스탯 등급 오른 거 있어? 아니면 이제부터 승급할 때 오르는 건가?”

“아. 브론즈에서 실버 승급한 게 소급 적용돼서, 스탯 하나가 변경됐어.”

“뭘로?”

“‘민첩’이 ‘정밀’로 바뀌었는데. 효과는 모르겠네.”

“정밀이면…… 민첩의 상위 호환. 엘프 궁수들이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스탯이지. 아처 클래스에게는 최적의 능력이다.”

옆에서 이를 듣던 아리엘은 정밀에 대해서 아는 바를 알려 주었다.

“정밀은 민첩의 효과에 더해서, 투사체의 명중률을 보정하고 사거리를 늘려 준다. 활을 다루어 보면 뭔가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아. 그래? 아리엘은 정말 모르는 게 없네.”

“나도 예전에는 정밀을 다룬 적이 있었으니까. 한때는 나름 명사수였다.”

“진짜?!”

그 말에 윤세아는 아리엘을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아리엘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왜 그렇게 보지?”

“나 활 좀 가르쳐 줘! 엘프의 궁술!”

“엘프 아니다. 쉐도우 엘프다.”

“어쨌든! 명사수의 궁술!”

“으음…… 인간종과 우리는 감각이 많이 다른데.”

쉐도우 엘프와 인간.

두 종의 차이가 워낙 크기에, 아리엘은 어차피 가르쳐 봤자 안 될 거라며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지만.

“한번 가르쳐 줘. 어차피 현실에서 소환되어 있을 동안 따로 할 일이 없었잖아?”

“……뭐, 알았다. 종의 차이로 절망해도 상관없다면 가르쳐 주지.”

성지한이 그리 권유하자, 선선히 활을 가르쳐 주겠다고 승낙했다.

“좋았어!”

“세아야. 근데, 이번 업그레이드 조건은 어떻게 돼?”

“C급? 이번엔 저번보단 조건이 나은 것 같아.”

그러며 윤세아는 C등급 업그레이드 조건을 보여 주었다.

[C등급으로의 업그레이드 조건]

-TOP 100 승급전에서 우승

-승률 60퍼센트 이상을 유지한 채, 게임을 500회 이상 플레이하라.

* 둘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TOP 100 우승은 힘들 것 같고.’ TOP 100에서 두 번 우승한 경력이 있는 성지한은, 조건을 보며 바로 그렇게 생각했다.

대기만성이 D급으로 올라서며 여러 좋은 효과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태생적으로 뛰어난 SSS급이나 SS급 기프트에 비하면 당장의 능력은 아직 흠결이 있었다.

때문에, 성지한의 시선은 자연스레 후자의 조건에 맞춰졌다.

‘이것도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다 보면 달성할 정도의 난이도군. 게임 500회면…….’

하루에 두 판이 가능한 윤세아는 250일이 걸릴 테니, 이번 C급 업그레이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음, 세아야. 이번 조건을 할 땐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자.”

“천천히? 나 앞에 걸로 승급할 건데?”

“……TOP 100은 쉽지 않아. 참전도 아니고, 우승 조건이잖아.”

“아냐, 아냐. 나,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 자신감이 생겼어. 나중에 TOP 100 진출하면, 삼촌처럼 나한테 셀프로 전 재산 걸 수 있을 정도야.”

“세아야…… 그건 나만 가능한 거야.”

“나도 가능할 것 같아!”

어디서 이런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생긴 거지?

옆에서 너무 승승장구하는 것만 보여 주었나.

성지한은 자기가 윤세아에게 안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았다.

“그때 되면 삼촌도 나한테 걸어~ 삼촌 건 이제 배당 잘 안 나올 텐데, 내 건 일확천금 보장할 걸?”

“……뭐, 그때 봐서.”

그는 조카의 눈을 슬쩍 피하며, 적당히 대답해 줬다.

아무리 조카가 소중하다고 해도, 베팅의 영역은 전혀 다른 이야기.

날릴 게 뻔한 데 돈을 버리는 취미는 없었다.

“아. 너무하네~! 날 믿지 못하는구나! 한 푼도 안 걸 기세야. 삼촌.”

“미안하지만, 베팅에서의 나는 철저히 능력우선주의라서 말이지.”

“아리엘! 쉐도우 엘프족의 궁술이 이렇게 폄하당하고 있어!”

“……너, 배운 것도 없잖느냐.”

“자. 가자. 가자. 빨리 가르쳐 줘!”

윤세아는 아리엘의 손을 붙잡고, 집 안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진짜 1등할 생각인가?’

실현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그래도 보여지는 의욕은 기특하기 그지없네.

성지한은 살짝 웃으며, 윤세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   *   *

10월 1일.

성지한이 골드 리그에 올라와서 시작된 첫 게임은.

[디펜스 게임, ‘하나의 다리’에 배정됩니다.]

일정 시점 이후에는 진행이 막혔던, 하나의 다리 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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