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8화>
성지한과 호조의 전투.
승부의 추는 누가 봐도, 봉황대 대주 호조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성지한이 물론 지금껏 미친 퍼포먼스를 내보였다고 하지만, 이제 갓 골드에 올라온 플레이어.
그에 반해 호조는 다이아리그에서도 쓰이는 맵인 ‘하나의 다리’에서 강력한 중간 보스로 군림하는 적이었다.
디펜스 맵의 공략법에서도, 호조의 상대는 그냥 비장에게 맡기라는 게 정석이었으니까.
둘의 격돌이 시작되었을 때.
-어... 지한 님이 이길 수 있을까요?
-호조 상대로 이길 생각을 어케 함 ㅋㅋㅋㅋ 그래도 조금만 버티다 보면 비장이 도와주겠지.
-ㅇㅇ 아까 보니 성지한에게 급 호의적으로 변하더라.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듯 -구해 주러 오기 전에, 호조한테 안 죽기만 하면 돼요~~^^7-그게 어려울 거 같은데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둘의 전투에 당연히 비장이 개입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건.
호조와 맞서 싸우러 간 성지한마저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이미 인정은 받았으니.’
원래는 비장의 인정을 받기 위해, 호조랑 맞붙으려던 성지한이었지만.
어째 싸우기도 전에 운뢰를 잘 흡수해서, 인정을 이미 받아 버렸다.
그래서 사실 굳이 호조와 싸울 필요가 없기는 했지만, 그가 봉황을 보고 눈이 뒤집어져서 덤벼드는 바람에 전투가 벌어진 상황.
성지한은 호조와 싸우기 전, 생각을 정리했다.
‘적당히 상대해 주다가, 비장이 도와주러 오면 협공해서 물리쳐야겠어.’
봉황기 덕에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는 비장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모두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이. 이익…… 이 뇌격은…… 대체……!”
지지지직!
봉황기에서 뻗어 나오는 벽력섬뢰에, 호조가 얼른 대도를 움직여 막았다.
하나 벽력섬뢰의 본류는 막았지만, 대도에 흐르는 전류는 호조의 손으로 뻗어 나가 그의 손과 팔을 시커멓게 태워 버렸다.
“왜…… 왜 이렇게 강한 거지!?”
피부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 안에 담긴 피와 살점, 뼈까지 해체되어 간다.
거인족이 지닌 초재생 능력 덕분에, 사라지려던 두 팔과 손은 바로 재생되었지만.
호조는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거인족의 육신은 이렇게 약하지 않다.
저 뇌전에 직격한 것도 아닐진대, 잔여 전류 따위로 팔이 이 꼴이 되다니.
“글쎄다.”
성지한은 자기도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창끝을 그에게 겨누었다.
번쩍!
새하얀 전류가 호조에게 또다시 뻗어 나오자.
“큭……!”
그는 이를 다급히 막기에 바빴다.
형편없이 밀리는 호조에 비해, 점점 더 강해지는 성지한의 벽력섬뢰.
‘천뢰신결을 쓰는 게 너무나 수월하군.’
레어 스탯 뇌인이 추가된 데다가, 운뢰가 봉황기와 합쳐서 그런지.
무명신공 상승무류인 벽력섬뢰를 기본무공 사용하듯이 마구 쓸 수 있었다.
이쯤이면 탐색은 끝난 상황.
‘어디 제대로 날뛰어 볼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성지한은 벽력섬뢰를 연속으로 시전했다.
콰르르르-!
“으윽!”
호조의 대도가 뇌전을 막기 위해, 현란하게 춤을 췄지만.
성지한이 작정하고 발포한 벽력섬뢰를 모두 막아 낼 수는 없었다.
그의 온몸에 벽력섬뢰가 직격하고.
화르르르-!
맞은 부위에서, 순식간에 새하얀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타오르던 살갗은 가루가 되어 소멸하고.
거인의 몸은 순식간에 가닥가닥 끊어져, 땅에 툭 떨어졌다.
“이건…… 납득할 수가…….”
스으으으-
초재생 능력이 발휘되며, 다시 사지를 되찾은 호조였지만.
그는 이미 전의를 반쯤 잃은 상태였다.
저 번개 한 방만 맞아도 어디 한 군데가 날아가 버리는데, 어떻게 전투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
성지한은 주춤하며 달려들지 못하는 호조를 보더니, 한마디 말했다.
“너, 언데드였냐?”
“뭣……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천뢰에 이렇게 형편없이 약한 걸 보니 언데드 같은데.”
언데드와는 극상성인 천뢰신결.
여기에 구름창 운뢰와, 마찬가지로 언데드에 강력한 봉황의 백염까지 더해지니.
성지한이 뿜어내는 벽력섬뢰는 대 언데드 한정 최종 병기나 다름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언데드 같지는 않지만…….’
겉모습은 비장이랑 똑같이 생긴 거인족.
언데드 특유의 죽음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고.
재생할 때 보면 피와 살도 제대로 생기 있는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벽력섬뢰에 터무니없이 약한 것 빼고는, 언데드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호조는 성지한의 추측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내가 언데드라니!”
“뭐, 죽어 보면 알겠지.”
무명신공無名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뇌신雷身
피지지직……!
성지한의 육신이 서서히 투명해지며, 몸에 백색 뇌전이 피어오른다.
뇌기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뇌신.
하나 평소 사용했을 때와는, 나타나는 모습이 조금 달랐다.
‘굳이 정석대로 갈 필요는 없지.’
뇌신에 굳이 천뢰의 기운만 합일할 필요는 없다.
봉황기의 백염까지 완전히 흡수하여 합치면 언데드에게 더 효과가 좋겠지.
투명해진 성지한의 몸에, 새하얀 불길마저 피어오르자.
“크흠……!”
호조는 몸을 살짝 떨었다.
저 힘이, 자신과 천적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휭! 휭!
그는 그 감각을 부정하듯, 성지한을 향해 거칠게 도를 휘둘렀다.
몇 번이고 몸이 사라졌다가 재생되었다지만, 여전히 강력하기만 한 거인의 도격.
호조의 대도가 재빠르게 성지한의 머리에 닿았다.
“이, 이런!”
뒤편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비장이 얼른 나서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
금방이라도 호조의 대도에, 성지한의 머리가 반으로 갈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크으윽!”
대도는 성지한의 이마에서, 더 나아가질 못했다.
지지직……!
“크으윽!”
뇌신 상태인 그에게서 방출되는 전류를, 조금도 이겨 내지 못한 것이다.
성지한에게 접근하면 할수록, 전신이 타오르는 호조.
“말도…… 안 돼……!”
대도를 통해 전도되는 전류에, 그는 너무나도 취약했다.
팔이 사라졌다 재생하기를 반복하면서, 금방이라도 대도를 놓칠 것 같은 거인.
그때.
콰르르르르!
뒤에서 비장이 황급히 던진 운뢰의 벼락이 호조를 강타했다.
파지직-!
똑같이 뇌전 속성의 무기이건만, 비장의 운뢰는 성지한의 것처럼 호조를 손쉽게 뚫지 못했다.
오히려 호조의 갑옷에 운뢰의 뇌전이 흡수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사그라졌다
“이래야 하는데…… 어찌!”
그걸 본 호조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구름창의 주인인 비장이 던진 벼락은 갑옷으로 막았는데.
이 인간한테는 왜 이렇게 속수무책인 것인가?
“신기하다. 그치?”
푹!
봉황기가, 호조의 몸을 단번에 꿰뚫었다.
조금 전, 비장의 공격과는 달리.
백색의 창은 그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고, 거인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왜 나한테만 약할까?”
호조는 성지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화르르륵……!
심장이 꿰뚫린 그는, 전신이 금방 타오르며 가루가 되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호조가 완전히 죽었다는 것을 알리듯.
[특수 업적, ‘호조를 제압하라.’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1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특수 업적, ‘호조를 홀로 제압하라.’를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업적 달성 메시지가 떠오르며, 주인을 잃은 호조의 대도와 갑옷만이 구름다리 위에 툭 떨어졌다.
“…….”
그리고 성지한을 급히 도와주러 오던 비장은, 그걸 보며 말문을 잃었다.
* * *
“호조가…… 죽었어?”
비장은 현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봉황대 대주 호조.
그의 강함은 같은 거인족인 비장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풍 제국의 5대 맹장 중 한 명인 그는.
저렇게 성지한에게 무력하게 쓰러질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호조 왜 저렇게 금방 죽어?
-쟤가 원래 이 맵 최종 보스보다 어렵지 않았음?
-ㅇㅇ; 데미지도 센 게 재생력도 미쳐서 그냥 비장한테 맡기는 게 국룰이잖아.
그리고 성지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다.
디펜스 맵, ‘하나의 다리’에서 나오는 호조는 비록 위치는 중간 보스 격이긴 했지만.
워낙 패턴이 까다롭고 초재생 능력이 미친 수준이라, 플레이어 입장에선 최종 보스보다 까다로웠다.
그래서 호조는 그냥 비장이랑 싸우게 놔두고.
플레이어들은 전력을 온전하게 보존해서, 최종 보스를 상대할 때까지 전력을 조금이라도 보존하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
근데.
그 강력한 존재가.
성지한의 창에, 너무 쉽게 허물어졌다.
-와... 호조 진짜 언데드였나? 그럼 신성력에 약한 거네?
-아니, 안 그럴걸? 예전에 실험한 거 보니까 신성 마법이랑 원소 마법에 둘 다 저항력 쩔던데.
-ㅇㅇ 아까 비장이 던진 번개는 잘만 버텼잖아.
성지한의 게임이 원래도 안 그렇겠냐마는.
이번에 호조를 제압한 건, 평소보다도 더 이해할 수가 없는 결과였다.
왜 성지한에게만 호조와 완벽한 상성 관계를 보인 거지?
“자네…… 대체 어떻게 한 건가?”
“글쎄요. 추측해 보자면, 호조는 봉황의 불길에 약한 것 같았습니다. 운뢰와 합쳐진 봉황기에 힘을 못 쓰더군요.”
“봉황대 대주가 봉황의 힘에 약하다…… 특이하구만.”
자기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성지한은, 변수로 봉황기를 생각했다.
백염과 천뢰신결, 운뢰.
언데드와는 극상성인 것들이 한데 모여 융합하니, 그 효과가 대단하기는 했지만.
호조처럼 강한 상대가, 약점이라도 찔린 양 사라지는 건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웠으니까.
“신수를 확보하라!”
한편 대주를 잃은 봉황대는.
호조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하늘 위에 떠 있는 봉황을 노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돌격하라!”
두두두두……!
구름다리 건너편에서, 오와 열을 정연하게 맞추어 돌진해 오는 기병대.
하나 비장은 그 걸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호조가 없는데 무슨 만용이지?”
뚜벅. 뚜벅.
그러며 성지한의 앞으로 걸어가는 비장.
“자네는 좀 쉬고 있게.”
그는 창을 든 채, 홀로 봉황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평소처럼 게임이 진행된다면, 호조랑 싸우느라 진이 빠졌어야 할 비장.
하지만 호조가 성지한에 의해 너무 쉽게 제압당한 덕에, 그는 아주 팔팔했다.
펑! 펑!
비장이 거대해진 운뢰를 방망이처럼 휘두르자, 창기병 부대가 순식간에 와해됐다.
봉황대의 숫자는 수백이나 됐지만, 다리라는 특수한 지형과 거인 비장의 막강한 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잘 싸우네.’
비장의 말처럼, 저들의 돌진은 거인 앞에서는 만용에 불과했다.
비장의 손에서, 작은 전봇대만 한 운뢰가 휭휭 움직일 때마다.
“으아아악……!”
봉황대는 그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다리 밖 절벽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 힘의 차이가 난다면, 돌격을 포기할 만도 하건만.
“신수를 확보하라!”
흑색창기병은 모두 정신이 나간 듯, 신수만을 부르짖으며 계속 부나방처럼 돌격하기만 했다.
“이놈들이 미쳤나?”
쾅! 쾅!
비장이 사정없이 창기병을 날려 버려도.
어떻게든 빈틈을 파고들어, 성지한에게 접근하는 흑색창기병.
하지만.
기껏 가까이 와 봤자 소용없었다.
“왔니?”
저들의 수준이라고 해 봤자, 호조에 비하면 형편없이 약했으니.
치이이익-!
그들은 모두 봉황기에 가볍게 꿰뚫려,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치이이익-!
‘이놈들도 호조랑 비슷하게 소멸하는군…….’
봉황 이름을 쓰는 애들이, 어째 봉황의 불길에 제일 약하다.
왜 저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경험치라고 생각하며, 흑색창기병을 모조리 없애 버리고 있을 때.
“자, 잠시만요!”
그에게 무작정 다가오던 창기병 중 한 명이.
갑자기 제정신을 차린 듯.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말했다.
“이, 이럴 수가…… 살려 주세요! 다 말하겠습니다!”
‘드디어 떴군.’ 2차 웨이브, 흑색창기병의 돌진이 끝나 갈 때쯤 발생하는 이벤트.
‘정신을 차린 흑색창기병’.
이건 마지막 보스전이 일어나기 전에,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였다.
그의 실토로 이번 맵 마지막 보스의 약점이 드러났으니까.
이 정보를 통해, 보스의 약점을 노리며 다리를 방어하는 게 최종 전투였다.
‘이거…… 생각보다 쉽게 깨겠는데?’
성지한은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