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119화 (11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119화>

“돌아가신 황제께서, 어느 날 갑자기 부활하셨습니다…….”

창기병이 말해 준 이야기는 예전에 이 맵을 깬 성지한도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였다.

1년 전에 사망했던 풍 제국의 선대 황제가 갑자기 부활해서, 아들에게 물려준 황위를 다시 되돌려받고는 운 제국에 대대적인 침공을 가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렇게 부활한 황제가 운 제국을 공격하면서 얻고자 했던 목표는, 다름 아닌 ‘신수’였다.

“황제께서는 자신을 부활시킨 불사조에게 바칠 신수를 찾겠다 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수 하면 운 제국 아닙니까? 그래서 황제께서는 불가침 조약을 깨고 대대적인 침공 준비를 하셨지요.”

“……그리고 신수 중 특히 주작과 봉황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확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봉황대 전체에 암시가 걸려 있었는데, 저는 운 좋게 풀려났나 봅니다…… 봉황을 보았을 때는 저도 눈이 뒤집혔는데 말이죠.”

살려 달라며 이야기하는 것 치고는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 NPC인 ‘정신을 차린 흑색창기병’.

그에게서는 설명충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놈의 스피드웨건짓 언제 끝남?

-이 맵에서 말 제일 많이 해 ㅅㅂㅅㅂㅅㅂ

-성지한이 봉황 소환해서 대사 더 추가됐네;;;

-아 됐고 빨리 보스 약점이나 말해라!!!!

다이아까지 사용되는 맵이라 그런지, 시청자들은 이 NPC의 대사는 다 꿰고 있었다.

성지한이 봉황을 소환해서 그런지 대사 몇 마디가 추가되긴 했지만, 어쨌든 요약하면 풍 제국에서 황제가 부활해서 쳐들어왔다는 걸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음, 그랬나…… 황제 초조가 불사조의 힘으로 부활하다니……?”

“저 역시 정말로 불사조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네. 왜 원래 사용하던 불사조의 깃발을 쓰지 않고, 흑조의 깃발을 쓰는 건가? 원래는 붉은색이었을 텐데.”

불사조의 상징색은 불과 닮은 적색.

그런데 쳐들어온 풍 제국의 깃발이나 언데드들에게는 모두 흑조가 그려져 있었다.

비장이 이에 대해 묻자, 창기병이 대답했다.

“실제로 드러난 불사조의 모습이 검은색이었으니까요.”

“불사조가 검은색이라고?!”

“예. 그래서 황제께서는 제국 내 모든 깃발의 색을 바꾸라고 명하셨습니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불사조의 새끼들이 징벌을 하지요.”

그렇게 창기병이 불사조의 새끼들을 언급한 순간.

퍼드드드득-!

하늘에서 날갯짓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하며, 창기병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나타났습니다! 바로 저놈들이에요!”

저놈들.

하나의 다리 맵의 마지막 보스가 등장한 것이었다.

‘등장했군.’

하나의 다리 맵의 보스 몬스터, 불사조의 새끼‘들’.

보스 몬스터의 정체는 한 마리가 아닌, 괴조 수십 마리가 한데 응집된 무리였다.

비장이 저 멀리서 날아오는 불사조의 새끼들을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나하나가 비장에 비견될 만큼 커다란 괴조들이 떼지어 왔기 때문이었다.

“……뭐, 뭐냐. 저 크기는? 저게 불사조의 새끼란 말이냐?!”

“맞습니다…… 저 새가 바로 불사조의 새끼들입니다……!”

“저, 저게 무슨 새끼란 말이냐!”

놀라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비장과 창기병이었지만, 성지한을 비롯한 시청자들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그들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장면이었으니까.

-골드로 여기까지 오네...

-새삼 놀랍지도 않다 ㅋㅋㅋ

-깰 수나 있을까?

-그래도 호조 죽었으니까 낙승 아님?

-ㅇㅇ 호조 없으면 비장이 도와줄 거 아니야.

시청자들의 말대로, 불사조의 새끼가 약한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봉황대 대주 호조가 워낙 게임에서 까다로운 적이었기에, 그가 없는 이상 게임은 이미 클리어라고 봐도 좋았다.

거기에 불사조의 새끼 공략을 돕는 요소는 또 하나가 있었으니.

“저 새끼들. 상당히 강해 보이는군!”

“저…… 제가 저들의 약점을 압니다!”

창기병이 말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저 중, 부리가 파란 새가 진짜입니다……!”

불사조의 새끼들은 겉모습은 완전히 똑같았지만.

부리 색만큼은 다섯 가지의 색 중 하나를 띄고 있어, 차별성을 보이고 있었다.

이 중, 창기병이 찍어 준 부리색을 지닌 새가 진짜 불사조의 새끼였는데, 이건 매번 게임할 때마다 랜덤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파란색이 진짠가 보네.

-숫자는 똑같이 5마리지?

-이번엔 파란색이 진짠가 보네.

-ㅇㅇ 마리 수는 똑같음. 25마리가 5가지 색을 나눠가짐.

진짜를 집중공격하면, 가짜도 타격을 받아 같이 사라지는 불사조의 새끼.

이런 약점이 있어서 불사조의 새끼는 이 맵의 최종 보스임에도, 호조보다 약하하고 평가되었다.

“파란색이라…… 그걸 어떻게 네가 알고 있지?”

“부리색이 푸른 새끼만, 공양물을 잡아먹었습니다. 나머지는 뒤에서 투명해져 있었고요.”

“흠, 좋아. 어디 한번 공격하는 김에 파란 부리의 새부터 공격하지.”

“아. 그리고, 천뢰에 봉황의 힘을 섞는 건 최대한 자제하는 게…….”

봉황이 떠 있어서 그런지, 추가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던 창기병이었다.

그 말에 성지한이 고개를 갸웃했다.

‘천뢰라니?’

창기병 NPC가 천뢰의 존재를 어떻게 알지?

성지한이 의아한 눈으로 창기병을 바라보았을 때.

순간, 그의 입이 딱 하고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은 그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였다.

[NPC의 대사에서 시스템이 이상을 감지합니다…….]

[접근이 불허된 성좌의 단말이 게임 내에 잠입했습니다.]

[상대를 추방합니다.]

‘뭐…….’

그리고 곧.

멈춘 세상에서, 창기병이 천천히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   *   *

“쳇. 머리랑 이야기 좀 하려고 했더니.”

‘머리’라고 성지한을 지칭하는 창기병.

이럴 상대는, 뻔했다.

‘죽은 별의 성좌인가.’

지구에 접근 금지라더니 어떻게 들어온 거지?

“예전의 종한테 잠깐 빙의했는데 그걸 들켰네.”

[추방 절차를 진행합니다. 5. 4…….]

“아, 알았어. 머리야! 새 조심해! 쟤네 위험한 애들이니까 들키지 마! 특히 봉황의 힘은 섞으면 안 돼! 널 ‘나무’가 감지할 수 있어!”

성지한에게 신신당부하는 창기병.

아주 걱정이 듬뿍 담긴 충고였다.

“그럼 담에 보자!”

성지한에게 신신당부하는 창기병.

그가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자, 멈춘 세상에서 홀로 움직이던 창기병은 자기도 멈추었고.

[게임을 다시 시작합니다.]

이 시스템 메시지가 뜨고 나서야, 게임이 다시 진행되었다.

“어…… 왜지?”

봉황의 힘을 쓰지 말라던 창기병은 자기도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짓다가. 홀로 반문했고.

“뭐야. 왜 말하다가 마느냐?”

“아, 아닙니다.”

-뭐야? 왜 저럼?

-실시간으로 배틀넷에서 대사 추가하다가 어긋난 거 아님?

-뭔 ㅋㅋㅋㅋ 배틀넷이 무슨 좋소따리 게임으로 보이냐.

-저번 TOP 100 게임 이후로 배틀넷도 그렇게 완전한 거 같진 않은데?

게임을 시청하던 시청자들도, 조금 전 대사는 듣지 못했는지, 창기병이 어버버하는 거에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배틀넷…… 너무 쉽게 뚫리는 거 아냐?’

TOP 100 경기 끝나고 일주일도 안 지난 시점인데, 또다시 침입을 허용하다니.

배틀넷 시스템에 어딘가 구멍이 생긴 게 확실했다.

‘그건 그렇고. 한데 저 창기병이 원래도 성좌의 종이었나.’

설명충 창기병.

살려 달라고 빌던 병사가 침착하게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적 보스의 약점까지 아는 게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냥 시스템에서 편의적으로 만든 NPC인 줄 알았는데, 속사정은 그게 아닌 듯했다.

‘천뢰와 봉황의 백염을 섞는 게 뭐가 문제인 거지?’

봉황 자체가 문제였으면, 지금 버프용으로 띄워 놓고 있는 봉황기의 봉황을 집어넣으라고 했을 터.

그가 지적한 건, 어디까지나 두 힘을 섞는 것이었다.

조금 전, 호조가 어처구니없게 허물어진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성지한이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주인.”

그의 뒤편에서, 다리 초입에 놔두었던 아리엘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새들, 나를 써서 잡으면 안 되겠나?”

“왜지?”

“저놈들은 세계수의 가호를 받아, 우리 일족을 잡아먹는 원수다.”

성지한은 그 말에, 조금 전 칼레인의 단말이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무’가 널 감지할 수 있다는 충고.

나무가 세계수를 뜻하는 거였나.

‘저번 생에서는 세계수 연합과 킬 더 킹이 쌍으로 작용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더니…… 서로 사이는 좋지 않았나?’

막상 생각해 보면, 둘의 직접적인 접점이 없긴 했다.

세계수 연합은 스페이스 리그에서 지구의 리그 순위를 폭락시키기만 했고.

킬 더 킹은 던전에서 튀어나와 지구인을 쓸어버리는 데 작용했으니까.

‘외계 세력도, 사정이 복잡하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아리엘은 그가 마뜩잖아하는 줄 알았는지 초조한 투로 말했다.

“거기에 저 타락한 불사조를 검으로 잡는다면, 검영 스탯이 오를 거다.”

“그래? 그럼 잡아야지.”

성지한은 퍼뜩 고민을 멈췄다.

세계수 연합이고 킬 더 킹이고.

스탯이 오른다는데, 이건 못 참지.

성지한은 아리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쉬이이이-!

쉐도우 엘프의 몸이 사라지며, 성지한의 왼손에 그림자검이 쥐어졌다

“자. 자네? 그건 대체…….”

비장이 쉐도우 엘프가 검이 되는 걸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사이.

“제가 먼저 상대하고 있겠습니다. 수문장께서는 다리를 부탁드립니다.”

“안 도와도 괜찮겠나?”

“걱정 마십시오!”

성지한은 끼어들지 말라고 강하게 부탁하며, 봉황기까지 땅바닥에 꽂아 버렸다.

“으으음. 무리 아니겠는가? 역시 내가 도와주는 게…….”

“정말 괜찮다니까요!”

무명신공無名神功

보법步法

섬천뢰보閃天雷步

지상에 있으면 비장이 도와줄까.

성지한은 경공까지 쓰며, 급히 하늘을 날았다.

누가 봐도 스탯에 진심인 모습이었다.

-비장이 도와줄까 봐 얼른 개돌하냐ㄷㄷㄷ

-창으로 잡아 버릴까봐 두고 가넼ㅋㅋㅋㅋ

-다이아들이 팀 짜서 잡는 보스인데,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요?

-성지한이잖아.

-호조도 이겼는데 뭘~

키이이이익-!

성지한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그를 향해 검은 괴조들의 분신이 하나둘씩 달려들기 시작했다.

성지한 같은 인간 하나 따위에겐 동시에 덮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불사조 새끼 무리는 느긋했다.

하지만.

[이것들은 내 전문이다.]

슈우우우!

길게 뻗어 나간 그림자검이 불사조의 새끼에게 닿자.

살갗이 베이기도 전에, 새끼들의 형체가 그림자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키익! 키이익!

검에 빨려 들어가는 괴조는 어떻게든 이에 탈출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검의 흡수에 저항하지 못하고,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호. 아예 저항을 못하는데?”

[저들은 세계수에 ‘불사’를 빼앗긴 껍데기다. 본래의 불사조에서 그림자밖에 남지 않은 존재지.]

그러니 그림자검에는 저항할 수 없다면서, 아리엘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계속 잡겠다.]

키이이이익-!

그렇게, 열 마리를 그림자검으로 손쉽게 집어삼키자.

[검영이 1 상승합니다.]

성지한의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늘, 참 쉽다.’

한편.

키이이이…….

조금 전과는 달리, 불사조의 새끼들이 그림자검을 보고 주저하자.

[저놈들이 도망치려고 한다. 빨리 잡아야 한다.]

‘아, 놔줄 순 없지.’

무명신공無名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성지한은 암혼와류를 펼친 채, 새끼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림자검이 소용돌이치며 점점 몸집을 불려 가자…….

키이이이이익-!

괴조의 무리는 하나둘씩, 무력하게 암혼와류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다.

이들 중 푸른 부리를 지닌 본체는 조금 더 버티긴 했지만.

[쓸데없는 저항을!]

아리엘의 말처럼 얼마 버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24번째의 괴조까지 순식간에 흡수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푸른 부리의 괴조.

키이이이…….

마지막 괴조는 암혼와류에 몸이 분해되고 있는 와중에도 꽤 오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명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갈 뿐, 살아날 구멍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화르르륵!

괴조의 두 눈이 불타오르며, 성지한을 응시했다.

그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나, 눈에서 불길이 피워지는 것도 잠시. 괴조의 부리에서 한마디 말이 내뱉어졌다.

<그림자. 무가치.>

[뭐?! 우리가 무가치하다고?!]

그 말에 아리엘이 보기 드물게 성을 냈다.

그러자 더욱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암혼와류.

괴조는 성지한을 얼마 쳐다보지 못하고, 금방 안으로 흡수되었다.

<보고 가치. 없음.>

[이 자식이……!]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아리엘의 속을 긁고 가는 불사조의 새끼.

그렇게 마지막 괴조가 암혼와류에 명을 달리하자, 성지한의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검영이 2 상승합니다.]

[더 이상 이 몬스터에게서 그림자의 힘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이런 건 또 칼같이 제한하네.’

이런 거만 제한하지 말고, 보안이나 신경 쓸 것이지.

성지한은 검영 스탯을 얻어 흡족해하면서도, 추가로 떠오른 메시지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뭐 그래도, 3이나 올려 준 게 어딘가.

‘거기에 진짜 수입은 따로 있으니까.’

성지한은 하늘에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제국 수문장 비장이 지니고 있는 구름창 운뢰였다.

에픽 퀘스트 보상을 수령할 시간이었다.

32